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다방] 혜영이 만난 비홍
열번째 [탐나는 다방]은 올해2월 여성혐오의 발언들이 줄줄이~ 불거져나오는 상황에서 많은 분들이 각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을 하셨지요. 이번 [탐나는다방]은 그 물결 동참했던 비홍의 이야기를 든든한 기존 회원 혜영이 풀어주었답니다 :)
여는 민우회 <탐나는 다방> 인터뷰 _ 혜영이 만난 비홍
글쓴이 혜영
게으르지만 바쁘게 지냅니다~
번뇌로 우거진 세상사에 그래도 민우회에 반가운 소식들이 들렸으니, 바로 올해2월 다수의 회원가입소식이 들렸던 것. 올해 유난히도 노골적인 여성혐오 발언들로 인해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만 갔건만 이 반가운 소식을 듣고는 한 여름에 잘 익은 수박을 쩍 갈라 베어 물 듯 속은 시원하고 배도 부른 효과를 느꼈다. 그/녀들을 두 손 들어 환영하고픈 마음이었고 곧 그/녀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궁금함으로 이어졌다.
그러던 중 회원팀의 [탐나는 다방] 제안을 받게 되었고 최근 그 반가운 소식이 있던 때에 가입하였다는 열성회원 비홍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위의 궁금증과는 별개로 제대로 대면한 적 없는 이를 만나려니 부담이 있어 회원팀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민우회 일이라면 뭐든 열심히 활동하는 열성회원이라 하기도 하고, 왠지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무엇이 그렇게 그녀를 움직이고 나하고는 어떤 점이 잘 맞는 것일까 궁금해 하다가 우연히 민우회 소모임 [보스턴모임]의 오픈모임에서 비홍을 만나게 되었다. 같이 다큐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탐나는 다방] 제안 소식을 서로 확인하고는 왠지 모를 기대감을 남긴 채 곧 보자는 말만을 남기고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체부동의 한적한 카페에서 우리의 만남은 성사되었다.
장소와 시간을 정할 때에 이 사람 참 섬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두 사람의 이동거리의 반쯤, 그 지역의 괜찮은 카페 세 군데 중 한 군데를 먼저 제안했던 것, 그리고 내가 막상 당일에 조용하고 이야기하기 좋은 장소로 적당한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을 때 비홍이 다른 한 장소를 다시 제안해 미리 물색하고 자리를 잡은 걸 보면 말이다. 이 짧은 대화에서 느껴진 배려심과 강단이 그 섬세함에 촘촘히 배어있음을 만남 후에는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은밀하고 치명적인(?) 대화를 예상하며 그에 적당한 장소를 잡아 준 비홍
여성혐오가 이어준 인연
회원 간의 만남이 반가웠던 나의 첫 질문은 민우회 가입 계기였다. 요즘은 나도 참 감사한(?) 김태훈의 맥락도 없는 여성혐오 칼럼(전문과 이후에 올린 사과문 http://www.instiz.net/pt/2720316 하지만 지금은 이 내용을 실은 그라치아라는 매거진에 들어가보면 사과문은 제목만 남은 채 링크연결도 되지 않는다.)을 즈려밟듯 일어난 SNS에서의 페미니스트 선언 현상은 여성단체 회원가입으로 연대하자는 제안으로 이어졌고 이 내용을 본 비홍도 민우회 가입을 결심하게 되었단다. 그러니 페미니스트들의 연대와 힘을 촉발시킨 그가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으랴(하지만 자주 보고싶지는 않다네~).
그 전부터 페미니즘을 알고 싶었다는 비홍은 회원가입 후 3.8여성의 날, 민우회 소모임 [일이삼반]과 [보스턴모임] 소모임 활동과 최근 20대 여성주의 활동 ‘물,길‘까지 정말 열심이었다. 비홍의 트위터에는 ’최근에 가장 잘한 일이 민우회 가입‘이라고 적혀있었다. 비홍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민우회에 만족하고 있는 것일까? 바쁜 학교생활에 일주일에 두 번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비홍에게 민우회 안에서의 활동들을 들으며 어떠한 동력이 비홍을 이렇게 열심히 움직이게 하는 걸까?
잘 살고 싶다
최근에 민우회 [일이삼반] 소모임 외에 [보스턴모임]까지 참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비홍에게 이유를 물으니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하는 이 모임에 참여를 결정했다고 한다. 가사노동은 언제나 힘들지만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 앞에서 언제나 크게 흔들리고, 안정된 공간을 꾸리고 싶고, 내 삶이 가사에 치이기보다는 가사와 함께 즐겁게 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테니 비홍의 그 마음이 금새 헤아려졌다. 자전거를 잘 타고 싶고 집수리 교실도 탐나고 맘에 맞는 사람들과 한강에서 내가 만든 모히또를 마시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긴 하다. 비홍이 참여하는 보스턴모임의 활동들이 기대된다. 비홍의 보스턴모임 후기도 곧 모람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
잘 살고 있는지 종종 소식 전해주시길~
비홍의 요즘 이슈는 ‘이사’라고 한다. 만나던 날도 이사를 코앞에 두고 짬을 내 만났던 것이었는데 지금은 이사를 마쳐 분주히 집 정리 중이라 예상한다. 나도 얼마 전 이사를 마친 경험자로서 산만한 집을 보면 한숨부터 나오는데 집중이 안 되면 그림을 그린다는 비홍은 지금쯤 집 정리 보다 그림그리기에 더 분주한 게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만날 당시 민우회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한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봤을 때 이 사람 정말 어쩔 수 없는 민우회사람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뭣 모를 애착으로 민우회 회원가입 후 비슷한 열의를 보였던 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민우회에서 여성주의의 내용들을 하나씩 접해가며 페미니즘을 알아가고 활동하고 체화해가던 때의 해방감이 지금 이 사람에겐 무엇으로 다가왔을지 궁금해졌다.
미처 알지 못한 차별의 경험들은 페미니스트를 만든다
비홍은 집안 분위기로 인해 ‘남자’처럼 성장했으나 언제나 ‘어린 여자’일 수밖에 없었고 고등학교 진학 때에는 여자들의 일이라 말하며 진로를 구분 짓는 교사들의 태도를 보았는데, 뭐라 말할 수 없었지만 그런 경험들이 너무도 이상했다고 한다. 언어화 되지 않았던 답답함이 있었던 것 같다. 미처 알지 못한 차별을 느꼈던 것. 비홍은 민우회 신입회원 세미나 ‘환절기’를 통해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으며 언어를 찾았다고 한다. (내게 씌워진) 남성의 렌즈를 벗을 수 있었던 경험!
이 사람 역시 이 환희를 느끼고 있었다. 조금 더 일찍 이 경험을 하게 된 비홍이 부러웠다. 이 부러움을 전했다. 그러더니 페미니즘에 대한 자신의 얘기를 하나 더 전해주었다. 학교활동 중 희곡 ‘인형의 집’과 영화 ‘카트’를 결합해 글을 써 좋은 평가를 받았었는데 페미니즘을 소재로 했던 글이었지만 정작 페미니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찜찜함이 있어 지금까지도 자신이 페미니즘을 이용했던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비홍은 페미니즘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을 하며 깊게 체화해 나갈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애인에게도 민우회 회원가입을 권하고,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여성혐오를 운운하는 태도로 읽혔을지도 몰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고, 몸에 대한 생각도 다른 시각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비홍. 나는 그 때쯤 회원팀에서 말했던 ‘왠지 어울리는 사람들‘이라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차별의 경험들로 시간차를 두고 페미니즘을 만났고 민우회를 통해 스스로 역동하며 회원의 인연을 이어가 언젠가는 각자의 페미니스트 성장담을 나누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했다.
우리 친해져요~
▴헤어지기 아쉬워 재미삼아 해봤던 ‘도형심리로 알아보는 나’. 누가 비홍일까요?
이야기를 정리하며 뒤늦게 별칭에 대해서 물었다. 왜 비홍인지. 참고로 비홍은 성이 황... ((비홍에겐)독특한 엄마는 이 이름을 비홍에게 지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ㅋㅋㅋ. 별칭을 정할 때 그 생각이 나서 그렇게 정했다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잃고 비홍을 알게 된 회원들에게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은 지 물었다. 그대로 전한다.
-저랑 친해져요~ 우리 (보면) 인사해요~~
자, 비범한 그녀와 인사를 나눠보아요. 이제 막 민우회와 페미니즘에 흠뻑 빠진 이 사람을 민우회 활동 어디에서나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니까.
사서의 길을 준비하는 그녀가 이제는 페미니즘을 소재로 한 글을 쓰면서 ‘찜찜함’을 느끼기보다 명료하고 당당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다른 누군가에게 페미니즘 자료를 제안하는 자리에 있을 그녀 또한 한껏 기다려진다. 반가운 이 만남을 주선해 준 회원팀에 감사함을 전한다.
내 삶은 나를 위해 사용하기로 한다.
『★오픈소모임이란? 소모임은 원래 정해진 멤버들이 함께합니다. 오픈소모임은 오픈하우스처럼 소모임을 '오픈'해서 다른 소모임 멤버들, 소모임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회원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랍니다. 소모임 별로 연중 열고 있습니다. 오픈소모임 공지는 모람세상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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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닮았어요- 따뜻한 인터뷰 재미있다.
글이 올라오니 왠지 부끄럽고 기분이 좋으네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 본문의 도형심리는 연필로 그린게 저 맞아요! 나우님이 정답! 그리고 제 그림 계정은...@mot_grim 입니다...못그리기 때문이지요...흑...
으흐흐흐.. 어쩔수 없을 만큼 너무 똑같아요..후다다닥(((((((((; ^^)
글이 옆에서 조용히 얘기 듣고 있는 것 처럼 참 좋았답니다. 두 분다 고마워요 *^^*
비홍이 그린 건 아니에요. 비홍의 그림은 트위터에 가보시면 계정이 있더라고요. 소개해도 될런지 모르겠어서 링크주소는 안 붙였는디. 비홍이 괜찮다면 링크를 해주어도 좋겠고요. 그나저나 이 그림... 정말 나 닮은거야? 부정하고 싶다...
오랜만에 혜영의 글도 반갑고 혜영의 글을 통해 본 비홍도 정말 반가워요, 으흐흐
잘은 모르겠지만 연필로 그린게 비홍이 아닐런지? 그림은 잘 모르겠고 왠지 연필을 택한게 장소선택의 섬세함을 발휘한 비홍의 느낌을 떠올리게 하는..
근데 웃는 혜영이 훨씬 친숙한데도 저 묵묵한 표정의 그림.. 와 어찌 저렇게 혜영일수가 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