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하반기-함께가는 여성] 기획_180707 : 여기서 끝내자
기획소개
2018년,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았고 미투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수만 명의 여성들이 거리에 섰다. 함께 모여 외치고, 말하고, 분노했다.
고통과 울음, 안도와 용기가 함께 선 거리 위에 있었다.
01. 31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 촉구 전국 15개 지역 동시 기자회견
02. 23 ‘달라진 우리는 당신의 세계를 부술 것이다-강간문화의 시대는 끝났다’ 발언-피켓-행진
03. 22~23 2018분 동안의 이어말하기/ 대자보 광장/ 성차별·성폭력 끝장문화제(1차)
04. 07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들자’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2차)
04. 21 전국 동시다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3차)
05. 17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2주기,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4차)
07. 07 낙태죄 위헌‧폐지 촉구 퍼레이드 ‘낙태죄, 여기서 끝내자’
08. 10 경찰 편파수사 규탄 긴급 기자회견-십수 년의 불법촬영 유포‧방조, 웹하드는 왜 처벌하지 않는가? 진짜 방조자는 경찰이다
08. 18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5차)
안희정 전 도지사 성폭력 사건 1심에 사법부가 무죄를 판결했다. 판결 당일 저녁, 그리고 사흘 뒤 2018년 8월 18일, 분노한 시민들이 다시 거리에 섰다. 이날 2만 여명이 함께 했다.
기획
180707 : 여기서 끝내자
승짱(조승미), 오서방(오성민), 유이(이경숙), 서소(서소은희) | 여는 민우회 회원
페미니스트가 되고 행복해져 이제 이십여 년이 다 되어가는 사람들. 특히 근래 몇 년간은 여성운동에 관심 갖는 분들이 부쩍 늘어서 더욱 기쁩니다. 여성들의 절실한 바람이 결실을 맺어 ‘낙태죄’도 폐지되고, 일상의 성폭력과 성차별도 사라진 날이 하루 속히 오길 바랍니다.
일러두기
· 이번 기획은 편집팀의 질문에 답하는 서면 인터뷰 원고를 편집하여 실었습니다.
· 인용된 발언 내용은 발언문 및 녹취록에서 발췌, 요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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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한민국 형법 269조 ‘낙태죄’ 위헌 심리가 진행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임신중지권 확보를 위한 대규모집회가 열리고, 아일랜드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죄를 폐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뜨거웠던 여름, 통제와 관리 그리고 국가형법의 처벌 대상으로 수십 년간 고통 받아 온 여성들의 분노가 광화문 광장에 가득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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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광화문 광장, 낙태죄 위헌·폐지 촉구 퍼레이드 〈낙태죄, 여기서 끝내자〉
친구들과 단체 카톡을 하다가 소식을 듣고 꼭 나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여성의 몸의 결정권자는 여성인데 왜 국가가 개입하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나온 세월이 너무 오래됐어요. 지칠 만큼 지쳤고, 더 이상 그런 명령에 따르기 싫어요. 저희는 어머니 세대가 아들 낳기를 강요당하느라 ‘여아낙태’ 경험이 많으신데,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며 어머니들의 피 끓는 분노까지 다 전하고 싶었어요.
임신을 중단한 여성에게 벌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엉터리 지식을 가르친 학교, 제대로 여성의 임신을 연구하지 않은 국가가 저에게 벌을 주겠다는 것 아닙니까? 심지어 원치 않는 임신과 임신중단에 같은 책임을 지고 있는 남성조차 협박과 공갈로 여성을 벌하겠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가르친 지식을 믿었을 뿐인 저에게, 육아를 힘들게 한 직장과 사회에 대항할 힘이 없었을 뿐인 저에게, 임신중단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저에게 국가는 이토록 가혹해야 합니까?
임신중절은 여성에게 가장 치명적입니다.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임신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은 국가입니다. 그런데 되려 국가가 여성을 벌하는 낙태죄는 폐지되어야 마땅합니다.
– 180707 집회 발언 중
집회 때 연단에 올라 임신중절 경험에 대해 말씀해주신 기혼여성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얘기를 듣고 있자니 동생 생각이 났어요. 동생이 여고를 다녔는데 학교에서 결혼 전까지 순결을 지킨다는 서약서를 전교생에게 쓰게 했어요. 그리고 조회 때 다 같이 낭독하는 행사 같은 것을 했다고 했습니다. 어처구니 없어하던 동생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대독 되었던 성매매 여성의 이야기도 기억납니다. 힘들게 성판매를 하면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성구매 남성들의 연대에 대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낱낱이 알려주었어요. 여성들의 몸을 매개로 남성들의 더러운 유대가 쌓이고 공고해지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언제까지 여성의 몸은 권력의 도구나 사회의 희생양, 성적인 도구로 취급당해야 하나요?
손님들은 ‘2차’를 하다가 못 싸겠다면서 콘돔을 뺍니다. 피임은 언제나 언니들의 몫이에요. 여성의 성관계는 숨겨야 하는 일이기에 어떻게 몸 관리를 해야 하는지 설명을 들을 길은 요원해요. 하혈 등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피임약 복용을 중단합니다. 그러다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합니다. 일을 쉰 기간만큼을 돈을 메우기 위해 또 성매매를 하고, 손님들은 늘 그렇듯 콘돔을 뺍니다. 손님들은 ‘내가 부인을 7번을 낙태시켰어’, ‘이 형이 그렇게 힘이 좋아, 쌌다 하면 다 임신이야’ 이런 말들을 농담으로 합니다. 남성연대 속에서 여성의 몸은 소모되고 있습니다.
문란한 성생활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낙태죄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요. 그런데 정말로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고 있는 이들은 누구입니까. 선임이 남성 동생들을 이끌고 룸살롱을 찾는 남성카르텔이 조직에서 힘을 발휘하는 사회입니다. 성관계는 개인들만의 것이라기보다는 남성 성역할 수행, 그로 인한 사회적 지위 획득 등 우리 사회 문화 제도가 작동하는 장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눈감아주고,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남성 간 연대가 공모되는 이 성관계에 이들은 무엇을 책임지고 있습니까. 여성에게만 주홍글씨를 남기는 낙태죄, 이제는 폐지해야 합니다. 낙태죄 폐지로 성관계와 임신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길 바랍니다.
- 180707 집회 발언 대독 중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이후로 변화는 시작된 것 같다고 느낍니다. 사회가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 되었을지라도 더 이상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기간 여성집회에 참여해왔는데요. 광화문 광장이 ‘낙태죄 폐지’를 외치는 여성들로 가득 찬 모습을 보니 울컥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여성의 몸을 통제하려는 국가의 출산정책에 이바지할 생각이 1도 없습니다. 낙태죄 위헌 소송은 2012년 이후 두 번째입니다. 여성 인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요. 언제까지 밀리고 배제되어야 합니까?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위헌임을 하루빨리 판결하시오!
이날 집회는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인사동 길을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3.3km 행진 퍼레이드로 이어졌다. 마무리 집회에도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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