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 가로질러 사유하기 (4강)
여성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다르게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
김신범 선생님은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노동자 건강권 운동에 있어 성적 편향이 존재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동안 주류 노동운동자체가 남성중심적인 부분이 있고 안전보건운동을 적극 전개한 세력이 금속노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근골격계 직업병의 경우 한국통신전화교환원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에는 노동조합 조직력이 갖춰진 금속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문제가 형성되었고, 주로 금속 제조업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산업재해가 인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각종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다양한 직업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문제로 형성되지 못하면서 직업성 질환 인정범위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재의 신고자체를 꺼려서 전체 통계률도 낮은데다 개인노동자가 개별적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런 우리 현실은 비정규직과 서비스직 위주의 여성노동자를 산업재해와 무관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가령 호주에서는 미용노동자들의 천식과 피부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반면 우리는 그렇지 않다. 미용노동자에게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천식, 피부질환, 근골격계 질환은 거의 직업병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아래 표는 강사분이 2,000년도에 조사한 미용노동자들에 대한 조사결과이다. 이렇게 분명한 질환이 있어도 산재신청을 해본 경험은 전혀 없었다
표 1). 미용사들에게 피부증상이 발생되는 이유
피부증상은 주로 어떤 경우에 나타나는가 |
응답자(명) |
백분율(%) |
물을 쓰는 작업을 한 다음에 |
33 |
40.2 |
파마약을 취급한 다음에 |
38 |
46.3 |
블리치약을 취급한 다음에 |
28 |
34.1 |
상처가 난 뒤에 낫지 않고 심해져서 |
11 |
13.4 |
기타 속의 기타? 이것이 여성노동자들의 건강의 현주소인 것이다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학습지 교사, 요식업체, 청소용역부터, 항만노동자로 유기용제를 다루는 일까지 매우 다양하게 전 직종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조사나 특정질병 산재인정 등에 대해서는 근거자료가 없다. 이러한 자료와 기록 조사의 부재는 사회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느끼도록 한다. 남성들의 산업재해는 제조업에서 대부분 발생하지만 여성들은 기타업종에서 산재가 발생한다. 기타업종을 분류해서 산재분포를 보아도 여성들은 기타의 각종사업에서 산재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노동자 중 여성이 40%에 해당하며 이중 여성의 직업병 발생율은 14%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생각이 폭넓게 존재한다.
1.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더 안전하게 일한다.
2. 남성은 더 위험한 곳에서 일한다.
3.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안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고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들이 적절한 것일까? 현재 여성노동자들의 산재 자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명확히 답하기조차 어렵다. 노동부에서 조사하는 산업재해통계의 업종구분은 표준산업분류를 따르고 있지 않아서 여성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도소매업과 음식 숙박업 등은 구체적인 실태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산업재해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노동자와 산재신청을 해도 불인정되는 누락되는 노동자들 중 대부분이 여성일 것이고 이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다.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면 반드시 직업병이 오는가?
흔히 말하는 3D업종 또는 위험한 것들을 취급한다면 산재율이 높아질 것이고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산재는 위험해서 발생한다고 하기보다는 국가 사회의 문화적 요인과 기업 문화에 의해 발생하는 부분도 크다. 위험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일하게 하거나 더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산재에 노출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배경이야 말로 산재를 높이는 것이다.
남성노동자들의 경우 중요노동강도가 심할 경우, 고용이 불안전한 경우, 우울한 증상이 있을 경우 산재를 더 경험하지만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자기결정권이 부족하거나 동료집단사이의 불화가 있을 경우 가족의 지원이 부족한 경우 산재를 더 경험한다고 한다.
성평등의 입장에서 여성노동자의 건강을 보자
건강이란 단지 몸이 아프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건강한 상태라고 한다. (국제보건기구의 건강에 대한 정의) 사회구성원의 건강을 살펴보는 것은 평등을 읽는 지표가 되고 있다. 누구는 더 위험한 곳에서 일하고 누구는 동일한 상해를 입어도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산업재해가 노동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산업과 업종, 임금, 고용형태, 연령, 성 등에 따라서 발생하는 차이를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가.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그 지표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왜곡된 통계나 정보의 오류들. 일반건강검진에 포함된 혈액검사는 간 건강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술문화가 발달한 우리 사회에서 유효한 검사일 수 있으나 대다수 일반건강검진에서 여성들이 매우 건강한 현실을 고려할 때 건강검진 항목도 여성노동자들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들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아프다고 말하거나 그만두거나...
여성의 대부분이 서비스직 비정규직에서 근무하고 있고 기타업종으로 분류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아파도 차마 말할 수 없다. 그만두느니 참는 수밖에... 열악한 곳일수록 사회적으로 더 은폐되고 그것이 당연히 여겨지는 풍토. 여성노동자들이 아픈 이유이고 안전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맺음말은 한 미용사의 인터뷰글로 대신하고자 한다.
“대학병원에 갔어요. 저는 심각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의사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더라구요. 그냥 나으려면 직업을 바꾸라는 말 밖에 안했어요. 습진인데요 너무 심해서 일을 할 수가 없거든요 당연히 치료받으러 다니다보면 미용실을 그만둬야죠. 그런 것 까지 봐주는 미용실은 없었거든요. 그냥 그만두고 치료받고 다른 곳 알아보는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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