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우리은행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박수는 시기상조
[성명]
우리은행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박수는 시기상조
지난 20일, 우리은행 노사가 “비정규직 노동자 3천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데에 전격 합의했다. 11월 30일 날치기 통과되었던 비정규직 관련법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이 쥐락펴락 되었던 상황에 비추었을 때, 수많은 비정규직에게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은행 노사의 합의는 일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이며 모범처럼 보일 수 있으나, 우리은행 노사가 합의한 것을 “비정규직 철폐”의 성과로만 평가하기에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
먼저 우리은행 노사의 합의는 우리은행에 있었던 비정규직 노동자 3천명에 대한 별도의 급여를 명문화하고, 과장이상의 승진은 불가하도록 승진체계를 분리하였다. 또한 고용안정이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합의는 부재하다. 그리고 직군분리제를 통해 ‘정규직화’되어 별도의 임금과 승진체계를 적용받는 노동자는 대부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로 구성되어 있어 성차별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기 힘들다.
은행이 별도의 직군제를 운영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9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은행들은 ‘여행원제’를 통해 행원과 여행원을 구분 채용하여 여행원에게 별도의 임금 및 승진체계를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여성노동단체들의 노력으로 여행원제가 사라진 이후에도 몇몇 은행은 성별로 직군을 분리하는 신인사제도를 도입하여 성차별을 존속시켜 비난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대부분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직군을 정규직화한다는 명목으로 분리하는 것은 과거에 사라진 ‘여행원제’의 이름만 바꾼 부활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한다.
더욱이, 2007년 7월부터 시행될 기간제법에서 정한 계약직에 대한 차별처우 금지규정에 대해 외주화 등 다양한 회피수단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분리직군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금지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은행 노사는 분리직군제가 갖고 있는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만이 진정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박수는 그때 받아도 늦지 않다.
2006. 12. 22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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