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12월호 [민우ing] 나이차별 전문가 간담회-나이, 숫자를 넘어 실체에 다가가다
사 회 권미혁(민우회 반차별팀)
참여자 조이여울(=여울, 여성주의 저널 일다), 시타(여성학 강사),
공현(청소년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박석진(석진, 인권운동사랑방),
신윤동욱(=신윤, 한겨레 21), 락소년·신기루·꼬깜(민우회 반차별팀)
정 리 : 꼬깜
2008년 9월 22일, 703건의 설문조사를 하고 난 후 남은 질문 몇 가지. 2차례의 집담회로도 풀리지 않는 나이차별에 대한 단상과 욕심들을 모아, 우리 사회의 나이차별의 실체에 다가가 보고자 했다.
나이 ‘숫자’에 갇힌 편견과 통념, 그것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제도, 그 익숙한 것들에서 자유롭기 위한 이야기들을 인권/청소년/여성/언론사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통해 들어보았다(3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집담회를 2페이지로 줄였기 때문에 상당히 압축적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봐주시길).
나이차별 넌 누구니? 왜 이렇게 다가가기 힘든 거니?
_장유유서와 ‘젊음’에 대한 과잉된 가치
여울: 한국사회에서 나이와 관련된 것에 두 가지가 혼재돼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장유유서 질서, 특히나 어렸을 때 존댓말을 배우는 과정, 그 어려웠던 과정을 생각을 해보면 장유유서의 질서가 개개인들이 느끼기에 버거울 정도로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든 사람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는 것은 또 아니에요. 연령대별로 봤을 때 우리 사회는 젊은 층에 굉장히 가치를 두고 있어요. 생산성, 능력 그리고 아름다움이 다 젊음으로 표상이 되지요.
신윤: 그 나이대는 뭐하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연봉 얼마에 집을 갖고 이런 것들이 한국사회는 굉장히 단단하게 구성이 되어 있잖아요? 제가 결혼 안 하니까 저희 엄마가 불행해져요. 이런 식의 문제제기, 생애주기를 흩트려 놓는 것이 어떤 면에서 사회가 민주화되는 것일 수도 있고, 이런 게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잖아요?
신윤: 지하철에서 자리양보 문제를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체력나이를 절대시 하는 경향이 있어요. 거기에 장애나, 질병이라든가 이런 거가 들어올 여지가 없잖아요? 20대? 아, 건강하지 이런 거요. 저 안 건강했거든요.(웃음)
석진: 생애주기가 결정되는 것 자체를 차별로 볼 것이냐, 아니냐는 상당히 애매한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꼭 나이가 아니더라도 나이의 조건, 그런 것들이 있는 거면 차별로 이야기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존경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랫목을 내드리고 싶은 거는 차별로 이야기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무조건 차별이 아니라 상대방을 고려하는 마음이 될 수도 있다고 봐서 문화적으로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여울: 나이가 드는 것은 차별로 얘기될 수 없죠. 쓰이는 맥락들이 다 있는데 모든 것들을 다 잡아가지고 나이에 대한 편견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공현: 나이차별이라는 개념이 과연 성립 가능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분류적으로는 딱 범주를 정할 수 있는데, 어떤 운동이나 정치를 할 때 기반을 줄 수 있는 개념인지 모르겠어요. 워낙 나이에 따라 경험하는 조건이나 차별이 다르잖아요? 차라리 미성년자 차별이나 아동 차별, 노인 차별, 중년 차별? 등 대상이 분명해야 접근하기 용이할 것 같기도 해요. 반면 그 차별의 대상을 구획 짓는 것이 또 다른 나이주의를 낳는다는 모순도 있지만요.
시타: 또 하나는 가족주의 문제가 크다고 보는데 ‘딸 같아서 반말 했다, 자식 뻘인데, 부모뻘인 사람한테 그럴 수 있냐’부터 시작해서, 모두가 모두에게 부모이고 자식이기 때문에 훈계하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사회를 개인들 간의 시민관계가 아니라 확장된 가족으로 생각을 하고, 그런 방식으로 관계 맺는 것을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그것도 굉장히 한국적인 가족인거죠.
나이주의와 나이차별의 함수관계, ‘나이주의’에 대한
조심스러운 지지
시타: 나이차별과 나이주의를 구분하는 것의 문제에서는 정치적인 액션을 만들거나 이럴 때에는 ‘나이차별’ 이라는 단어를 써야만 하는 국면이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분명한 부분이 있지만, 그 얘기를 하다보면 나이주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몇 살 이후는 정년퇴직이다’ 라고 하든지, ‘승진 때는 나이순으로 한다’이런 것은, 어떤 나이는 무엇, 예를 들어 10대는 미래의 새싹, 이런 식의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다 포괄하는 나이주의의 뒷받침 없이는 저런 식의 고용차별이 정당화 될 수 없거든요. 결국 신념이나 고정관념 체계로서의 나이주의를 건드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현재 활동 속에서 나이주의는 무엇이고, 나이주의를
넘어서는 길은 무엇일까? 나이주의, 나이차별을 넘기
위한 상상과 기획. 대통령이 20살이라면?
사회: 사람들이 막연하게 조금 느끼기는 하지만 그걸 의제로 던지는 거 있잖아요? 나이도 어떤 방식으로 던질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 구조적으로, 아니면 발랄한 아이템은 어떨지, 통용되는 순간 나이주의와 연관되는 것이 없을까? 대통령이 40세 이상인데 왜 그런 건지 상징적으로 문제제기를 해볼까 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석진: 실제로, 프랑스 대선에서 34세인가 37세 후보가 선거에 나왔었다고 해요. 굉장히 진보적인 집단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신윤: 예전에 저희도 대통령 나이 잠깐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그루지아 같은 경우를 보면 러시아랑 그렇게 돼서 나라를 말아먹은 게, 장관들 나이를 보니까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이라고, 그 얘기를 들으니까 ‘아, 진짜 어리긴 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요.
공현: 선거라는 게 딱 처음에 균열을 내고 들어가기에 적합한 면이 있기는 한데 그게 논리가 잘 안 나와요. 저희도 지난 번 교육감 선거 때 기호0번 청소년 후보 해가지고 선거를 했어요. 18세 이상 선거권, 25세 이상 피선거권 이런 거 다 무시하고 한 건데 선거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자에서 18에는 미성숙하다가 19세에는 성숙해지느냐가 제기돼요. 똑같거든요. 어느 나이로 들어가든 간에요. 40세에서 만 30세나 25세로 낮추더라도 똑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사실 그것은 논리라기보다는 행정적인 편의잖아요? 차라리 대의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문화적인 도전은 가능하다
석진: 여울의 쟁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근본적으로 나이주의와 나이차별에 대해 노동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게 뭔가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런데, 그 외에 우리가 고민하는 나이차별, 나이주의가 그 문제를 제기하면서 과연 후련해질까라는 고민이 들어요. 노동시장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것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일상적인 잡담수준이라도 굉장히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는 것은 보편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건데 그것이 운동이 되기 힘든 이유는 어디서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노동시장에 대한 접근도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이차별이 굉장히 다층적이고 역사적이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꼬깜: 구체적으로 운동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어떤 언어와 구호로 사람들에게 나이주의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요? 그것이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참신한 아이템이 필요해요.
신윤: ‘묻지마 캠페인’ 어때요? 나이주의 때문에 모두가 불행하다, 억압과 피억압이 있어서 억압하는 한 측은 그나마 괜찮은 다른 차별에 비해서 나이차별은 모두가 불행하고 어떤 순간에 니가 가해자였지만 어느 순간에 피해자가 된다, 전 생애주기에 걸쳐서? 이런 점을 강조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민우회에서는 10월 18일 대학로에서 <내 나이 묻지마세요>라는 제목으로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캠페인은 “나이를 넘어 행복했던 순간”, “언제 상대의 나이가 궁금한가?”등의 질문으로 구성된 참여 게시판과 힙합공연, 나이와 관련된 가장 기분 나쁜 말 뽑기 등 나이와 관련된 편견과 생각, 경험을 마주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것으로 집담회에서 나온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토대로 캠페인을 기획할 수 있었다. 나이주의, 나이차별과 관련된 활동을 내년에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모두가 갖고 있기 때문에 선뜻 버리기 어려운 나이, 그리고 나이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운동에 기대 만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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