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우회는 최저임금에 주목하고 있다.
거대도시 서울이 꿈틀대기 시작하는 6월 12일 아침 6시 40분, 노동센터 상근자들은 피켓을 들고 최저임금위원회 앞에 섰다. 양대노총, 여성노동다체 10여 명 속에 껑쭝한 민우회 노동센터 식구들은 멀리서도 금새 눈에 들어온다. 양보하기 어려운 새벽 잠자리를 박차고 왜 피켓을 들어야 했나?
우리 나라에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것은 1988년의 일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이미 1960년대에 이 제도를 도입한 것과 비교하면 그 시기가 늦었다는 평가는 타당하다. 1970년대 말 여성노동자의 가장 큰 바램 중의 하나가 '일당 3,300원, 월10만원을 달라'였던 만큼 저임금 해소책으로 최저임금제는 기대를 모을 만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저임금지대를 크게 축소하지 못했다는 평가 역시 타당하다. 80년 말에서 90년대에 이르는 도도한 노동운동의 흐름 속에서도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저임금 지대에 관한 구호는 찾기 어려웠다. 1998년 말 경제위기, 소위 IMF구제금융을 겪으며 우리는 80: 20의 사회를 얘기하기 시작했고, 주변부 노동시장의 급속한 확대와 분배구조의 악화를 목도하면서 최저임금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시장 중에서 특별히 저임금부분을 타겟으로 하는 임금정책이다. 임금의 최저선을 정해두고 이를 밑도는 값으로는 노동력을 살 수 없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정책이다. 법의 이름으로. 그러나 저임노동시장에서는 '그 값으로는 사지도 팔지도 말아야' 하는 계약관계가 더욱 쉽지 않다. 이 점이 저임금군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특별한 보호장치가 필요한 이유이다.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좀 다르다. 의회에서(미국), 노사자율교섭으로(독일), 위원회방식으로(프랑스, 일본) 등으로 대별된다. 우리는 노,사,공익 대표가 참여하는 위원회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잘되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멋진 방식일 수 있으나 동일한 노동시장의 현상을 두고 노사가 다른 입장과 견해차가 커서 합의는 쉽지 않다.
그럼 여기서 노사의 주장을 들어보자.
▶ 양대 노총의 주장
2001-2년의 최저임금이 각각 16.6%, 12.2% 인상되었음에도 기존의 법정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에 전체노동자와 임금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2002년 최저임금을 시급 2700원으로 결정한다면 최소 6%이상의 절대 저임금 노동자의 해소가 가능하며 그 수혜자는 대다수 비정규노동자가 될 것이다.
▶ 사용자측(경총)의 주장이다.
최저임금의 실시로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면 일자리를 잃지 않는 근로자는 보다 많은 임금을 받게되지만, 사회적으로 실업이 발생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게된다. 기업의 지불능력을 상회하는 고효율의 최저임금인상은 기업경쟁력 유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2002년 최저임금이 4.2% 수준에서 결정될 경우 지난 2년 동안 두자리 수 최저임금 인상으로 극심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업체들의 부담을 다소 완화시켜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비정규직 등 한계근로자의 고용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동일한 노동시장의 현상을 두고 노사가 이렇듯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최저임금을 둘러싼 최대의 쟁점은 얼마가 '적정수준'인가이다.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래 그 수준은 명목평균임금과 노동생산성을 밑돌았다고 보고되고 있다. 겨우 소비자 물가지수 증가율 정도의 인상폭을 가져 온 것이다. 즉 전체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생산성이 오른 만큼을 따라 오르지 못했다는 얘기다. 우리 주변에서 정말 쬐끔받네 하고 최저임금과 비교해 보면 최저임금보다는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전무하고 오히려 일부에서는 최저 가격이 아니라 최고 가격화(기본급을 겨우 최저임금에 맞춰주는)하는 현상마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된다. 결론적으로 저임금노동시장의 최저임금제의 영향률이 크게 하락할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노동시장 규제적 이었다기 보다는 노동시장 순응적이었다 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저임금제 도입 정신을 살리려면 최저임금군 해소와 임금격차 해소를 통한 소득분배구조 개선이라는 목표가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려면 사회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최저임금의 적정선이 나와야 한다. 최저임금의 국제비교도 그 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상용직 중위권 정액 급여을 중심에 두고 보면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는 1/2-2/3 수준을,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40-50%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성인지적 관점에서 최저임금제를 잠깐 살펴보자. 최저임금제는 여성노동자를 타겟으로 한 정책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 정책의 효과성을 보면 최저임금의 수혜층은 주로 비정규직이다. 즉 최저임금은 비정규 여성노동자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체 여성임금 노동자의 73.3%가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여성노동자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때문에 여성의 눈으로 최저임금을 챙겨보아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민우회 식구들은 새벽에 피켓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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