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다 인터뷰 1] 수박 2조각과 2시간의 운동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에서는 [2013 다르니까 아름답다 : Diversity, now!]을 진행중에 있는데요. 요즘은 다름다 기획단과 함께 한창 인터뷰를 진행 중에 있답니다. :) 인터뷰 잘하고 있는지.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오늘부터 다름다 기획단이 정리한 총 3편의 글을 나누려고 합니다!
수박 2조각과 2시간의 운동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봤을 21살의 다이어트 이야기
나는 언제나 허벅지가 싫다
A는 21살이다. 듣기만 해도 부러워지는 숫자다. 그녀는 본인이 직접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며 인터뷰를 자청했다. 4월의 마지막 화요일 그녀를 카페에서 만났다.
“지금도 다이어트 중이에요. 친척언니가 오월 중순에 결혼하는데 기념사진에 날씬하게 나오고 싶어요. 평생 남는 거잖아요.” 그녀는 혼자서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계속 다이어트를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에 다이어트 이론에 빠삭하다. 다이어트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거나 느슨하게 하고 있거나, 그 두 가지 답안만이 존재했다.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사람은 없다. 인터뷰 당일엔 친구들과 수제햄버거 집을 갔는데 샐러드가 오일범벅이었단다. 살을 빼기엔 너무 방해물이 많다.
A가 특히나 마음에 들지 않은 자신의 몸으로 허벅지를 꼽았다. 허벅지가 유독 두껍다고 했다. 한 때 하루에 수박 두 조각만 먹고 두 시간 운동을 한 적이 있다. “인간이 생체학적으로 칠일동안 밤을 새우고 공부를 할 수 없어요.” 그 정도로 가혹했지만 성공한 다이어트였다. 방학이라 하는 일이 없어서 가능했다고 한다. “사람들한테 살 빠졌다는 소리는 못 들었어요. 그런데 라인이 달라지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A는 지금 다시 살이 쪘다. 자신의 허벅지가 가끔은 괜찮아 보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대답했다. “박스 티 입었을 때 거울 보면 허벅지 밑으론 괜찮아요.”
나를 사랑하지 않게 만든 사람들, 특히 남자들
A는 가리는 것 없이 먹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 A를 수박 두 조각만 먹게 했을까. 대학 입학 전부터 몸에 대한 스트레스는 있었다. 적극적으로 실행해 옮기게 한 것은 소개팅을 한 남자 때문이었다. A의 면전에 대고 그녀의 몸을 지적했다. 만나기 전 메신저로 대화할 때와 만나고 나서의 태도가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평생 수박만 먹고 살수는 없다.
A는 랜덤채팅으로 또 다른 남자를 만났다. 6개월 동안 메신저와 전화로만 대화를 했다. 만나자는 남자의 제안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직접 만나기 위해 큰마음을 먹었다. 남자와 편안하게 만나고 돌아왔다. 그리고 남자의 연락은 뜸해졌다. “그래서 물어봤어요. 내 외적인 면 때문에 그러는 거냐고. 아니래요.” 차라리 속 시원한 대답을 원했다는 그녀는 남자의 번호를 지웠다. 또 다시 가혹한 다이어트가 시작됐다. 답은 듣지 못했지만 이미 그녀는 답을 알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들도 그랬으니까 자꾸 자신감이 없어져요.” A에게 지금 그 몸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다이어트를 하겠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근데 또 몸매가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거리에 뚱뚱한 언니들이 남자친구와 걷고 있으면 어디서 만났냐고 묻고 싶어요. 나도 좀 만나보게.”
그녀의 남동생과 아빠가 뚱뚱하지 않다고 말해줬지만 그런 말은 상처를 이기지 못한다. “가족들이 해준 얘기에 대해선 그냥 좋은 얘기 하주는 구나, 그렇게 느껴요.”
가슴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A에게도 자신의 몸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 가슴이다. 어렸을 때는 옷을 입어도 맵시가 안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사람들이 이야기 하잖아요. 가슴은 B컵이나 C컵이 돼야 한다고. 그래서 내 몸에서 봐줄 부분은 거기 같았어요. 마음에 들었어요.”
“표현을 솔직히 하는 제 성격도 마음에 들어요.” A는 사실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고 부탁을 거절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냥 안볼 사이다 생각하니 편해졌어요. 의사표현을 확실히 해서 맞춰주는 스트레스가 사라졌어요.” 그런데 왜 자신에 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에겐 확실히 말을 못하는 것일까. “그거를 못하겠어요. 왜 그럴까요.” 모순이다. 그녀는 솔직히 표현하는 자기 모습을 좋아하면서도 사회적 시선이 무섭다.
어른이 되고 싶은 당신
A는 심리학과 학생이다. 철학과 여성학에도 관심이 많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학문이라서 그렇다. 섭식장애에 대한 사례도 알고 있다. 인터뷰 당일에는 미적추구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강의는 각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다르니까 아름답다는 말, A도 알고 있다. “그런데 자기한테 적용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21살 A는 자기가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다양성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 자기 기준으로 경중을 가리지 않는 사람.” 단번에 대답이 나왔다. “내가 필요로 했는데 내 주변에 없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자신이 말이 많아서 사람들이 가볍게 보지 않을까 걱정했다. 친구들도 그녀를 말이 많은 아이로만 생각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면이 있는데 말이다.
트랙을 달리고 있는 A에게
A는 알고 있다. 급하게 뺀 살은 도로 찐다는 것을. 다이어트는 평생 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정상체중임을.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든 못하든 계속 좌절감이 오죠.” 골인점이 없는 트랙을 달리는 것은 힘들다. 답을 알고 있지만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A는 엄마와 상담사를 만난 적이 있다. 상담사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선생님 손이 쭈끌쭈글 했어요. 손마디가 굵고. 그 손을 보면서 되게 오래 산 거북이가 떠오르는 거 에요. 그 손에 지혜가 묻어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녀의 어머니는 사회적 미의 기준에 엄격하다. 어머니는 그 손을 못생겼다고 했다. 같은 손을 보고도 완전히 다른 생각을 했다. 나이든 손을 보며 거북이를 생각한 A에게 희망이 느껴진다. 쭈글쭈글 해도 아름다운 손이 있듯이 아름다움엔 다양한 면이 있다. 우리는 이 긴 트랙 중 어디에 골인점을 둘 것인가.
● 단풍(다름다 기획단)
※ 사업과 관련해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여성건강팀(여경鏡)으로 문의주세용
02-737-5763, [email protected], 트위터 @WomensBody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