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엘레나선생님]관람후기, 아니 커텐콜 후기
담쟁이
무엇보다 난 언어의 힘이 센, 희곡이 좋았다.
이 시대의 암담한 암세포같은 암내나는 공교육의 현실과 개인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타인을 짖밟는 것쯤은 경쟁을 위한 게임에 불과한 세태적 고발은 충분히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고 보여졌다. 극작가의 힘이었다.
가정집으로 꾸며졌던 연극세트가 무너진 후 배우들이 자제력을 잃고 소리만 너무 크게 질러대는 부분들이라던가 입안에서 씹혀져 나오는 대사들은 그렇다 치고 난 아주 불편했던 커텐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 -거의 마지막 장면이었던 강간 장면에서 동료 학생의 폭력에 의해 옷이 뜯겨져 있던 여배우가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대사를 읊조리다가 암전으로 극이 끝나는데 그 여배우의 옷자락을 여밀 틈도 없이 커텐콜에 임하도록 하더라는 거다. 관객의 입장에서, 커텐콜을 위해 다른 배우들이 무대로 나올 때 숄이나 넉넉한 옷을 가져다 주면서 동료 배우의 어깨를 감싸주길 바랬었다. 양손으로 그 얇은 옷자락을 간신이 움켜쥐고 위태롭게, 보기도 안스럽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여배우가 내 맘을 아주 많이 불편하게 했었다. 마지막 장면이 워낙 잔혹했으며 그로인한 충격이 아직 가시질 않고 있는데 여배우의 그 불편한 인사를 받는 것이 관객의 입장에서 어떠한 것이었을지 한번쯤 상상했거나 관객반응에 민감했더라면 커텐콜을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배우의 신체를 빌려 하고 싶은 메세지를 전달했으면 그녀를 잘 감싸줘야 하는 거 아니냐? 남학생들의 왜곡된 승부욕과 어리석음에 폭력을 당한 여학생으로서의 역할에서 빠져나와 한 사람의 배우로서 관객에서 서 있다는 걸 관객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그 상태로 방치하다니... 젠장할.
그날의 커텐콜은 작품을 완성하게 하는 마지막 씬으로써 기능하거나 연결성이 있었던 것은 분명 아니었기 때문에 그 불편한 인사는 의도된 연출이 아니라, 극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두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로 보인다.
이 작품은 충분히 여성주의적 해석이 가능한 작품으로 보여진다. 강간을 당한 학생 역시 비정한 자본주의가 낳은 영악하고 기회주의적인 존재였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 중 가장 인간다운 감정을 갖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반성할 줄 아는 양심적인 인물이었다. 또한 가장 큰 정신적 충격과 피해를 입은 구시대의 상징적인 인물 엘레나 선생 다음으로 피해를 입은 인물이었다.
가해학생이었던 남생생들 역시 이 시대가 낳은 피해자인 동시에 자기파괴자들이었지만 그 안에서 두 여성(사제)가 당했던 성차별과 성폭력의 상처, 그 이 중의 상처를 충분히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남성 연대(남학생들의 성폭력) 못지 않게 여성 연대(여선생과 여학생의 관계)가 어떤 것이었는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어째서 여성들이 남성들의 포악하고 불합리한 신념에 동조하거나 그 안에서 이용당할 수 밖에 없었는지 충분히 재해석되어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을 읽고 싶다는 생각과 이 작품에 대한 우리 언니들의 재해석에 대한 바램이 간절하다.
2007.10.20일 관극하고 이틀 후에 감상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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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이 3월에 다시 올라가다고 합니다. 제가 뒤늦었지만 보고 담쟁이님과 나눌 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글 못보시겠지만..
관계는 무신. 언니네 같은 살롱 회원이거든??? ㅎㅎ
저 역시 '커튼콜'후기 신기하게 읽었어요.
그나저나 가락은 담쟁이와 어떤 관계길래..(남 뒷조사 하고 다니는 락)
담쟁이님 여기서도 뵙네요^^ 뒤늦게 읽었지만 커튼콜 후기, 매우 인상적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