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상반기 [활동가다이어리] 파리안녕! : 골목을 돌아 만나는 작은 공원에서의 쉼
[활동가다이어리]
파리안녕! : 골목을 돌아 만나는 작은 공원에서의 쉼
이윤소| 여는 민우회 활동가
큰 행운이 찾아왔어요.
아름다운재단에서 하고 있는 활동가 재충전 지원 사업에 뽑혀 정주언니,
썬과 함께 파리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휴가를 보내고 있는 반아도 파리 일정을 함께 했어요.
지원 서류를 낼 때부터 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 엄청나게 바쁜 일정으로
알찬 여행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사무실 노트북 바탕화면에 에펠탑 사진을 깔아놓고
하루하루 파리로 떠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5월 31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호치민을 거쳐 파리에 도착했어요. 호치민에서 경유를 한 것인데 썬의 깨알 같은 검색 능력으로 transit 투어(베트남 항공의 무료 서비스랍니다)를 신청해 하노이 시내관광을 하게 되었어요. 호치민의 노트르담 성당, 중앙우체국 등을 구경하고, 쌀국수도 한 그릇 먹고 다시 비행기를 탔지요. 짧은 시간의 투어였지만 공항에서 지루하게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즐거웠어요.
기나긴 비행을 마치고 파리에 도착했어요. 비행시간이 길어서 유럽여행을 못하겠다며 투덜 투덜거렸지만, 공항을 벗어나 파리시내로 도착하니 ‘이래서 사람들이 파리~ 파리~ 하는 구나’ 느껴지더라고요. 골목골목 예쁜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고, 박물관, 미술관, 성당도 많고, 예쁜 공원에는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도 볼 수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은 ‘그냥 걷기’였어요. 파리에 도착한 날 정주언니의 프랑스 친구Laurent와 함께 숙소가 있던 Jussieu 근처를 산책했어요. 물론 루브르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베르사유, 몽마르트 등 파리의 명소도 말할 것도 없이 좋았어요. 하지만 지하철역 근처에 열린 조그마한 장터, 알록달록 예쁜 색의 꽃과 시원한 그늘을 품은 나무, 걷기는 불편하지만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길, 이 모든 것이 마냥 좋았답니다.
그 다음으로 좋았던 것은 프랑스 친구 Laurent였어요. 오랜만에 프랑스를 찾아온 친구 정주언니를 위해 3주간의 휴가를 내고 기꺼이 우리들의 안내자가 되어주었어요. 파리의 구석구석을 지도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타르트타탄, 키슈로렌, 토끼구이, 다양한 치즈를 준비해 저희를 집으로 초대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엉망진창인 저의 영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어요. 저희 때문에 피곤해 보였지만 Laurent는 함께 일정을 보내는 날이면 숙소 앞으로 우리를 데리러 오고, 데려다 주기까지 하는 친절한 친구였어요. 프랑스식 인사가 조금 어색하기는 했지만, Laurent이 있어 우리의 여행은 더욱 즐거웠어요.
여행 중 놀라웠던 것은 그들의 패션과 친절이었어요. 날씬, 뚱뚱, 키 작음, 키 큼, 젊음, 늙음, 여성, 남성에 관계없이 본인의 개성에 따른 옷을 입고, 화장을 한다는 것이었어요. 가죽재킷을 입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바지를 입는 사람도 있고, 날씨도 그들의개성을 막을 순 없더라고요.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는 들어왔지만, 이렇게 자유분방하고 다양함을 보고 있으니 뜬금없이 엄마 생각이 났어요. 엄마나 엄마 친구들을 보면 모두 브로콜리 머리를 하고 있잖아요. 여기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친절이요. 보통 파리 사람 들. 하면 친절하지 않다고 하잖아요. 프랑스어로 질문하지 않으면 대답도 듣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있고요. 그런데 전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Laurent이 있었고, 지하철역에서 표를 끊지 못하고 허둥댈 때 도와주던 아주머니,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여행객을 도와주던 남학생, 지하철 계단에서 휠체어를 다 함께 들어주던 사람들 모두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프랑스어로 질문하지 않으면 대답을 듣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이 모두 영어를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서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파리에서 돌아온 지 3일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이 글을 쓰고 있으니 갑자기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행의 루트나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물어봐주세요. 생생하게 기억해 두었다가 파리 여행의 이야기를 더 들려드릴게요. 아름다운 파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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