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6월 신입회원 만남의 날엔
지난 6월25일, 민우회 지하 원경선홀에서는
올해로 세 번째인 민우회 신입회원 만남의 날이 있었습니다.
*신입회원 만남의 날은?
두 달에 한 번, 신입회원과 민우회가 처음 만나 서로 알아가는 날이에요.
가입한 진 오래되었지만 아직 민우회에 안 와보신 회원님들도 환영합니다.^^
올해 만남의 날은 세 번째이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하는 일은 늘 떨리고 설레는 일이더라고요!
과연 어떤 분들이 나타나실까 궁금해 하며 기다렸어요.
이 날 만난 회원님들은
박집사, 언니, 원, 파인, 스텔라, 덴마, 히루, 노보람, 잡초
그리고 소모임 ‘여백’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우회원 햇살 님입니다.
이런 낯설지만 호의적인 만남ㅎ
우리는 이번에도 조금 특별한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어디 사는 누구고 몇 살이고 이런 얘기부터 하는 게 아니라,
자기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자기소개하기.
언니 님은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이 두 개였어요.(연예인같다..) 하나는 업무폰이고, 하나는 사적으로 쓰는 폰이라고 하셨지요. 업무폰 끄고 잠적하면 못 찾는다는 농담을 하시기도 했다는ㅋ 배경화면에는 두 핸드폰 모두 날씨와 시간만 커다랗게 표시되어 있었어요. 날씨와 시간을 주요하게 체크하신다고.
박집사 님은 제주도에서 찍은, 지금 가장 좋아하는 사람의 사진과 본인의 사진을 편집하여 한 화면에 넣은 예쁜 사진이 배경화면이었어요. 사진 속 공간은 제주도. 오래 보고 싶은 사람이라 배경화면에 두었다는 고운 말을 덧붙이셨고요:)
원 님은 아이폰이 으레 그렇듯 배경은 각종 아이콘으로 도배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셨고요. 대신 잠금화면에 있는 멋진 그림을 보여주셨습니다. 누구의 그림이었는지 말씀해 주셨는데 잘 기억이 안 나네요ㅜ 한쪽에 어떤 사람 한 명이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고 있는, 분위기 있는 그림이었어요.
파인 님(이날은 아직 닉네임을 정하지 않으신 때라 은솔이란 이름을 쓰셨지요ㅎ)은 배경화면에 하늘과 풀이 보이는 사진을 해놓으셨었어요. 그리고 배경에 메모가 깔려 있었는데, 지금은 뭔가 업무관련된 내용(- -;)이 적혀 있었어서 잠시 안 보이게 해 두었지만, 얼마전까진 ‘넌 잘 될 거야’라고 쓰여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스텔라 님은 아주 오래된 피처폰을 아직도 쓰고 있다고 보여주셨어요. 간만에 보는 반가운 모양의 전화기였습니다!ㅎ 핸드폰을 오래 쓴 만큼 배경화면에 신경 안 쓴지 오래라 하시며, 이게 하늘 같긴 한데... 뭐 같은지를 옆사람과 상의하시며.. 배경화면이 뭔지도 모르겠다 하셔서 같이 웃었답니다ㅎ
덴마 님은 핸드폰 배경에 그냥 기본화면으로 해 두셨었고요. 그래서 ‘할말이 없어요 어쩌지..’라고 다소 난처해하시다가^^ 핸드폰에 다운웹툰앱이 깔려 있다고 하셨어요. 폰을 많이 안 들여다보려고 하는데 웹툰 때문에 자꾸 보게 된다고 하셨죠.
이때 덴마의 별칭에 대해 잠시 말이 오고갔습니다. 웹툰 제목 ‘덴마’에서 온 거냐, 만화 ‘몬스터’의 주인공 ‘덴마’냐, 덴마2분의1의 덴마 아니냐, 그건 덴마가 아니라 란마다ㅋㅋ라는 추측과 억측이 난무! 사실은 예전 헤어스타일에 대해 어떤 분에 ‘덴마’크소녀 같다고 하셔서 생긴 별칭이라고 밝혀 주셨습니다ㅎ
햇살 님은 핸드폰 배경이 기본으로 되어 있다고 보여 주시며, 요즘 배경화면을 뭐로 해야지 하고 신경써서 설정할 여유가 없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햇살ㅜㅜ 여유가 없군요. 뭔가 공감이 갔어요. 햇살 우리 같이 힘내요우!
히루 님 역시 배경화면은 잘 안 보여서 기본스타일. 대신 잠금화면은 요즘 좋아하는 배우 사진을 해놓았다고 하셔서 다들 엄청 호기심을 빛내며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배우는 바로 영국 배우 벤 휘쇼.ㅎ
노보람 님은 늦게 오셔서 핸드폰 배경화면 소개를 같이 못 했어요ㅜ 노보람 님의 핸드폰 배경화면이 궁금해집니다. 뒷풀이 자리에서라도 한 번 여쭤볼걸.
잡초 님 배경화면에는 예쁜 꽃으로 채워져 있었어요. 길을 가다가 꽃집에서 장미꽃 한 송이게 큰 게 예뻐서 배경에 해놨다고 하셨습니다. 환하고 생동감 있는 사진이 기분 좋게 해줄 것 같았어요.
빙 둘러 나름의 소개를 하며 쪼끔 가까워진 듯도 하고ㅎ
그리곤 민우회가 어떤 곳인지를 영상으로 사진으로 말로 좀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민우회의 활동 역사와 올해 하고 있는 사업, 회원활동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요즘 열심히 신입멤버를 모집하고 있는 민우회 회원 소모임에 대한 적극 홍보도 이루어졌답니다.
박집사 님이 다큐보기 소모임 <본다큐>에 관심을 표해 주셔서 회원팀 활동가들의 환호를 받았어요!
다른 분들도 민우회 소모임으로 어서어서 들어오세요! :D
(소모임 소개!
http://www.womenlink.or.kr/nxprg/board.php?ao=view&bbs_id=main_notice&page=&doc_num=526 )
회원 햇살이 민우회 회원이 되면서 경험했던 여러 활동들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나눠 주었습니다.
햇살은 <여백>의 열혈 멤버로 활동하고 있고,
이번 <함께가는 여성> 여름호의 표지모델이기도 하며,
얼마 전 보육 수다회에서 진행자로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도 했지요:-)
그리고 우리는 함께 뭔가를 꼼지락꼼지락 만들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레인보우 페이퍼 라는 게 있더라고요.
어릴 때 색색깔 크레파스로 마구 칠한 다음에 까만 크레파스로 덮어 칠하고,
뾰족한 걸로 긁어내면 예쁜 그림이 됐던 그거!
그게 요즘엔 공장에서 아예 그런 종이가 찍어 나오더라고요.
손에 묻지도 않고요.(세상 참 좋아졌어요)
그 종이에다가, ‘세상을 바꾸는 別(☆)생각’을 각자 표현해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의 일상적 삶이, 세상이 좀 더 나아지려면
‘이런 변화가 이뤄지면 좋겠다’싶은 것을 표현해 보는 것이지요.
세상이 이렇게 바뀌면 좋겠다 하는 나의 ‘다른’ 생각.
처음엔 막막해하시더니 제각각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 주셨어요.
사진을 하나하나 찍지 못한 것이 참 아쉽습니다ㅜㅜ
그렇지만 공유하고 싶어서, 긴 줄글 뿐이어서 읽는 분들게 쫌 죄송합니다만- -; 글로 옮겨봅니다.
온전히 옮기지는 못하고요ㅜ 간단히 줄여서 공유할게요.
박집사 님은 나이든 어른과 아이가 칼싸움하는 그림을 그려주셨어요. 지금 조카와 친구처럼 지내시는데 나중엔 그 아이가 어른스럽게 되어버릴까봐 하는 걱정인 든다고. 나이 들어서도 어린아이랑 친구처럼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하시며, 어른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고, 아이가 ‘마냥 애 같은’ 존재가 아니라, 서로 친구처럼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원 님은 굵은 선이 잔뜩 그려진 그림을 보여주시며, 직장생활 1년차에 의사소통의 문제를 많이 경험하신다며, 진심으로 말해도 꼬아서 듣는 경우가 많다는 얘길 하셨고요. 이 자리의 많은 분들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_-; 정말 그런 경우가 참 많은가 보아요; 그래서 원 님은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면 좋겠다, 딱 내맘처럼 닿진 않더라도 전달이 되면 좋겠다는 바램을 표현해 주셨습니다.
파인 님은 여성주의를 알기 전에도 비혼주의 생각이 많았다 하시며 기독교 베이스에서 자라다보니 비정상이란 얘길 많이 들으셨다 하셨어요. 그래서 비혼주의 공동체를 꾸리길 원한다고 하셨어요. 그림엔 다양한 삶을 나누는 공동체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파인 님은 여성이 혼자든 같이든, 자기 삶을 독립적으로 꾸릴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하셨어요. 연애든 결혼이든 꼭 둘인 게 더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회요. 파인 님, 완전 대공감이에요!
스텔라 님은 여러 가지 이미지들로 원하는 세상의 변화를 나타내 주셨는데요. 기울어진 시소가 평행으로 변하는 이미지로 평등을 표현해 주셨고, ‘협력’이란 뜻의 단어를 써 주시기도 했고요. ‘함께’라는 단어도 표현해 주셨습니다. 풍선 그림으로 우리가 가야 할 세상을 나타내기도 했고요. 또 재밌었던 건 구름 위에 귀 모양이 다른 돼지 두 마리가 있었는데, 이렇게 다양하고 못난 사람도 기분좋게 살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딱 민우회 <다르니까 아름답다>캠페인이 생각나네요?!> <ㅎ)
덴마 님은 공동체에 관심이 많으신데 공동체를 그리려면 사람을 그려야 해서- -; 빈 공간으로 ‘가능성’을 표현하려고 이 종이를 빈 종이로 남겨 두려 하시다가, 그래도 뭔가 표현하고 싶어지셔서 펜(?)을 드셨고, “아직 밝혀야 할 촛불이 많다”는 의미로 불이 몇 개 켜 있는 촛불들을 그려주셨어요. 그림이 너무 예뻐서 모두의 환호를 받았죠ㅎ.
히루 님은 두 가지를 표현해 주셨어요. 먼저, 밥먹으면서 티비보는 사람들을 그려주셨는데요. 티비에서 뚱뚱한 사람을 희화화 한다든가 그런 게 많이 나오는데, 히루 님은 ‘다른(別=☆)’ 사람들이 공영방송에 나와서, 채식주의 얘기도 하고, 페티쉬 얘기도 하고, 이런 얘기들이 그냥 보통의 밥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요즘 언어의 함의, 시선의 함의에 민감하다 하시며 ‘부럽다’는 말의 폭력성에 대해 생각해보셨다고 해요. 누군가에 대해 ‘부럽다’고 할 때, 사실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복잡한 상태인지는 모르고 또 관심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리곤 (아 이걸 글로 전달하기가 참 어렵고 미안한데요ㅜㅜ) 웃고 있는 눈과 입이, 앞에 상대방이 있어도, 지나가도 그대로 웃고 있는 모양. 그러니까 타인의 실제 상황이나 존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인 모습을 표현해 주셨습니다.
노보람 님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서로 안 보고 안 들어서 문제인 경우가 많다며, 요즘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라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어떤 면에선 눈치를 좀 봐야 하지 않나 싶을 때가 있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타인에 대한 배려, 관심이 필요한 순간들에 대해서요. 타인에 대해서 쉽게 획일적인 판단이 이뤄지는 것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잡초 님은 10년 넘게 자동차 만드는 곳에서 근무하고 계신데, 가면 갈수록 회사생활이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회사가 툭 튀어나와 있는 것을 평평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곳인데, 조직생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되곤 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그림을 그리다보니, 그렇지만 협동심이 없어지면, 너무 다 달라지면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 나갈까 싶기도 하다는 고민을 나누어 주시기도 했어요.
햇살과 언니 님은 바로 요 프로그램 이전에 먼저 일어나셔야 했어서, 같이 못했어요. 아쉽.
음, 저도 이렇게 긴 후기를 적게 될 줄은 몰랐네요 - -;;
근데 쓰다보니 주옥같은 얘기들을 많이 공유하고 싶어서 욕심을 부려봤습니다.
좋은 이야기,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주신 신입회원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하지만 또 되게 닿아 있기도 해서,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그리고 단체사진 짠!
(먼저 가신 햇살, 언니 님, 찍사인 나우가 사진에 없군요. 흑)
자, 사진을 아주 자세히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것이 그려져 있는지 좀.. 보이시려나요?ㅎ
그리고 우린 민우회 사무실 구경을 하고 근처의 맥주집으로 뒷풀이를 갔더랬지요.
만남의 날 이후, 파인 님이 후기를 써 주셨습니다 :)
by 파인 기대되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려 걸어갔던 길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문을 열게 된 민우회 만남의 날은 처음엔 다소 어색하기도 했지만, 한분 한분 소개하고 그림도 그려가며 마주치니, 따뜻하고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 ) 세상에서 ‘보편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제가 꼭 ‘별나고’, ’피곤한’ 사람이 되곤 했거든요. 그런데 이 곳에 처음 들어와 낯선 사람에게도 술술 꺼내놓는 제 이야기가 공감 되고 지지 받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한 마음이 들었어요. 민우회에 먼저 가입하여 ‘강추’(!)했던 친구는 앞으로 민우회가 자신의 평생에 보험 같은 커뮤니티가 될 것 같다했는데, 저에게도 즐겁고 유쾌한 여성주의가 피워질 수 있는 장이 될 것 같아요! 벌써 시작되었지요! 앞으로 더 ‘많이’ ‘자주’ 만나요~
파인 님, 앞으로 더 많이, 자주! 좋아요^^
아홉 분 모두 반가웠어요!
모두들 앞으로 민우회에서 자주 만나면 좋겠습니다 :D
*다음 신입회원 만남의 날은 무더운 한여름을 건너뛰고
9월 10일에 있을 예정입니다.
나중에 다시 공지할 거예요^^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민우회 회원활동에 관심이 있으신 회원님은 언제든
민우회원팀 02-737-5763 / [email protected]
제이, 나우, 눈사람, 먼지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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