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하반기*함께가는여성] 민우ing_‘예쁜 20대’ 아니면 ‘엄마’… 이것이 광고인의 상상력인가요?
★민우ing
‘예쁜 20대’ 아니면 ‘엄마’… 이것이 광고인의 상상력인가요?
소연(황소연) | 여는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지난 9월 27일, 국민 TV카페 온에어에서 광고 속 성차별 발표회가 열렸다. 부제는 ‘이 발표회를 광고주와 광고 제작자 분들께 바칩니다’. 광고에서 드러나는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광고제작 및 심의과정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에게 이런 광고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우리의 염원이 가닿기를 바랐다.
이날 행사에서는 모니터링단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이 진행한 광고 모니터링 결과가 발표되었다. 모니터링단은 정확한 모니터링을 위해 치열한 논의와 토론을 하며, ‘이런 묘사/대사도 성차별이 맞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최대한 예리하게 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덕분에 광고 속 여성은 여전히 획일화된 이미지로 재생산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광고 속 여성, 양적 평등을 넘어 질적 평등이 필요하다
모니터링을 진행한 매체는 TV지상파, TV케이블, 인터넷/극장/바이럴, 유튜브 총 4개로, 유튜브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나머지 매체는 6월 한 달 동안 집행된 광고를 모니터링 했다. 분석결과 대체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등장했지만, 수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꼭 성평등한 광고의 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여성들의 연령대가 10대부터 60대까지 고르게 분포해있지 않고 20대 여성들이 가장 많았던 것은 의미심장했다. 많은 20대 여성 인물들이 외모를 부각하는 화장품 광고에 자주 등장했고, 다른 광고에 등장하더라도 성적으로 대상화되거나 성역할 고정관념이 반영된 묘사에 사용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는 10대~60대 까지 비교적 고르게 등장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연령대의 여성이 광고에서 선호된다는 것은 위험신호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해서, ‘예쁘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여성의 역할’이라고 주장하는 광고와 더불어, 광고에서 선호되는 여성의 캐릭터는 역시 ‘엄마’였다. 건강식품과 세제, 제약광고 등에서 돋보였던 ‘엄마’로서의 여성은, 광고 속에서도 아이 및 주변 환경을 돌보고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데에 힘써야 하는 인물로 사용된다. 무언가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그 ‘무언가’가 ‘아이의 교육 및 영양 챙기기’이거나 가사노동이 전부인 것이다. 그 가사노동조차도 여성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가족들을 위한 행동이다. 엄마의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 다른 욕망을 추구하거나, 그것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광고는 극히 드물었다.
남성 옆에서 춤추고, 도움 요청하고…. 최악의 광고, 이제는 바뀌어주세요
이 밖에도 여성을 납작한 캐릭터로 묘사한 광고는 얼마든지 있었다. 최악으로 뽑힌 광고 몇 가지를 보자.
<광고 1> 생리대 광고 속 남성과 여성의 모습(소피한결, 2017.06)
여성에게 ‘그날(생리기간을 뜻함)에도 넌 빛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남성이 등장하는 이 광고는, 생리기간을 ‘빛’의 반대로 상정하고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면서도 애인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넌 빛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여성의 빛나는 순간은 왜 남성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까?
<광고 2> 식품기업 이미지 광고 속 여성의 모습(풀무원, 2017.08)
한 식품기업의 기업이미지 광고다. 여성이 혼자 요리를 한다.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는 엄마와 여아가 함께 요리를 하더니, 마지막 장면에서 남성은 식탁에 앉아있고 여성은 요리 후 음식을 식탁에 놓는다. 실제 광고에서 남성은 약 1초정도 화면에 등장한다. 짧은 시간에 이 장면을 굳이 광고에 넣은 의도는 무엇일까? 여성의 요리는 남편과 가족을 위한 것임을 말하기 위해서일까?
<광고 3> 식품 광고 속 여성의 모습(토니버거, 2017.06)
햄버거 광고에서 내용물의 크기를 강조하는 노래가 나온다. ‘너무 커’, ‘너무 길어’ 라는 노랫말을 여성들이 반복적으로 말하면서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춤을 춘다. 남성은 상품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여성들은 그런 남성을 돋보이게 하고 시선을 끈다. 아무리 햄버거의 패티 크기를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였다지만 너무 무리수를 둔 건 아닐까?
<광고 4> 보험광고 속 여성의 모습(AIG여행자보험, 2017.08)
여성이 ‘여행자 보험’을 줄여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에서 배우자를 부르듯 “여보~!”를 외친다. 마치 그러면 모든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는 듯. 또한 여행자 보험 서비스 중 보안이나 안전은 남성이, 돌봄과 서비스는 여성이 담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발표회에 참여해주신 패널들은 광고계 사람들이 ‘크리에이티브’ 하다는 것은 일종의 편견이라고 ‘고백’했다. 오히려 내부 구성원들이 잘 유입되지 않고, 그나마도 진입장벽이 높아져서 남성 중심적이고 성차별적인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는데…. 시대의 목소리(!)인 페미니즘을 읽어내고 광고의 고리타분한 성역할 고정관념을 폐기하는 멋진 광고인이 많을 것이라는 환상은 사라졌다. 하긴, 그동안 여성혐오 발언을 일삼은 연예인이 새 광고를 찍을 때 마다 절망했던 것을 떠올리면, 아직 광고 속 성차별을 해소하기까지는 먼 길을 가야할 것 같다.
이번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2017년 광고계는 여성을 상품의 장점이나 기능을 알리는 적극적 인물로 묘사하는 데에 게으르다는 것을 또 한 번 체감했다. (물론 성평등한 요소가 있는 좋은 광고도 있었지만) 또한 광고에서 묘사하는 고리타분한 여성에 대한 편견은, 드라마/영화 속의 그것과 흡사하다. 수많은 컨텐츠가 여성은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워야 하고, 누군가를 돌보는데 여성의 능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실이 내일은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주변에 광고주, 광고 제작자들이 있다면 더 자세한 광고 분석내용과 성평등한 광고를 보고 싶은 이들이 전하는 말을 담은 발표회 자료집을 전해주길 바란다.
*자료집은 민우회 홈페이지 소식-발간자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womenlink.or.kr/publications/19497
❚소연(황소연)
요즘 친구들과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법을 익히는 중입니다(어렵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