[2018상반기*함께가는여성] 민우ing_#여자라서_떨어졌다
민우ing
#여자라서_떨어졌다
쎄러(서지영)
여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 (남성)배려? (여성)조정! 배려와 조정은 그런데 쓰는 단어가 아니잖아요.
4월 24일, 을지로입구역 국민/하나은행 앞에서 진행된 채용 성차별 규탄 기자회견 퍼포먼스
“작년 이맘때 쯤 ㄷㄱ은행 설명회를 들어가서 전공만 말했는데 ‘5급은 여자 안 뽑아요’, ‘10년 동안 여자 뽑은 적 한 번도 없어요’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떨어져야만 하나? 원래라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는데 어째서 벽이 기울어있는 것이며 저들에게는 완만한가?”
– #여자라서_떨어졌다 해시태그 내용 중
국민/하나은행에서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떨어트린 채용 성차별 사실이 드러났다. 채용시장에서는 “남자가 스펙이다”라는 모두가 알고 있던 말이, 소문처럼 들려오던 금융권의 고질적인 채용 성차별 문제가 실체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정황으로는 이미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청탁도, 별다른 이유도 없이 정말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심지어 점수조작을 통해 고득점인 사람을 떨어트리고 저득점자를 뽑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밝혀진 사실에서 국민은행의 경우 2015년 상반기에만 자그마치 100여명의 남성을 점수조작을 통해 합격시켰으며, 하나은행의 경우는 사전에 남성 4 : 여성 1의 비율로, 남성 4배수의 차등 채용 비율을 정해놓은 성차별적 채용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류전형에서 여성의 커트라인 점수는 남성 커트라인에 비해 48점이나 높아졌다. 점수조작까지 감행하여 여자라는 이유로 고득점자를 떨어트리는 명백한 성차별적 채용, 점수조작 범죄! 아니 대체 점수가 높아도 떨어진다면 대체 여성들은 무얼 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여성’은 언제까지 떨어져야 하나? “못난 건 내가 아니라 당신들 은행이었다”1)
단지 ‘여자라서’ 떨어트린 기업들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남성지원자 100명의 점수가 조작되고, 여성의 커트라인만 48점이 높아진 이 분노스러운 사실에, 성차별을 상징하는 숫자 48/100 분노의 액션!을 진행했다. 국민/하나은행에게 여성들의 분노를 담은 48개의 구호와 100개의 외침을 전달하기 위해 #여자라서_떨어졌다 해시태그 운동을 제안하고 구글 링크를 통해 전하고 싶은 문구를 받았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107명의 개인들이 참여했다.
“조선시대 기업입니까?”, “유리천장 그대로 드러난 분노스런 사건, 기가 막힌다!”, “조직적으로 여성 배제하는 기업들! 남자만 먹고 사는 그런 세상 끝장이다”, “국민은행: 절반만 국민인가? 하나은행: 하나도 필요 없다”, “여자는 남자들의 발판도 물건이 아니다” 오늘도 취업준비로 고군분투 중인 여성 취업준비생들이 성별이라는 장벽을 다시 확인하며 쏟아낸 분노! 어이없음, 한탄 등이 뒤섞인 문구들이었다. 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노동/청년/ 정당/대학 60여개의 단위가 모여 <채용 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이라는 이름으로 금융권 채용 성차별 규탄 기자회견 <우리는 언제까지 떨어져야 하나? 성차별 기업에 불 분노를!>을 진행했다.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48개의 여성들의 외침을 하나하나 읽으며 분노를 전하고, 국민은행 앞에는 100개의 피켓으로 여성들의 분노를 모아 던져주었다. “차별 앞에 하나 되는 여혐은행 규탄한다!”, “여자가 많아서 곤란하다고요? 그렇다면 여자 고객인 우리는 떠나겠습니다”
점수 ‘조작’이 아니라 ‘조정과 배려’일 뿐이라고요?!
명백한 점수조작 사실에도 국민은행의 인사팀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여자가 너무 많으면 곤란해 남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점수를) 올려준 것으로, 조작이 아니라 조정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래서 대체 얼마나 남성이 적길래 저런 말을 남길 수 있는 것일까 의문을 품고 국민은행의 전체 직원 비율을 살펴보았더니 “남성 51%, 여성49%”로 남성 직원의 수가 조금 더 높았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신규채용 성비비율은 남 65.5%, 여 34.5%2)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도대체 얼마나 더 ‘조정’하여 남성을 많이 뽑아야한다는 것인지. 같은 자료에서 하나은행의 신규채용 비율은 남성 81% : 여성 18.4%로 남성 채용 비율이 역시 압도적으로 높았다. 채용부터 ‘유리천장’을 경험하고 있는 여성 지원자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수치였다.
한국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졸 여성 취업률은 OECD 국가 최저수준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이 현상은 한국사회가 여성의 경우 학력이 높아도 취업이 잘 되지 않는 사회라는 것을 증명하는 수치이다. 여성들은 고임금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직접 겪으면서, 결국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여성의 저임금화는 세계최대의 성별임금 격차 100:64로 귀결된다. 은행권으로 상징되는 대기업이 채용과정에서 조직적인 성차별을 해왔으면서도 ‘조작’이 아니라 ‘조정과 배려’일 뿐이라는 변명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단지 공정하지 않은 채용과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성별임금격차의 중요한 원인이기에 더욱 중대한 문제이다.3)
성차별적 채용조작, ‘관행’과 ‘조정’으로 남지 않으려면 일단 공개하라!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에서는 모집·채용상의 성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제정된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이 법으로 처벌된 기업은 거의 없다. 채용공고에서 성별을 이유로 차별한 사례가 적발된 적은 있지만 채용과정에서의 성차별이 인정되어 이 법 위반으로 기소된 것은 이번 은행권의 채용 성차별이 (심지어) 첫 사례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 강연에서 “지금까지 금융기관의 채용비리 등은 관행이었는데 과거 사례까지 들추면 크게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관행적으로 채용 성차별이 행해진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법이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직접 고백한 셈이다. 이를 관리감독하고 이 법을 집행해야할 부처의 책임은 어디로 갔는가. 이렇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결과가 관행이기 때문에 그대로 내버려둔 시간들이 오늘의 이 상황을 초래했다. 이 조항 위반에 대한 처벌이 기업들에게 전혀 타격이 되지 않는 고작 벌금 500만원이라는 것은 이 법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채용과정은 그 결과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기에 수사권을 가진 기관의 조사 없이는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채용에서 탈락되고 있는지 차별현황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국민/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사실이 밝혀진 만큼 최소한, 관행처럼 여겨졌던 고질적인 금융권의 채용 성차별 사실만이라도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그리고 금융권만이 아니라, 더 많은 기업의 채용차별 실태를 드러내야 한다. ‘조정’과 ‘배려’, ‘관행’일 뿐이라는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아야 한다. 방법은 인사상 기밀로 취급되어 온 채용과정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다. 채용기준과 점수뿐만 아니라 지원자 성비와 최종 합격자 성비를 공개해, 채용 성차별이 행해졌는지 사회적인 검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자 이제 기업들이여, 당당하다면 지원자 성비 대 최종 합격자 성비를 공개하라!
1) 구글 링크를 통해 사람들에게 48/100 분노의 액션! 피켓 문구를 받았다. 다음은 그 문구 중 하나이다.
2) 2015·2016년 기준 (출처: 심상정 의원실)
3) 「성별임금격차 현황」 , 김영미(연세대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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