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우리가 지금 당장 멈춰야 할 것들, 공군성폭력 사건에 부쳐
군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피해자는 고인이 됐습니다. 지난 8년 동안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3명의 여성군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언론은 끊임없이 떠들썩합니다. 대통령은 "가슴이 아프다" 합니다. 공군참모총장은 사퇴를 했습니다.
군대 내 성폭력, 책임 통감과 선언이 난무하지만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성폭력 사건 이후, '변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당장 멈춰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하나. 피해사실을 구체화하고 피해자 정보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보고하고, 배포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합니다.
국민의 힘 모 의원실에서는 피해자와 그 가족이 특정되는 정보와 피해사실이 상세히 적힌 문건을 유가족 동의 없이 배포하였습니다.
국회의원은 공공기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자료를 청구하고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그 권한은 성폭력 사건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것이며, 국민이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모 의원은 문제의식 없이 자료를 그대로 유포함으로써 이번 사건이 구체적으로 상상되고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비방이 재생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료를 그대로 전달한 공군 역시 문제입니다.
공군은 상명하복의 조직문화 속에서 소위 '윗선'으로 느껴지는 국회의원의 요청에 문제의식없이 자료를 보고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기 바랍니다.
둘. 사건을 구체화하고 피해를 전시하는 방식의 보도는 이제 그만되어야 합니다.
언론은 피해 사실을 아주 상세하게 보도하고 피해자의 사진을 반복해서 내보냈습니다.
성폭력 사건을 구체화하면 할수록 "그 정도야 다 겪는 거 아니야?" "그 정도로 뭘 그래?"
라고 성폭력 행위의 경중을 따지게 되거나, 성폭력을 개인이 가진 통념에 기반해서 판단하게 합니다.
보도는 사건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방안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언론은 성폭력사건 보도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합니다.
셋. 공동체 내 성폭력, 선언만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군조직은 지난 8년 동안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특별 대책을 발표하고, TF팀을 구성했습니다.
그들의 선언과 달리 여성군인들은 여전히 같은 현실 안에 있습니다.
신고하면 전우애를 망친다는 비난을 받고, 장기복무심사·진급 등 인사상 불이익을 예상하기 때문에
피해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조직은 어떤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만큼의 역량이 있는지, 여성을 동료로 생각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성폭력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공동체가 용인해왔던 조직문화 속에서 기인합니다.
그리고, 사퇴는 사과가 아닙니다.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 진정성 있는 사과, 성폭력 피해에 공감하는 것으로부터 변화는 이뤄집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가 발딛고 있는 공동체에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는 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군조직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닙니다.
각자의 직장에서, 학교에서, 공동체에서 조직의 안위를 위해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감추고 축소하도록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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