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복지][전시후기]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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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후기]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 



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은  2025년 10월 28일부터 11월1일까지 5일간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전시를 광화문역 내 172G갤러리에서 열었습니다. 혹시 전시를 보신 분 계신가요?! (궁금) 관람하신 분들은 그때의 기억을 소환하여 천천히 후기를 둘러봐주시고, 또 못보신 분들은 아~ 이런 전시를 했구나~ 하고 찬찬히 읽어봐주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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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홍보 포스터. 노란색과 분홍색, 붉은색, 주황색 사각형이 서로 겹쳐진 배경에 짙은 갈색으로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라는 제목이 중앙에 크게 적혀있다. 각각의 글씨는 서로 다른 폰트로 만들어져 있다. 상단과 하단에는 전시 기간이나 장소, 오프닝 파티 일지 주관, 주최단체, 재단지원 등 전시 정보들이 작은 글씨로 자세하게 적혀있다. 

 

민우회는 한국여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2024년부터 돌봄을 주제로 3개년 프로젝트〈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2025년 올해 집중적으로 진행했던 돌봄 크로스워크숍 〈난잡하게 크로쓰-〉와 시민워크숍 〈돌봄이 만드는 변곡점들: 우리가 만드는 돌봄정의〉를 바탕으로 워크숍의 결과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흥미롭고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전시라는 방식을 택하게 되었어요!

 

앞서 진행된 워크숍들의 후기가 궁금하다면!

〇  돌봄 크로스워크숍 〈난잡하게 크로쓰-〉 후기

 - 업데이트 예정 ^^


〇 〈돌봄이 만드는 변곡점들: 우리가 만드는 돌봄정의〉 후기

https://www.womenlink.or.kr/minwoo_actions/?idx=167437654&bmode=view

 

우선 이 전시는 민우회 크로스워크숍을 함께 진행했던 단체 중 참여의사 있는 단체와 함께 전시기획단을 꾸려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발달장애 청년허브 사부작, 언니네트워크,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한국여성민우회, 함께서봄 6개의 단체가 함께 꾸준히 기획회의를 함께 하며 만들었습니다. 8월말부터 회의체를 꾸려서 9월부터 본격 회의를 했어요. 그리고 페미니스트 현대미술 작가이며 민우회 회원이기도 한 화사(이충열)가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Creative Advisor), 즉 여러 가지 창의적 제안과 조언을 해주는 전문가로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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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우회 지하 교육장에서 함께 회의하고 있는 기획단의 모습. 전면 프로젝터 스크린에 전시도면을 띄워놓고 발표 중인 사람이 있고 나머지 참여자들은 ㅁ자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테이블에 노트북과 회의 자료등을 펼쳐두고 열심히 회의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1a21d4c20a419.jpg△ 민우회 지하 교육장에서 함께 회의하고 있는 기획단의 모습 . 테이블 위에 커다란 흰색 전지를 붙여놓고 전시에 사용하게 될 관계망 그리기를 미리 그려보며, 작품 구상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책상 위 전지에는 복잡하게 그려진 관계망 그림과 크레파스 등의 필기구 등이 놓여있다. 



회의 때 열심히 정리한 회의록 일부를 살짝 공개하자면!

* 전시의 상, 이 전시는 무엇이 되어야 하나?

전시 자체가 운동이자 예술작용.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고 확장하여 자기의 이야기로 느끼게 하는 전시. 

 

* 전시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

- 다양한 형태의 확장된 돌봄관계를 보여주기 /돌봄은 관계를 짓고, 그 관계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돌봄의 관계망에 나도 위치해야 한다고 느끼게 하기

/돌봄은 누구나 하는 거고, 누구나 받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전복적 의미 


*전시는 누구를 대상으로 발화하는가?

-시민, 대중. 그러나 ‘돌봄’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사회정의에 관심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자. 뾰족한 지점을 찾기.

 

* 전시에서 어떤 것을 구현해보고 싶은가? (컨텐츠)

- 관객 참여: ‘내가 원하는 돌봄이란?’ 등 현장에서 관객들이 입력하는 것을 띄워 주는 방식.

- ‘난잡한 돌봄’의 시각화: 브레인스토밍, 마인드맵, 그물망 등의 장치를 이용.

- 사부작의 훌라 워크숍: 발달장애인과 그 돌봄방이 언어 없이도 관계를 만드는 사례.

- 상징적이고 추상도가 높은 선언문, 구호를 모아서 돌봄이라는 지향점으로 연결되도록.

- 돌봄중심사회를 보여 주고, 그런 사회가 되기까지 우리 사회에 일어난 일들 상상.

 

*전시를 기획할 때 꼭 고려하고 싶은 것

- 접근성

- 돌봄의 주체들을 호명할 때 누군가가 배제되지 않도록 하기 (적당한 추상화 등의 방법을 통해)

- 자극이 적은 휴식공간 만들기 (조도, 빈백의자, 소음차단 등)

- 발달장애인, 노인, 시력약자들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너무 긴 문장, 작은 폰트 지양)


전시기획단은 위와 같은 내용을 고민하고 서로 의견을 내고 정리하면서 전시라는 낯선 말걸기 방식에 도전했습니다. 여러차례의 회의를 통해 논의를 쌓아가며 전시 기획 내용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나갔습니다. 회의를 거듭하며  돌봄이 단순히 좋고 따뜻하고 필요한 것을 너머서서 우리가 왜 돌봄을 혁명적 사랑이라고 생각하는지, 이게 단순히 미사여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전시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전시 제목도 정말 오랜 시간 끝에 만들어졌는데요.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결국은 우리를 서로 돌보는 존재로 만드는 취약함.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취약함은 없으면 좋은 것, 감추고 싶은 것, 극복해야 하는 것이기 마련입니다. 혹시 내 취약함 때문에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한다면 너무 미안하고 짐이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게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지금의 각자도생을 권하는 사회에서 가장 먼 사회,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안전하고 서로 이해 받으며 돌봄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취약함이 기어코 우리를 돌봄을 중심에 두는 사회, 모두가 존중받고 또 서로가 돌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 힘을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네! 이렇게 7회차의 회의를 진행, 전시장 대관은 5~7월간 사전 답사를 하고 10월부터는 폭풍같은 실무에 뛰어들어 국제돌봄의날 주간에 오픈한 전시! 서론이 길었지요? 실제 전시 어땠는지 이제 본격적으로 들여다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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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역에서 전시장을 바라봤을 때 보이는 첫 인상. 유리벽으로 된 전시장 앞에는 키오스크를 통해 전시 포스터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안에는 안내데스크에서 스탭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오프닝 파티를 앞두고 북적이는 전시장 전경 사진.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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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입구 앞에 붙어 있는 전세 제목과 서문. 유리벽에 짙은 갈색 시트지로 글씨가 붙어있다.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라는 제목이 좌측 상단에 붙어있고 전시의 의도와 구성, 그리고 주최단위 등을 소개하고 있는 문구들이 보인다. ⓒ사진: 이서연

 

전시는 아래와 같이 총 5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집니다.

➀돌봄의 감각 ➁난잡한 돌봄 ➂돌봄: 정의로운 정의 ➃돌봄 공간 ➄ 돌봄이 혁명이 되려면

 (이제와서 보니, 누가 돌봄 전시 아니랄까봐 섹션 이름마다 돌봄이 들어가 있네요 ^^)

 

그럼 첫 번째 공간부터 소개할게요


➀ 돌봄의 감각

사실 우리는 모두 돌봄을 주고받은 경험이 있기에 돌봄하면 떠오르는 기억, 감각, 경험들이 있잖아요? 첫 만남은 이런 각자의 기억들을 소환해보는 구간으로 마련했어요. 시각 -> 촉각1 -> 촉각2 -> 청각, 커튼으로 나눠진 네 개의 좁은 구간을 지나며 (하지만 휠체어가 충분히 출입할 수 있게 만들었답니다) 돌봄에 대한 나의 감각, 또 타인의 경험들을 느껴볼 수 있는 파트 입니다. 


 돌봄 기억이 담긴 사진을 보기도 하고 (시각), 푹신한 벽에 감싸안는 경험도 하고(촉각2), 낯설고 불편한 감각들도 느껴보고(촉각3), 고요한 공간에서 돌봄 경험을 얘기해주는 목소리를 듣기도 하면서(청각) 돌봄에 대한 감각과 기억을 깨워보는 공간입니다.

 
e089b7ae8bba6.jpg△ 첫번째 시각파트 사진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 파트너가 머리를 감겨주는 모습, 따뜻한 밥상 사진, 아기를 돌보다 지켜 누워있는 모습, 반려견들의 모습, 그리고 탄핵광장에서 받은 따뜻한 커피 한잔의 모습, 돌봄 공동체의 모습 등 다양한 사진이 흰 벽에 다양한 크기로 인쇄되어 걸려있다. ⓒ사진: 이서연


332421e5f7adc.jpg△ 세번째 촉각 파트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촉각 체험 오브제. 차가운 느낌의 체인과 꺼끌꺼끌한 천들, 거친 느낌의 밧줄, 보들보들한 천조각 등 다양한 오브제들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다. 이 곳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이 다양한 오브제를 손과 몸으로 느껴야만 하게 구성되어 있다. ⓒ사진: 이서연


 

 

➁ 난잡한 돌봄

두 번째 공간은 케어 콜렉티브의 ‘돌봄선언’에서 언급된 개념인 ‘난잡한 돌봄’의 의미를 담아서 만든 공간입니다. 케어 콜렉티브는 친족 중심의 돌봄을 비판하면서 차별없는 돌봄, 가족의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돌봄 관계를 만들어가야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돌봄이 필요한 곳을 돌볼 수 있는 사회 전반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도 말해요. 


‘난잡한 돌봄’ 공간에는 2가지 작품을 보실 수 있는데요. 첫 번째 ‘관계망 그리기’는 우리가 가진 현재의 관계망과 또 앞으로 이어지고 싶은 관계망들을 생각해보고 직접 벽에 그려보는 참여형 작업입니다. 


많은 참여자들이 직접 펜을 들고 본인이 연결된 관계들을 보라색으로, 앞으로 연결되고 싶은 관계들을 초록색으로, 단절되고 싶은 관계를 검정색 실선으로 그려주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그린 관계도에도 내가 잇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자유롭게 연결하기도 했어요. 전시 5일동안 참여자들이 참여하면 할수록 더욱 복잡하게 서로 얽히고 침투하며 멋진 관계도가 탄생했습니다.


설명은 복잡한듯 하지만 아마도 아래 사진을 보시면 쉽게 이해가 가실 거예요!
2731532de65ba.jpg△ 관계망 그리기에 참여하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 전시장 두 벽 면에 흰색 긴 종이가 붙어있고 세 명의 관람객이 각자의 자리에서 펜을 들고 관계망을 연결하고 있다. 벽에 붙은 종이에는 이전에 다녀간 사람들의 관계망이 그려져 있다.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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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망 그리기 클로즈업 사진. 중앙에 비인간동물을 상징하는 동물들 그림이 붙어있고 그 주위에 사람들이 그린 다양한 선들과 관계망, 그리고 돌보고 돌봄받는 주체들의 이름이 '난잡하게' 적혀있다. 동물야학, 홍제천, 무지개의원, 동네친구, 산책, 마을돌봄,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 등등의 문구들이 적혀있다. 

ⓒ사진: 이서연 



내가 가진 돌봄망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고, 또 우리가 독립된 존재 같지만 사실 상당히 많은 존재들과 얽혀서 의존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해보는 시간이었어요. 무엇보다도 관람객들이 열광적으로 참여해주신 덕분에 벽을 꽉 채운 상태로 전시 마지막 날 11/1(토)에 멋지고 '난잡하게' 돌봄 관계망 작업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관계망 그리기 위에는 그간 크로스워크숍이나 돌봄인터뷰 등을 하면서 관계망에 관련된 시민들의 말을 붙여 전시해놓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확대해보신다면 아래와 같은 문구들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에요. 


"한 사람을 돌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해요"

" '바닥'의 삶을 탈출하자는 것이 아니에요. 삶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망이 있고 도움을 요청할 연결이 끊기지 않는 삶을 만들고 싶어요" 

"돌보는 자와 돌봄받는 자가 양자적 관계가 아니라는 걸 이해하면 좋겠어요.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질문해야만 해요"

"퀴어들이 같이 살면서 서로 돌봄을 공유할 수 있는 대안적인 공동체가 있으면 좋겠어요"




난잡한 돌봄에 함께 전시된 다른 작업은 ‘〇〇〇은 필요없다’입니다. 크로스워크숍을 통해 당사자의 입으로 어떤 돌봄은 나에게 필요없고 단절되고 싶은 돌봄인지 얘기 나눴던 것들을 간단한 슬라이드쇼 영상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참가자들이 말했던 필요없는 돌봄의 단어들을 구겨진 종이에 인쇄하여 전시했습니다.
bfaa8983621fd.jpg△ 'OOO은 필요없다'  영상과 바닥의 설치물 전경. 벽에는 노란 바탕에 '몸X돌봄에 돌봄당사자 배제는 필요없다'라는 문구가 나오고 있고 바닥에는 갈색 종이에 검정 글씨의 단어들이 구겨진 채 인쇄되어 있다. ⓒ사진: 이서연 

 

어떤 돌봄을 필요없다! 라고 외치고 있는지 그 중 일부를 공유합니다.

 

- 청소년X돌봄에 ‘보호주의, 통제, 단속’은 필요없다.

- 청소년X돌봄에 ‘Chat GPT’, 나무위키는 필요없다.

- 청소년X돌봄에 ‘집&학교는 안전할 거라는 착각’은 필요없다.

- 퀴어X돌봄에 ‘뭐는 효도이고, 뭐는 불효이고’는 필요없다.

- 퀴어X돌봄에 ‘(나만의/개인의) 노오력 or 자수성가’는 필요없다.

- 퀴어X돌봄에 ‘진짜 여성과 자본주의’는 필요없다.

- 반빈곤X돌봄에 ‘오세훈’은 필요없다.

- 반빈곤X돌봄에 ‘홈리스 차별, 형벌화’는 필요없다.

- 반빈곤X돌봄에 ‘가족 사정 캐묻기, 가족인지 확인’은 필요없다.

- 몸X돌봄에 ‘돌봄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은 필요없다.

- 몸X돌봄에 ‘돌봄당사자를 배제’는 필요없다.

- 몸X돌봄에 ‘시혜와 동정의 복지’는 필요없다.

 


➂ 돌봄: 정의로운 정의

세번째 공간은 말 그대로 돌봄에 대한 정의(justice)로운 정의(defintion)를 내려보는 공간입니다.  우리가 더 많이 서로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돌봄이 없는 것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그것이 '좋은 돌봄'인가? 라고 묻는다면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예요. 주변에는 아직도 불평등한 돌봄, 자격이 있어야만 받는 돌봄,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하는 돌봄, 아주 간신히 연명할 수 있을 만큼만 제공되는 돌봄, 시혜적으로 이뤄지는 돌봄 등 부당한 돌봄이 너무 많지요?


그래서 세번째 파트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정의로운 돌봄을 새롭게 재정의해보는 파트입니다. 민우회에서 7,8월 진행한 시민워크숍을 통해 축적된 돌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돌봄위키' 페이지로 만들었어요. 


이를테면 돌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사노동'에 대해 일반적으로 현실의 통념은 어떠한지 워크숍에 참여한 시민들이 아래와 같이 정의를 내려보았어요. 그런 다음 정의로운 정의를 통해 가사노동의 가치를 재평가해보면서 새롭게 정의내려보는 그런 활동을 위키페이지로 만든 거예요.  

 

가사노동

✎ 현실과 통념

생계를 위해서 부득하게 해야하는 일.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비전문적인 일이지만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 요즘에는 플랫폼 등을 쉽게 외주화할 수 있는 일이 되기도 함. 중년 여성의 일이라 여겨짐. 


✎ 정의로운 정의

- 내 자신과 내 주변을 돌보는 일. 하는 방식에 따라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음. 타인이 해준다면 고마움을 표현해야 함. 하면 할수록 하나둘 노하우를 쌓을 수 있고 일의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스스로 만들어 가며 책임감을 기를 수 있음. 다른 일을 하더라도 일의 프로세스를 처리하면서도 그 능력이 발휘될 수 있음. 인간관계와 사회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변기가 막혔다거나 홍수로 물이 찼다거나, 전기가 나갔을 때 수리하는 것. 고민하고 정리하고 해결하는 것 역시 그 사람의 문제해결력을 키워나갈 수 있음. 

- 살아가는 방법, 내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일 

- 생명을 위해서 하는 일. 멈추면 죽는 일 



사람들이 위 네모 칸에 적힌 '정의로운 정의' 속 가사노동의 정의를 읽는다면 가사노동을 폄훼하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멋대로 평가할 일은 앞으로 생기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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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페이지가 전시된 전시장 노트북 모니터를 클로즈업한 사진. 전시장에 설치된 노트북을 통해 위키페이지를 살펴볼 수 있다. '언니'라는 단어를 위키페이지에서 검색하여 현실과 통념/ 정의로운 정의를 찾아본 모습 ⓒ사진: 이서연 

 

이 공간에 설치된 다른 작업은 참여형 전시 '선과 색으로 정의하는 돌봄' 입니다. 다른 섹션을 통해 그동안 글과 말로 돌봄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이 참여작업을 통해 좀 더 직관적인 언어인 선과 색으로 돌봄에 대해서 자유롭게 표현해 볼 수 있는 파트에요. 이 파트 역시 참여자분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신 덕분에 다양한 모습의 돌봄 정의가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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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과 색으로 정의하는 돌봄' 섹션에서 참여한 사람들이 본인이 그린 그림을 벽면에 붙여두었다. 다양한 색과 모습, 글자, 느낌 등으로 돌봄을 표현한 관람객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이서연 

 

강아지를 그려주신 분들도 있고 사과를 그려두신 분, 아기와 엄마의 관계를 표현하신 분, 아주 추상적으로 돌봄에 대한 느낌을 표현 해 준 분들, 사람과 사람의 모습, 혹은 어떤 단어가 주는 느낌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주신 분들도 있어요. 스스로 돌봄에 대해 의미화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고 또 다른 관람객들이 느낀 돌봄에 대한 인식들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어요.



➃ 돌봄 공간

이번 전시를 통해서 여러 단체들과 협업하며 얻은 값진 것들 중의 하나는 다양한 이들의 접근성에 대해서 더 깊이 고민해보게 됐다는 거에요. 전시 기획에 참여한 '발달장애 청년허브 사부작'은 특히 휠체어 접근성이나 발달장애인의 접근성을 사전에 고려하는데 많은 아이디어를 주셨습니다. 하나의 예로, 글씨체를 ‘고딕’으로 출력한다거나 지나치게 긴 문장을 사용하지 않고 복잡한 폰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발달장애인, 시력약자와 소통하는데 더 좋은 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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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봄 공간의 전경. 나무색의 바닥 위에 편히 쉴 수 있는 빈백과 러그 등이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고 원하는 사람은 커튼을 치고 분리된 공간에 앉아서 쉴 수 있게 되어 있다. 채도가 낮은 흰색, 녹색, 분홍색 암막 커튼이 보이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몇 개의 화분도 사이사이 배치되어 있다. 관람객 한 명이 커튼을 젖히며 내부 모습을 보고 있다.  ⓒ사진: 이서연 


 그렇게 다양한 접근성에 대해 고민하다가 탄생한 공간이 바로 네번째 파트 '돌봄 공간'입니다. 이미 많은 미술관이 시각과 청각적 자극이 많은 전시장에서 릴렉스 존(relax zone) 을 만들어 둔다고 합니다.  외부 자극으로부터 차단되고 쉴 수 있는 곳을 마련하는 것이 신경다양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 혹은 노약자가 전시를 관람하는데 훨씬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해요. 쉽게 말하면 전시를 보러 오는 관람객들을 돌볼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거예요. 돌봄을 얘기하는 전시에 빠질 수 없는 공간이겠지요?


 

➄ 돌봄이 혁명이 되려면

마지막 섹션은 크로스워크숍을 통해 참여자들이 작성한 돌봄 선언문을 전시한 공간입니다. 퀴어, 몸, 청소년, 반빈곤 각자의 파트 참여자들이 우리의 돌봄은 어때야 하는지, 어떤 돌봄을 거부하고 어떤 것을 향해 나아갈지 당사자이자 활동가로서의 목소리를 담아 적은 글귀들이 3미터 길이의 커다란 색깔 천에 인쇄되어 전시되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돌봄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바꿔나가겠다는 결의에 찬 문장들, 또 본인들의 존재와 활동을 의미화하는 문장들이 마음을 울리는데요. 현수막과 함께 워크숍 현장에서 직접 선언문을 썼던 당사자들이 선언문을 나눠서 낭독하는 모습이 담긴 현장 영상도 도 자막과 함께 편집되어 전시장 한 켠에 관람할 수 있도록 해뒀습니다. 영상 역시 워크숍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느낄 수 있어 많은 관람객들이 영상을 오랫동안 앉아서 관람하고 가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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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전경. 걸게 돌봄 선언문 4개의 작업 중 3개가 보인다. 좌측부터 분홍색 천에 인쇄된 몸X돌봄 선언문, 붉은색 천에 인쇄된 반빈곤X돌봄 선언문, 주황색 천에 인쇄된 퀴어X돌봄 선언문의 모습.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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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전경. 좌측에는 퀴어X돌봄 선언문이 적혀있는 주황색 천이 보이고 우측에는 LCD모니터에서 나오는 선언문 낭독 영상을 앉아서 관람중인 관람객의 뒷모습이 보인다. ⓒ사진: 이서연


이미 곳곳에서 이렇게 돌봄을 실천하고 사회가 바뀌기를, 그를 위해 함께하겠다고 선언한 이들이 있고 또 선언문 현수막과 낭독 영상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으니 반드시, 기어코, 변화가 생기겠지요?



이렇게 5개 공간의 전시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드렸습니다. 전시는 첫날 네트워킹 파티를 포함해 5일간 모두 약 250여명이 찾아주셨는데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방명록에 전시 소감과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______’ 문장완성을 남겨주셨어요. 어떤 얘기를 남겨주셨는지 한번 볼까요?


7e970d64341a5.jpg△ 전시 관람을 모두 마치고 마지막 파트에 준비되어 있던 방명록의 사진.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가 적힌 도장을 찍어볼 수도 있고 문장의 뒤를 완성해볼 수도 있으며 자유롭게 소감을 남길 수도 있게 노트와 색깔 펜들이 준비되어 있다. 방명록에 관람객이 남길 글씨가 적혀있는 사진.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세상을 뒤집어 버릴거야!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너와 나를 만나게 하는구나. 안아줄 수 있게 하는구나.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경계를 허문다. 허물어 연결되게 한다.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를 뒤집어 엎는다!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더 큰 연대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발달장애인들도 잘 살아갈 수 있는 미래로 변화시킬거야.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원하는 이들과 돌보며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야호!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서로를 발견하게 할 것이다.


 

"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무엇이 될까! 움직이고 구르는 다양한 돌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돌봄받을 ‘자격’에 저항하기를 선언하는 전시!"

" 이 땅에 있는 존재들은 모두 연결돼 있다. 모두 돌보고 돌봄 받는 존재다."

" 나는 돌봄받을 자격이 있는가? 라고 자주 물었다. 그런 질문이 떠오르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기를."

" ‘난잡한 돌봄’이라는 말을 통해서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취약성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랍니다."

" 돌봄의 다양한 모양이 모인 자리네요. 이 모양들이 더 많이 보여지고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 돌봄은 여전히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느껴졌는데, 그리고 아직 제도의 변화까지는 멀게 느껴지지만, 이곳에 있는 말들 속에서 힘을 얻어갑니다."

"돌봄에 대해서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재밌고 다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 돌봄을 상상하는 새로운 시선, 돌봄을 이야기할 용기를 얻어 갑니다."

" 전복의 인식을 켜켜이 쌓는 시간을 만들다!"

"더 평등하고 더 존중하고 더 행복한 삶을 만들 거예요. 난잡한 돌봄 사회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조직들이 ‘돌봄’이라는 키워드로 얼기설기 연결되는 일 자체가 넘 멋지고 힘나는 것 같아요."

 

방명록과 전시 후기를 살펴보니, 돌봄이 가진 혁명의 가능성! 전복의 가능성!이 관람객 여러분께도 조금은 전달이 된 것 같지요?  전시 후기를 읽으시는 여러분께도 조금은 전달이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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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철수를 마치고 난 후 빈 전시장에서 활동가들이 함께 촬영한 단체 사진.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홍보 포스터를 들고 손을 흔들며 웃고 있다. 


637c73cef7fbf.jpg△ 전시 사전신청자에게 나눠준 전시 굿즈 키링. 전시에서 함께 나눈 메시지를 일상으로 가져가서 기억할 수 있게 하고자 만든 굿즈. 전시에서 주요하게 사용된 문구들을 자개 키링에 프린트 하였다. '돌봄은 둠칫둠칫' '불평등을 깨부수고' '돌봄에 ____은 필요없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2026년 〈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3차년도 사업의 마무리가 남아있어요. 대중들에게 더 직접 가깝게 다가가고 돌봄에 대한 메시지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새해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려요.


전시 첫날 저녁, 전시장에서 네트워킹 파티가 열렸었어요. 전시를 통해 돌봄에 관심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오프닝 네트워킹 파티〈돌봄은 둠칫둠칫〉은 공연과 돌봄 토크로 꽉 찬 시간이었는데요. 북적이고 또 흥겨웠던 현장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파티 후기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  네트워킹파티 후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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