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0 민우신입회원 세미나★
총 4회에 걸쳐 한달동안 진행한 신입회원 세미나가 끝났어요
세미나가 끝나니까 뿌듯하다가도 매주 보던 회원님들 못보니까 또 서운더라고요
신입회원 세미나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회원님들은 세미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하실텐데요
따뜻하고 유쾌했던 신입회원 세미나 후기를 적어볼게요
세미나를 시작하기 전에 사전신청을 통해서 회원님들이 읽고 싶은 도서를 추천 받았어요
다양한 도서 가운데 민우회원님들이 선택한 도서는 권김현영,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에요!
이 책은 여성학자인 권김현영 선생님이 여러 매체를 통해 기고했던 글을 모아 놓은 책인데요.
페미니즘에 입문하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사전 소독, 방문자표 작성, 손소독, 마스크 착용, 발열체크 등을 세미나 시작전에 잊지 않았답니다. 방역지침을 잘 따라 주신 회원님들에게 감사드려요!
세미나는 정해진 분량을 미리 읽어 오고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여유가 없는 나머지 책을 못 읽어 오신 분들도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답니다.
세미나 첫째 날, 민우회와 첫만남인 회원분들과 민우회원 약속을 함께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겠죠? 민우회원 약속을 함께 읽고 서로의 별칭을 밝히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회원님들의 별칭 소개 한번 들어보세요
무지개 다양한 색이 섞여 있는 무지개를 보면서 복잡한 나 자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래서 무지개라는 별칭을 쓰게 되었음.
토란 뿌리채소를 좋아해서 토란이라고 별칭을 지음.
라하 라하는 프라하의 라하인데 행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함. 그 뜻이 좋아서 ‘라하’라는 별칭을 씀.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치고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거나 밑줄을 치고 싶었던 부분을 나눠 보기로 했어요. 첫날은 1장부터 2장까지 읽어 오기로 했는데요. 무지개, 모리, 희윤, 양다, 희윤, 주희님이 참석해 주셨어요. 회원님들이 나눈 이야기를 조금 들어볼까요.
모리 “여성성을 버리지 않고 문제제기 할 수 있다”는 부분이 좋았음. 평온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인 페미니즘.
희윤 헌법 불합치 판결의 현장에 있기도 했음. 낙태시기에 대한 고민, 제한적 낙태에 대한 고민이 있음. 장애등 여러 문화적 조건의 변화가 필요함. 낙태죄가 빨리 사라져야 함. 임산부석 캠페인도 문제적. 임산부 뱃지가 있는 아이가 양보받는 내용이었음. 미래의 아이를 위해 양보해달라는 식. 산모의 존재는 지워지고 모성신화에 기여하는 여성혐오적인 광고임. 아이의 목소리로 7호선에서 광고가 나옴. 임산부석에 인형을 두는 것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함.
무지개 품질이 좋지 않아도 구입하니까 굳이 품질을 올리지 않음. 생리통이 있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어렵고, 티안내기를 요구함. 생리혈을 흘리면서 마라톤하는 여성의 모습이 생각남. 생리대를 숨기는게 여성임을 숨기는 것과 비슷함. 도깨비를 쫓는데 ‘붉은색’ 팥을 사용하고 귀신을 쫓을 때 생리대를 매다는 것이 여성혐오적임.
희윤 트랜스젠더 관련 혐오세력의 피해자주의 문제적.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외면. 교차성 페미니즘이 어려운게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함. 명확한 약자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두번째 날은 송연, 양다, 라하, 민준, 무지개, 모리님이 참석해주었어요. 2장부터 3장까지 읽어와서 함께 이야기 나누기로 했어요.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면요
양다 질병이슈에 관심이 많은데 <새벽 3시의 몸들에게>, <아픈 몸을 산다> 철학적 사유와 실천적인 모습이 보임. 해결이 아닌 감정을 나열하는게 중요할 수 있는데 생산성 없다는 식의 평가.
송연 논리정연하게 이성적으로 말한다는 것이 누군가를 배제할 수 있지 않은 지? 배제하지 않는 말에 대한 고민.
라하 <몸의 말들> 권력의 문제라고 봄. 꾸밈노동은 노동을 하기위해 지킬 수 밖에 없기도 함. 생김새로 인한 배제가 있는 , 꾸밈이 생존과 직결됨. 강요할 수 없음.
양다 권력의 차이. 오리엔탈리즘, 1세계가 등장해서 타문화를 대상하는 권력관계가 분명히 있다 <시스터후드> 여성들 내부 차이를 항상 인지하면서 자세하게 짚고 가야함.
송연 kpop에 대한 해외포럼. 아이유를 좋아하는 팬에게 페도파일이라고 백인여성이 비판함. 어떻게 보면 동양인 여성에 대한 대상화이고 백인여성의 입장에서만 바라본 발언임.
라하 내 주변에 다 소수정당 지지자인데 투표율이 소수점대인 것을 보고 내가 비주류인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라하 고 설리님, 아픔을 혼자 표현해야하고 직장에서 숨기고 있었음. 동료분이 큰 영향을 받았다는 애기를 듣고 위로받음, 드러내기의 중요성
세번째 세미나에는 송연, 라하, 토란, 무지개, 양다, 민준님이 참석해주셨어요. 3장부터 4장까지 읽어온 후에 함께 이야기 나눴어요. 함께 나눈 대화의 일부입니다.
무지개 트와이스 가사 j프로듀서는 본인은 섹스어필하는 곡을 부르면서 여성아이돌 그룹에게는 수줍은 여성화자로 만듬
토란 어려운 것 같다 공감을 하면서 나까지 압도되지 않는 것. 그래서 거리를 두게 됨. 그럴 때마다 행동하는 여성을 보면서 힘을 얻음.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나서 싸우는 순간이 됨. 혼자였으며 못버팀.
민준 박 전 시장 피해자에게 부부장검사가 2차 가해를 함. 고위 공직자 모두가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지 않더라도 안티페미니스트이면 안되지 않나. 해롭다고 생각함.
토란 공공장소에서 악쓰는 아이, 악을 쓸 수 밖에 없고 언어가 부족하니까 이견을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게 이해가가고 약자와 약자가 연대한다는게 그런거구나
무지개 아동의 팬티 크기부터 다름 여아속옷은 아주작고 어릴때부터 성적대상화됨. 문화자체가 아이에 대한 대상화를 함. 사법부가 떳떳하지 않기 때문에 손정우 처벌을 가볍게 한 것 아니냐
마지막 세미나는 기존에 두 조로 모둠을 나눠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과 달리 다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기로 했어요. 마지막날은 비가 정말 많이 내려서 한 분도 안오시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비를 뚫고 오신 회원님들에게 감동했어요. 송연, 라하, 토란, 모리, 양다님의 얼굴이 너무 반가웠어요! 언제나처럼 마지막장까지 다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중 일부입니다.
라하 과잉분노. 공감할때 스스로 검열했는데 사랑하는 친구들이 중재해줌. 반복되면 친구들에게 신뢰가 생김. 트라우마를 끄집어 내면서 친구가 인내를 갖고 품어주면서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짐.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함.
송연 비슷한 그룹 안에서의 다양성 뿐만 아니라 나 자신 속에 다양성, 페미니스트가 아닌 측면의 나도 있고 그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함.
토란 페미니즘이 정치의 탈환이라고 생각하고 , 피지배자들이 억압의 단어를 그대로 내면화한다는 내용의 글을 읽음. 권력자인 남성들이 보여준 모습을 답습함.
모리 모두 살기가 어렵고 가난한데 비해 교육열은 다 높고 SNS접근성은 높고. 이전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짐. 발달 장애인 관련 인권을 논하면 여성은 왜 이야기하지 않냐고 함. 전반적으로 박탈감이 느껴짐.
분노하기도 하고,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함께 웃기도, 함께 공감하면서 세미나를 마무리했어요. 네번의 세미나에 모두 참석해주신 회원님이 계신데요. 바로 양다에요! 비도 오고 더운 날씨에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와준 양다에게는 책 <김지은입니다>를 선물로 드렸어요! (짝짝짝)
마지막으로 세미나 소회를 한마디씩 나눠보았어요. 요번 세미나에는 신입회원뿐만 아니라 신입활동가 영지와 온다도 참석해주셨어요. 소회를 한번 들어볼까요!
영지 처음하는 세미나인데 발제하면 문턱이 좀 높은 편이라 어떤 방식의 세미나가 좋을지 고민하게 됨. 낯을 많이 가려서 말을 많이 못해 아쉬웠지만 이야기를 듣게 좋았다.
단 올해 첫 세미나이고 활동가이긴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공부하는 시간이라서 좋았다.
모리 정기적인 모임을 가본적이 없어서 집에 와서 너무 많이 말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됨. SNS에서 친구들과 말하는 것과 달랐다.
토란. 의견을 나누면서 많이 배웠는데 나의 의견을 묻는 사람이 있다는게 좋았음. 나도 누군가에게 생각을 묻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음. 다른 의견을 듣는 즐거움을 알게 됨.
신입활동가인 저는 회원님들과 이렇게 조잘조잘 이야기 나누는 게 처음이라 사실 많이 떨리고 부담이 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회원님들에게 의지가 되더라고요. 회원님들 덕분에 세미나를 정말 즐겁게 마쳤어요. 앞으로도 회원님들과 함께하면서 더 많은 시간과 소중한 기억들이 많이 쌓이기를 바라요~
세미나에 참석한 라하, 토란, 양다가 감동적인 세미나 후기를 보내주셨어요. 문장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저희 회원팀은 따뜻함에 녹아버렸다는,.!
양다의 후기
저는 민우회에 후원한 지 2년쯤 되어가지만, 얼굴을 보이지 않는 회원이었는데요.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발생한 ‘지나치게 밀접한 원가족거리’로 고통받다가 신입회원 세미나에 뛰쳐나왔습니다. 사실 모임에 나가기 전까지는 되게 두려운 구석이 많았습니다. 페미니스트 사이에 있어도 자주 저의 존재가 어긋나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했고, 현재 소속이 없이 ‘그만두기 장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저를 타인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머리를 싸매도 답이 나오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지나치게 밀접한 원가족 거리’로 인한 스트레스는 제가 이러한 두려움을 뛰어넘어 신입회원 세미나에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어요. (원가족에게 감사아닌 감사를)
다른 분들에게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활동가분들의 도움과 다른 참가자분들의 배려로 너무나도 안정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권김현영 선생님의 책을 기반으로 함께 각자의 삶에 비추어 직조된 언어를 나누기도 했고, 어떨 때는 책 속을 함께 헤매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엔 삶의 기억들이 쏟아져 나와 서로의 경험을 겹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저는 제 고민을 느닷없이 툭툭 내던지곤 했는데요. 원가족과의 좁혀지지 않은 인식의 차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 지, 페미니스트로서 직장에서 성차별적인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 지,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집단내 낙인이 찍혔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소속된 집단 내 페미니즘 이슈가 발생했을 때 나는 어떤 태도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때마다 지나친 분노와 과거의 기억에 먹혀버리는 자신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등… 그때마다 많은 분들이 책에서 빌린 그럴듯한 말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셔서 너무 따뜻했고, 덕분에 외롭지 않은 시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원가족의 문제, 저의 개인적인 문제들이 그 사이에 해결된 것은 하나 없었음에도 다른 분들의 공감과 지지만으로도 많은 위로를 받았네요. 앞으로도 더 용감하게 지낼게요 !
라하의 후기 “읽고 나누고 안아주는 삶”
최근 슬픔과 분노가 논리와 이성에 힘을 잃은 경험을 했습니다.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선 논리와 이성이 필요했는데요, 설명하지 못한 감정은 나를 연약하고 여린 존재로만 만들었습니다. 나는 왜 이토록 감정적인가, 논리적이지 못한가 질문하며 자기 학대를 계속하던 중, <민우회 신입회원 세미나>를 만났습니다.
이곳에 모인 우리는 책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을 읽고 느낀 점, 비슷한 경험들을 나누었어요. 서로의 이야기에 곁을 내어주되 상처주지 않고자 조심하는 활동가와 회원분들을 보며 오랜만에 안전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안전한 분위기 안에서 제가 고민했던 슬픔과 분노를 털어 놓았는데요. 감정을 재단하지 않고 함께 감각해주시는 거예요. 그때 알아차렸습니다.
감정이 잘못된 게 아니라 감정을 여성성 프레임으로, 미성숙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요. 저는 비로서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민우회 신입회원 세미나>에서 힘듦이 치유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세상으로 나와 글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또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가 가진 힘을 다시금 깨달았어요. 모임이 끝난 지금, 민우회에서 경험한 이 힘을 더 많은 여성에게 전하겠다는 다짐을 세웠습니다. 개인에게 목소리를 내라고 말하기 보다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곁이 되어주며 말에요.
4주의 시간 동안 좋은 “곁”이 무엇인지 알려주신 민우회 활동가, 회원 분들 감사합니다. <민우회 신입회원 세미나>는 권김현영 선생님의 말처럼 용기에 가닿게 만들어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저도 함께 서로의 든든한 곁으로 존재하며 나오고 읽고 안아 주는 관계를 응원하고 또 만들어 갈게요. 고마워요, 민우회!
토란의 후기
신입회원 만남의 날, “페미니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활동가인 바사가 말했다. 페미니즘은 연대라고. 그날 후로 바사의 답을 곱씹었다. 연대는 무엇일까.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연대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삶으로 경험하는 날이 올까. 세미나를 신청한 데에는 여러 동기가 있었지만, 이런 의문과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세미나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다가, 여성으로서 겪었던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자세하게는 말 못 하고, 그저 괴로운 경험을 있었다는 정도로. 이마저도 주변 사람에게는 쉽게 꺼낼 수 없었기에, 말을 하면서도 약간 불안해졌다. 내 이야기가 끝나고, 옆에 있던 분이 자신도 여성으로서 괴로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고, 그날 테이블에 있던 모두가 이런저런 경험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순간, 나는 연대가 무엇인지 이해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너무나도 진부한 말이지만, 다르게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은 너무나 오랜만이어서 코끝이 시큰해졌다. “토란은 어떻게 생각해요?” 내 생각을 진심으로 궁금해 하는 표정을 보면서, “저는 한편으로 다르게 생각해요.”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찰나의 틈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 확인했다.
세미나 시작 전,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책의 제목은 너무 패기 넘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작은 일에도 흔들리고 괴로워하는데, 정말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까, 하고. 이젠 안다. 우리는 함께이기에, 연결되어 있기에, 그전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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