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OTT모니터링: 코끼리와 내비게이션 프로젝트>에서는
미디어에서 우리가 더 많이 만나고 싶은
다양한, 다른 이야기와 존재를 스티커로 담았습니다.
보고싶다/보고싶지않다 스티커 2종인데요.
1
먼저 [보고싶다] 스티커부터 소개할게요!
1) O 서사가 있는 여성 주인공
2) O 휠체어 탄 주인공
3) O 비혈연가족의 이야기
4) O (PPL 아닌데) 채식메뉴 회식
5) O 폭력을 방관하지 않는 사람들
6) O 사과하는 아부지(父)
7) O 마라톤 나가는 할머니들
8) O 보통의 삶을 사는 보통의 사람들(한부모가족, 성소수자, 정신질환자, 이주민, 자립준비청년, 장애인)
...을 담았습니다.
2
다음은 [보고싶지않다] 스티커입니다!
1) X 남자는 쏙 빠진 고부갈등 장면
2) X 로맨스의 탈을 쓴 폭력들(손목잡기, 벽치기, 기습키스)
3) X 여자끼고 술 마시는 남자들
4) X 범죄자 캐릭터에 정신질환 병력 덧씌우는 설정
5) X 너무 많은 일회용품 사용, 특히 생수병!
6) X 시체가 된 여자들
7) X 퀴어베이팅(동성애, 퀴어 요소 등을 넌지시 내비치지만 실제로는 묘사하지 않는 것. 떡밥을 주고 낚기만 한다고 해서 '허위매물'로 불리기도 합니다.)
8) X 모성이 전부인 엄마 캐릭터
...을 담았습니다!
*작가님과의 에피소드
스티커 그림이 예쁘죠? (반박은 받지 않습니다)
일러스트는 hanyo 작가님과 함께 작업하게 되었는데요, 조금 묵직하고 무거운 내용들을 hanyo 작가님의 알록달록 색연필 그림과 함께 담는다면 가공할만한(?) 귀여움을 가진 스티커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섭외하게 되었답니다...★
hanyo 작가님은 토크쇼에도 참석해서 함께 스티커를 만든 소감을 나눠주셨어요.
"안녕하세요. 한요입니다.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건, OTT 드라마를 모니터링한 내용을 가지고 스티커로 만드는 작업인데 이 스티커를 만드는 작업도 또 미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티커도 인쇄매체잖아요.
워낙 처음에 작업을 의뢰해 주셨을 때 '이 내용에 이런 이미지였으면 좋겠다'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정리해 주셔서 비교적 편하게 작업 했는데, 그래도 고민이 생기는 부분이 많이 있었어요. 비혈연가족 이야기에서 가족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야 하지? 라든지.
또 고민했던 건 '보통의 삶을 사는 보통의 사람들'이었는데 이건 제가 '버스에 앉아있는 사람들로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좋다!' 스스로 뿌듯했던 장면이었고, 미리 민우회에서 의견으로 주셨던 스케치 아이디어에서 제가 '이건 너무 좋다'고 생각했던 건, 시체가 된 여자들을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가 '무병장수' 띠를 부르고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보고 싶다] 스티커는 비교적 그리기가 쉬웠는데, [보고싶지않다] 스티커는 '싫어', '안 돼요' 팻말을 들고 있는 식으로만 표현하기에는 얄팍해져서 그걸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 불편하지 않게 작업하는 게 고민 되었어요. 막상 왔다 갔다 의견을 나누며 작업을 하다 보니까 [보고싶지않다] 스티커 그림이 더 재미있게 표현된 부분이 있어서 그 과정이 저도 되게 즐거웠던 경험이었습니다."
(사진) hanyo 작가님과 주고 받은 기획안. 먼저 이미지를 제안해주셔도 좋겠다는 한요 작가님의 제안에, 성평등미디어팀에서 머리를 맞대고 그림의 초안을 상상해보았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O 휠체어 탄 주인공: 휠꾸(휠체어 꾸미기) 활동으로 유명한 유튜버 구르님의 인터뷰 중에, 어릴 때 휠체어를 탄 주인공이 등장하는 동화책이 한 권도 없어서 슬펐었고, 본인이 자라서 직접 휠체어를 탄 주인공이 등장하는 동화책 <오늘도 구르는 중>을 집필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읽었어요. 스티커 속에 꼭 '휠체어를 탄 주인공'을 넣고 싶었는데, 일부러라도 조금 역동적인 모습을 추가하고 싶었어요.
최근에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를 다시 봤는데, 교통사고를 겪은 후 휠체어에서 생활하는 남자캐릭터가 너무 정적으로만 그려져서 아쉬웠거든요. 어릴 때 본 <리얼>이라는 만화책에는 휠체어농구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휠체어 스포츠가 어떤 종목이 있는지 검색해봤더니 배드민턴이 나오는 거예요? 아직 동호회 인원이 대단히 많거나 잘 알려지거나 한 건 아니지만, 언론에 보도된 사진들을 검색해서 hanyo 작가님에게 바로 메일을 보냈어요. 휠체어는 꼭 바퀴가 일반휠체어보다 경사진 스포츠(?) 휠체어이면 좋겠고, 배드민턴을 하는 모습으로 그려주세요! 라고요. 그렇게, '휠체어를 탄 장애인' 스티커가 탄생했습니다.
1968년에 만들어진 국제표준 '장애인' 심볼 마크 이미지.
이 이미지를 뉴욕의 여성 디자이너인 사라 헨드렌(Sara Hendren)이, '휠체어를 손으로 밀며 앞으로 나가는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형태'로 바꾸자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게릴라 액션, 공공기관의 항의와 반발, 다시 시민들의 지지와 공론화를 통해 2014년 뉴욕시가 사라 헨드렌의 이미지를 공식 '장애인' 심볼 이미지로 채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보아요.
O 서사가 있는 이주여성 주인공: 이것은 토크쇼의 발표자이기도 하셨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남지 활동가가 제안해준 내용입니다. 이주여성의 모습이라며 그린 여성의 얼굴에서 피부색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최종안에서는 다른 캐릭터들과 동일하게 별도의 피부톤이 없이 '하얀' 피부로 그렸는데, 혹시 이것이 짙은/유색의 피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선호하지 않는 피부색...으로 읽히진 않을까 고민이 되었어요. 이 스티커에만 색깔을 넣을까, 넣는다면 어느 정도 짙은 색이어야 할까, 한국사람만 생각해도 원래부터 새하얀 사람과 새까만 피부를 가진 사람이 다양한데, 특정 국적을 하나의 피부톤으로 그린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은 아닐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된 배경에는, 성평등미디어팀의 활동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저희는 가끔 외부에서, 공공기관의 홍보물에 나타난 이미지 전반에 대한 성별영향평가 의견을 요청받곤 해요. 여러가지 공보물 속에 들어간 이미지에서, 성별 비율이라던가 피부색, 의상, 인원수, 포즈, 배경 등등이 적절하게 배치되었는지에 대해 의견을 남길 때가 자주 있는데, 막상 저희가 이미지를 직접 만들어내려고 하니(^^) 더 많은 고민이 들었던 거여요. (휴)
그래서 저는 메신저에서 인물이나 신체 일부 이모지를 사용할 때에도 같은 고민을 자주 하곤 합니다. 특히 민우회 공식 계정에 특정한 이모지를 올릴 때, 일부러 다양한 피부톤을 섞은 이미지를 올리기도 하고요. PC함에 갇혀서(?) 모든 공보물마다 온 세상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피부색을 다 넣을 필요는 없지만, 하얀피부제일주의(?)의 시대에, 일부러 조금씩 짙은 톤의 피부가 자주 등장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동물 이모지 대신 과일 이모지나 식물 이모지를 더 자주 쓰려고도 하고요.)
O 보통의 삶을 사는 보통의 사람들: 토크쇼 발표자이신 자영님의 제안으로 만들게 된 내용입니다. 원래 제안해주신 것은, 자립청소년이 보통의 평범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 이었는데요. 보통의 모습을 한 '자립청소년'을 자막 없이 그려내기가 쉽지 않았고,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보통의 모습이 부족하게 재현된 건 다른 소수자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자막을 통해 한부모가족, 성소수자, 정신질환자, 이주민, 장애인을 함께 넣게 되었습니다. 이 스티커를 만들고 나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만나는 보통의 사람들을 보면서 저 혼자 상상해요. '이 칸 안에도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까(일단 제가 제일 다양합니다...젠더퀴어 성소수 페미니스트 비혼 활동가)'
버스를 탄 보통의 존재들, 이라는 한요 작가님의 아이디어를 듣고 '좋구나!' 했습니다. 추가로 요청을 드렸던 것은, '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추가해달라'는 것. 장애인 이동권의 확대가 절실한 시대이기에, 작은 연대의 마음으로 추가하였습니다. '휠체어이용자도 버스를 탈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권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행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X 시체가 된 여자들: 오직 '시체'로만 등장하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특히 여성 단역들 중에는, 극중에서 범죄자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 나체의 시체로만 잠시 등장했다 사라지는 역할들이 많죠. 2016년에는 <시체가 된 여자들>이라는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현실에서도, 극중에서도 '여자 좀 그만 죽였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 내용을 스티커에 넣게 되었는데요.
어떤 그림이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더 보고싶지 않은 장면인데, 이 장면을 설명하려면 다시 그림으로 재현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죽지 말고 죽이지 말고 장수하면 좋겠어' 라는 마음을 담아 장수의 상징 거북이를 떠올렸습니다. 머리띠에 '무병장수'라고 적어달라고 작가님께 요청하긴 했지만, '무병'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어요(...) 사람은 결국 아프게 되고, 아플 수 있고, 질병과 함께 잘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활동들을 해온 터라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아파도 괜찮아, 아플 수 있잖아..? 하지만 장수! 장수! 무병을 곁들인...'이라는 마음으로, 최종 '무병장수 거북이' 그림이 탄생하였습니다.
(사진) 2014년 민우회가 진행한 스토리파티 <그래, 나 아프다> 행사 장면. 우리 모두 아플 수 있습니다. 괜찮아요(?)
O 마라톤 나가는 할머니들: 토크쇼 발표자이기도 한, 백세희 변호사님이 보내주신 내용으로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풀코스 마라톤 나가는 할머니들'이라고 제안해주셨어요. '우왕!' 하고 반가운 마음이 1차 반응이었고, 10분 뒤(...) 성평등미디어팀 회의에서는
근데 할머니가 되면 고관절이랑 무릎이 아플 수도 있는데 풀코스 마라톤 뛰는 할머니들이라고 하면 너무 거리감 느껴지는 건 아닐까요?
저는 비염 때문에 호흡 힘들어서 100미터도 뛰기 힘든데요...
풀코스 마라톤 '나갔다'고 했지 '완주했다', '1등했다'고 한 건 아니니까 도전하는 정신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요?
아니 그래도 할머니 한 명도 아니고 할머니들이 같이 마라톤 대회를 나갔다고 하니 신나는 소식 아닌가요?
얼마나 꾸준하게 연습했을까
아녜요, 연습도 안 하고 어쩔 수 없이 끌려온 할머니도 있었을 거야(?)
...이런 회의를 거쳐, '풀코스'를 살포시 내려놓은, 마라톤 나가는 할머니들 스티커가 완성되었습니다.
***스티커 신청/수령방법
그래서, [보고싶다/보고싶지않다] 스티커 2종을 받아보고 싶은 분들은요...?!
1) 민우회 사무실에 방문해주세요. 월~금 9시30분~17시30분까지 열려있습니다.
2) 민우회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해주세요. 스티커 수량 소진까지, 민우회 행사장소에서 무료 배포하겠습니다.
3) 스티커 배포를 위해 비치해 둘 각종 공간(카페, 비영리단체 등등)을 알고 계시다면? 그 공간의 비치 권한(?)을 갖고 계시다면?
민우회로 연락주세요. 비치해둘 스티커를 소량(20~30매) 우편발송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문의. 성평등미디어팀 media@womenlink.or.kr / 02-737-5763 (담당활동가 노새, 여경을 찾아주세요)
본 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올해 <OTT모니터링: 코끼리와 내비게이션 프로젝트>에서는
미디어에서 우리가 더 많이 만나고 싶은
다양한, 다른 이야기와 존재를 스티커로 담았습니다.
보고싶다/보고싶지않다 스티커 2종인데요.
1
먼저 [보고싶다] 스티커부터 소개할게요!
1) O 서사가 있는 여성 주인공
2) O 휠체어 탄 주인공
3) O 비혈연가족의 이야기
4) O (PPL 아닌데) 채식메뉴 회식
5) O 폭력을 방관하지 않는 사람들
6) O 사과하는 아부지(父)
7) O 마라톤 나가는 할머니들
8) O 보통의 삶을 사는 보통의 사람들(한부모가족, 성소수자, 정신질환자, 이주민, 자립준비청년, 장애인)
...을 담았습니다.
2
다음은 [보고싶지않다] 스티커입니다!
1) X 남자는 쏙 빠진 고부갈등 장면
2) X 로맨스의 탈을 쓴 폭력들(손목잡기, 벽치기, 기습키스)
3) X 여자끼고 술 마시는 남자들
4) X 범죄자 캐릭터에 정신질환 병력 덧씌우는 설정
5) X 너무 많은 일회용품 사용, 특히 생수병!
6) X 시체가 된 여자들
7) X 퀴어베이팅(동성애, 퀴어 요소 등을 넌지시 내비치지만 실제로는 묘사하지 않는 것. 떡밥을 주고 낚기만 한다고 해서 '허위매물'로 불리기도 합니다.)
8) X 모성이 전부인 엄마 캐릭터
...을 담았습니다!
*작가님과의 에피소드
스티커 그림이 예쁘죠? (반박은 받지 않습니다)
일러스트는 hanyo 작가님과 함께 작업하게 되었는데요, 조금 묵직하고 무거운 내용들을 hanyo 작가님의 알록달록 색연필 그림과 함께 담는다면 가공할만한(?) 귀여움을 가진 스티커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섭외하게 되었답니다...★
hanyo 작가님은 토크쇼에도 참석해서 함께 스티커를 만든 소감을 나눠주셨어요.
"안녕하세요. 한요입니다.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건, OTT 드라마를 모니터링한 내용을 가지고 스티커로 만드는 작업인데 이 스티커를 만드는 작업도 또 미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티커도 인쇄매체잖아요.
워낙 처음에 작업을 의뢰해 주셨을 때 '이 내용에 이런 이미지였으면 좋겠다'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정리해 주셔서 비교적 편하게 작업 했는데, 그래도 고민이 생기는 부분이 많이 있었어요. 비혈연가족 이야기에서 가족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야 하지? 라든지.
또 고민했던 건 '보통의 삶을 사는 보통의 사람들'이었는데 이건 제가 '버스에 앉아있는 사람들로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좋다!' 스스로 뿌듯했던 장면이었고, 미리 민우회에서 의견으로 주셨던 스케치 아이디어에서 제가 '이건 너무 좋다'고 생각했던 건, 시체가 된 여자들을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가 '무병장수' 띠를 부르고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보고 싶다] 스티커는 비교적 그리기가 쉬웠는데, [보고싶지않다] 스티커는 '싫어', '안 돼요' 팻말을 들고 있는 식으로만 표현하기에는 얄팍해져서 그걸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 불편하지 않게 작업하는 게 고민 되었어요. 막상 왔다 갔다 의견을 나누며 작업을 하다 보니까 [보고싶지않다] 스티커 그림이 더 재미있게 표현된 부분이 있어서 그 과정이 저도 되게 즐거웠던 경험이었습니다."
(사진) hanyo 작가님과 주고 받은 기획안. 먼저 이미지를 제안해주셔도 좋겠다는 한요 작가님의 제안에, 성평등미디어팀에서 머리를 맞대고 그림의 초안을 상상해보았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O 휠체어 탄 주인공: 휠꾸(휠체어 꾸미기) 활동으로 유명한 유튜버 구르님의 인터뷰 중에, 어릴 때 휠체어를 탄 주인공이 등장하는 동화책이 한 권도 없어서 슬펐었고, 본인이 자라서 직접 휠체어를 탄 주인공이 등장하는 동화책 <오늘도 구르는 중>을 집필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읽었어요. 스티커 속에 꼭 '휠체어를 탄 주인공'을 넣고 싶었는데, 일부러라도 조금 역동적인 모습을 추가하고 싶었어요.
최근에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를 다시 봤는데, 교통사고를 겪은 후 휠체어에서 생활하는 남자캐릭터가 너무 정적으로만 그려져서 아쉬웠거든요. 어릴 때 본 <리얼>이라는 만화책에는 휠체어농구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휠체어 스포츠가 어떤 종목이 있는지 검색해봤더니 배드민턴이 나오는 거예요? 아직 동호회 인원이 대단히 많거나 잘 알려지거나 한 건 아니지만, 언론에 보도된 사진들을 검색해서 hanyo 작가님에게 바로 메일을 보냈어요. 휠체어는 꼭 바퀴가 일반휠체어보다 경사진 스포츠(?) 휠체어이면 좋겠고, 배드민턴을 하는 모습으로 그려주세요! 라고요. 그렇게, '휠체어를 탄 장애인' 스티커가 탄생했습니다.
1968년에 만들어진 국제표준 '장애인' 심볼 마크 이미지.
이 이미지를 뉴욕의 여성 디자이너인 사라 헨드렌(Sara Hendren)이, '휠체어를 손으로 밀며 앞으로 나가는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형태'로 바꾸자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게릴라 액션, 공공기관의 항의와 반발, 다시 시민들의 지지와 공론화를 통해 2014년 뉴욕시가 사라 헨드렌의 이미지를 공식 '장애인' 심볼 이미지로 채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보아요.
O 서사가 있는 이주여성 주인공: 이것은 토크쇼의 발표자이기도 하셨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남지 활동가가 제안해준 내용입니다. 이주여성의 모습이라며 그린 여성의 얼굴에서 피부색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최종안에서는 다른 캐릭터들과 동일하게 별도의 피부톤이 없이 '하얀' 피부로 그렸는데, 혹시 이것이 짙은/유색의 피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선호하지 않는 피부색...으로 읽히진 않을까 고민이 되었어요. 이 스티커에만 색깔을 넣을까, 넣는다면 어느 정도 짙은 색이어야 할까, 한국사람만 생각해도 원래부터 새하얀 사람과 새까만 피부를 가진 사람이 다양한데, 특정 국적을 하나의 피부톤으로 그린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은 아닐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된 배경에는, 성평등미디어팀의 활동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저희는 가끔 외부에서, 공공기관의 홍보물에 나타난 이미지 전반에 대한 성별영향평가 의견을 요청받곤 해요. 여러가지 공보물 속에 들어간 이미지에서, 성별 비율이라던가 피부색, 의상, 인원수, 포즈, 배경 등등이 적절하게 배치되었는지에 대해 의견을 남길 때가 자주 있는데, 막상 저희가 이미지를 직접 만들어내려고 하니(^^) 더 많은 고민이 들었던 거여요. (휴)
그래서 저는 메신저에서 인물이나 신체 일부 이모지를 사용할 때에도 같은 고민을 자주 하곤 합니다. 특히 민우회 공식 계정에 특정한 이모지를 올릴 때, 일부러 다양한 피부톤을 섞은 이미지를 올리기도 하고요. PC함에 갇혀서(?) 모든 공보물마다 온 세상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피부색을 다 넣을 필요는 없지만, 하얀피부제일주의(?)의 시대에, 일부러 조금씩 짙은 톤의 피부가 자주 등장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동물 이모지 대신 과일 이모지나 식물 이모지를 더 자주 쓰려고도 하고요.)
O 보통의 삶을 사는 보통의 사람들: 토크쇼 발표자이신 자영님의 제안으로 만들게 된 내용입니다. 원래 제안해주신 것은, 자립청소년이 보통의 평범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 이었는데요. 보통의 모습을 한 '자립청소년'을 자막 없이 그려내기가 쉽지 않았고,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보통의 모습이 부족하게 재현된 건 다른 소수자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자막을 통해 한부모가족, 성소수자, 정신질환자, 이주민, 장애인을 함께 넣게 되었습니다. 이 스티커를 만들고 나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만나는 보통의 사람들을 보면서 저 혼자 상상해요. '이 칸 안에도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까(일단 제가 제일 다양합니다...젠더퀴어 성소수 페미니스트 비혼 활동가)'
버스를 탄 보통의 존재들, 이라는 한요 작가님의 아이디어를 듣고 '좋구나!' 했습니다. 추가로 요청을 드렸던 것은, '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추가해달라'는 것. 장애인 이동권의 확대가 절실한 시대이기에, 작은 연대의 마음으로 추가하였습니다. '휠체어이용자도 버스를 탈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권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행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X 시체가 된 여자들: 오직 '시체'로만 등장하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특히 여성 단역들 중에는, 극중에서 범죄자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 나체의 시체로만 잠시 등장했다 사라지는 역할들이 많죠. 2016년에는 <시체가 된 여자들>이라는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현실에서도, 극중에서도 '여자 좀 그만 죽였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 내용을 스티커에 넣게 되었는데요.
어떤 그림이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더 보고싶지 않은 장면인데, 이 장면을 설명하려면 다시 그림으로 재현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죽지 말고 죽이지 말고 장수하면 좋겠어' 라는 마음을 담아 장수의 상징 거북이를 떠올렸습니다. 머리띠에 '무병장수'라고 적어달라고 작가님께 요청하긴 했지만, '무병'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어요(...) 사람은 결국 아프게 되고, 아플 수 있고, 질병과 함께 잘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활동들을 해온 터라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아파도 괜찮아, 아플 수 있잖아..? 하지만 장수! 장수! 무병을 곁들인...'이라는 마음으로, 최종 '무병장수 거북이' 그림이 탄생하였습니다.
(사진) 2014년 민우회가 진행한 스토리파티 <그래, 나 아프다> 행사 장면. 우리 모두 아플 수 있습니다. 괜찮아요(?)
O 마라톤 나가는 할머니들: 토크쇼 발표자이기도 한, 백세희 변호사님이 보내주신 내용으로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풀코스 마라톤 나가는 할머니들'이라고 제안해주셨어요. '우왕!' 하고 반가운 마음이 1차 반응이었고, 10분 뒤(...) 성평등미디어팀 회의에서는
근데 할머니가 되면 고관절이랑 무릎이 아플 수도 있는데 풀코스 마라톤 뛰는 할머니들이라고 하면 너무 거리감 느껴지는 건 아닐까요?
저는 비염 때문에 호흡 힘들어서 100미터도 뛰기 힘든데요...
풀코스 마라톤 '나갔다'고 했지 '완주했다', '1등했다'고 한 건 아니니까 도전하는 정신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요?
아니 그래도 할머니 한 명도 아니고 할머니들이 같이 마라톤 대회를 나갔다고 하니 신나는 소식 아닌가요?
얼마나 꾸준하게 연습했을까
아녜요, 연습도 안 하고 어쩔 수 없이 끌려온 할머니도 있었을 거야(?)
...이런 회의를 거쳐, '풀코스'를 살포시 내려놓은, 마라톤 나가는 할머니들 스티커가 완성되었습니다.
***스티커 신청/수령방법
그래서, [보고싶다/보고싶지않다] 스티커 2종을 받아보고 싶은 분들은요...?!
1) 민우회 사무실에 방문해주세요. 월~금 9시30분~17시30분까지 열려있습니다.
2) 민우회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해주세요. 스티커 수량 소진까지, 민우회 행사장소에서 무료 배포하겠습니다.
3) 스티커 배포를 위해 비치해 둘 각종 공간(카페, 비영리단체 등등)을 알고 계시다면? 그 공간의 비치 권한(?)을 갖고 계시다면?
민우회로 연락주세요. 비치해둘 스티커를 소량(20~30매) 우편발송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문의. 성평등미디어팀 media@womenlink.or.kr / 02-737-5763 (담당활동가 노새, 여경을 찾아주세요)
본 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