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노동부의 '남녀고용평등법 전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여성·노동계 의견
지난 3월 13일, 노동부에서는 법제명 개정, ‘배우자출산휴가제’도입,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등을 골자로 하는 [남녀고용평등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이에 여성노동연대회에서는 이번 전부 개정 법률안의 실효성을 위해 노동부의 전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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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의 [남녀고용평등법 전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여성·노동계 의견
지난 3월 13일, 노동부는 기존 남녀고용평등법의 법제명 개정, ‘배우자출산휴가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등을 중심으로 하는 [남녀고용평등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번 전부 개정 법률안은 주로 직장·가정의 양립 지원을 그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요구되어 왔던 직장·가정의 양립 지원의 의지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이번 개정안이 실효성 확보하기 위해 여성·노동계는 구체적인 입법 내용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제출한다.
1.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확대하고 유급을 명시해야 한다.
새로 도입되는 배우자 출산휴가제는 남성들의 양육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로서 이 제도를 법적으로 규정하여 남성들의 양육참여의 책임을 명시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개정안에 제시되어 있는 3일의 무급 배우자 출산휴가제도는 휴가기간도 짧고 무급이라는 점에서 그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먼저 휴가기간은 배우자의 출산을 보조하고 양육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으로 5일은 보장해야 한다.
또한 휴가기간에 급여가 지급되지 않으면 남성노동자들의 활용률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유급임을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 산전후휴가급여, 육아휴직 급여가 모두 사회보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또한 사회보험에서 충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선적으로 산전후휴가 급여 지급방식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등을 우선 지원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회보험에서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
2.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시 제도의 취지에 맞게 법정근로시간의 1/2을 넘지 않도록 하고 연장근로시간 역시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
새로 도입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3세 이하의 아이를 가진 노동자가 아이의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단축 후 근로시간의 범위를 15시간~3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근로시간 상한선을 최대 30시간으로 넓혀놓은 것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실질적 의미를 살릴 수가 없다.
이에 근로시간 단축이 직장과 양육의 양립을 위한 효과적인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단축 후 근로시간의 범위를 법정근로시간의 1/2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시 원칙적으로 연장근로를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둘 수밖에 없다면, 이 제도의 활용도뿐만 아니라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연장근로시간을 6시간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겠다.
3. 육아휴직은 취지에 맞게 설계되어야 하며,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보호를 위한 휴가제도는 별도의 제도로 접근되어야 한다.
전부 개정안에서는 영유아의 양육을 위해 필요한 경우 외에 임신한 여성근로자가 필요에 의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성의 경우 임신 상태에 있을 때 자신과 태아의 건강상의 문제로 휴직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육아휴직의 취지는 고용을 유지하면서 영유아의 양육을 위한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임신한 여성이 필요에 의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은 육아휴직의 취지에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육아휴직 사용 사유는 영유아 양육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여야 한다.
더구나 현재 육아휴직은 남녀 노동자가 모두 사용가능함에도 대체로 여성만을 위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인식에서 벗어나 남성들의 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임신기 여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육아휴직이 여성중심의 제도라는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임신한 여성노동자와 태아의 건강상의 문제로 인한 휴가의 경우는 육아휴직이 아닌 별도의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
4. 본 법의 목적은 ‘고용평등 실현’과 ‘직장과 가정의 양립지원’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전부 개정안은 본 법의 목적을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의 변경은 ‘남녀고용평등 실현’이라는 이 법 애초의 목적을 경제 발전의 논리로 환원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고용상의 평등 실현은 경제 발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이 법의 목적을 ‘고용평등 실현과 직장·가정생활의 양립 지원’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5. 이번 개정안에 간접차별 및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등 그동안 개정의 필요성이 주장된 부분도 포함하여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우선 차별 정의와 관련하여 현행법 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별의 정의 조항 중 간접차별에 대한 개념이 너무 엄격하여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포괄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있어 왔다.
간접 차별의 차별개념이 확산되게 된 배경 및 입법 취지에 맞도록 그 성립요건을 완화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현행법 2조 후단을 ‘또한 성을 기준으로 하지는 않지만 당해 기준에 의해 성별로 다른 결과가 미쳐서 한 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효과가 직무의 고유한 요건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이를 차별로 본다’로 개정할 수 있겠다.
또한 지난 2005년 개정을 통하여 도입된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도 개정이 필요하다. 즉 고용상의 성차별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로 특징지워지는 여성노동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내용이 현황보고 서식에 포함되어야 한다.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가 입법취지에 맞도록 추진되기 위해서는 직종별, 직급별 현황만이 아니라 고용형태별(정규직, 비정규직) 성별 비율과 성별 임금현황이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6. 이 법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향후 남성들의 양육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부 개정안의 방향은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가 직장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직장·가정의 양립 지원의 핵심은 여성노동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가사·양육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가사·양육 노동이 여성만의 책임이 아니라 남성, 나아가 사회의 책임이라는 인식 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법률 개정안은 남성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제도마련은 매우 미흡하다. 향후 좀더 적극적으로 남성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07. 3. 27. 화
여성노동연대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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