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word, will you join?
- the L word -
L word를 처음 보게된 이유는,
당연히 레즈비언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키스, 섹스, 연애와 가족 만들기. 그렇다. 나에게는 롤 모델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직업 없이도 L.A 부촌의 단독 주택에서 살며
부자 엄마가 원조를 끊자 '횬다이(현대) 자동차' 밖에 없다며 신경질을 내는 제 1세계의 샤방 언니들.
그러니 롤 모델이 되기에는 너무나 럭셔리하셨지만.
L word 시즌 1 이 끝나자 다음 시즌을 목 빼고 기다리게 된 이유는,
이 드라마가 상처로부터 걸어나가는 방식과 관계에 대한 섬세한 관전 포인트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외로우나 다정한 쉐인에게 반했고
(쉐인은 소싯적에 섹스는 하지만 관계는 갖지 않는 마성의 L로 살았는데, 무수한 상대들 중 한 여자가 쉐인에게 집착하고 스토킹하고 공공연히 험담해도 막상 눈물을 흘리는 그녀 앞에서는 그녀의 아픈 마음을 먼저 배려한다. 심지어 자 달라고 해서 또 최선을 다해 자 주기도 한다)
제니의 아픔과 위악과 하나씩 끊어가는 관계들에 감정 이입됐고
(본격적인 제니의 이야기는 시즌 2부터 등장한다. 그러니 시즌 1에서 제니가 좀 재수없어도 참아주길 당부한다.)
상담 공부를 한 것도 아닌데 언제나 'I message'로 대화하던 우아한 티나와 벳 커플이 서로를 견딜 수 없어하며 할퀴고 배신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시즌3에서 양육권 문제로 만나기만하면 으르렁거리던 이들은 시즌 4에서 다시 친구가 되고, 티나는 벳의 '지배하기 좋아하는' 성격이 상대를 얼마나 숨 막히게 하는지를 그녀에게 조목조목 직면시킴으로서 벳이 자신의 새로운 연인을 지켜나가는 과정을 돕는다. 그리고 티나는 다시 벳을 사랑하는 중이다.)
데이나는 자신에게서 헤어나지 못하는 옛 연인 알리스의 감정을 방치하고 라라에게로 떠나버린다. 하지만 데이나가 죽음의 두려움에 압도되어 주변사람들을 밀어낼 때 유일하게 데이나의 옆에 남아 있을 수 있었던 사람은 알리스였다. 데이나의 죽음 후, 뒤늦게 라라가 찾아오고 알리스와 라라는 마주보며 눈물을 흘린다. 서로에게서 데이나를 느끼면서, 또한 서로의 아픔을 너무 잘 알겠어서 둘은 키스한다.
(훗날 알리스는 이에 대해 '그건 근친상간이였지'라고 회고한다.)
대학 총장인 필리스가 어느 날, 자신은 한 여자에게 빠졌으며 스스로 레즈비언임을 느낀다고 선언한다. 30년을 같이 산 부인에게 거절당한 남편이 부인의 애인에게 쳐 들어가서 항의하려는데, 오히려 위로받는다.
('이건 당신 잘못이 아니예요. 당신은 훌륭한 파트너였고 좋은 남편이었죠. 그녀는 단지 진정한 자신을 찾았을 뿐인 거예요')
'우정과 사랑 사이'라느니,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느니 따위의 안전지향적 정서에 감정을 가두지 않는,
이 솔직하고, 적나라하고, 그래서 다정한 관계들.
이런 관계는 그들이 누구나 상황과 관계에 따라 한 순간 좋거나 현명하지만 다음 순간에 나쁘거나 바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으며, 경험한대로 인정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럼으로서 매 순간 서로를 지지해 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 들어.
백만장자 엄마의 원조가 끊겨 졸지에 무일푼 + 빚쟁이가 된 헬레나가 빚 청산과 섹스의 교환을 제안받고(물론 여자에게서) 고민에 빠졌을 때.
생각해보라. 당신의 친구가 그 상황에 놓여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겠는가?
이들의 L word는 이렇다.
제니: 사람들은 모두 한번씩 몸을 판 적이 있어
킷: 어둠의 공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제니: (어깨를 으쓱하며 사랑스러운 미소)
쉐인: 니 인생에서 한 순간일 뿐이야. 그게 니가 누구인지를 정의하진 않아.
킷: 그래, 나도 호른 연주자한테 오랄 해 준 적 있어.
제니,쉐인,헬레나: 뭐라고!!!
제니: 봐, 누구나 한번씩 몸을 판 적이 있다니까!
헬레나: 그래서 그 후에 기분이 어땠어?
킷: (눈을 사팔뜨기로 모으며) 섹시했지! 난 섹시한 '창녀'였어. 그리고 코카인 한 줄을 얻었지
L word는 세상이 내게 새긴 말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새기는 말이다.
단지 말이 아니라, 그들의 존재, 그들이 만들어 가는 삶이 L word이다.
데이나가 죽었을 때. 데이나의 성정체성을 부정했던 가족들이 그들 나름의 진심을 담은 슬픔 속에서
그러나 끝까지 데이나가 '스스로 되고자했던 데이나'를 인정하지 않은 채 교회에서 장례식을 치른다.
목사가 설교를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일생의 짝을 만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알리스가 벌떡 일어서서 항의한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데이나는 게이라구요!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장례식장을 박차고 나간 알리스는 데이나의 유골을 커피잔에 담아 훔친다.
친구들은 데이나를 애도하며 그들만의 장례식을 치르기로 한다.
데이나의 L word가 시작된 곳. 그녀가 사랑하고 싶은 여자애를 처음 만났던 사춘기의 캠프장에 찾아간다. 그녀가 누웠던 침대에 앉아 그들이 아는 그녀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들만의 장례식. L word.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아직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이 남아 있지만..
여기까지만으로도 스포일러(영화헤살꾼) 투성이이므로 이만 자제하고.
마지막으로 최근에 끝난 시즌 4 의 best L word를 소개한다.
모이라에서 맥스로의 성전환과정을 거치고 있는 맥스가 어머니의 부음 소식을 듣고 도망쳐 왔던 고향으로 다시 간다.
가족들은 외면했지만 체념하듯 받아들였고 그러나 여전히 맥스는 불편한 존재다. 그 날 밤의 대화.
아버지: My Son. 미안하다. 하지만 난 그들에게 니가 누구인지 설명하기가 힘들구나
맥스: 괜찮아요 아빠. 아빠가 설명하지 않아도 전 제가 누군지 알고 있으니까요.
-tip1.
시즌 3인가? 주인공들이 글로리아 스타이넘이랑
레즈비어니즘과 페미니즘에 관해 토론하는 장면이 살짝 나온다는 거
-tip2.
이들이 맨날 모여 수다떠는 까페 플래닛에서는
온갖 페미니스트 뮤지션들, 멋지구리한 L 뮤지션들이 공연을 한다는 거.
당연히 o.s.t가 죽인다는 거.
-tip3.
본문에 나온 대사들은 확인없이 먼지의 기억만으로 쓴 것이니 실제 대사와 다를 수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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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문 특급 맞은 거 같다. 아..난 이거 받아두고 왜 안봤을까.. 자막이 없단 말에 손도 안댔으니..지금도 대긴 어렵군.. 클럽박스 고고씽~
멋지다! 나도 볼 수 있는 기회 만들어야 할텐데...
뽀로봉, 블루문특급 아닐까;;;
클럽박스, http://clubbox.co.kr/jwhsh11 이 주소로 가서 박스회원가입하고 코인충전하면 전 시즌 다운받을 수 있삼
어맛 넘 잼잇..;; 나도 어서 받아 보나?? 신기루야 잇는거라도 어케좀~
재밌다 ㅋㅋ 먼지 잘 읽었삼^^ 쉐인은 근데 오래 보니까 살짝쿵 식상~ 몇시즌이지...4? 5?...카르멘 돌아와주길 바라는 마음 ㅋㅋ 시즌 2가 제일 흥미진진했던 것 같아요^^
글, 넘 잼나게 읽었어요. 저도 시즌 2까정만 봤었는데 이 글을 읽다보니 다시 봐야겠다는 욕구가 마구마구 일어나는군요. 어디 가서 알아볼까나? 서소야~~~
-tip.4 시즌3에 나오는 사람이 시몬느 드 보봐르가 아니라 글로리아 스타이넘인 게 방금 생각났다는 거. 캬캬 ;;;;;;
아..먼지는 글도 잘쓰지요 ^^ 완전 재밌구랴~ 나 시디 있음 그러나 나도 공급받는 님께서 2까지만 돌리심. 자막없는 몇개는 잘 몬알아듣고. 특히 카르멘이 쉐인한데 머라고 길게 고백한거는 .;;쉐인~~~♡은 너무도 사랑스러워, 머리 자른 제니도 참 이뻐
저 '필여사님'은 아주 옛날 인기 미국 드라마 '문스트럭'?, '문라이트'?의 주인공과
매우 필이 흡사함. 동일인물이 아닌가 싶은데..그나저나 그 드라마 제목이 정확히 뭐였드라? 대따 재밌게 봤는데...
엘워드..보다 말았지..너무 복잡하고 음...컴컴해서..근데 먼지글을 읽고보니 다시 봐야겠단 생각이..전체 다 다운받은 거 있는 사람 있나? 있음 좀 빌려주삼.
저는 시즌1만 보아서 데이나가 듁었단 걸 지금에야 듣습니다.
그건 그렇고 플래닛의 前사장인 마리나는 더이상 등장하지 않나요?
영영 프랑스로 가버린 걸까?
L word를 처음 봤을 때의 설렘으로 돌아가는 월요일 오전이네요.
아. 떨려. 밤새 다운 받아 보았던 기억이 새록새록.@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