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청와대는 250억 돈뜯기의 진상을 밝혀라
[기자회견문] 청와대는 250억 돈뜯기의 진상을 밝혀라
박노익 청와대 방송정보통신 행정관이 8월초, KT, SK, LG 등 통신 3사 임원들을 불러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협회장 김인규)의 운영을 위해 총 250억원을 출연하라고 강제로 요구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이며 정권교체 직후 KBS 사장 0순위에 꼽혔던 김인규 회장을 위해 청와대가 민간기업 돈뜯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대해 박 행정관은 “매년 찔끔찔끔 계모임 하듯 걷을 수는 없다”며 거액의 강제 요구 사실을 실토했다. 이쯤 되면 공방도 아니고 진실게임도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대목은 압권이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박 행정관이 기금 모금을 담당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전혀 딴 소리를 했다. 본인은 ‘했다’는데 그의 상관은 ‘안 했다’고 우기는 셈이니 세상에 이런 코미디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언론도 맞장구를 쳤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은 국정감사에서 나온 이야기로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고, 동아일보는 아예 내용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기업 임원을 청와대로 불러 각 100억원 또는 50억원을 강제로 내라는 정경유착 부활의 징후가 권력과 언론에 의해 이렇게 은폐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불법적 정경유착 사건에 언론이 공모하여 비리를 덮어주는 정권의 권력형 사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시장 규제를 철폐한다고 외치면서 실제로는 기업을 겁박하여 시장을 유린하고, 언론은 장악하지도 장악될 수도 없는 존재라고 말하면서도 권력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추석 특별기자회견에서 청와대는 쟁점이었던 세종시 문제를 기자들에게 질문하지 말 것을 대놓고 요구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일은 기자들이 청와대의 요청을 수용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회견결과에 크게 만족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아주 막가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한 행정관의 돌출적 행태가 아닌 이명박식 정치의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절차와 제도는 깡그리 무시되고 날치기와 편법이 국가를 통치하는 유력한 수단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사도 하기 전에 미리 무죄를 선언해버린 청와대의 작태에 대해 언론은 지금부터라도 언론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박 행정관은 물론이고 통신사 관계자들도 불러 그 과정을 명명백백 밝혀 권력형 비리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그게 바로 제대로 된 여론수렴이고 법치주의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청와대가 기업에 모금을 강요하는 행위는 5, 6공 군사정권에서나 있었을 법한 구시대적 권력 남용과 정경유착의 부활이다. 철저한 진상파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 지난 3월 ‘청와대 행정관 성 접대 파문’을 일으켰던 곳도 방송정보통신 비서관실임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청와대는 더 곪아 터지기 전에 비리를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2009년 10월 12일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미디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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