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S전기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 불이익 사건- 검찰 발송 여성단체의견서
S 전기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 불이익 사건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하는 여성단체 의견서
고소인: 이은의
피고소인: 주식회사 S전기(대표이사: 강ㅇㅇ, 현 대표이사: 박ㅇㅇ)
1. 사건의 개요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 서울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07년 2월부터 이은의(이하 피해자)님으로부터 직장내 성희롱에 관한 상담을 접수하고 사건을 지원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본 사건은 피고소인 회사에 근무하면서 2003년, 부서장인 박ㅇㅇ에게 머리카락을 만지고 속옷 근처를 만지는 등 반복적인 성희롱을 하고, 2005년 5월~6월, 유럽 출장시 부루스 추기를 강요하고 피해자의 엉덩이를 친 성희롱 사건이후 피고소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불리한 처우를 받은 사건입니다. 불리한 처우의 내용은 2005년 7월경부터 2006년 1월경 까지 7개월의 대기발령, 2007년 2월부터 근무한 IR부서에서 미팅, 회의, 회식자리에서 배제 하는 등 업무를 주지 않고, 일상적으로는 말 걸지 않는 등 따돌림, 2007년 4월 17일 현재 근무중인 사회봉사단 강제발령, 이후 업무 부여하지 않기에 이릅니다.
본 사건에서 2003년 가해행위와 회사의 사후 조치 미흡에 대해서는 2008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07진차463)이 있은바 귀 청에서도 이 점을 적극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이 사건 1차 수사기관인 경인지방노동청 수원지청은 지난 3월 3일, ‘2005.7.1 대기발령을 받은 사실에 대하여는 공소시효(3년)가 만료되어 불기소(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이후 IR부서에서의 업무 미부여 및 사회봉사단 발령에 대한 혐의에 대해 범죄혐의를 확인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불기소(혐의 없음)의견‘으로 귀 청에 사건을 송치했습니다.
노동부의 결정사항은 해당 사건에 대한 본 단체들과 성희롱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기대를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봅니다. 본 단체들은 이번 사건에서 최초에 발생한 직장내 성희롱 사건과 이에 대한 미흡한 해결이 지속적인 피해 상황을 만들어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초래한 사건이라고 판단합니다. 성희롱 피해자는 물론 피해 주장을 한 사람에 대해서도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고 있는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 상 직장내 성희릉 금지 및 예방 조항의 취지에서 판단하였을 때 이번 사건은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 불이익에 대한 적극적이고도 엄격한 판단이 요구되므로 이에 의견을 제출하는 바입니다.
2. 노동부 결정의 문제점
1) 직장내 성희롱 피해 및 문제제기로 인한 불리한 처우에 대한 판단원칙의 부재
직장내 성희롱 사건의 인정 및 미흡한 조치라는 구체적 사건이 존재하고, 법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고자 하는 당사자가 있다면, 해당기관의 책무는 확정된 사실에 대해 적용할 구체적인 판단 근거와 지침을 가지고 있어야 해당 법의 목적을 실현하고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부는 직장내 성희롱 사건의 경우 업무매뉴얼을 개발하는 등 사건의 판단과 처리에 있어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있으나, “피해자 보호 철저” 수준의 원칙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작 성희롱 사건과 불리한 처우 간의 인과관계, ‘그 밖의 불리한 처우’에 대한 해석과 적용 등 내용적인 판단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습니다. 하여, 사실상 본 사건에 대한 판단과 수사는 담당 근로감독관의 능력과 판단에 의해 행해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법 조항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 않음을 반증할 수 있는 자료로는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한 불리한 처우 사건의 진정, 고소 사건 처리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동부는 해마다 ‘노동백서’를 통해 행정활동 결과를 총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백서 발간이래, 해당 법 조항 신설 이후 백서에서는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한 불리한 처우에 대한 사건 처리 결과를 보고하고 있지 않습니다. 진정, 고소 사건의 건수만을 보고할 뿐 그 결과에 대해서 보고하지 않고 또한 직장내 성희롱 사건 안에서도 분화된 주제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형태의 자료가 전혀 존재하지 않아 그 실효성을 의심케 합니다.
2) 공소시효 기산 기준 설정의 임의성 및 오류
본 사건에서 노동부는 2005.7.1을 대기발령 시점으로 보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났으므로 시효가 경과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기발령만이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한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발생 당시뿐 아니라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현재에 이르는 상황 전체가 ‘불리한 조치’입니다. 피해내용이 지속되고 있다면 해당 행위가 중지된 때를 기점으로 하는 것이 옳습니다. 지속적인 피해가 있었고 고소인의 주장 또한 대기발령, 왕따 및 업무 미부여 시기, 사회봉사단 전보 등 크게 3시기가 있음에도 사건 직후의 1차 피해내용만을 판단한 점은 임의적인 선택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2005.7.1.은 대기발령이라는 명확한 통보조차 없이 방치되었던 기간으로 단순히 직장내 성희롱 이후의 특정한 일자 일뿐 고소인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날입니다. 가해자인 박ㅇㅇ이 퇴사한 날이 6.30.이고 고소인의 발령이력 상에는 2005.7.10.까지로 B프로젝트 팀 소속으로 돼 있고, 2006.1.23.까지는 기록조차 없는 기간으로 노동부가 정한 기산점은 물리적인 직장내 성희롱 사건 자체의 종결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시효 만료’는 근거가 없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직장내 성희롱 사건 자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한 불리한 처우과 불이익에 대한 것을 다루는 것입니다. 따라서 해당 사건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며, 시간의 경과는 고소시효의 도과에 관한 것이 아니라 불이익 상태의 지속성, 가중성을 뒷받침하는 논거에 해당합니다.
3) 사용자 입증책임 전환의 문제
불이익의 핵심적인 내용인 업무 미부여 및 사회봉사단 발령에 대해서는 ‘범죄혐의를 확인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라고 했는데, 이는 사용자 입증책임을 피해자에 게 전가한 논리입니다. 노동 관련 법에서 입증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습니다(법 제30조). 피해자 스스로 피해 내용을 입증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피해로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정당성을 입증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 그 혐의를 인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증거 없음의 기각 사유는 피해 내용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정당성에 대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입증 책임이 전가된 결과, 1차 수사 단계에서는 사건의 판단을 다루어야할 핵심적인 내용이 누락되고 고소인과 본 단체들로서는 그 내용을 확인조차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본 단체들은 성희롱 사건의 피해와 차별성을 판단하기 위해서 피해 당시 소속 팀원 중 성희롱 피해를 받지 않은 자와 비교하여 승진 및 처우에 관한 내용, 업무 미부여 및 왕따 행위와 관련하여 고소인 소속 회사 통상의 대리급이 맡고 있는 업무 양과 역할 및 직무, 다른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 및 문제제기자의 재직여부 및 구체적인 보호 조치의 내용이 확인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내용은 사용자측이 마땅히 증거를 제시하고 사용자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 위법성과 책임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시효 및 증거 등 절차적 판단에 치중하여 정작 본체가 되어야할 내용에 대한 수사와 판단을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노동법 상 노동자의 지위, 직장내 성희롱의 피해의 특수성, 고용평등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고려하여 사용자가 인사권을 정당하게, 남용함이 없이 발휘하였는지, 또한 피해자 보호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에 대한 귀 청의 적극적인 수사와 판단을 구하는 바입니다.
3. 본 사건의 쟁점과 판단
1) 성희롱 사건의 발생과 인사상 불이익의 인과관계의 문제
최초의 원인 발생과 그로 인한 연속적인 악영향이 이어질 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차별적 행위의 첫 단추를 시정해야 할 것입니다. 본 사건에서 장기간의 대기발령과 새로운 부서에서의 업무배제와 왕따 행위는 최초의 성희롱 문제제기와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대기발령 및 업무배제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피해자는 회사와 지속적인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피해자가 일관되게 요구한 것은 가해자와 같은 건물에 근무하게 되어 가해자와의 대면을 피하고자하는 피해자로서의 당연한 권리 주장이며 이후의 부당한 요구에 대한 시정 요청이었습니다. 거듭되는 면담 과정에서 회사측은 이와 같은 인사 조치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점 또한 이 사건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사측의 소극적인 태도의 연장선임을 뒷받침합니다.
성희롱 사건과 인사상 불이익한 조치간의 인과관계가 본 사건의 쟁점인 바, 직접적인 성희롱 사건과의 시간상의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최초의 성희롱 사건 문제제기에 대한 불이익 혹은 방치의 결과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사건 간의 시간상 차이를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에 대한 연속된 결과이자 크게 보아 단일한 사건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입니다.
2) ‘피해자 불이익’에 해당하는 내용 범위의 문제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의 상담내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직장내 성희롱 상담입니다. 2005년 1월~2008년 6월까지의 1,313건의 상담 중 직장내 성희롱 상담은 452건으로 전체의 34.4%를 차지합니다. 이중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에 대한 상담이 다양한 내용으로 지속적으로 상담이 접수되고 있습니다. 피해자 불이익의 양태는 문제제기 후에 해고되거나 수년 전의 성희롱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로 회사 안에서 압력을 받고 승진에서 누락, 피해자를 업무적으로 괴롭히기, 가해자를 지지하고 피해자를 비난하여 조직에서 적응하지 못하도록 위축시키는 등 광범위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엇이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인가를 판단함에 있어, 현장에서 접수된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내용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희롱으로 문제제기 한 후 절대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이 퇴사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의 호소 내용 또한 성희롱 사건 직후나 ‘성희롱 사건’만이 독립적으로 원인이 되어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부당노동행위의 경우에 준용, 유추 해석한다면 업무를 주지 아니하는 행위, 잔심부름, 잡초제거 등의 잡일을 시키는 행위, 망년회 운동회 등의 회사행사에 참가시키지 아니하는 행위, 사생활을 공개하는 행위, 업무상 조합원을 차별하는 행위를 불이익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은 이러한 업무를 주지 아니하고 각종회사의 행사 나 업무회의, 업무 분장에서 소외시켰으므로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음이 명백하고 이는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차별이라 할 것입니다.
본 단체들은 이러한 사건 쟁점과 문제에 대해 아래와 같은 적극적인 판단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4. 결론 및 요구사항
1) 본 사건은 부당한 인사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직장내 성희롱 문제제기한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사건입니다.
피해자가 2003~2005년 발생한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었더라면 전혀 다른 직장생활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기대이익을 고려하여 이번 사건이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일반적인 사건과는 달리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가 있어야 함을 주장합니다.
2) 피해자 불이익 조치의 내용은 실체적인 피해 내용에 기반을 두어서 판단, 해석되어야 합니다.
상담사례에서 드러나듯, 피해자 불이익 조치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바 이 점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인 불이익 방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와 같이 대기발령, 업무배제, 왕따는 성희롱이 발생한 사업장에서는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의 내용이므로 이 점을 인정하여 사건 판단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3) 피해자 불이익 금지 조항의 취지를 살려 피해자가 계속해서 일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보호를 하여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S전기 측은 성희롱 피해자가 아니라 문제 제기자에 대한 보호까지 규정한 성희롱 금지 법률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문제를 방치, 피해를 심화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에 대한 보상의 책임은 명백하다고 봅니다.
4) 시효나 증거의 문제가 아닌 본질적인 판단을 구합니다.
본 사건에 대한 노동부 결정은 피해자의 간곡한 호소와 본 단체들의 염원을 저버리고 시효나 증거 문제로 협소한 판단을 하였다고 봅니다. 성희롱 사건으로 인한 실질적인 불이익의 내용과 그로인한 결과에 대한 귀 청의 적극적인 수사와 판단을 구합니다.
본 단체들은, 이 사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사건 처리 과정과 결과, 귀 부서의 판단 결과와 근거를 주시할 것이며, 사회적으로 사건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려나갈 것입니다. 부디, 귀 청에 대한 본 단체들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여, 직장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 직장내 성희롱 사건의 근절을 위한 발판을 놓는 적극적인 수사와 판단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2009년 3월 27일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서울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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