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안][활동가의 물음표와 느낌표①] 올리브나무에 심은 저항과 연대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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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올리브나무의 윗부분이 클로즈업된 사진을 배경으로 기사의 제목과 본문이 흰 글씨로 입력되어 있다. 사진 속 올리브나무는 이 칼럼의 작성자인 헤다 활동가가 직접 키우고 있는 것이다. 왼쪽 하단에는 한국여성민우회 로고가 가로로 길게 들어가 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


올리브나무에 심은 저항과 연대

[활동가의 물음표와 느낌표①] 평화의 상징을 넘어, 해방된 팔레스타인의 미래를 함께 꿈꾸며



화분에 심은 작은 올리브나무는 내가 식물샵을 운영할 때 늘 인기 있는 식물이었다. 잎은 작고 동글동글하며, 앞면은 짙은 초록빛을, 뒷면은 은빛을 띠는 것이 무척 귀여울 뿐만 아니라 '평화'라는 상징도 인기에 한몫했던 것 같다.

올리브나무 구입을 고민하는 손님에게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질문을 받으면 나는 늘 "올리브나무는 원래 지중해가 서식지인 식물입니다"라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서식지의 기후와 토양을 떠올려 보면 어떤 환경에서 잘 자랄지 추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중해의 기후는 어떤 느낌을 주는가? 나에게는 따스한 태양과 바람,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수분이 있는 여유롭고 충만한 곳이라는 느낌이다. 지중해에 대한 이러한 심상은 어디서 온 것일까? 아마 어릴 때부터 보고 들었던 지중해에 접한 유럽 여러 국가의 휴양 도시가 주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나에게 올리브나무는 평화로운 곳에서 온 나무라는 인상이 있었다.



'가자'라는 지중해 도시 


내가 오래 가졌던 지중해에 대한 심상은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을 만나면서 더는 풍요도, 평화도 아니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봉쇄와 집단학살이 가장 참혹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자지구가 바로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도시였던 것이다.

가자지구에서도 지중해의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올리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올리브를 기반으로 하는 농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과거형이 되었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은 사람뿐만 아니라 나무, 땅, 수자원을 파괴하고 장악하는 것으로도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가자지구의 올리브나무 수백만 그루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뽑혀 나가거나 밭째로 태워지고, 드론으로 제초제를 살포해 콩과 밀 등의 농지도 손상되었다. 이스라엘이 수자원 기반 시설도 파괴했기 때문에 가자지구는 먹을 물도 씻을 물도 오염되었다.



집단학살의 뿌리를 바로 보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집단학살을 이어가는 데에는 '시온주의'라는 잘못된 믿음이 있다.

이는 19세기 말 유럽에서 탄생한 정치적 기획이었는데,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난민이 된 25만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고, 이를 1947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하기까지 이르렀다.

1948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의도적인 인종청소를 저질렀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팔레스타인 민족을 '절멸'하려는 목적으로 집단학살, 군사 점령, 식민 지배를 지속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전 세계에 통용되고 있는 이상한 세상에서 사람뿐만 아니라 땅과 나무도 스러져 가고 있다. 팔레스타인이 '무장했기 때문에',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했기 때문에' 등의 이유는 이스라엘과 서구 사회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핑계일 뿐이다.



그럼에도 존재한다는 저항 행위

가자지구의 인구밀도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높다. 오염된 물과 땅, 폭염 속에서 가자 주민들은 지중해 바다에 몸을 담그고 식힌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도 오래된 휴양지였던 가자 해변은 이제 수백만 난민이 천막 아래에서 생존하는 곳이 되었다.

점령 이전의 팔레스타인 곳곳의 지역에서 이스라엘이 자행한 나크바(대재앙) 공격으로 살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도망쳐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지중해의 도시, 가자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존재하는 것이 곧 저항이다'라는 뜻의 '수무드' 정신으로 살아간다.

토양에 뿌리 내린 올리브나무처럼 지금 존재하는 곳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이 삶의 양식이자 저항 행위가 되었다. 해방된 팔레스타인에서, 다시 삶의 터전으로 귀환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식물샵 운영을 종료한 뒤 여성운동 활동가가 되어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자장에서 올리브나무를 다시 만나며 나의 일상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함께 꿈꾸고 싶었다. 그래서 '평화'나 '풍요'와 같은 공허한 언사가 아니라 '저항'과 '연대'의 올리브를 화분에 심기로 했다.

지난 5월,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소모임 '수박과 올리브'에서 사람들과 함께 열일곱 그루의 올리브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올리브나무의 근황을 서로 나누며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 올리브나무가 새잎을 펼칠 때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기억하고 평화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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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함께 모여 올리브나무를 심는 사람들두 명의 사람이 쪼그려 앉아 화분의 올리브를 다듬어 심고 있다. 장소는 한국여성민우회 옥상이며, 지난 5월 9일 11시, 소모임 '수박과 올리브'의 활동 모습니다. ⓒ 한국여성민우회)


과거형을 과거에 두지 않으려면


앞서 올리브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인이 과거형이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반드시 틀려야만 하는 문장이다. 모함메드 엘쿠르드는 책 <완벽한 피해자 -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존재>에서 팔레스타인인 작가이자 철학자 고 왈리드 다카의 말을 인용한다.


"저는 과거의 팔레스타인으로, 선인장과 석류와 물레방아가 있는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령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중략) 저는 미래의 팔레스타인으로, 민족 정체성이 고국 땅 전체와 일치하는 그런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중략) 이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가 새로 만들 고향 땅을, 혹은 기억을 소망합니다. 미래를, 제가 지을 집을 소망합니다. 제가 정한 곳에서 기억을 새로 쓸 것입니다."

왈리드 다카의 말에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정신은 미래로 향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리고 새로 만들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는 팔레스타인 민중이 직접 만들어 갈 것임이 담겨 있다. 그 길에 나도 연대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는 "요르단강부터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되리라"라는 유명한 구호가 있다. 나는 이제 여기에서 지중해의 심상을 다시 그려 넣는다. 내가 새롭게 가지는 지중해에 대한 심상은 바로 해방된 팔레스타인의 아름다운 가자 해변으로 가는 미래의 내 모습이다. 



활동가의 물음표와 느낌표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가 다양한 사회 현안의 현장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나누고 싶었던 단상을 쓴 칼럼 시리즈입니다. 페미니스트로서 겪는 다양한 일상적 장면부터 기후위기, 전쟁, 사회적 참사, 이주민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등 활동의 현장까지 확대하고 연결하며 물음표를 던지고 답을 찾아 가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 1000일 이상 계속되고, 한국의 국민연금이 이스라엘 국채를 사들였다는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본 칼럼을 통해 독자들이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문제를 생활의 언어로 만나고,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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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쿠피예와 올리브나무들각각의 색과 크기의 화분에 올리브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배경으로 쓰인 천은 팔레스타인 전통 문양이 수놓인 '쿠피예'이며, 팔레스타인인이 팔레스타인에서 직접 생산한 제품이다. 팔레스타인 저항과 연대의 상징으로 널리 착용한다. ⓒ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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