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심의위의 위헌적인 천안함 게시물 삭제
[논평] 심의위의 위헌적인 천안함 게시물 삭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천안함이 미군잠수함에 의하여 침몰되었다”는 내용의 게시글 3건과 “천암함 조사결과는 정부의 조작이다”라고 표현한 게시글 1건 등 4건에 대해 삭제조치를 결정했다.
심의위는 천안함 침몰 사고가 국가 안위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임을 감안할 때, 해당 글이 “불필요한 의혹을 조장하거나 이용자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할 우려가 있고, 건전한 여론형성을 저해하는 등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심의위의 이번 시정조치는 2002년 ‘불온통신’에 관한 헌재결정에 반하는 것으로, 이와 같이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인터넷 게시물을 심의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헌재는 지난 2002년 심의위의 전신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불온통신’ 심의에 관한 판결에서 “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며 명확성의 원칙 등을 들어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심의위의 결정도 마찬가지다. 심의위는 해당 게시물들이 불분명한 정보를 단정적으로 주장하여 혼란을 초래한다고 주장하나, 해당 게시물은 제목만 봐도 <천안함과 핵잠수함의 충돌 순간 집중추리>, <천안함과 미 핵잠수함의 개연성>이라고 되어 있고, “천안함은 좌초 후 표류하다 충돌로 침몰된,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사고라는 추론이다”라고 밝히고 있는 등 개인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한 의견 개진에 불과하다. 이런 게시물에 대하여 행정기관인 심의위가 자의적으로, 그것도 다수결로, 표현물의 유해성을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삭제를 강요하는 것은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행위다.
더군다나 이번 삭제조치는 정부를 비판하는 표현물에 대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탄압의 소지가 크다. 최근 천안함 사고와 관련하여 단지 정부와 다른 견해를 표명했다는 이유로 많은 전문가와 네티즌, 시민들이 형사기소 되었다. 심지어 참여연대는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의문점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는 이유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심의위의 이번 결정 역시 천안함 비판에 대한 정부의 탄압기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가 또 한 번 반대의견을 탄압하기 위한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2010년 6월 25일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미디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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