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반대한다!!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반대한다!!
서민자 : 여성노동센터 상근활동가
2004년 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임금노동자의 55.9%인 31만 명으로, 10명 중 5명 이상은 비정규직이다. 또한 여성노동자 10명 중 7명 이상은 비정규직이다. 노동하는 사람 중에 절반 이상이 불안전한 고용형태인 비정규직이고 그들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어느 순간부터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의 하나로 비정규직 문제를 떠오르게 하였다. 따라서 지난 9월 11일 노동부가 발표한 기간제와 파견제를 중심으로 하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정부 법안
우선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법안이 담고 있는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짚어보고자 한다. 법안의 내용을 부분 발췌하면 아래와 같다.
-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안]
- 제2조(정의) '기간제 근로자'라 함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하'기간제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근로자를 말한다.
- 제4조(기간제근로자의사용) 사용자는 근로자를 사용함에 있어서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
-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 (이하 '파견법')
- 제2조 7항(신설) '차별적 처우'라 함은 임금 기타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한다.
- 제5조(개정)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서 '근로자파견금지업무 등'으로 하고 (이하생략)
- 제6조(개정) (1) 근로자파견의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2)파견사업주 사용사업주 파견근로자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1회 연장시 1년을 초과하지 못하며, 연장된 기간을 포함한 총 기간이 3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이번 정부안의 가장 큰 핵심은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에 관한 허용'과 '파견근로의 전 업종으로의 확대'이다. 먼저 기간제 노동자 사용에 관한 규정을 보면, 사용자는 기간제 노동자를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언제든지, 모든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고, 3년을 초과하여 사용한 경우에만 해고제한 규정이 적용된다. 여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기간제 노동자 사용에 대한 사유제한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 동안 비정규직 남용의 해결 방법으로 제시되었던 것은 기간제 노동자 사용의 사유를 제한하는 방식이었다. 즉 원칙적으로 정규직 고용을 하고, 특별한 경우에만 그 사유에 따라 기간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안은 아무런 사유제한 없이- 단지 기간만을 일정하게 제한할 뿐이고, 이 또한 철저한 규제장치 없이 - 모든 경우에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여성단체, 시민단체, 노동계는 '정부 법안대로 입법이 이루어진다면 원칙적 고용은 비정규직이 되고 정규직은 일부 업무에 한하여 전체 노동자의 약 20-30% 정도 수준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즉 이번 법안에 따라 앞으로 대다수의 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입직하게 되어, 비정규직으로만 노동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두 번째로 파견법에 따르면 파견 업종이 전면 확대되어진다. 즉 현재 파견은 모든 업종에서 금지되고, 허용업무만을 제한적으로 열거한 방식(positive list)으로, 26개 업종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안은 모든 업종에서 파견을 허용하고 금지업무을 제한적으로 열거한 방식(negative list)으로, 6개의 업무만을 금지하는 형태이다. 또한 파견노동기간도 현행 2년에서 3년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파견제'는 노동자를 고용하는 '파견사업주'와, 그 노동자에게 업무를 주고 지휘, 감독하는 '사용사업주'가 분리되어 있음으로 인해 '사업주'의 책임 소재가 매우 불명확한 고용형태이다. 더욱이 파견제는 노동에 대한 임금을 노동자 당사자가 아닌 파견사업주에게 지급하고, 파견사업주가 일정한 수수료를 뗀 후 노동자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중간착취가 존재하는 구조이다. 사업주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므로 사업주가노동자의 정당한 근로조건, 대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 노동자는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기 힘들며, 노동3권의 보장은 기대할 수조차 없다. 이러한 파견제가 전업종으로 확대되면 노동자의 지위는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여성노동자들의 100% 비정규직화가 우려된다!!
파견제가 기본적으로 기간제를 전제(파견기간은 최장 3년)하고 있고, 사유제한 없이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이번 정부안이 통과되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법안대로라면 기간제 3년, 파견제 3년, 다시 기간제 3년처럼 기간제와 파견제를 오가는 변칙적인 운영 형태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의 형태로 자신의 노동패턴을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에 따라 그녀(그)의 신분 역시 언제나 불안한 위치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유연성의 영향이 노동시장의 주변집단에게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뿌리깊은 성별분업논리에 의해서 여성은 언제나 노동시장에서 주변적인 위치에 머물도록 강제되어 왔고, 여성노동력은 '단기적인 노동력'으로 취급당해 왔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안은 여성노동자들의 단기노동력화를 더욱 더 부추기고, 합법화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3개월씩 계약을 계속반복갱신하여 고용하였다가 계속근로년수가 3년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해지를 하고 1 2개월 후에 다시 3개월씩 반복갱신 하는 등, 고용기간이 매우 짧은 형태로 반복갱신되는 형태의 '단기간 노동자'가 양산될 것으로 보이며, 그 '단기간 노동자'의 대부분은 여성이 차지할 것이라는 점은 현재의 노동시장을 보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남성과 동일한 조건과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언제나 입직시부터 해고까지 차별을 당해왔다. 남성은 정규직으로 채용해도 여성 노동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정규직에 여성을 채용하여 왔던 차별적인 노동시장의 역사를 볼 때, 여성 노동자들을 단기 노동력화하는 관행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마련된다면 여성노동자의 70%가 아니라 100%가 비정규직이 될 수 있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예를 들면, 지금도 임신, 출산을 이유로 '애 키운 뒤 다시 나와라'고 말하는 현실에서 처음부터 기간제로 여성을 채용하고 임신, 출산시에는 계약을 해지한 후 다시 기간제로 채용하는 관행이 이 법안을 통하여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정착될 수 있는 것이다. 아직도 여성의 경제활동인구는 50%를 넘지 못하고,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은 기형적인 M자형 곡선을 보이는 현실에서 위와 같은 법안이 통과된다면 M자형 곡선의 모양은 더욱 더 도드라지게 변형될 것이며, 그 곡선을 채우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인 기간제 노동자와 파견 노동자일 확률이 매우 높다.
기본적으로 법은 그 사회가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에 따라서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사회의 정책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방향이 아니라면 지금의 정부법안은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동일한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서 1/4 1/3에 불과한 임금을 받는 현실은 차별로 금지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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