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12월호 [민우 ing] 구직, 입직시기 집중상담 2030 젊음의 행진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고작 ‘고거’ 하나로 세상이 뒤집히더라
신기루
뜨거웠던 8월과 9월 온라인사이트(http://www.womenlink. or.kr/labor/2008/index.php)에서 구직단계, 입직 단계에서 경험하는 차별 이야기를 들었다. 온라인 세계에서 만난 ‘젊음’은 늦은 밤 라디오를 듣다 나이주의자에게 저항하는 방법을 전하거나, 끝나지 않는 고시공부의 한숨, 그 뒤에 밀려오는 마음을 남겼다.
수습, 인턴, 신입으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공통의 감수성이 있었다. 우리는 직업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구직과정에서 자신을 총체적으로 포장하고 평가받는 적나라함을 겪었다. 비로소 사회적 지표 안에서 살아가기 시작했을 때 다시 ‘나’에 대한 질문은 시작된다. 이게 내가 원했던 걸까? 나는 존중받고 있는 걸까? 당신의 서러움, 고통 속에 있는 단단한 배제의 논리, 익숙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실업과 88만원 세대론에 갇히지 않은, 누군가의 해석을 거치지 않은 맨 얼굴의 ‘너’를 보고 싶어 기획된 것이 젊음의 행진 오프모임 ‘우리 만나서 이야기할까?’였다.
‘저항할 줄 모르는, 약간은 비굴한, 혹은 실리를 위해 굴욕쯤은 참는 약은 세대’라는 해석에 동의하는가? 그날 A(1년 3개월 근무, 본인 외에 모두가 남직원), B(기간제 및 단기 아르바이트 다수 경험, 박복한 20대), C(인턴, 취업거부하고 싶은 대학생)가 모였다. 시작부터가 그랬다. 나이와 경력을 확인하고 나면 불안정하고 잠정적인 일에 더 적합해진다.
이력서 자체에 나이 적는 게 있어요. 나이부터 물으니까요. 아르바이트 하나를 뽑아도 24살부터는 안 쓰려고 하고 25살이면 다시 보죠. 백화점, 공연기획, 식당 다 해봤어요. 방송국에서도 일해보고 서점, 백화점 그런 데도요. 공통적인 거는 이력서를 내면은 나이랑 뭐했는지 딱 그거를 보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권력관계는 보다 명확해진다.
두 달 일했는데 근로계약서 작성할 때 되게 슬프더라고요. 기분이 참 오묘하면서 노예 계약서 같고 갑이 뭐라고 하면 을은 뭐라고 해야 한다 다 이런 내용뿐이에요. 을이 주어가 되는 것은 한 군데 뿐이에요. “을이 잘못했을 시에는 갑이 뭘 한다” 이런 거예요. 참 팔려가는 거 같고.
이 외에 회사가 한 인간을 검증하기 위하 지나치게 불필요한 정보를 요구한다. 두 사람은 계약서를 본인이 나누어 가졌지만 한 사람은 회사가 보관하고 있었고, 가족에 대한 정보, 가족들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재산은 어느 정도인지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사장이랑 트러블이 있어서 15일 있다가 나왔어요. 15일이 전쟁터였죠. 매일매일.
이렇게 시작된 B의 무용담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출근하면요, “미스 신, 커피 타 와.” 딱 이래요. 자기는 신문 보면서. 야, 이거야말로 바로 말로만 듣던 그 커피 심부름이구나 했죠. 어차피 돈이 필요해서 오긴 했는데, 이건 아니다. 이러면서 커피를 바쳤어요. 그 다음에는 질문을 해요. “신문 봤냐?” 아침마다 시사문제를 자꾸 물어보는 거예요. 우크라이나 총리 이름을 아냐고 물어봐요. 전체적으로 무시하는 어투와 시선으로요. 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책상 닦기예요.
B의 사장은 전형적인 캐릭터 때문에 마치 영화 속의 인물 같았는데 자신에 찬 고정관념은 모인 이들을 더욱 놀랍게 했다. B를 거울 앞에 데리고 가서 거울을 보게 하면서 이런 차림으로 밖에 내보낼 수 없다며 세세한 외모 코멘트를 한다.
너 옷차림이나 화장도 좀 신경을 써라… 우리 회사의 프라이드가 있으니까, 니가 여성스럽게 정장을 입고 다녀라… 무조건 정장이고 정말 캐주얼 정장도 안 되는 거예요. 화장도 정말 두꺼운 화장을 원하고 구두도 니가 키가 너무 작다, 160 조금 안 된다 했더니 너무 작다, 적어도 구두를 7, 8센티는 신고 다녀라.
여성이라면 임금, 금품 등의 지급, 승진, 배치에서의 차별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소위 ‘남성용’이라고 해서 여성에게 덜 주어질 이유는 없다. 그런데?
남자들은 3개씩 나와요. 저는 2개를 줘요. 그래서 노조 위원장한테 왜 두 개만 주냐고 물었어요. “안 쓰잖아?” 이러는 거예요. 남자들은 쓰든 안 쓰든 세 개에요. 지점 언니들도 2개라는 거예요. 진짜 울컥하더라니까요. 차별이죠. 그거 5만 원 넘는데.
겨울마다 영업사원들을 위한 잠바가 나와요. 그런데 제 거만 안 나와요. “남자 옷인데 갖다가 뭐할라고? 갖다가 걸레 할라고?” 이러는 거예요. 잠바는 남자 옷이라는 거예요. 운동할 때라도 입으면 좋은 건데, 갖다 버려도 안 받으면 서운하거든요.
재화에도 성(性)이 있다. 분배는 더욱 성별을 기준으로 한다. 아직! 우리가 일하는 대부분의 공간은 너무도 고리타분했다. 곳곳에 성별고정관념이 여전히 견고한 것을 확인하면서 업무의 배치에 있어서도 여성은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고 결혼이나 임신이 차별적인 업무배치의 사유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B의 회사에서는 이런 이유로 여성들을 핵심 업무에 배치하지 않고 상위 직급에 있더라도 하급 남자직원에게 업무지시를 받도록 하는 문제가 있었다.
차별은 자명하다.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고도의 감수성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차별문제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가? 신입이니까, 계속 회사에 다녀야 하니까, 앞으로도 ‘그 사람’과 같이 일하고 밥먹고 회식해야 하니까 불편함을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대화는 동등해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인식론적 우위에서, 보다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말 할 수 있다.
여직원이 피해를 많이 받는다는 생각에 우리 지점에 언니들을 한번 모아봤어요. 모일 기회가 있었거든요. “우리 회사는 출산을 하면 당연히 나가야 되는 건가 봐요”, “대리님이 더 높은 업무인데 통제를 받고 있는 업무를 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말을 던졌죠.
혼자여서 외롭다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모으는 기본적인 전략이 있다. 일대일 대응도 가능하다.
모 주임님이 이러는 거예요. “너, 서른 살쯤 되면 퇴직하지 않겠냐? 결혼하고 그러면 그 때까지 다니겠네?” 선배인데 너무 기분이 나빠서 나중에 따로 불러가지고 아, 그런 말씀은 삼가 달라, (좌중 웃음) 왜냐면 회사에 누구나 입사를 하면 회사에서 미래를 보고 희망을 보는 것인데, 주임님이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내 미래가 없다. 그 한마디에 미래가 다 없어지는 거 같고, 회사에서 나중에 기생충 같은 존재가 된다고 말을 하니까 진짜 속상했어요. 무의식적으로 한 말에 되게 상처를 받아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하지 말라고 했어요.
B가 겪은 15일의 전쟁 같은 일은 어떻게 마무리 되었을까? 타고난 키를 문제 삼는 것 외 다수, 70년대식 여직원을 요구하는 사장에 대응하는 방법은 이렇다.
저는 할 얘기를 다하고 나왔어요. “이게 무슨, 고리타분하다. 요즘에 커피 타는 애가 어딨냐? 니가 타 마셔라” 이랬어요. “내가 키 작은 게 무슨 죄냐? 능력의 문제냐? 꼭 키 커야 되냐? 오죽했으면 사람들이 다 나갔겠냐? 자기를 좀 돌아봐라”고요. 사장이 막 노발대발 하는 거 예요. 뭐 너같은 애가 다 있냐고 소리를 지르고 막 뭐를 집어 던지고 “나가!” 이랬어요. “너 돈 당장 줄 테니까 너 봉투 꺼내와” 이러는 거예요.
나 이제부터 직원 아닌데 왜 나한테 시키냐, 니가 가져와라 그랬어요.(좌중 웃음) 그러더니 (자기 손으로)돈 넣어 주더라고요. 잠시 후에 그래도 사장과 직원 간에 일하고 싸웠던 정이 있었으니 “좋게 하고 끝내요, 사장님” 이러면서, 나가서도 어떻게 볼 지도 모르고 그래서 음료수 하나를 줬어요. 그 사장이 거기에서 좀 녹았나봐요. “그래, 좋게 끝내자. 어차피 끝낼 인연인데...”하면서. 다시 또 조용하게 말을 시작했어요. 내가 이렇게 일하면서 이런 점은 너무 싫었고... 그렇게 하고 이 사람도 사장이라고 자기 철학이 있어요. 그래도 내가 이런 점은 고려를 해라, 직원도 일하는 즐거움이 있어야 일을 하는 거니까 그런 점들은 알아달라고 했더니, 그래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여기에서 다시 일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싫다고 했어요.
우리는 평등한 의사소통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거부할 권리는 있으나 권리를 현실화할 도구는 멀기만 한 법, 다가가기 어려운 노조, 참고 사는 선배 정도였다. 실제로 우리는 동등하지 않다. 사장 앞에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알란파커의 핑크플로이드의 벽에 나오는 소시지 같은 존재, 그렇게 하잘것 없이 대중교육을 받으며 비슷하게 키워진 우리다. 기계를 타고 살아가는 인생은 얼마나 무료한가? ‘소시지’로 귀결되는 삶이 아니라 보다 방어력 있는, 소통능력이 있는 우리가 되기 위해서 내 분노를 내가 다스릴 줄 아는 자유를 위해 ‘그’를 따로 부르거나, 음료수 한 잔 앞에 놓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 보자.
싱기루 ● 그러다가 답답하면 누르세요. 706-5050.
화술, 성격 개조에 관심 많은, 미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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