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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후기] [2025 여성노동자대회] 차별없는 일터, 평등한 미래!(3/8)

202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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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대통령 취임 이후 여성노동자가 경험하는 구조적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7월, 한국여성민우회,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연대체인 여성노동연대회의를 출범했습니다.


3년 동안 아주 많은 일이 있었죠. (실업급여를 달콤한 시럽급여라고 하기,,주당 69시간 노동시간 개편논의, 최저임금차등적용시도, 노조탄압, 성평등 삭제된 저출생 대책,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예산 전액삭감 그리고 12·3 비상계엄...)


117번째 세계여성의날인 2025년 3월 8일,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모였습니다.



세계여성의날은 1만 5천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미국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 모여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화재 사고로 숨진 여성들을 추모하며, 저임금·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해 제정되었습니다. 


여성이 지워지고, 갈등과 혐오가 난무하며, 성평등 가치가 무너진 사회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기 위해서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연대하여 차별없는 일터, 평등한 미래로 나아가고자 2025년 3월 8일(수) 12:30,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몽실 공동대표의 사회로 힘차게 대회를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정연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최순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대회사입니다. 일부를 소개합니다.


[대회사1: 정연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

"분노한 국민은 광장으로 모였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광장의 주축은 바로 우리, 여성들이었습니다.

 

동지 여러분, 여성들에게 투쟁 없이 주어졌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제 퇴보한 성평등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다시, 우리 여성의 힘이 필요합니다. 차별이 없는 평등한 일터와 사회는 미래 세대에 반드시 물려 주어야 할 우리의 숙제입니다."



[대회사2: 최순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모항공사 여성노동자는 같은 부서 팀장에게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항공사는 팀장을 징계에 회부하면 사건 내용이 노출될 수 있다며 마치 피해자를 생각해주는 척하며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고 사직 처리하였습니다. 피해자는 항공사를 상대로 4년 넘게 법정싸움을 하여 대법원에서 이겼습니다. 그동안 피해자는 “죽을 힘을 다해 버텼습니다” 라고 합니다. 죽을 힘을 다해 버텨야 살 수 있는 여성노동자들, 이게 대한민국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대회사3: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

"남태령 이후 저는 2030 여성동지들의 눈에서 똑같은 눈빛을 봅니다. 12월 21일 비상행동 집회에 참석했다가 남태령 농민들의 트랙터가 경찰에 의해 막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냥 잠깐 다녀오려고 갔다가 차마 발이 안떨어져 혹한의 추위를 버텼다. 밤새 기적처럼 음식과 핫팩이 오고, 날이 밝으니 기적처럼 많은 사람들이 와서 승리했다. 이 스토리에는 요구와 투쟁과 승리의 쟁취가 있습니다.

(...)

빛나는 여성, 반짝이는 눈빛의 동지들께 평등과 연대의 시대정신으로 차별금지법을 제안합니다. 차별금지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이고, 장애인들의 요구이며, 성소수자들의 요구이고, 여성의 요구입니다. 우리의 요구입니다. 요구하고 투쟁해서 쟁취합시다."




다음 순서는 현장발언입니다. 


[현장발언1: 김강리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수석부지부장]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 김강리입니다. 동시에 20여년 동안 친일비리사학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민주동덕의 졸업생이기도 합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배로부터 한 기업이 시위나 동덕여대 사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서약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했으며, 서약서에 관하여 발설할 경우 불이익을 준다고 겁박했다는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반민주적인 대학 본부를 향한 목소리조차, 채용성차별로 틀어막은 것입니다.


(...) 지금/여기에서 우리가 여성노동자의 숨통을 조이는 여성혐오적 사회를 끝장냅시다. 투쟁!"



[현장발언2: 진경희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 학교비정규직]

"저는 시간제 초등돌봄전담사로 11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온종일 돌봄정책을 발표하면서 시간제 일자리를 전일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교육청들은 시간제 돌봄일자리를 전일제 일자리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청은 다른 교육청과 달리 재정 지원을 외면하며 시간제 돌봄 전담사만 늘리는 방침을 계속 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쪼개기로 인력을 충당하게 되어, 정당한 보수를 받을 기회를 더 잃게 됩니다. 이는 또 다른 차별이며,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가치를 더욱 낮추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왜 여성들의 일자리는 시간제로 쪼개고 정규직, 전일제의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지 묻고 싶습니다." 



[현장발언3: 최영미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

"우리는 요구합니다. 이제 돌봄은 국민 누구에게나 필요한 필수재입니다. 돌봄노동자들은 제조업, 도소매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필수인력입니다. 

소득과 국적과 연령에 상관없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 돌봄권 보장하라!

노인돌봄, 아이돌봄, 가사돌봄 등 모든 돌봄노동자에게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 보장하라!

여성을 비롯해 가정에서 가족을 위해 돌봄을 제공하는 모든 무급 노동자들에게 쉴 권리, 돌봄으로 인해 경력과 사회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라!" 


다음 순서로는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노래패연합의 문화공연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가지요' 두 곡을 불러주셨습니다.

 

"우리는 가지요 그렇게 가지요. 너와 나 우리 함께 가지요. 새벽 별 쓰라린 가슴 안고 그렇게 우린 걸어 가지요 "- '우리는 가지요' 가사 중



공연 이후 현장발언을 이어갔습니다. 


[현장발언4: 김현주 인천여성노동자회 활동가]

"2024년 고용노동부는 민간고용평등상담실을 폐지했습니다.

(...) 19개에서 8개 지역으로 축소한 정부의 고용평등상담실은 여성노동자를 지원할 수 있는 물리적 범위를 축소하였습니다. 게다가 수개월이 지날 때까지 상담 인력 채용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힘들게 채용한 상담 인력은 끊임없이 입퇴사를 반복했습니다.

 

(...) 피해 신고를 위해 고용노동부에 전화했더니 ‘진정 접수를 해봤자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오히려 당신만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라며 진정 접수를 포기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 여성노동자들이 외치는 목소리에 연대와 생존으로 함께 해주세요."



[현장발언5: 김효진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안녕하세요. 저는 웹툰, 웹소설, 일러스트 외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모인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의 지회장 김효진입니다. 이 업계는 겉으로는 좋아보이지만 사실은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조차 없는 사각지대입니다.

(...) 여기 계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나쁜 직군이다 싶으면 여성 노동자들을 그 업계로 떠밀고, 좋은 직군이다 싶으면 빼앗아가고. 사회가 그렇지 않습니까? 이 업계도 그렇습니다. 초기 성비는 남녀가 비슷했지만, 지금은 확연한 여초 업계가 되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사측은 작가를 소모품 취급하며 갑자기 계약을 해지하고, 관절과 연골은 실제로 소모되고, 병원비 낼 돈도 모자란 이 상황에서, 몇몇 소비자는 페미니스트 작가들을 업계에서 쫓아내라는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해대고, 회사는 또 그걸 받아줍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시급합니다. 그래야 회사를 향해 이게 위법이다 당당하게 말이라도 해볼 수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더는 회피하지 마십시오."



[현장발언6: 최금희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 양성평등국장]

"금융 산업은 여성 노동자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들은 소외당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국내 주요 금융사에서 여성 임원의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하며, CEO로 재직하는 여성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 여성 노동자들은 동등한 기회를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우리의 연대가 유리천장을 깨뜨리는 힘이 될 것입니다.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우리 손으로 깨뜨릴 수 있습니다. 우리 함께 손잡고 연대와 행동으로 바꿉시다."



발언 이후 선언문을 낭독하고, 38여성대회가 진행되는 경복궁 동십자각까지 행진하며 대회를 마쳤습니다.




[선언문]

차별 없는 일터를 넘어, 성평등한 미래로 나아가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3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여성노동자의 삶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윤석열 정권은 여성노동자 절반이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매해 최저임금 차별 적용을 시도해 일상의 최저선을 위협했다. 초장시간 노동 중이던 한국 사회에 겨우 안착돼 가던 주 40시간 상한제를 흔드는 것에 골몰했으며, 24년간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을 상담해왔던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예산을 일순간 전액 삭감하였다. 저출산 대책으로 ‘임신 준비 남녀’의 사전 건강관리 사업을 신설하는 등 여성을 출산 도구로만 바라보는 구시대 정책으로 회귀하고,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겠다며 “실업급여로 명품 선글라스나 옷을 산다”고 말하는 등 여성노동자를 향한 차별적이고 저급한 인식을 드러내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이 모든 일이 중첩되어 성별임금격차는 3년째 더 벌어져 가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여성노동자를 보호하던 사회적 안전망을 교묘하게, 촘촘하게 무너뜨렸다. 우리는 이 극악무도한 정권을 가만 두고 보지 않겠다. 우리는 성차별 정권뿐만 아니라 이윤만을 향해 멈추지 않고 내달리는 신자유주의 체제와 투쟁을 선언한다.

 

남성이 가족을 부양하고 여성이 집안에서 재생산/돌봄노동을 하는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은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는다. 하지만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은 망령처럼 남아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돌봄을 여성노동자의 몫으로만 두게 만든다. 가정 내에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생기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그러지 않기를 선택하면 ‘이기적인 여성’이라는 낙인이 따라온다. 가정뿐만이 아니다.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돌봄노동 또한 여성의 몫이다. 여성의 일이기 때문에 돌봄노동은 ‘싼값’으로 후려쳐지고, 저임금 노동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중장년여성이 이 일에 진입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한편 여전히 성희롱으로 인해 일터에서 고통받는 여성노동자들이 있다. 이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임에도 “별 것도 아닌 일”을 “예민하게 굴어” 문제삼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뿐만인가. 페미니즘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아니,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여성노동자가 업무 중 불이익을 겪고 있다. 존재하지도 않는 ‘남성혐오’를 들먹이며 집게손가락 음모론을 퍼뜨리는 자들을 보라. 마음에 들지 않는 여성노동자에게 ‘페미’라는 낙인을 찍고 집단적으로 괴롭힘을 가하지만 그들은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다. 노동자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기업은 오히려 이들의 손을 들어 여성노동자를 해고하고,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지 않는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는 성차별주의자가 대통령인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윤석열 이후의 세계는 달라야 한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수많은 여성노동자가 거리로 나오고 있다. 일터에서 겪은 성차별, 여대를 다닌다는 이유로 취업 시장에서 불이익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주노동자이기에 겪는 이중 삼중의 차별,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반찬값’으로 폄훼되는 나의 일. 여성노동자로서 겪어야 했던 차별과 부조리의 경험이 다시금 이 광장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우리에겐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아프면 쉴 수 있는 일터,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넘어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직장이 필요하다. 우리는 성별, 인종, 장애, 고용형태,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그 어떤 노동자도 차별받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세상에서 살고 싶다. 필수노동에 대해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고 노동조합의 파업이 당연한 권리로 이해되는 사회를 원한다. 거리에서, 고공에서 투쟁 중인 여성해고노동자는 일터로 복귀해야만 한다. 돌봄을 더 취약한 여성에게 전가하는 돌봄 착취의 연쇄고리를 끊고 누구나 돌보고 돌봄 받을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돌봄 주체가 되는 세계를 만들자. 우리 여성노동자들은 투쟁과 연대를 통해 성차별 정권 탄핵을 넘어 성평등한 미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자.

 

2025 3.8 여성노동자대회 “차별없는 일터, 평등한 미래!” 5대 요구안

 

하나, 정부는 성평등 노동 정책 수립하고 집행력 강화하라!

하나, 돌봄 공공성 강화하여 돌봄중심 사회로 전환하라!

하나, 성별임금격차 해소하라!

하나, 차별금지법 제정하고 모두에게 평등한 일터 만들어라!

하나, 성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 만들어라!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