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흥 의원의 '병역법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장애,여성 단체 의견서
고조흥 의원의 ‘병역법일부개정법률안’ 에 대한
장애 ․ 여성 단체 의견서
장애인 권익 ․ 성평등 운동을 하고 있는 본 단체들은 한나라당 고조흥 국회의원이 지난 2007년 5월 28일 입법 발의한 ‘병역법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힙니다.
1. 헌법재판소가 이미 위헌 심판한 군 가산점제를 다시 입법 발의하는 것은 헌정질서를 어지럽히고 역사를 후퇴시키는 처사입니다.
제대군인이 공무원 채용시험 등에 응시할 때 군 경력을 가산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대군인가산점제도(이하 ‘군가산점 제도’)는 이미 1999년 헌법재판소가 관여재판권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위헌 심판한 내용입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군가산점 제도’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심판 하였습니다.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은 민주주의의 헌법 및 법률에서 확고히 정립되어 있는 기본 질서이자, 민주사회의 모든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기본권리입니다. 특히 UN 등 국제사회는 이미 1979년 ‘여성에대한모든형태의차별철폐에관한협약(UN)’ 1983년 ‘직업재활과 고용에 관한 협약(ILO)’부터 최근 UN의 장애인권리협약 제정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평등과 자유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권고하여 왔고, 우리 정부도 평등과 복지라는 헌법 이념을 구현하기 위하여 여성 ․ 장애인 차별 금지 및 지원을 위한 법체계를 구축하여 왔습니다.
이와 같이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실질화 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8년 전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기반 하여 위헌 심판한 법안을 다시 부활시키려는 시도는 헌법의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자 역사를 후퇴시키는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헌법 재판소의 판결 후 8년이 지난 지금,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을 논해야 한다면,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헌법 정신을 침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제대군인 보상방안은 무엇인가, 어떻게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아갈 것인가라는 방향에서 논의가 공론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2. 고조흥 의원의 병역법 개정안은 여전히 위헌입니다
(1) 고조흥 의원 병역법 개정안의 평등권 침해
본 개정안은 취업보호기관이 채용시험을 실시할 경우, 제대군인에 대해 ‘과목별 득점의 2% 이내’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고조흥 의원은 1999년 헌재 판결은 군가산점제도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과목별 만점의 5% 이내’라는 가점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므로 가점 비율을 낮추면 위헌소지가 해소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당시 헌법재판소의 판결의 취지를 적절히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가산점이 공무원 채용시험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실증 분석에서 불과 “영점 몇 점” 차이로 합력, 불합격이 좌우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가산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시험의 난이도에 따라 만점을 받고서도 불합격될 가능성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취업난으로 채용시험의 경쟁률이 더욱 높아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과목당 2%의 군가산점은 여전히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임이 자명합니다. 비록 가산점으로 인한 합격자가 2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하더라도, 가산점으로 인해 20% 이내의 합격자가 불합격처리를 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여전히 이들의 평등권 침해는 명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군 가산점제 부활에 찬성하는 입장은 헌법재판소가 평등권을 지나치게 경직하게 해석했다고 주장하나, 당시 헌법재판소는 고용상의 남녀평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라는 헌법적 가치는 헌법이 강도 높게 보호하고자 하는 정신이며, 법익의 일반적, 추상적 비교의 차원에서 보거나, 차별 취급 및 이로 인한 부작용의 결과가 심각한 점을 보거나 가산점 제도는 법익 균형성을 현저히 상실한 제도라고 결론 내린바 있습니다. 따라서 고조흥 의원의 개정안은 여전히 헌법의 기본정신인 평등권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2) 고조흥 의원 개정안의 공무담임권 침해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 25조의 공무담임권 조항은 모든 국민이 누구나 그 능력과 적성에 따라 공직에 취임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함을 내용으로 한다고 해석하였습니다. 그리고 공무담임권은 ‘여자 ․ 연소자 근로의 보호, 국가유공자 ․ 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에 대한 우선적 근로기회의 보장’ 등과 같은 합리적 범위 안에서만 제한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제대군인 지원이라는 입법 목적은 예외적으로 능력주의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되지 못하는데도 가산점 제도는 능력주의에 기초하지 않는 불합리한 기준으로 공무담임권을 제한하고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고조흥 의원의 개정안은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를 무시하고 여전히 공무원 시험에서 군가산점을 허용함으로써, 여성과 장애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3) 여성의 고용환경을 크게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군가산점
특히 고조흥 의원 개정안은 여성들의 고용환경을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95년 48.3%에 비하여 2007년 4월 50.7% 올라 겨우 2.4%에 증가된 것에 반해, 여성의 비정규직화는 급속도로 확대되어왔습니다. 2006년 8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644만 여 명의 여성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무려 67.6%(435만 5천 여 명)에 달하고 있고, 이들의 임금 수준은 남성정규직 대비 43%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사 가운데 비교 가능한 50개 기업이 2000년과 2005년 금융 감독원에 제출한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남녀 직원 임금격차는 2000년 상반기 월평균 106만1천원에서 2005년 상반기 월평균 162만1천원으로 52.80% 확대된 것으로 드러나, 여성에 대한 임금 차별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개정안대로 공무원 시험, 학교 교직원 시험, 20인 이상 공․사기업체 또는 공․사 단체에 군 가산점제를 실시한다면, 이미 일자리 기회와 임금에서 구조적 차별을 당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더 큰 차별을 부과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특히 공무원 경쟁시험은 여성과 장애인에게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공정 경쟁 영역으로, 여전히 불평등한 사회적 관행으로 인해 공정한 취업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는 여성 및 장애인들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극히 침해하는 것입니다.
3. 이제는 합리적인 제대군인 보상책, 군대 개선방안을 논의할 때입니다.
이제는 군 복무에 대한 합리적 보상책과 군대 개편방안을 논의할 때입니다. 고조흥 의원의 개정안은 非제대군인에 대한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전체 남성이 아닌 취업보호 실시기관 응시 제대군인만이 받을 수 있는 차별적인 보상입니다.
따라서 보다 평등하고 합리적인 군 보상책이 논의되어야 합니다. 첫째, 군 복무기간이 인생을 낭비하는 기간이 아니라, 보다 생산적인 경험이 될 수 있도록 군대 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군복무 기간 중 취업준비를 위한 직업훈련이나 사회적응을 위한 학습이 가능하도록 군대내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고, 건강증진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 임금 인상 등 복리 후생을 위한 투자를 단행해야 합니다. 또한 군대내 폭력을 근절하고 민주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정책과 예산을 마련해야 하며, 군복무 기간 단축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둘째,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책으로 군복무기간을 연금 산정 시 적용하는 방안 등 합리적 지원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본 단체들은 고조흥 의원의 ‘병역법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명백히 반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보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회의원의 막중한 책임을 고려하시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기대합니다.
2007. 6. 13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한국청년연합회
한국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단체연합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단체연합 전북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기독여민회 대구여성회 대전여민회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여성사회교육원 새세상천주교여성공동체 수원여성회 안양여성회 여성사회교육원 울산여성회 제주여민회 제주평화인권여성연대 충북여성민우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여성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함께하는주부모임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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