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농협 사내부부 부당해고 소송을 기각한 서울지방법원의 결정을 규탄한다!
- 농협 사내부부 부당해고 소송을 기각한
서울지방법원의 결정을 규탄한다! -
오늘 서울지방법원은 소송이 시작된지 1년 7개월만에 농협 사내부부 부당해고 청구 소송을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농협의 사내부부 대상 인력감축이 여성차별적임을 주장해왔던 우리들은 이번 판결이 법원의 가부장적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평가하며, 이에 본 단체의 입장을 표명하는 바이다.
1. 762쌍의 사내부부중 752쌍의 부부가 명예퇴직 신청을 한 객관적 상황과, 협박과 강요를 통해 명예퇴직을 종용한 객관적 증거를 채택하지 않은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
판결문에도 나와있듯이, 당시 농협은 명예퇴직자 선정에 있어 '상대적 생활안정자'라는 명분하에 사내부부를 1차적 정리해고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농협은 이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퇴직 강요를 통해 762쌍의 사내부부 중 752쌍 부부가 명예퇴직을 신청토록 하였다. 이 사실 자체로도 객관적 증거는 이미 충분하다. 생계를 위해 맞벌이를 하는 노동자들이 협박과 강요없이 어떻게 일괄적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할 수 있는가?
농협은 명예퇴직 강요 과정에서 사내부부중 여성이 퇴직하지 않을 경우, 남편이 순환휴직 명령을 받을 것임을 경고하였고, 사내부부중 여성에게는 순환휴직명령 기회조차 없다고 하여 여성의 입장에서는 명예퇴직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렸다. 김미숙, 김향아씨는 당시 '남아 있다고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 '여성을 지방발령 내겠다' '여자가 그만둬야 하지 않겠느냐'는 협박을 당했음을 증언하였다. 또한 농협 본사 상무실에서 명예퇴직 거부자 명단을 매일 점검하는 등 여성들에게 조직적으로 명예퇴직을 종용하였다.
더구나 원고들은 현재 농협에서 근무하고 있는 자신의 남편들이 당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자신들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며 성차별적인 것이었기에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협박과 강요에 의한 퇴직종용의 객관적 증거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사직서 제출이 강요나 협박에 의한 것이었다고 판단할 객관적 증거가 없으며, 원고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당시 농협 상황에 대한 개인적 판단하에 자발적으로 내린 결이라는 법원의 판결은 상식을 초월한 것일뿐 아니라, 객관성과 공정성을 완전히 결여한 판결이다.
2. 현행 남녀고용평등법과 정부의 성차별적인 부당해고 규제 조치를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위 법원의 결정을 규탄한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된지 만 12년이 된 현 시점에서 실질적인 고용평등 실현이 우리 시대의 주요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원의 판결은 근로기준법의 균등처우 조항과 남녀고용평등법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고 그 무엇인가. 법원은 이제 무엇을 기준으로 여성노동자의 인권과 평등권을 판단하겠다는 것인가.
이미 노동부에서는 농협의 구조조정이 결과적으로 사내부부 중 여성이 명예퇴직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을 구성하여 여성을 부당하게 차별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엄중경고를 내린 바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성차별적인 부당해고를 방지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시행해오고 있다.
위와 같이 명백한 여성차별적 구조조정이 법원에 의해 합법적으로 인정된다면, 앞으로 여성우선해고를 누가 막아낼 수 있단 말인가! 법원이 편파적 기준으로 여성우선해고를 합법화한다면 정부의 규제 의지는 아무런 규제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이에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는 이번 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며, 농협의 사내부부해고가 부당한 행위일 뿐 아니라 성차별적인 불법행위로 규정되는 날까지 싸워나갈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2000년 11월 30일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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