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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다지기 준비호]<민우회 통신망> 우리안에 잠든 남신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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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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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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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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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42
[평등다지기 준비호 2002. 4. 26]
<민우회 통신망>
우리 안에 잠든 남신 벗어나기
("2002년 희망이 난다 싹싹싹" 회원웍샵 참가기)
김지숙 회원
토요일 근무를 끝내고 보문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건만.. 앗뜨 이런.. 비가 오는 거 있죠.. 일기예보에서 비가 오되 적은 양이라고 해서 우산도 안가져왔거든요. 어느 착한 사람의 도움으로 우산을 빌릴 수 있었답니다. 웬만하면 그냥 가려구 했는데 감기 걸린 상태에 비까지 맞으면 워크샵을 망칠 것 같아 기꺼이 도움을 받았지요.
보문역 노동사목회관에 도착하니 상근자들과 몇몇 회원들이 보였습니다. 그분들과 짧게 인사하고 곧 다큐멘타리 【83명의 인질】을 감상했습니다. 알리안츠 제일생명 보험회사에서 해고된 사내부부 여사원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준비하는 과정과 괴로운 심정을 담았더군요. 가슴이 짠하고 이론적으로, 머리로 생각했던 현실의 어려움을 비디오를 보면서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결코 주저앉지 않겠다는 해고노동자들의 말들이 잊혀지지 않고 맴돌았어요.
더 단단해지는 강철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더군요. 딸에게 자기가 다닌 회사가 나를 잘랐다고 말해줘야할 것 같아서 엄마가 다녔던 회사를 아예 얘기 못한다는 한 여성의 얘기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짧은 토론이 있었어요. 내가 회사 일원으로 우리 중에 누군가가 해고되어야하는 처지에 있다면, "어떻게 사내부부를 자를 수 있나"는 생각보다는 "그래, 사내부부를 자를 수 밖에 없어"라는 논리가 가장 가깝다는 게 현실이라고.
그래서 사내부부를 자르겠다는 회사의 논리를 해부해보고, 정리해고에 대한 대안논리를 창출하자는 취지의 토론이었습니다. 조를 나눠 그 조에서 한 사람을 해고해야한다면 우리는 어떤 논리로 누구를 자를지, 왜 나는 되어선 안되는가 논리를 내세우는 역할극 비슷한 걸 해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회사에서 내세운 논리가 얼마나 허구이며, 얼마나 이 사회에서 그 논리가 설득력있게 먹혀들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관리자보다 사내부부를 공격함으로써 보다 편하게 구조조정을 해왔으며, 외부사람들의 눈과 현실도 회사 편이었다는 것을 짙게 깨달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워크샵의 열기는 맛있는 저녁 시간이 되자 더욱 무르익어갔지요. 준비팀의 정성어린 마음 덕분에 편하게 밥을 먹고나서 【생명윤리와 여성의 몸】에 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민우회 여성환경센터 사무국장이신 명진숙 선생님이 조리있는 강의로 평소 사회 이슈가 되었던 문제임에도 얼마나 내가 무지한가를 생각케 만드시더군요. 과학은 고도로 발달하지만 그 안에서 잊혀지는 생명윤리, 여성의 몸에 대한 편견과 폭력 등 아주 중요한 문제들이었습니다. 질문은 비록 못했지만 강연 덕분에 앞으로 인간복제, 낙태 문제에 보다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네요.
다음으로는 공동체 시간. 신입회원모임의 뽀샤가 준비팀으로 참가하여 준비한 게임.. 잼났어요. 인간윷놀이라고.. 뽀샤가 맹활약을 했지요... 신입회원모임의 엄산적도 한몫 단단히 하고.. 그리고 다시 뒷풀이 시간... 수박게임을 하면서 친목을 다졌지요. 산적과 뽀샤와 고영애는 구석에 앉아서 열심히 벌칙에 안걸리려고 안간힘을 쓴 덕분에 조용히 넘어갔죠. 다른 분들은 벌칙 받으면서 얼마나 재미있게 참여하시던지요... 뒷풀이의 하이라이트 시간 술마시며 수다떨기... 좋은 사람들을 만난 기분에 감기 걸린 몸에도 못하는 술을 엽차잔으로 두잔이나 마셨습니다. 오히려 산적과 뽀샤가 내 몸을 걱정해줄 정도로.. 그지만 그 시간에 이임혜경언니 등 다른 많은 분들과 안면을 트고, 즐거운 수다를 떨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잠들고 나서 일어난 다음날 아침.. 역시 맛난 아침 이후에는 【성폭력에 관한 토론 시간】. 평소에는 남의 일처럼 생각했던 문제를 같이 나누면서 성폭력 문제에서도 얼마나 우리가 남성적 사고에 휘둘리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고, 경악했던 자리... 우리 안에 잠든 남신이 이런 게 아닐까 싶더군요... 여성이 피해본 일에조차 상대 남자를 걱정해야하는 무서운 현실..... 그 현실, 정말이지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이 들더군요.
이렇게 마지막 토론까지 열렬히 마친 민우회 회원들~~~ 모두 수고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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