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여성을 대상으로 한 ‘지하철 몰카’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대법원의 ‘지하철 몰카’ 무죄 판결에 대한 논평>
여성을 대상으로 한 ‘지하철 몰카’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23일 대법원은 지하철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를 몰래 촬영한 남성에게 성폭력범죄 처벌법 상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이 판결을 둘러싼 논쟁이 분분하다.
논쟁의 초점은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가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부위인가 아닌가에 맞추어져 있다. 현행법 상 촬영행위와 관련된 성폭력 범죄의 기준은 촬영 대상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 인지의 여부이다. 따라서 촬영 행위가 성폭력 범죄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촬영 대상이 되는 여성의 신체 중 어느 부위가 성적수치심과 관련된 부위인지를 논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를 동의 없이 촬영하는 것이 과연 ‘신체 중 어느 부위가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인지 질문이 필요하다.
성별여부, 옷차림의 여부를 떠나 공공장소에서 본인의 동의 없이 사진 촬영을 당한다면 누구나 당황스러울 것이다. 더구나 여성의 경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한국사회의 성문화 속에서 동의 없는 사진촬영은 곧 성적침해의 가능성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비단 포르노 싸이트만이 아니라 대학의 커뮤니티, 포탈 싸이트의 이미지 게시판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공공장소에서 몰래 촬영한 여성의 신체 사진을 게시하고 그것을 평가하거나 성적으로 의미부여하고 악의적인 볼거리로 만드는 문화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촬영의 대상이 된 여성이 느낀 감정은 성적 수치심일 수도 있고 단순한 당혹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적수치심을 느꼈든 그렇지 않든 한국사회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행위는 곧 그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여성이어서, 또 짧은 치마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동의 없는 촬영의 대상이 되었을 때, 이를 저지하고 항의할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행위에 국한한 지엽적인 시각으로 성적수치심의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성적자기결정권의 보호라는 성폭력특별법의 입법취지에 맞는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또한 사진 촬영 행위, 사진이나 이미지의 유포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인식의 공론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2008. 3. 24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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