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part3.] 혼자가 아닌 함께! 대응하는 과정
추적자는,동의 없이 유포된 ‘나체사진’, ‘성행위 동영상’ 피해의 확산을 막기 위해 파일공유사이트를 모니터링하여 유포된 파일을 찾아 삭제하고 가해의 증거를 수집하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기획단입니다. 이 글은 기획단의 모니터링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이런 게 사랑이라면
오늘도 어김없이 두 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회의가 끝났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며 한마디를 뱉었다.
“이런 게 사랑이라면 전 연애 못 하겠어요”
“어머나 이런 부작용이...”
추적자 활동은 쉽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위로하고 작은 도움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우연히 추적자 활동을 알게 되었고 함께 할 수 있음에 들뜨고 감사했다. 하지만 그 감정이 오래가지 못했다. 모니터링을 하는 동안 난 마치 유포된 성관계 동영상 속의 여자가 된 듯 분노에 가득 차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어쩔 땐 이건 아니다 싶어 질끈 눈을 감아버리고 창을 꺼버리기도 했다.
한때는 정말 사랑한 여자일 텐데 어쩜 남의 일인 냥, 유포할 수 있는지...
정말 이런 게 사랑이라면 난 사랑 안 할련다.
새로운 사실 그리고 충고
초반 추적자 활동은 각 포털사이트 상담메뉴에서 피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묻는,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있다. 당신과 함께 있다.” 라고 댓글을 다는 활동을 했다. 몇몇 건의 상담 글에 댓글을 달았지만 우리에게 전화를 한 이는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는 글을 찾는 중에 한 남자가 남긴 글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클럽 가서 술 한 잔하고 처음 만난 사람과 원나잇~ 한 때의 쾌락을 위해 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남자들 사이에선 클럽에서 만나 성관계를 갖고 난 이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기까지의 모든 행동을 홈런이라고 합니다.” 라며 ‘홈런’을 조심하라는 충고(?)의 글이었다. 남자들의 세계? ‘홈런’이라니 너무 찌질하다. 조심하라는 충고는 몰래 유포하는 사람에게 해줘야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적하기
“전.. 더 이상 추적자 활동을 못 하겠어요”
오늘은 꼭 말해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회의장소로 향하지만 다른 활동가들의 열의에 찬 그 모습에 내 자신이 왜 이렇게 나약하고 한심하게 느껴지는지... 결국 함께 하는 활동가들 덕에 나도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
영상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것이 삭제가 되어 없어질 때면 ‘그래 이렇게 하나씩 없애나자’라며 혼자 으쌰으쌰 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시간 쪼개어 모니터링하고 보고서 작성한지 어언 3개월 추적자 활동이 막바지에 이렀다.
추적자 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으로 참석한 회의에서 어떤 활동가 한 분이 날 보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고 느껴져요”
그 분의 말처럼 아직 따뜻한 세상이기에.. 우리가 있기에 동영상 유포로 인해 힘들어 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언제든 연락 주기 바란다. 힘을 보태어 대차게 대응해 보자! 할 수 있다.
서로 위로하며 함께 가자
사랑한 사람과 나눈 사랑, 그것이 상처로 돌아올 때 자신을 자책하지 말자.
서로 손을 내밀어 함께 하자.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위로의 한 마디를 남겨본다.
몸살이 났을 때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쉬면서 가만히 놓아두듯 마음이 아프면 마음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놓아두면 어떨까? 생각도 하지 말고, 기억도 하지 말고, 상상도 하지 말고 마음에 아무도, 그 무엇도 들어오지 못하게. 그렇게 잠시만 놓아두자.“ <<그냥 눈물이 나>> 中 발췌
“마음도 아프면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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