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여름 [민우ing] 점심시간 유급화 : 점심시간 유급으로 제대로 쉼표 찍는 오늘을
점심시간 유급으로 제대로 쉼표 찍는 오늘을
최윤라(민트) 여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한국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090시간(2011년도). OECD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노동시간이 긴 나라다. 남성은 생계부양자로서 새벽별 보고 출근해서 달 보고 퇴근하고, 여성은 종일 노동도 모자라 퇴근해 돌아와 가사일이며 돌봄에 전념하게 되며 회사에서 퇴근해 집으로 출근하는 것이 일상의 풍경이 된지 오래다. 지치다 보니 에너지 드링크에 의존하는 하루가 점점 늘어만 간다. 에너지 드링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현실을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곳곳에서 제시되고 있다. 절실한 과제로 얘기되는 노동시간 단축.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대체휴일제 도입, 연차휴가 사용 확대, 휴일근로 연장근로 시간 산입 등이 논의되고 있다.
얼마 전 정부에서는 공휴일과 주말이 겹칠 때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하루를 쉬도록 하는 대체휴일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가 보도되는 순간 찬반 입장으로 여론이 떠들썩하였다. 반대하는 여론은 시기상조라고 경제적 손실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찬성하는 입장은 대체휴일제로 노동생산성이 늘어나 생산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여론을 만들고 실질적인 방안을 사회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번 논쟁을 보면서 느꼈다. 한국사회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여나간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모든 것이 시기상조일까? 그렇다면 적절한 때라는 것은 있는 것일까?
바로 지금, 점심시간 유급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에너지 드링크가 아니라 ‘저녁이 있는 삶’이다. 적절한 때는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일하는 사람들의 ‘저녁’을 위하여 한국여성민우회는 올해 즐거운 상상을 제안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서는 노동시간을 1일 8시간, 주 4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4시간의 노동엔 30분, 8시간의 노동엔 1시간의 휴게시간이 주어지고 있다. 통상 아침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들은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가진다. 그리고 휴게시간으로 규정된 1시간의 점심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무급의 점심시간을 유급으로 변경하여 하루 실 노동시간을 점심시간 ‘포함’ 9시간에서 8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여론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그런데 점심시간 유급화를 말하기 전에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점심시간(휴게시간)을 직장인들은 제대로 활용하고 있기는 하는 걸까?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우선 직장인의 점심시간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당신의 점심시간은 안녕하십니까?
“점심 먹는 시간이 업무시간이랑 비슷해요. 서로 눈치 보면서 팀장님 말씀에 다 대답해야 하고, 밥 먹는 속도가 느린 저는 빨리 밥을 먹어야 해요. 편히 먹지 못하고 급하게 밥을 마시듯이 먹고 일어나요.”
“점심시간은 정규직들도 힘들겠다. 이 황금같은 점심시간에 상사랑 같이 먹어야하고…”
(드라마 <직장의 신> 12회 비정규직의 점심식사 장면 중)
점심시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지난 5월부터 시작하였다.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 515명 중 점심시간은 1시간으로 정해져 있다고 답변[표1]한 비율(74%) 이 가장 높았고, [표2] 점심시간은 비교적 잘 지켜지는 편(74%)이라고 답했다. 규정된 점심시간이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표3]에는 일이 많아서(50%), 점심시간을 휴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회사분위기(27%)로 인해 점심시간 확보가 어렵다고 하였다. 또 점심시간과 관련하여 바라는 점[표4]에 대해 물었을 때 응답자 중 41%가 ‘점심시간 동안 업무적인 연락이나 직장관계 등으로 방해받지 않고 싶다.’라고 답하였다. 근로기준법 제54조 2항에서는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휴게시간에는 온전한 쉼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메뉴선택에서부터 상차림까지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끊임없이 업무전화를 받거나, 상급자로부터 감시․감독받거나, 업무 관련 미팅을 하는 등 업무적인 연락이나 직장관계 등으로 점심시간은 끊임없이 방해받고 있었다.
제대로 쉴 곳도 필요해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활용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휴게공간의 확보 또한 직장인들의 중요한 요구사안[표5]이었다. 응답자 중 32%가 ‘점심시간 동안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2011년 한국여성민우회는 식당여성노동자 노동인권실태 조사를 통해서도 휴게공간이 따로 없어서 홀에서 잠시 쉬려고 해도 손님이 오면 바로 일해야 한다는 식당노동자의 애로를 들었다. ‘점심의 발견’에서 만난 백화점 노동자 또한 쉬는 공간이 있어도 탈의실 겸 휴게공간이라 제대로 쉬기에 너무나 비좁고, 그나마 선배들이 그곳에서 쉬고 있으면 눈치를 보며 불편하게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회사에 휴게실이 없어서 사무실 책상에서 잠시 엎드리거나,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휴식을 청하는 직장인도 있었다. 반면 별도의 휴게공간이 있는 일터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그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동료와 함께 회사 뒷담화를 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회사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기타 연습을 하며 제대로 된 쉼을 누리고 있었다. 드라마 <직장의 신> 미스김은 12시 땡! 하자마자 “점심시간입니다만!”을 이야기하며 식당으로 향한다. 전일제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거치는 점심시간,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미스김처럼 당연하게, 제대로 확보되어야 한다.
하루 일과에 쉼을 제도화하기 ‘점심시간 유급으로 제대로 쉼표 찍기!’
“점심시간 자체도 제대로 안 지켜지는 분위기인데 유급화는 너무 이른 것 아닐까요?”, “점심시간에 임금이 지급되면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점심시간 유급화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함을 드러냈다. 점심시간 유급화는 소득 감소 없이 실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이다. 휴게시간은 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다. 노동의 연장선인 셈이다. 점심시간을 근로시간 ‘제외’에서 ‘포함’으로 변경하여 6시 퇴근을 5시 퇴근으로 바꿔 직장에 머무는 시간 자체를 9시간에서 8시간으로 재설정하자. 일주일 일하면 하루‘유급’의 주휴일이, 일 년 일하면 15일 이상의 연차‘유급’휴가가 보장되는 것처럼, 하루 노동에 대해 한 시간의 ‘유급’휴게시간 보장은 정당한 요구다. 점심시간 유급화는 노동자의 소득이 보장되는 ‘쉼’을 가능하게 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가능하게 한다.
2004년 주5일제가 도입될 때 염려를 표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주5일제는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점심시간 유급화에 대해서도 많은 입장이 오고 갈 것이다. 하지만 활발히 여론이 개진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이 사회적 염원이기 때문이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