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겨울 [당신의 책꽂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거부당한 몸>으로 come on!
[당신의 책꽂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거부당한 몸>으로 come on!
김희정(하이디)
회원
내 방 책꽂이에는 습기를 먹어 퉁퉁 부은 책들이 있다.
그 책들은 그야말로 집에서 한가로이 반신욕을 할 때 읽는 책들. 그야말로 반신욕을 하는 30분이라는 시간에 가볍게 읽는 책들이다. 그 중 어울리지 않게 붓기가 있는 책이 수잔 웬델의 <거부당한 몸>이다. “장애여성들의 경험과 통찰로부터 배우는 몸으로 사는 삶의 경험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는 표지를 보고 선뜻 뽑아든 책 <거부당한 몸>. 하지만 웬걸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20p를 읽기가 힘든 책이었다. 반신욕을 하는 인내가 필요한 시간에 가볍게 읽힐 줄 알았던 책의 배반과 장애여성학에 무심했던 무지가 정독을 하게 만들었다. 부어버린 책의 외형만큼이나 읽었던 부분을 다시 곱씹어 읽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여성학자인 저자가 몸이 아프면서 시작된 고민이 정치적인 발견으로 발전한 장애여성학의 초석이 된 <거부당한 몸>은 ‘누가 장애인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장애의 사회적 구성과 해체, 질병과 장애의 상징적 의미를 타자화의 결과로 재해석하는데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과 위트는 마음이 몸을 극복한다는 통제의 환상을 발동시키는 기제를 가리킨다. 그리고 가장 센세이션했던 건 고통 받고 제한된 몸이 간직한 통증의 협상력과 저자의 경험이 빛나는 ‘초월’이란 개념이었다.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장수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사는 나에게 질병 없이 비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을 구입하면서부터 경계 지었던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해하려했던 동기는 장애의 영역이 넓어지고 분리가 모호해지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거부당한 몸이란 사실은 내 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반드시 고통 받는 몸, 고통 없이는 인식되지 않는 몸, 또한 상반되는 감정 없이 단순하게 찬양하기 힘든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야만 한다. 그러면 우리는 몸에 대한 논의에 초월의 일부개념이 들어올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수잔 웬델 <거부당한 몸> 마지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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