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생생중계]스포츠하는 여성을 위협하는 폭력과 차별, 이에 맞서는 아주 상식적인 대안들
민우회와 문화연대는 2007년 6월 27일, 배제학술지원센터에서 우리은행 농구팀 전 감독의 소속 여성선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 계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 실태를 드러내고 이를 공론화하는 토론회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한 생생한 토론회 중계를 시작합니다.
스포츠하는 ’여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폭력과 익숙한 관행, 이에 대한 대안
정희준(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지난 5월 30일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우리은행 프로농구단의 박명수 전 감독이 소속 선수 성추행으로 구속되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구단측은 소속 선수를 성추행하고 특히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데도 해당 감독에 대한 해고도, 징계도 없이 사직처리하여, 본 사건을 한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고 사건의 공론화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한국여자농구연맹은 선수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WKBL핫라인’을 개설한다고 하고 있으나, 이는 형식적인 전화설치일 뿐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다.
감독의 권한은 막강하다. 특히 박명수 전 감독처럼 국가대표감독도 하고 한 팀에서 19년이나 있으면서 선수선발권 외에 선수연봉책정 등 행정권과 재정권까지 거머쥔 감독에게 저항한다는 것은 선수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여성선수들의 경우 비인기종목일수록, 후보선수일수록, 초년병일수록 이러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스포츠계에는 감독과 코치 등 지도자들에 의해 여성선수에 가해지는 성폭력 실태는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침묵의 카르텔을 통해 공론화되지도 않는 것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럼 ‘상식적’인 세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이러한 문제가 발생됐을 경우 연맹의 적극적인 개입(감독 제명 등)과 문화관광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성스포츠계의 남성지도자들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운영이 절실하다. 또한, 남성이 독점하고 있는 여성스포츠계에서 여성이 올바른 몫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여성지도자 배출을 위한 법적이고 제도적인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발제문은 첨부파일을 참고하세요>
갑자기 사라지는 선수, 건재하는 감독...
박찬숙(농구인)
이전에 갑자기 선수가 사라져서 물어보면 감독은 건재하고 선수는 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선수가 용기를 내서 법에 호소한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온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법적으로 가니까 오히려 폭력을 한 가해자가 큰소리를 치고, 구단은 나몰라라 하고- 과연 내 자식이라면 이러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건지 묻고 싶다.
구단은 앞뒤가 안맞는 말로 발뺌을 하며, 이미 감독이 사퇴한 후 일이기 때문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다시는 이러한 지도자가 나와서는 안된다.
여자프로농구가 출범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자감독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여성은 능력과 결단력이 없다고 하기 전에 여성감독이 나올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사실에 대해 먼저 살펴야 한다. 감독들의 무소불위의 권력- 그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선수들의 고충이 있다. 여성감독이 있었으면 그런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인 사건을 발생케 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박봉정숙(민우회 사무처장)
현재 프로농구, 배구단 11명의 감독 중 여성은 한명도 없다. 실업팀도 마찬가지, 남자감독은 19명, 여자감독 2명, 10%도 되지 못한다. 성폭력 현실은 더욱 놀랍다. 만나는 체육인들은 성희롱, 성폭력이 너무 만연해 있어서 마치 일상처럼 되어버렸다고 전한다.
이에 발생한 사건부터 풀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피해자를 보호하고 다양한 지원을 제공, 피해자에게 2차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여 다음에 발생할 수 있는 성폭력이 은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우리은행 측이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시행하고, 우리은행 노동조합 또한 시행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최근 10년간 농구단에 여성감독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과연 ‘그럴 수 있는’ 그냥 우연에 불과한 것인지 살펴야 한다. 즉, '감독은 남성이 되는 것'이라는 법칙이 존재해 온 것을 통계가 입증하는 것인지는 아닌가 하는 점이다. 특히, 박찬숙농구인이 제출한 진정서에 보면 우리은행측은 남자감독 선임이유를 묻자 ‘성추행 사실에 대해 보고는 성추행 사실에 대해 보고는 들었지만, 수십억씩 들여서 팀을 운영하는데 도덕적, 사회적인 측면을 고려하기보다는 승부의 결과가 중요하다. 성적을 잘 낼 수 있는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남자 감독이 필요하다.”라고 대답을 보면 이는 더욱 명백해 진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사건을 발생케 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문화관광부의 정기적인 실태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둘째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정인의 사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계에 만연된 반인권적인 상황을 보다 정확하고 광범위하게 조사하여 이의 시정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가해자에 대한 농구연맹의 징계, 팀운영의 민주화를 통한 선진화, 성차별․성폭력 문제에 대한 예방에서부터 발생시 이에 대한 조사, 제재, 징계 등을 맡을 전담기구의 설치, 각 구단에 대한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등을 시행해야 한다. <토론문은 첨부파일을 참고하세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더욱 많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
김동훈(한겨레 스포츠부 기자)
야구, 농구, 핸드볼, 하키 등 스포츠를 담당하면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여성선수의 인권침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은 남성과 여성모두 심각한 수준에 있으며, 프로팀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초등학교까지 만연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여성선수의 경우에는 여성이기 때문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더욱 많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컨대, 남성선수의 경우에는 해외전지훈련을 가더라도 현지에 청소부가 있으나, 여성선수들은 1-3년차가 밥과 빨래를 전담해야 한다. 그리고 감독이랑 외부손님이 함께 있는 회식자리에서의 경우 여성선수들은 고기를 굽거나 시중을 들게 하는 경우도 많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권침해가 추가되는 것이다. 또한 어떤 감독의 경우에는 지휘봉으로 여성선수의 가슴을 찌르거나, 엉덩이를 치는 일, 가슴을 꼬집기도 한다는 이야기 한 적도 있다. 그리고 프로농구의 경우 남녀 모두 합숙을 하기는 하지만, 기혼남성의 경우에는 출퇴근을 하기도 하고 시즌이 끝나면 두달정도 휴가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에는 전원 합숙이며, 시즌이 끝나도 휴가를 보통 일주일정도밖에 주어지지 않아, 여성선수의 경우는 일년휴가가 한달이 채 되지 않는다. 이유를 물으니 ‘여성선수는 오래쉬면 근육이 물러져서 안된다’고 이야기를 한다.
현재 감독은 선수의 출전권을 쥐고 있으면서 거의 제왕의 권리나 나름이 없고, 이에 선수들은 선수생명을 이어가려면 감독의 요구에 응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스포츠계 지도자를 불러놓고 교육을 해서 인식자체를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모든 감독과 지도자들이 성폭력을 하는것도 아닌데, 도매급을 매도되는것 같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감독도 있다. 그 감독의 말이 인상깊었다. ‘여자팀감독은 여성선수를 여자로 보면 안된다. 조폐공사직원이 돈을 돈으로 안보는 것처럼 해야한다’고 이야기 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조영권 문화관광부 체육국 생활체육팀
여성코치 등 여성지도자 확대와 관련하여 쿼터제를 고려해볼 수 있겠다.
또한, 지도자와 선수에 대한 정기적인 성교육과 문화교육을 통해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
또한 여성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기관과 함께 정책적 접근을 통해 인식을 전환하는데 노력한다는 말씀드리겠다.
* 본 토론회를 통해 문화관광부에서 스포츠계에 만연되어 있는 성폭력과 성차별의 실태를 똑똑히 목도했기를 바라며, 말씀하신 내용이 립서비스가 아닌 실질적인 대안과 대책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허현미(경인여자대학교 레저스포츠 교수)
이런 공론화 기회가 생길 수 있는 게 오히려 다행스럽고 감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올림픽에서조차 처음에 여성은 참여할 수 없었고 조금씩 넓혀져 108년이 지난 후 전체 참가자의 40%가 여성이 되었다. 그러나 양적인 발전은 있었으나 스포츠계의 성폭력, 남녀고용불평등은 여전한 상황이며, 제대로된 현황파악자료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여성은 반복적이고 연속적으로 발생되고 있으나, 피해사실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경우 가해자는 마땅히 퇴출되어야 하며, 소속구단은 피해선수에 대한 보상역시 마련해야 한다. 또한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향후 지속적이니 해결노력을 가져가야 한다.
이후 민우회는 스포츠계 만연되어 있는 성차별, 성폭력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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