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실천 바톤터치] 달빛의 은은한 실천
안녕하세요, 달빛입니다.
여성주의 바톤터치! 제목만으로도 느낌이 화~악 오는 재미있는 꼭지에 제가 세번째로 바톤을 이어받아 봅니다. 몇 년 전 민우회와 여성주의를 접했지만, 삶에서 실천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었다는 걸 우선 고백합니다. ^^;
특히나 말에 녹아 있는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가치관이 고스란히 드러날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생태적인 부분에서도, 여성연대적인 부분에서도 저는 늘 소극적인 태도였다는것도 함께 고백합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런 저를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한 이슈가 있었으니, 바로 '동물실험과 육식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에 채식을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고래씨, 짱구) 크게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았는데 결정적인 계기는 반려견인 "세로"를 입양하면서 부터였답니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면 할수록 저는 인간과 동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그럴 타이밍이었는지 그때부터 유난히 육식에 대한, 동물실험에 대한 글과 다큐멘터리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답니다. 특히 “음식주식회사”(Food Inc.)가 기억에 많이 남네요.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자니, 음식조차 우리가 선택해서 먹는 것이 아닌 광고와 기업의 마케팅,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에 의해 우리의 식단이 결정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점점 평소 생각 없이 먹던 음식들을 다시 생각해 보기 시작했고, 이와 더불어 실험동물들의 희생 위에 내가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고기 먹기를 즐기고, 불편한 것은 못 참는 몇십 년 된 몸과 의식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일단 시작하자! 그리고 점점 줄여나가자!"라는 마음으로 조금씩 바꿔가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조금씩 익숙해지기"!
우선, 육식 줄이기!
전 아직 조금씩은 고기를 먹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먹게 될 일이 생기고, 저도 엄격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엄격하게 하면 금방 지치고 불편해져서 포기할 거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죠.^^; 저의 경우는 육식을 점차 줄여나가며, 채소와 콩단백, 해산물과 약간의 유제품을 먹는 길을 택했습니다. 처음에는 고기에 젓가락이 쉽게 가더니, 요즘은 점차 유혹을 절제할 수 있게 되는 저를 보게 됩니다. 고기 씹는 질감도 불편하게 되구요.
두번째는 동물 실험하지 않는 제품 사용으로 교체하기.
지금까지 진행된 동물실험 결과만으로도 충분히 신약을 개발하고 안전한 생활 제품을 만들 수 있으나, 동물실험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유는 기업들이 더 저렴한 재료를 만들고, 이에 따른 마진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글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이 점점 동물 실험을 금지하는 추세이긴 하나, 한국은 여전히 엄청난 수와 양의 동물실험이 행해지는 국가라는 것도요. 그런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한국에 동물 실험을 의뢰한다고도 합니다.
저는 화장품, 세제, 옷 등 각종 생활필수품들을 조금씩 동물실험 하지 않은 제품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왠지 구하기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 백화점이나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뿐, 찾아보면 이미 많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들이 있답니다. 그리고 제품을 구입할 때는 원재료와 동물실험 하지 않았다는 표시를 꼭 확인합니다. 처음엔 원재료 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더니 요즘엔 꽤 습관이 들었답니다. 게다가 하나하나 원재료를 따져보고 고민하다보니 전엔 아무생각 없이 쉽게 사던 행동을 좀 더 절제하게 되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얻게 되었답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싸다고, 나중에 쓸 데가 있겠거니 하고 사지 않게 된 것이죠.
그런데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No Animal Testing" 표기가 직접 실험은 하지 않았으나 동물실험한 회사의 원료를 사용할 수는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를 보완해서 더욱 강력한 "Cruelty Free"라는 표기를 사용한다고 하네요.
사실 위의 두 가지가 가져온 삶의 변화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답니다. 시작한지 6개월 정도 되니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던 일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어디에선가 보았던 "나의 욕망으로 인해 동물을 해치는 일은 하지 않겠다"라는 글귀도 항상 마음속에서 네온사인처럼 깜박거리며 ‘조금씩 익숙해져가기’ 프로젝트를 지탱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욕망이 과연 내 스스로의 진정한 욕망인지, 기업과 사회에서 주입시킨 욕망인지 깨닫게 되지는 과정이었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만약 이런 일들에 뜻이 있는데 엄격하게 지킬 자신이 없다면 저처럼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를 먹지 않기나, 늘 쓰던 스킨이나 로션을 동물실험 하지 않은 제품으로 바꾸기 정도의 노력부터 시작해 보자는 것이랍니다. (여러분, 어렵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제가 "조금씩 익숙해지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TED의 Graham Hill의 동영상을 링크하니, 관심 있는 분은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p.s 위의 방법이 꼭 윤리적인 소비와 공정거래, 생태적인 삶의 실천이라고는 할 수는 없습니다. '윤리적 소비'와 '공정 무역', '공정 여행'이라는 이름 하에 또 다른 마켓이 형성되고 있다고도 합니다. 다만 조금만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나와 가족과 이웃과 세상이 조금더 살만해 지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고, 여러분과 함께 더욱 본질적이고 나은 방법을 고민해보고자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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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님, 잘 읽었습니다 :) '음식주식회사'라는 다큐, 꼭 한 번 봐야겠어요ㅎ 전 동물 실험을 하는 화장품 회사의 제품은 피하고 있는데, 화장품이 아닌 다른 제품들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요. 세제, 옷 등을 구입할 때에도 "Cruelty Free" 표시를 찾아봐야겠어요.
오아... 항상 만나오던 달빛이 "동물실험과 육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군요. 읽으면서 저도 소소하나마 일상에서 실천하도록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굿
달빛님~~~잘 읽었습니다... 생활속에서의 작은 실천이 좀더 나은 환경과 세상을 만드는것인데..무심코 지나쳤던 일들을 다시금 생각하며~~작은 노력이라도 보탬이 되어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