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10월호 [특별기획]당신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 故 최명숙 선생님을 추모하며
[특별기획]당신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 故 최명숙 선생님을 추모하며
9월 1일 오전 10시 40분, 우리가 많이 사랑했던 최명숙(한국여성민우회 전 공동대표) 선생님과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와 함께해서 행복했던 나날들을 기억하고자 특별기획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슬프다. 한 없이 슬프다. 민우회와 2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한 그녀가 갔다.
오랜 시간을 민우회와 함께 했던 그녀의 삶은 민우회의 역사와 같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녀만큼 한 단체에서 깊게 뿌리를 박고 헌신적으로 활동한 운동가가 없을 듯하다. 우리는 그녀를 민우회의 ‘진품명품’이라 말하곤 했다. 한순간 확 불붙기는 쉬어도 그 불씨를 간직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20년이 훌쩍 지난 시간동안 마음속에 늘 여성운동의 강렬한 불씨를 간직하고 가꾸어온 그녀의 성실함이 민우회의 자산이었다.
그런 그녀가 갔다. 하지만 그녀의 열정을 담은 그간의 활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녀를 기억하기 위해, 함께해서 행복했던 그 추억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보자. 이별하였지만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서 함께하고 있는 그녀에 대하여-
故 최명숙(한국여성민우회 전 대표) 약력
1986. 2 여성평우회 회원활동
1987. 9. 12 한국여성민우회 창립 발기인
1987 홍보부 간사 (함께가는 여성 담당)
1990. 1 노조사업부 간사 (계간 사무직 여성 담당)
1992~1993 한국여성민우회 계간 사무직여성 편집실장
1994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직여성부 간사 (상담, 교육 담당)
1996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직 여성부 여성노동상담실장
1997~1998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추진본부 사무처장
1997~1999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사무국장
1997~2001 한국여성단체연합 노동위원회 위원
2000.7~10 독일 <국제여성대학> ‘Work’ 과정 이수
2001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사무국장
2002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직위원회 위원
2002~2004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
2002~2004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운영위원
한국시민사회아시아센터 운영위원
서울지방노동청, 고용평등우수기업 심사위원
2003. 8~2004. 7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위원
2005~2007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서울시 서울의제21 사회형평분과 수정위원
MBC 시청자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대외협력·교육전문위원회 위원
노동부 정책평가위원
2006~2008 서울시녹색시민위원회
2006~2009. 8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
노동부 적극적 고용개선위원회 위원
2007 한국여성단체연합 20주년 기념사업 운영위원
2008. 1~2009. 8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장
* 그녀를 기억하다
그
녀에 대해서 어떠한 내용의 글을 쓴다는 것이 아직은 힘들다. 처음 그녀의 부고 소식을 알려야 할 때도 단어 하나 써 놓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다가 슬퍼만 할 수도 없었던 상황이라 다시 자판을 두드렸던 생각이 난다. 그녀와의 이별이 너무나도 갑작스러워서 더욱 슬펐던 것처럼, 그녀도 그랬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이 남겨져 있을 텐데…
그래서 그녀를 기억하는 방법을 그녀의 글 속에서 찾았다.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기억하며, 그녀를 생각해 보기로 말이다.
#. 그녀가 말했던 민우회 - 희망과 대안을 만들어가는 여성운동 속의 민우회 그리고 사람들
어느 새 바람 끝에서 봄기운이 느껴지네요. 곧 새싹들이 꼬물꼬물 올라오겠지요. 계절의 변화와 함께 순환하는 자연과 생명에 가끔 민우회를 대입시켜 보곤 합니다. 창립 18년이 된 민우회는 어디쯤 와있을까? 단순히 몇 년이라는 숫자로 현재를 표현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민우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걸 보면 녹음이 짙은 계절은 넘은 것 같습니다. 이번 총회에서 공동대표로 선출된 저는 이제 막 올라온 새싹이지요. 그렇기에 민우회가 쌓아온 역사와 틀에 안주할 가능성도 많겠지만, 지금까지 만들어온 성과를 보다 발전시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대안적인 가치를 만들고 확산시켜 그것을 현실화시켜가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함께 할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여성운동과 민우회가 되는데 밑거름 역할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낙엽이 무성한 고목이 되기엔 민우회가 할 일이 아직 너무 많으니까요. 2005년 새해 회원 여러분 모두 다 행복하세요!
-함께가는 여성, 2005년 1~2월호, 새내기 신임 대표들! 中에서
#. 그녀가 말했던 회원 - 나는 오늘도 민우회에 간다
민우회 회원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다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명예가 따라오는 것도 아닌데도 그렇게 시간과 열정을 민우회에 쏟아놓느냐고. 심한 경우는 혹시 사이비 종교집단이 아니냐는 의혹을 살 정도 이었으니 회원들의 열성이 남다르게 보이긴 하나보다.
민우회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회원이 주체가 되는 활동이 유난히 많다는 거다. 사회와 지역의 굵직굵직한 문제에서부터 생활 속의 작은 것까지 민우회 활동의 한 가운데는 회원들이 있고, 그런 활동에 튼튼한 기둥이 되는 게 지부와 본부 모임과 위원회 활동이다. 1주일에 1회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거기다 몸만 오면 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든 자료를 준비해 도은 뭔가 준비를 해야 하니 그 열의가 대단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늘도 민우회 회원들은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까지 잠재능력과 신명을 펼쳐 놓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과 시도를 하고 있다. 그 과정이 바로 참여하는 여성운동, 생활 속의 여성운동, 함께하는 여성운동을 하고자 하는 우리의 길이 아닌가 싶다.
-함께가는 여성, 2003년 5~6월호, 민우회 취재기 1 中에서
그녀가 말했던 상근활동가 - 여름나기
지난 7월초 본부 상근활동가들이 워크샵을 끝내고 잠시 들른 안면도 꽂지 해수욕장에서 평소보다 훨씬 천진난만하고 발랄한 모습들이 오고가는 사진들과 눈을 맞추고 있다. 늘 뭔가 쫓기듯 살아야하는 상근활동가들이 저렇게 부담감 없는 얼굴로 놀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남들 여름휴가 떠날 때 사무실 출근하며 9월 콘서트 끝나고 혹은 가을 토론회 끝나고 휴가 쓸려고 맘먹고 있는 상근활동가들, 그대들의 소박한 소망이 이루어지길…
- 함께가는 여성, 2005년 7~8월호, 민우회의 여름나기 中에서
그녀가 활동하면서 하기 싫었던 일 - 명절 인터뷰
나에게 민우회 활동을 하면서 하기 싫었던 일을 대표적으로 꼽으라고 한다면 웃어라 명절 캠페인 인터뷰이다. 특히 생방송은 피하고 싶다 .이유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언제 돌발 질문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나이도 웬만큼 있다 보니 진행자가 나를 결혼한 여성으로 여기는 경우가 거의 100%에 가깝다. “댁에서는 남편이 명절 때 일을 같이 하시죠?” 라고 물어보면 나는 뭐라고 할 것인가? “아~ 네 저는 결혼을 안했고요” 해 봐라,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이 민우회와 나를 신뢰하겠는가? 누구는 할 줄 몰라서 이러고 있나, 저것(들)이 현실을 모르니까 저렇게 꿈같은 소리나 하고 있지 라고 생각할 여지는 많아진다. 그럼 실패한 인터뷰가 된다. 비록 내가 결혼은 안했지만 종갓집 둘째 딸로서 엄마와 올케가 겪는 명절노동의 힘듦을 너무나 잘 알기에 명절노동을 함께 나누고 함께 즐기자는 캠페인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나보다. 이미 너무 많은 전제를 가지고 있다.
-함께가는 여성, 2005년 7~8월호, 민우회의 여름 나기 中에서
그녀가 우리에게 모두에게 - 저의 수호신이 되어 주셔셔 고맙습니다. 모두 모두 건강하세요.
12월초면 항암치료가 모두 끝난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또 다른 단계로 접어들어야 한다. 재발위험이 있기에 꾸준한 운동과 먹거리, 마음수련 등 일상의 절제와 관리가 뒤따라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암세포가 죽냐, 내가 죽냐라는 비상시국이었기에 긴장감 속에서 생활을 조절해왔지만 한 고비를 넘겼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지난 1년 쉼표를 찍으며 참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했다. 아침공기에서, 골목길의 꽃 한그루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에서, 길거리의 간판에서... 이전에 무심하게 흘려보낸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참으로 고맙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것 또한 잊고 싶지 않은 느낌이다.
상근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싣는 <평동 사무실에서> 원고청탁을 받고 아픈 게 뭐 그리 좋은 일이라고 글까지 쓰며 만방에 알릴까 싶은 마음에서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신 너무나 많은 분들에게, 또 지난 1월의 민우회 총회에서 쾌유를 빌며 희망의 메시지를 써서 유리항아리에 가득 담아주신 회원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서라도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다는 마음에서 원고를 쓰게 되었다. 저의 수호신이 되어 주셔셔 고맙습니다. 모두 모두 건강하세요.
사무실 출근을 해서 손을 흔들며 ‘안녕,안녕’하며 말하던 모습이, 술이 취하면 딱꾹질을 하던 모습이, 눈을 맞추며 ‘민짜~잘 되고 있어’라고 말하던 모습이, 앞이 보이지 않으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돼’ 하며 어려운 산을 하나씩 넘어가던 모습이, ‘노는 게 남는 거다’라며 일상의 즐거움을 찾던 모습이, ‘건강 챙기는 것 미루지 마라’라고 언제나 걱정해주던 모습이… 어느 날, 어느 순간, 늘 생각날 거예요.
사람과 자연에 대한 따뜻한 애정으로
열정적으로 살다가다
최명숙, 2009. 9. 3 하늘숲 추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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