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10월호 [민우ing] 의자를 놓기 위해 필요한 것들
‘의자’를 놓기 위해 필요한 것들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을 아시나요?
은날
백화점, 쫛쫛마트 등 유통매장에 한 번쯤 가보신 분, 한 번쯤 이런 생각 해보셨는지? 일명 서비스 업종에서 근무하는 판매직 노동자, 계산원 노동자 등은 하루에 몇 시간을 근무할까? 그 근무시간 내내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혹시 왜 저렇게 내내 서서 일해야만 할까? 그리고 내내 서서 일하면 힘이 들 텐데도 어떻게 저렇게 웃으면서 고객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것이 서비스 노동자의 의무이고 최상의 서비스일까? 그리고 그 서비스는 고객인 내가 원하는 것일까?
사실 개인적으로 백화점 등에 갔을 때 서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면 좀 민망하고 미안하기는 했지만 나 스스로도 위의 질문들을 생각하거나 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캠페인이 있으니, 이름 하여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 국민캠페인(일명 의자놓기 캠페인). 서비스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좀더 확장하고 평소에 묻지 않았던 질문들을 던지고자 민우회는 지난 7월부터 이 캠페인을 함께 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캠페인 이름대로 먼저 서비스 노동자에게 의자 놓는 것을 요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의자 놓기를 시작으로 ‘의자는 존중입니다’라는 것을 통해 의자 넘어 서비스 노동에 대한 문제제기를 함께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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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법정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이다. 서비스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특히 판매직, 계산직 등 유통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이 근무시간의 90% 이상을 서서 일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하지정맥류, 다리 통증 등 각종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고 혹은 높은 발병률에 노출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보건규칙 제277조에서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노동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는 의자를 비치하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사업장에는 ‘때때로’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법적으로 4시간 근로 시마다 30분의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그래서 통상 8시간 근무에 점심시간 1시간이 휴게시간으로 배정되어 있다. 서비스 노동자들은 이 휴게 시간에 어디에 가 있을까? 몇몇 조사에 의하면 유통업에 종사하는 서비스 노동자에게 부여되는 휴게시간은 하루 평균 30~40분 정도이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쉬는 시간 동안 서비스 노동자들은 고객이 드나들지 않는, 고객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직원용 계단 등에서 쭈그려 앉아 쉬거나 식사를 한다. 그리고 재빨리 서있어야 하는 작업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자 놓기’는 서서 일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말 그대로 앉아서 일할 수 있도록 혹은 때때로 앉아 대기할 수 있도록 작업공간에 의자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의자를 마련하는 것에서 나아가 휴식시간에 쭈그려앉아 힘들게 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편안하게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도록 하는 요구이다. 그래서 ‘의자 놓기’는, 서비스 노동자들의 건강권문제와 함께 인간적인 노동조건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고, 그것이 ‘의자 놓기’로 상징되는 것이다.
다시 보기
법으로도 의자 비치가 규정되어 있고, 휴게 공간과 의자가 제대로 마련되어 서서 일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되는 문제는 우선 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사업주들이 개선하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캠페인은 이름도 거창하게 ‘국민캠페인’이다. 왜냐하면 서비스 노동, 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우리 고객들의 존중이 무엇보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존중은, 서비스 노동자들이 고객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 역시 많은 수고와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서비스 노동에서 이러한 ‘친절’이 핵심적인 요소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친절’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소위 감정노동이라 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과잉된 ‘친절’을 요구하거나 너무 당연시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고객들의 요구 아닌 요구는 다시 서비스 노동자들에 대한 과잉 통제로 연결이 된다. 고객을 위해서라면 화장실도 못 가고 고객이 뜸한 시간에도 무조건 서서 대기해야 하는 등. 그리고 노동하기에 불편한 복장을 요구하거나 외모에 대한 과도한 통제 등은 이미 많이 들은 이야기이다.
‘의자 놓기’캠페인은 그래서 우리 스스로 무안해지는 과도한 친절, ‘사랑합니다 고객님’ 같은 과장되고 가식적인 친절이 아니라 인간적인 노동조건에서 정확한 정보와 적절한 친절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서비스 노동자들의 그 ‘친절’을 위한 감정노동과 수고로움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함께 하기
개인적으로 서비스 노동자들의 수고로움을 존중한다고 해도 그 목소리가 들리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서서 일하는 서비스 노동자에게 의자를 비치하라는 요구에 돌아오는 사업주들의 대답은 회사에서 하고 싶어도 고객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못한단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에서 왕인 우리 고객들의 요구는 사업주들의 얼마나 많은 핑계가 되어 왔던가. 고객이 젊은 여성의 목소리를 좋아하여 콜센터 등의 직원들은 젊은 여성들이어야 하고, 노동자에 대한 성희롱, 폭언·폭행에 대해서도 왕인 고객이 행한 일이기 때문에 사업주가 어쩔 수 없고, 이번엔 의자에 앉아 일하는 것을 고객인 우리가 싫어하기 때문이란다.
‘고객의 요구’라는 미명으로 서비스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 통제가 강화되고 서로가 부담스러운 과장된 친절이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고객들의 요구가 정확히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서비스 노동자에게 의자를 비치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해도 좋고, 작은 스티커를 카드 등에 붙여 그 뜻을 나타내도 좋고, 유통매장 게시판에 가서 의자 비치나 휴게 공간 마련을 고객의 목소리로 요구해도 좋겠다. 어떤 방법이든 우리 고객의 요구가,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어디서 하냐고?
일단 먼저 www.의자캠페인.kr에 방문해보시길…
은날 ● 가을을 타는 은날.
다가오는 가을을 어떻게든 어디로든 피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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