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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후기] 퀴엇말싸미 시스와 달라 (ft. 내가 혐오하라고 문자를 창제했냐_세종대왕)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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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여성민우회 소모임, 🌈퀴엇말싸미 시스와 달라🌈의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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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이분법에 의문을 가진,

이성애/유성애 중심주의라는 틀을 깨고 싶은,

일상에서 퀴어함을 발견하는,

누구나를 위한 


퀴어 글쓰기 모임 〈퀴엇말싸미 시스와 달라〉 소모임이 6월 18일부터 11월 12일(수), 마지막 모임까지 진행되었어요. 

11월 22일에 열린 트랜스젠더 추모 행진과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에서 진행하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 행사 “나의 장례식에는 미러볼을 밝혀줘 2025”에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둠칫둠칫하는 세종대왕과 보라색노란색이 칠해진 기둥 앞에서 찍은 제 사진이 들어간 홍보물을 올렸는데요, 

소모임 홍보물이 올라가는 날 “대체 새길은 왜 자기 사진을 찍어 홍보물에 넣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답니다.

기둥에 칠해진 색깔이 논바이너리 플래그(보라색, 노란색, 하얀색, 검정색) 같았어요😝

 다소 난해한 홍보물에도 불구하고 회원 5분이 모여주셨어요. 

회원 리나, 선이, 쌈, 안나, 은하수와 활동가 새길이 모임에 함께 했습니다!

 

첫 번째 모임에서는 자기소개시간과 민우회의 회원 약속문을 함께 읽고, 우리의 약속을 만들었어요. 자기소개, 그냥 하면 조금 막막할 수 있을 것 같아 

1) 이 모임에 왜 오게 되었냐면요~

2) 요즘 관심 가는 주제는 OO입니다! 

3) 나의 최애 작가/ 책을 소개한다면?! 

라는 세 가지 질문으로 시작했는데요.

훈민정음 언해본의 첫 구절인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나랏말씀이 중국과 달라)’를 패러디한 소모임의 제목에 흥미를 느꼈다는 이야기와(역시 제목이 중요한 것일까요..?) 시스젠더 헤테로 중심 사회에서 이에 대항하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나누어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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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심 가는 있는 주제는 다양했어요. 기후위기, 공공재생에너지법,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 트랜스젠더 인권 등등.

나의 최애 작가와 책에서는 글쓰기 모임답게 회원 분들의 글에 대한 덕심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구병모, 조예은, 최진영 작가님, 그 외에도 많은 작가님들...!!! 한참 동안 덕심을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약속은 두 가지였어요. 2주에 한 번 모여 각자 쓴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만큼 

1) 모임 시작 전 근황 나눔 시간 갖기, 

2) 서로의 글에서 좋은 점, 의미 있는 점에 더 주목하기.⭐⭐ 

이렇게 두 개의 약속을 가지고 11월까지 모임을 진행했답니다.

 

두 번째 모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공유했어요. 

공유드라이브에 글을 올리고, 모임에서는 글을 읽는 시간을 잠시 가진 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분량 자유! 형식 자유!”를 지향하는 모임인 만큼 글을 다 쓰지 못했더라도 서로의 속도에 맞추어 글을 읽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여성에게 정해진 규범을 깨려는 여성을 마녀로 취급하던 사회와 이성애중심주의를 정면으로 깨부수는 안나 님의 〈마녀를 사랑한 소녀〉, 가족의 틀을 정해놓고 ‘돌봄’을 가족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에 질문을 던지고 보편의 돌봄을 이야기하는 쌈 님의 〈가족〉, 시스젠더 동성애가 당연한 세상에서 논바이너리 팬섹슈얼로 정체화한 엘리의 이야기를 다룬 새길의 〈엘리〉, 여성의 몸이 당사자의 것이 되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투쟁을 외치는 선이 님의 〈몸〉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생각을 나누며 퀴어에 대한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돌봄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사람을 선별하고 구획짓는 세상, 계속되는 페미니즘 백래시 등으로 우리의 이야기가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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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모임에서는 은하수 님의 레즈비언 커플이 등장하는 SF 소설과 쌈 님의 〈배려〉, 2026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다큐멘터리 〈에디ㅣ앨리스 : 리버스〉 를 미리 관람하신 선이 님의 감상평, 첫 모임에 이어 쓴 〈엘리〉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은하수 님의 글을 읽으면서는 기후위기/기후재난의 영향 또한 결국 불평등하게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최근 5만 명을 넘긴 공공재생에너지법이 왜 필요한지, 자원을 민영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어요. 쌈 님의 글에 등장하는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누군가를 때리지 않고 더 나아가 지킬 수 있게 할지"라는 문장이 한참 동안이나 마음에 머물렀습니다.

 

세 번째 모임에서는 선이 님의 〈호칭〉, 은하수 님의 〈이카루스〉, 안나 님의 〈백설 논바〉, 새길의 〈내가 살아가는 이유〉, 네 개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백설 논바〉는 기존의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하되, 백설공주가 논바이너리였다면? 이라는 가정으로 쓰인 글이에요.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니?”라는 왕비의 질문에 신비로운 거울은 “백설공주”라고 답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백설이란 말이냐?”라는 질문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왕비님”이라고 답해요. "여자이거나 남자라면 상여자, 상남자라는 호칭을 기꺼이 받았을 텐데 논바이너리 백설이었던지라 '상논바'라는 호칭이 그나마 적격이겠습니다."로 마무리되는 안나 님의 글을 읽으며 밑줄을 긋기도 하고 깔깔 웃기도 하며 포괄적 성교육이 얼마나 필요한지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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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모임에서는 은하수 님이 전 모임에서 쓰셨던 〈이카루스〉의 뒷 내용을 써서 공유해주셨어요. 앞전에도 몽글몽글한 SF 소설로 기후위기와 공공재생에너지법으로 이야기를 열어주셨는데 이번에도 따뜻하면서도 앞으로의 인물들의 행동이 궁금해지는 글을 써주셨습니다. 안나 님도〈마녀를 사랑한 소녀〉의 뒷 이야기를 써주셨는데요, 마녀로 몰린 공주가 소녀의 도움을 받아 감옥에서 탈출한 뒤 숲 속에 살아가고 있던 다른 마녀들을 만나게 되는 장면에서 다들 숨을 참고 글을 읽어나갔습니다. 후속편 써주세요!!!! 제발!!!😭😭 이라는 팬들의 눈물 어린 호소가 있었어요.

 다섯 번째 모임에서는 〈달개비의 꽃말은 그리움〉과 쌈 님의 〈랍스터〉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랑하지 않으면 모두 비인간이 되어야 하는 세상을 다룬 영화 ‘더 랍스터’에 대한 글이었어요. 사랑하지 않는 이유, 사랑을 ‘못’하는 이유를 왜 설명해야 하는가? 연정, 섹슈얼한 감정은 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까에 대한 쌈님의 깊은 고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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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랍스터>의 포스터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한 7월에는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에서 열린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전시를 다녀왔어요. 문상훈 작가의 "FUTURE QUEER IS HERE"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고 본격적으로 전시를 관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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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훈, FUTURE QUEER IS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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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는 마인드맵이라는 방식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 속에서 동성애와 트랜스젠더의 삶이 어떻게 교차하고 만나고 얽혔는지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 있었는데요, 제작 인터뷰에서 전시가 한 눈에 읽히지 않기를 바랐다는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인간의 삶을 단번에 알 수 없듯, 곳곳에 존재하는 성소수자의 삶 역시 단일하지 않고, 복잡하게 놓여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시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작품 뿐 아니라 재일교포의 이야기, 제주 4.3, 민주화운동 등 다양한 역사와 기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8월에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에서 진행한 927기후정의행진 X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포럼에 함께 다녀왔어요. 안드레야스 말름의 책 〈팔레스타인의 파괴는 지구의 파괴다〉를 통해 기후 정의와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가스 수탈에 국가와 기업들이 동참하고 팔레스타인 학살을 묵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며, 어떤 것을 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한국가스공사는 가자지구 가스전 수탈을 멈춰라" 캠페인에 서명하고 서로를 독려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비가 정말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요, "왜 서울시장은 여전히 반지하 건물을 내버려 두고 있는가", "기후위기가 아니라 기후재난이다." "기후재난은 취약한 집단에게 더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기후정의가 곧 인권이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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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진행하며 선이 님의 〈호칭〉, 은하수 님의 〈코드 네임〉, 저의 〈어제, 오늘, 내일 불청객이 찾아왔다〉, 안나 님의 〈나는 데미그라스 아니고 데미 걸〉,〈일상 귀환〉 등 여러 작품을 함께 나누었는데요, 왜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의 성별이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인지에 대한 선이 님의 글을 읽으며 공감과 성별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나의 성별을 밝혀야 했던 경험을 나누기도 했어요. 새롭게 정체화를 하게 되는 일상, 퀴어로서 자의적/타의적 상황에 따라 성별 표현을 유동적으로 하게 되는 모습,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순간 찾아오게 되는 디스포리아, 한국에서 ‘여성 총파업’이 일어난다면?이라는 상상까지, 에세이와 소설, 희곡이라는 장르를 넘나드며 자유롭게 우리의 삶 속에서 퀴어함과 페미니즘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떠났습니다.

 

퀴엇말싸미 시스와 달라는 11월 22일(토)에 열린 트랜스젠더 추모 행진과 23(일)에 열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기념 행사"나의 장례식에는 미러볼을 밝혀줘"에도 참여했어요. 

11월 20일(목)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TDoR)로 트랜스젠더 혐오로 살해된 트랜스젠더 여성 리타 헤스터에 대한 추도에서 시작되어 매년 트랜스젠더의 존엄과 권리에 대해 생각하는 날로 기념되고 있어요. 올해에도 22일(토)에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기념하는 집회와 행진이 열렸는데요, 

올해의 컨셉은 "두드릴수록 더 크게 울리는 동네북"이었습니다. 

"언제나, 어디에나 존재하는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더 크게, 시끄럽게 알리는 의미이기도, 

트랜스젠더의 인권이 곧 모두의 인권임을 더 크게 알리기 위한" 의미이기도 하다는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어요. 

한국여성민우회 구구 활동가도 무대에서 페미니즘과 트랜스젠더리즘의 만남과 연대에 대한 발언을 해주셨습니다. 

멋진 공연과 뜻깊은 발언을 마친 후, 이태원 광장에서부터 행진을 시작했어요. 

행진 대열에 무지개 깃발을 흔들어주시거나 트랜스젠더 플래그 색의 목걸이를 하고 환호해주시는 분들을 만나며 더 힘차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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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다음 날,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가 주최하는 행사에도 퀴엇말싸미 시스와 달라 등장!! 

떠난 트랜스젠더를 너무 우상화하거나 언제나 슬퍼하며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라는 고민 속에서 

내 장례식에는 미러볼을 밝혀줘〉라는 파티 형식의 행사가 진행되었어요. 

이날의 행사에서는 소모임원인 은하수 님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아래 발언문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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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여성민우회 글쓰기 소모임 퀴어말싸미 시스와 달라의 멤버 은하수입니다. 송년회 약속을 하나둘씩 캘박해가면서 어느새 연말이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다들 어떤 한 해를 보내셨는지, 추운 겨울은 어떻게 보내실 건지 궁금합니다. 저는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데,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면 쓸쓸함이 밀려오거든요. 고향이 남쪽이어서 그런지 여전히 서울의 추위는 저를 자꾸만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겨울엔 비타민 D가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가족의 기일이 있어서인지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고, 뭘했다고 벌써 연말이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올해 냈던 작은 용기들 중에 소모임에 참여한 것만큼은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여기 서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게 되었고요.

이야기 나눔 제안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발언할 자격이 되나? 였어요. 퀴어 가좍이라고 장난스럽게 말하긴 해도 사실 시스젠더 헤테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한데 묶이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잖아요. 마찬가지로 소모임 모집글을 봤을 때도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아닌데 참여해도 되나? 싶어서 처음엔 주저했습니다. 그치만 시스젠더 헤테로의 이야기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성별이분법과 이성애, 유성애 중심주의를 벗어난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껴서 참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덕분에 지난 6개월 동안 안전한 공간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범주를 더 넓히고 세계를 확장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중략) 젠더를 재정체화하거나 혹은 하나로 정체화하지 않은 지인들도 있고,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꽉 맞는 옷은 아니고 불일치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적당히 여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요. 이러한 스펙트럼 속에서 자신만의 결로 존재하는, 수많은 삶을 정의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존재해서 존재하는 건데, 왜 존재하냐고 물으면 사실 할 말이 없어요. 왜 일일이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하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고요. 우리는 필연적으로 죽음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죽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나답게 살고 싶을 뿐인데, 그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지만, 매일 흔들리고 무너져도 내가 살아남는 게 퀴어운동이고 페미니즘이다, 생각하면서 꾸역꾸역 다시 일어서곤 해요. 오늘 같은 자리 덕분에, 거친 파도 속에서도 자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제 마음을 붙잡고 있는 문장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작은 파도들 때문에 스스로가 바다임을 잊지 마라. 

감사합니다.


이렇게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에도 함께 참여하며, 퀴엇말싸미 시스와 달라가 마무리되었어요. 함께 쓴 글을 모아 책자를 만들었는데요, 완결이 된 글을 위주로 하느라 모든 글을 싣지는 못했지만 여러분께도 살짝 퀴엇말싸미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때리는 이가 되지 않기 위해, 나로 존재하기 위해, 다른 이들과 연대하며 살아가기 위해 치열하고도 다정하게 보냈던 시간의 한 자락이 여러분께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책자는 아래 파일을 통해 다운받으실 수 있어요. 

12월 6일 열릴 한국여성민우회 회원송년회에서도 실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선이, 쌈, 안나, 은하수 님의 후기를 전해드리며 이만 후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이

저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강해요. 한번도 저의 성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거나 고민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도 여성으로 대우받는 것이 정말 싫어요. 일할 때는 그냥 노동자이고 춤을 출 때는 그냥 댄서이고 연대를 할 때는 그냥 동지이고 싶습니다. 여자는 저를 구성하는 아주 많은 것들 중에 아주 작은 일부일 뿐입니다. 제 생활 대부분에서 제가 여자일 필요가 없는데 여자로만 여겨지는 게 정말 답답해요. 퀴엇말싸미 시스와 달라 소모임에서 이런 저의 생각들을 아주 거칠고 투박한 글로 공유했는데 부연 설명 없이도 저를 이해해주시더라고요. 성소수자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비성소수자도 아닌것 같은 저의 감각이 이렇게 쉽게 이해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어요. 그리고 다른 분들의 글을 통해 다른 분들도 저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고민과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덧붙일 말 없이 이해되고 이해하고 연결될 수 있는 시간이 항상 기다려졌습니다. 언젠가는 모두가 해방되어 서로 해방감에 대한 글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퀴어로 살다보면 흔하게 단절을 겪게 됩니다. 아무리 외쳐도 내 목소리가 닿지 않는 수치심에 처음에는 남들과,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과 단절됩니다. 단절을 겪은 모든 사람의 결과가 같진 않겠지만 저의 경우는 자신을 버려두고 소통을 거부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스스로를 방치했습니다. 글을 써 보려고 마음먹고 겨우 다시 찾았을 땐 잔뜩 먼지가 덮혀 있었습니다. 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손으로 털고 열심히 닦아 사람들 앞에 꺼내 놓았습니다. 제법 예쁘고 제법 그럴싸했습니다. 아마 다시 찾아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색깔이었습니다.

여전히 제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이 많지만, 나에겐 너의 목소리가 이렇게 닿았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난 6개월이 즐거웠습니다. 조금은 빛이 다른 저일지라도 진심을 다해 읽어준 퀴엇말싸미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안나

글을 읽고 쓰는 사람, 트랜스젠더 데미걸 안나입니다. 글이라는 건 내면의 감정과 자신의 경험을 짜내어 써내는 자기 소모적 행위입니다. 글에는 글쓴이의 모든 게 드러나기 마련이고, 그리하여 더욱 자신의 글을 타인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상당한 압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퀴엇말싸미 시스와 달라’에서 쓰는 글은 ‘나의 마음, 생각을 모두 보여줘도 괜찮다’라는 안정감이 듬뿍 묻어나는 정겨운 글 모임이었습니다. ‘퀴엇말싸미 시스와 달라’는 끝났지만, 또 다른 따뜻한 소모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은하수

퀴어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건 몇 배의 노력이 드는 일입니다. 세상과 불화하면서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고 그 속에서 나를 잃지 않아야 하니까요. 다양한 페르소나를 갈아 끼우며 사는 존재들에게 삶이란 자신을 찾고 확장해 나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한 여정에서 글은 늘 좋은 동료가 되어 주었습니다. 제가 읽고 쓰는 글엔 여성, 퀴어, 연대가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데요. 누군가는 너무 노골적이고 정치적이라고 말하지만, 존재 자체가 정치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삶이 있습니다.

예전엔 이태원과 홍대를 자주 들락거렸으나 서울 외곽으로 이사한 후에는 성소수자 가시화에서 조금 멀어진 삶을 살고 있었는데, 소모임을 하며 퀴어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서로의 진솔한 글을 읽고 쓰며 잠시나마 자유로워졌어요. 정치적인 존재들이 글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세계가 확장된 따뜻한 연대의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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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에 손가락을 대 퀴어의 Q를 표현하고 있는 선이, 은하수, 리나, 새길(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