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다방] 춤꾼 새음과의 수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장마철.
어느 지방인가는 호우주의보가 내렸다고 한다.
습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기분이 맑고 발걸음이 가볍다.
새음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 그런가?
내가 새음을 기억하는 두 장면이 있다.
슬럿워크와 작년 회원 엠티.
슬럿워크 때 처음 인사를 건네자마자,
둘이서 같이 플래시몹 맨 뒷줄에서 어설프게 따라 했었다. 꾸물꾸물 엉거주춤
회원엠티에서 사뿐사뿐 스윙을 가르쳐주던 모습이 생생하다.
하얗고 뽀얀 피부에 순한 인상이 강하게 남았던 모양이다.
“새음이라면 제가 할께요.”라며 탐나는 다방을 자원했다.
광화문의 어느 인도음식점에 자리를 잡았다.
“새음 직장은 어떤 곳이에요?”
새음이 일하는 곳은 광화문에 위치한 어린이재단이다.
역사가 무려 60여년. 전국 68개 지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조직의 사회복지기관이다.
생애 첫 직장.
그런데 합격하자마자 아무 연고도 없는 전주로 발령을 받았단다.
“아무래도 전국에 지부가 많다보니 지방 근무를 해야 하는 데
특히 비혼이고 신입인 경우 어쩔 수 없죠.”
“어떡해. 정말 황당했겠다.” 흑 어딜 가도 신입은 서러운 것이여ㅠ
“그랬지. 그래도 가서 정말 잘 지냈어요. 음식들도 다 맛있어 가지고...”
밝게 웃는 새음.
이 언니 의외로 강단 있고 적응력 쩌는 구나.
새음은 상담에 관심이 많단다.
나중에 여성주의 상담소를 차리는 게 꿈이란다. 오~~ 멋져! 멋져!!
일본에서 모자시설(쉼터)에서 일한 경험도 있고, 이주여성 상담 자원 활동도 했단다.
오~ 신입 상담원으로서 귀가 번쩍 뜨인다.
한참 동안 ‘상담’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함께 토로했다는.
심리적 케어 정도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법률적 지식도 많이 필요하고,
내담자들이 필요로 하는 현실적인 자원을 연계해야 하는 일도 많았단다.
깊이 있게 많은 공부가 필요한 분야임은 분명하다.
심리학을 전공한 새음은 사회복지 전공이 아니라서 더 어려운 게 많다는데...
(응? 그런 거 모르면서 상담원이 된 나는 뭐지???
헤헤, 민우회 교육 과정 성실히 이수했으니까, 뭐^^;;;)
“새음은 어떻게 민우회에 회원 가입했어요?”
“4~5년 전 회원 가입했어요. 대학교 때 여성주의 소모임을 했었어요.
그때 스윙 시스터즈를 시작했는데, 거기서 달리와 엄산을 만났어요.
무려 8년 지기네요.
달리랑 엄산은 그 뒤로 스윙 시스터즈를 그만 뒀는데도,
신기하게 계속 연결이 되는 거에요.
그 사람들 오랜 시간을 들여 집요하고 전략적으로 관리 하더라구요.ㅎㅎ
결국 3.8 여성대회 부스에서 가입했지요.”
“ㄲㄲ 정말 무섭고 대단한 회원들이야ㅋㅋㅋ”
“민우회에서 하는 부스나 행사는 참신하고 재밌잖아요. 총회도 예능 같고ㅎㅎ”
“그런데, 새음은 대학교 때 이미 여성주의를 알았네요. 나는 조금만 더 일찍 여성주의를 알았더라면 내 인생이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부럽다.”
“여성주의를 처음 접한 건 중학교 때였어요.
중학교 때 공부하러 도서관에 갔다가, 정기간행물실에서 우연히 여성주의 잡지 이프를 본 거에요.
보자마자 여성주의에 매료됐었어요.
대학교에 3월2일 입학하자마자, 3월 3일에 여성주의 동호회를 직접 찾아갔죠.”
헉! 입이 떡 벌어진다.
도서관에서 이프를 읽고 있는 중학생이라니!!! (진짜 똑똑해ㅎ)
역시 여성주의는 조기교육이 중요해!!!
“새음이 이제 이십대 후반이네요. 사무실에서 그 즈음의 활동가들은 서른이 오는 데 대해 불안해 하더라구요. 부모님으로부터 결혼에 대한 압박도 많고, 새음은 어때요?”
“저희 엄마는 종갓집 맏며느리에요.
집안은 보수적인 분위기지만, 부모님은 열린 분들이세요.
저의 인생 그대로를 존중해 주세요.
내가 스윙을 추러 다니는 것 보고 부모님도 재미있어 보였는지
스윙을 배우기 시작하셨어요. 아주 좋아하세요.
스윙 시스터즈에도 함께 다니고 싶기는 한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주저하는 게 좀 있어요. 그래서 집에 가서 엄마랑 스윙을 춰요.
리딩을 열심히 배우는 이유도 엄마랑 추기 위해서에요.”
요즘 새음이 주로 맡고 있는 일은 ‘모금’사업이다.
사랑의 리퀘스트 같은 방송을 통해 회사의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고.
그래도 예전보다 모금이 그리 쉽지가 않단다.
최근 사무실에서 ‘모금’ 전문가들을 모시고 강의도 했는데,
여기 가까이에 모금 전문가가 있었다.
‘모금 방법의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드라마나 방송에서 차림사님 부르는 게 나와야 한다’는 주옥같은 명강의가 이어졌다.
“회사 모금을 개발해야 하는데 민우회 회원을 개발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어요.
아~ 회원 가입시켜야 하는데......”
새음이 주로 쓰는 전략은 친구들에게 함여를 나눠주면서 천천히 관리해나가는 것.
이번 호도 벌써 몇 권째 나눠줬단다.
오! 이렇게 함여를 가치 있게 활용하고 있었다니! 볼 때마다 꼭꼭 챙겨줘야겠다.
설문지도 혹시나 부담스러워할 까봐 1장씩만 들고 간 나를 오히려 무안하게 했다.
“하나만 가져오면 어떡해! 다음부턴 많이 챙겨 와요. 내가 쫙 뿌려줄 테니까.”
“탐나는 다방 하자고 전화 왔을 때
한 번 빼지 않고 흔쾌히 하겠다고 대답한 것도,
용가리라서 그런 거예요. 뭐든지 말만 해요. 다 도와 줄께!”
신입활동가 기를 팍팍 살려준다.
회원들한테 힘을 받는 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럴 때 깊이 실감한다.
차차차 회원 캠페인을 할 때도 회원들이 오히려
신입활동가를 위로해 주고 격려해 줬었는데.
새음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나에게 진심어린 격려와 공감을 해줬다.
젊고, 외유내강의 아름다운 춤꾼.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긍정의 에너지와, 여성주의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묻어났다.
탐나는 다방 내용이 왜 이리 부실하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몇 시간동안 정말 신나게 수다를 떨고 보니,
대부분이 Off The Record 였다.
아무에게도 밝힐 수 없는 둘 만의 비밀을 한참 떠들고 헤어졌는데,
이상하게 허전한 이 느낌... 오 마이 갓!
수다 떠는데 너무 정신이 팔려 사진을 한 장도 안 찍은 것이다!!!
(새음!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완전히 미혹되었었나봐~~)
오는 길에 새음의 문자 “ㅋㅋ 역시 친해지는 데는 비밀 공유가 짱!”
다음에 만나면 그냥 히죽이죽 웃으면서 서로 꼭 끌어안을 것 같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저도 우연히 슁바에서 얼마전에 느꼈답니다. 새음님의 손맛을 ㅋ
새음의 치명적 매력이었군요..ㅋㅋㅋ 중학교때부터 여성주의를 알았다니.. 존경스럽네요..^^ 부끄럽기도 하고.. 멋지시네요..
진짜 완전 매력적인 새음인데... 내가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아쉬움. 여튼 담에 만나서 한 번 회포를 풀었으면 좋겠어요ㅎㅎㅎ
새음과의 쫀득한 텐션을 느껴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새음이 손맛을~~~(읭?)
새음새음새음~~~ 매력이 여기저기에~~~~~
새움님 반가워요!!! 엠티때 스윙 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엄마와 함께 하는 스윙이라니 진짜 멋져용. 어머님 표정도 요염하시네요..^^;
'초록우산'에 최근에 알게된 친구들이 쫌 있는데~~ 왠 아는 척ㅋㅋ
우왕 재밌다? 달리와 엄산이 전략적으로 관리하다니....ㅎㅎ 어떤 느낌일까? ㅋㅋ 특별히 함여를 더 보내드려야겠어요
음..내가 나도 모르게 새음 전략적으로 관리했다는 거제. 내 인생을 좀 그렇게 전략적으로 관리 좀 해봤으면 ㅋ 엄마랑 춤추기 멋지다. 근데 저기 느그집?
내 댓글 어디갔찌!!! 내가 제일 처음에 달았는데!!!ㅜ_ㅜ 흑흑흑
새음새음새애애애음! 내가 좋아하는 새우랑 비슷하게 생긴 글자+_+ (응?)
암튼, 사라진 나의 댓글에서는 자기 사진들에 담겨진 땃땃함을 느꼈다능:)
엄마와 스윙을 추다니...부럽습니다.
새음, 탐나는 다방을 통해 새음의 이야기를 또 더 듣게 되어요! 엄마랑 함께 스윙을 추기위해 리딩을 더 열심히 배운다는 그 말 뭔가 부럽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그래요! 엄마와 그렇게 관계를 맺어간다는 것, 쉽지않을텐데.(나만그런가?ㅋ) 여튼 새음~탐나는 다방에서 만나 반가와용! 만남의 만족스러움이 용가리의 글에서 묻어난다!
새음님, 저도 많이 궁금하고 친해지고 싶은 분인데,
이렇게나마 볼 수 있어서 참 반갑고 기쁩니다~!!
하하 용가리 말투가 글에 다 묻어나 ㅎㅎ 재밌어요~
중학교 때 여성주의를 접했다니 멋지다...새음 역시 내공이 남다른 이유가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