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논평] 이계경 의원 발의 ‘소득세법일부개정법률안’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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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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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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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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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67
가사노동 가치를 편협하게 왜곡시키는
이계경 의원 발의 ‘소득세법일부개정법률안’을 반대한다.
지난 5월 18일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 등 12인의 의원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배우자의 종합소득공제에 반영’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률안은 종합소득세 납세자의 배우자로서 연간 소득금액의 합계액이 100만원 이하인 자의 경우 연 1200만원을 기본공제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 법안의 그 취지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법 체계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가치 평가 틀을 만드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가사노동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온 여성민우회는, 이 법안이 남편의 소득을 통해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주부의 노동을 남편인 배우자에게 종속된 것으로 인식하게 함과 동시에 가사노동은 여성의 역할이라는 현재의 편협한 인식을 더욱 강화시킴으로써 성별역할을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기에 이 법률안에 반대한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사노동 가치 인정방식을 배우자의 소득에서 공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가사노동을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만 그 가치를 인정받게 하는 것이며 더불어 가사노동을 전업주부의 것만으로 한정시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공사 영역에서의 성별역할 분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더욱 확산, 고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개정안과 비슷한 법률이 있는 일본의 예를 통해서 보듯이, 자칫 여성의 취업 동인을 약화시키거나 스스로 연1백만원 선에서 소득을 억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가능성 또한 많다.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그 참가율도 증가하고 있는 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 개정안은 가사노동 가치 인정이란 허울로 여성들을 사회적 노동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도태를 유도하고자 하기 위한, 저출한 고령화 대책으로서 제안된 것은 아닌지를 의심하게 된다.
둘째, 사회적 형평성과 소득 재분배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 법률의 적용 대상은 연12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수입이 있는 계층에게만 제공되는 것으로, 국가 지원 대상이 되어야 할 소득이 전혀 없는 실업자나 저소득층에게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소득 재분배에 문제가 있는 법률안이다. 또한 전업주부와 거의 동일한 가사노동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취업주부의 노동과 배우자가 없는 한부모 등의 노동을 배제한 것으로 사회적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셋째, 가사 노동의 개념을 매우 협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개정안은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을 전제로 하여 다른 한편의 배우자가 수행하는 가사노동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가사노동은 한부모가구, 미혼 가구에서도 진행되며, 또한 가구 구성원의 모두에 의해서 수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정안은 전업주부에 의해 수행되는 가사노동만을 그 대상으로 설정함으로써 다른 가사노동 수행자들의 노동을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전업주부의 노동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려는 사회적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사노동을 132만원 정도의 사회적 노동에 준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한정시키며, 나아가 전업주부만이 수행하는 것으로 전제하는 가운데 결국은 가사노동의 가치와 그 중요성을 오히려 평가 절하시킬 수 있다. 전업주부의 노동과 가사노동의 가치에 대한 인정은 단순히 경제적 가치로 환산 이전에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섣부른 경제적 가치로의 환산은 이 개정안처럼 오히려 가사노동 가치를 평가절하하거나 왜곡된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가사노동은 전업주부의 몫이 아닌 가구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수행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한편 남녀 모두 함께 수행하는 속에서 그 가치가 새롭게 평가되어야 한다. 또한 공사 영역의 성별역할의 고정관념을 깨고 가족 구성원이 함께 가사노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와 여건을 만드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동시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은 그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2005. 6. 6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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