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회원·성평등미디어팀 윤소입니다.
저희 팀은 정치 이슈를 대응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그래서 지난 2월에는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이라는 연대를 통해 집회를 열었었어요.
대통령이 당선된 날에는 절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언제나처럼 싸워나가자!’라는 생각으로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을 해보기로 했어요.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모니터링을 할까, 어떤 기준으로 모니터링을 할까, 모니터링 기간은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 등 모니터링을 설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마침내 9월 모니터 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대선이 끝난지 꽤 지났지만 모니터 보고서를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9월 29일 발표회를 진행했어요.
▲모니터 보고서 발표회 포스터
▲모니터 보고서 발표회 사진
가장 먼저 제가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의 제목은 〈‘구조적 성차별’은 어떻게 보도되었는가: 윤석열의 발언과 언론의 보도 분석을 중심으로〉이었어요.
보도 분석에 앞서 ‘구조적 성차별’ 키워드를 포함한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한 이슈를 정리했어요.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2월 7일, 한국일보 인터뷰)
“구조적인 남녀차별이 없다고 말씀드린 것은 아니다.”(2월 8일,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
“집단적인 양성의 평등 문제로 접근하기보단 실질적인, 개별적인 불평등을 해소하고 범죄적 현상을 타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2월 10일, 재경전라북도민회 신년인사회)
윤석열 당시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고 했다가, 없다고 한 건 아니랬다가, 또다시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합니다.
“집합적인 남자, 집합적인 여자의 문제에서 개인 대 개인 문제로 바라보는 게 훨씬 더 피해자나 약자의 권리와 이익을 더 잘 보장할 수 있다.”
(2월 21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제1차 초청후보자 토론회)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서,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월 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제3차 초청후보자 토론회)
TV토론회에서는 구조적 차별이 아닌 개인적 차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여성 유권자를 이렇게 무시해 놓고 저렇게 말하는건 너무 양심 없는거 아닌가요! 다시 봐도 분노스러움!)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나를 페미니스트로 여긴다.”(3월 7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선대본부의 서면답변 과정에서 행정상 실수로 전달된 축약본에 근거해 작성되었다.”(3월 8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반박)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했다가 바로 다음날 선대본부가 착오라고 하는 일도 있었죠.
기자가 착오가 아니라는 증거를 SNS에 올리기도 했어요.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일부 남성 유권자의 표심만 집중한 나머지 실소를 금치 못할 상황이 빚어진 거죠.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에는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SNS에 올리기도 했어요.
그리고 3월 10일 당선인사 기자회견에서는“저는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며 반성은커녕 자신이 한 일을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다시 보아도 분노가...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니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요.
기사 모니터링은 빅카인즈(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활용했고, 2월 7일부터 5월 31일까지 18개 언론사의 기사 중 ‘구조적 성차별’을 포함하고 있는 478건의 보도 유형, 필자 유형, 프레임 유형 등을 분석했습니다.
결론을 요약해 보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명백한 거짓말을 검증한 언론은 많지 않았고, 단 한 건의 검증 기사도 없었던 언론사도 있었습니다.
▲478건 중 202건(42.3%)의 기사는 후보자, 정당의 발언을 인용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을 반복했습니다.
▲구조적 성차별의 증거를 제시하고, 대통령의 젠더 인식을 본격적으로 파고든 기사도 있었다. 반 페미니즘과 차별·혐오를 비판하고, 사설·칼럼·논평을 통해 주장을 뚜렷하게 드러낸 언론사는 젠더 담당 기자, 젠더 데스크 등을 두어 성평등 보도를 고민해왔던 곳들이었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것은 팩트체크가 필요한 거짓임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비판한 언론이 많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윤석열 정부 5년동안 우리사회 성평등 수준의 후퇴가 예상됩니다.
언론이 이를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언론을 더욱 열심히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모니터 보고서는https://readmore.do/pcWa에서 확인해주세요.
모니터 보고서 발표를 마치고 네 분의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먼저 이정연 한겨레 기자, 이슬기 서울신문 기자는 성평등한 보도를 하기 위한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주셨습니다. 젠더 데스크를 설치하고, 젠더 담당 기자를 정하는데에서 나아가 전체 기자의 성인지 감수성을 재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구조적인 성차별이 없다는 발언이 실린 인터뷰 기사를 확인하고 기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던 순간이 떠오르는데요. 사실 그전부터 페미니즘을 부정하는 발언,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에 특별하게 반응하지 않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겨레는 대선 공약 검증 보도를 준비하고 있었고, 젠더, 성소수자, 인권 분야에 대한 질문을 했어요.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답을 보내지 않았어요. 캠프에서는 무응답으로 이 이슈를 배제하면서 자신들이 불편한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정치 기사에서 ‘00 VS 00’ 이런 구도를 저희도 꽤 많이 사용합니다. 이게 쉬운 문법이기 때문이죠. 대선에서 기자들이 기사를 쓸 시간이 얼마나 될 거라고 보시나요? 디지털 기사라고 치면 1시간만에 기사를 써야할 때도 있어요. 깊이 고민하고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신속함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고 있고, 포털에서 이것을 계속 노출하니까. 악순환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는 중인데, 완전히 뺄 수 있을까 질문이 되기도 합니다. 다음 대선은 다를까요? 잘 모르겠어요.
젠더 데스크, 젠더 담당이 있는 것이 상당히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계속 의견 교환을 하면서 우리가 써야 하는 방향 그리고 우리가 굳이 부각하지 않아야 하는 주장에 대해 논의해요. 거시적으로도 보지만 마이크로하게 보려고 하기도 했어요. 성차별적인 말을 하나하나 물고 늘어지려는 그런 마음가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워싱턴 포스트(WP)의 발언이나 한국일보의 인터뷰 발언이나 이런 부분이 어쨌든 놓치지는 않으려고 상당히 애를 쓴 부분이 있었습니다. 만약 이런 구조가 없었다면 기사를 아예 안 썼을 수도 있겎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없었다면 아예 안 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거든요. 다음 대선 그리고 앞으로의 정치 일정, 홍보나 정치적인 국면에 있어서 젠더 데스크나 젠더 담당 기자들, 콘텐츠를 생산하는 팀 단위들이 조금씩 역할과 기능을 확대해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이정연 한겨레 기자
사전에 민우회에서 앞으로 언론이 성평등 정책 감시 역할을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냐고 질문을 해주셨어요. 우선 이 역할을 할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 것 같아요. 서울신문은 젠더 담당이 저 하나뿐이니까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계속 회사에 건의하고 있어요. 젠더 데스크를 만드는 것은 구성원의 협의가 있지 않으면 힘든 것 같고, 언론사는 정치, 경제, 사회 기존 부서의 인력을 늘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보니까.
다른 자리에서도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젠더 데스크, 젠더 담당 기자가 여성가족부와 비슷했다고 생각해요. 모든 구성원이 성평등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봐야 하는 것인데, 한 명에게 그 역할을 모두 맡기는 것은 무리가 있어요. 교육을 통해 정치부장, 문화부장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성인지 감수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서 성차별적 발언을 비판하는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 같아요.
이슬기 서울신문 기자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정치에서 젠더가 등장하게 된 때를 2017년으로 보고, 2022년까지 어떤 젠더 이슈가 있었는지를 정리해주셨습니다.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서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키워드만으로 언론 보도 형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정치의 반 페미니즘 선동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해 주신 것처럼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 이후에 문제가 많은 발언이 나왔기 때문에 이해하실 텐데요. 어떤 과제가 우리 앞에 남겨졌는지 확인하는 점에서 이번 모니터링이 긍정적이긴 하나 이런 발언이 나오기 전에 어떤 흐름 속에서 정치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일어났고 어떻게 국민의힘이 젠더 갈라치기 선동을 했으며 왜 페미니즘을 정치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워졌을까 그런 일련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무리 발언은“망할 국가도 정치도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각자 정치에 거리 두지 말고 연대하면서 싸워 나갔으면 좋겠습니다.”는 멋진 말씀도 남겨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수아 교수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뉴스 소비 구조가 스트레이트 기사 중심의 구조를 돌파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에, 기사 내용 비판과 함께 뉴스 시스템의 변화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젠더 이슈는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슈입니다. 신문사의 독자상은 돈을 내고 신문을 구독하는 4-50대 남성이 맞춰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내는 독자에 맞춘 기사가 생산되는 것이지요. 젠더 데스크, 젠더 담당 기자가 큰 영향을 주고 있긴 하지만 데스크를 세대 교체해서 성평등 관점이 없으면 안된다는 감각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니터 보고서에서 스트레이트 기사의 양이 많다는 점을 지적해주셨는데, 스트레이트 기사는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단순 전달로 그치는데 이것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논의할 장이 필요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이트 관행은 클릭수를 높여야 하는 디지털 환경 때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때 뉴스 환경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2010년 정도의 논문만 봐도 젠더 이슈에서는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고 이야기되었어요. 한겨레, 경향 등 진보 언론이라고 해서 별로 다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2010년대 중반 이후에 큰 변화가 있었고 이것은 여성 기자들의 진출이 영향을 미쳤던 것입니다. 특정 언론사는 확실히 큰 변화가 느껴지죠. 그래서 젠더 데스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되는 것도 좋지만, 계속해서 좋은 기사를 어떤 방식으로 표출할 것인가, 성평등 관점의 보도가 포털에 잘 노출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등 더 많은 고민이 이야기 되어야 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렇게 네 분의 말씀을 듣고 발표회를 마쳤습니다.
이 자리는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이후를 약속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 백래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요. 대선이라는 국면을 거치며, 성차별적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페미니즘 백래시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사회의,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 와주신 분들과 함께 힘차게 연대하자 약속했습니다.
투쟁입니다! 투쟁!
안녕하세요. 회원·성평등미디어팀 윤소입니다.
저희 팀은 정치 이슈를 대응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그래서 지난 2월에는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이라는 연대를 통해 집회를 열었었어요.
대통령이 당선된 날에는 절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언제나처럼 싸워나가자!’라는 생각으로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을 해보기로 했어요.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모니터링을 할까, 어떤 기준으로 모니터링을 할까, 모니터링 기간은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 등 모니터링을 설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마침내 9월 모니터 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대선이 끝난지 꽤 지났지만 모니터 보고서를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9월 29일 발표회를 진행했어요.
▲모니터 보고서 발표회 포스터
▲모니터 보고서 발표회 사진
가장 먼저 제가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의 제목은 〈‘구조적 성차별’은 어떻게 보도되었는가: 윤석열의 발언과 언론의 보도 분석을 중심으로〉이었어요.
보도 분석에 앞서 ‘구조적 성차별’ 키워드를 포함한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한 이슈를 정리했어요.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2월 7일, 한국일보 인터뷰)
“구조적인 남녀차별이 없다고 말씀드린 것은 아니다.”(2월 8일,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
“집단적인 양성의 평등 문제로 접근하기보단 실질적인, 개별적인 불평등을 해소하고 범죄적 현상을 타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2월 10일, 재경전라북도민회 신년인사회)
윤석열 당시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고 했다가, 없다고 한 건 아니랬다가, 또다시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합니다.
“집합적인 남자, 집합적인 여자의 문제에서 개인 대 개인 문제로 바라보는 게 훨씬 더 피해자나 약자의 권리와 이익을 더 잘 보장할 수 있다.”
(2월 21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제1차 초청후보자 토론회)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서,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월 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제3차 초청후보자 토론회)
TV토론회에서는 구조적 차별이 아닌 개인적 차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여성 유권자를 이렇게 무시해 놓고 저렇게 말하는건 너무 양심 없는거 아닌가요! 다시 봐도 분노스러움!)“그런 의미에서, 나는 나를 페미니스트로 여긴다.”(3월 7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선대본부의 서면답변 과정에서 행정상 실수로 전달된 축약본에 근거해 작성되었다.”(3월 8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반박)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했다가 바로 다음날 선대본부가 착오라고 하는 일도 있었죠.
기자가 착오가 아니라는 증거를 SNS에 올리기도 했어요.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일부 남성 유권자의 표심만 집중한 나머지 실소를 금치 못할 상황이 빚어진 거죠.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에는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SNS에 올리기도 했어요.
그리고 3월 10일 당선인사 기자회견에서는“저는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며 반성은커녕 자신이 한 일을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다시 보아도 분노가...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니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요.
기사 모니터링은 빅카인즈(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활용했고, 2월 7일부터 5월 31일까지 18개 언론사의 기사 중 ‘구조적 성차별’을 포함하고 있는 478건의 보도 유형, 필자 유형, 프레임 유형 등을 분석했습니다.
결론을 요약해 보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명백한 거짓말을 검증한 언론은 많지 않았고, 단 한 건의 검증 기사도 없었던 언론사도 있었습니다.
▲478건 중 202건(42.3%)의 기사는 후보자, 정당의 발언을 인용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을 반복했습니다.
▲구조적 성차별의 증거를 제시하고, 대통령의 젠더 인식을 본격적으로 파고든 기사도 있었다. 반 페미니즘과 차별·혐오를 비판하고, 사설·칼럼·논평을 통해 주장을 뚜렷하게 드러낸 언론사는 젠더 담당 기자, 젠더 데스크 등을 두어 성평등 보도를 고민해왔던 곳들이었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것은 팩트체크가 필요한 거짓임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비판한 언론이 많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윤석열 정부 5년동안 우리사회 성평등 수준의 후퇴가 예상됩니다.
언론이 이를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언론을 더욱 열심히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모니터 보고서는https://readmore.do/pcWa에서 확인해주세요.
모니터 보고서 발표를 마치고 네 분의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먼저 이정연 한겨레 기자, 이슬기 서울신문 기자는 성평등한 보도를 하기 위한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주셨습니다. 젠더 데스크를 설치하고, 젠더 담당 기자를 정하는데에서 나아가 전체 기자의 성인지 감수성을 재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구조적인 성차별이 없다는 발언이 실린 인터뷰 기사를 확인하고 기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던 순간이 떠오르는데요. 사실 그전부터 페미니즘을 부정하는 발언,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에 특별하게 반응하지 않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겨레는 대선 공약 검증 보도를 준비하고 있었고, 젠더, 성소수자, 인권 분야에 대한 질문을 했어요.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답을 보내지 않았어요. 캠프에서는 무응답으로 이 이슈를 배제하면서 자신들이 불편한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정치 기사에서 ‘00 VS 00’ 이런 구도를 저희도 꽤 많이 사용합니다. 이게 쉬운 문법이기 때문이죠. 대선에서 기자들이 기사를 쓸 시간이 얼마나 될 거라고 보시나요? 디지털 기사라고 치면 1시간만에 기사를 써야할 때도 있어요. 깊이 고민하고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신속함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고 있고, 포털에서 이것을 계속 노출하니까. 악순환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는 중인데, 완전히 뺄 수 있을까 질문이 되기도 합니다. 다음 대선은 다를까요? 잘 모르겠어요.
젠더 데스크, 젠더 담당이 있는 것이 상당히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계속 의견 교환을 하면서 우리가 써야 하는 방향 그리고 우리가 굳이 부각하지 않아야 하는 주장에 대해 논의해요. 거시적으로도 보지만 마이크로하게 보려고 하기도 했어요. 성차별적인 말을 하나하나 물고 늘어지려는 그런 마음가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워싱턴 포스트(WP)의 발언이나 한국일보의 인터뷰 발언이나 이런 부분이 어쨌든 놓치지는 않으려고 상당히 애를 쓴 부분이 있었습니다. 만약 이런 구조가 없었다면 기사를 아예 안 썼을 수도 있겎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없었다면 아예 안 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거든요. 다음 대선 그리고 앞으로의 정치 일정, 홍보나 정치적인 국면에 있어서 젠더 데스크나 젠더 담당 기자들, 콘텐츠를 생산하는 팀 단위들이 조금씩 역할과 기능을 확대해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이정연 한겨레 기자
사전에 민우회에서 앞으로 언론이 성평등 정책 감시 역할을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냐고 질문을 해주셨어요. 우선 이 역할을 할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 것 같아요. 서울신문은 젠더 담당이 저 하나뿐이니까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계속 회사에 건의하고 있어요. 젠더 데스크를 만드는 것은 구성원의 협의가 있지 않으면 힘든 것 같고, 언론사는 정치, 경제, 사회 기존 부서의 인력을 늘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보니까.
다른 자리에서도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젠더 데스크, 젠더 담당 기자가 여성가족부와 비슷했다고 생각해요. 모든 구성원이 성평등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봐야 하는 것인데, 한 명에게 그 역할을 모두 맡기는 것은 무리가 있어요. 교육을 통해 정치부장, 문화부장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성인지 감수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서 성차별적 발언을 비판하는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 같아요.
이슬기 서울신문 기자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정치에서 젠더가 등장하게 된 때를 2017년으로 보고, 2022년까지 어떤 젠더 이슈가 있었는지를 정리해주셨습니다.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서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키워드만으로 언론 보도 형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정치의 반 페미니즘 선동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해 주신 것처럼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 이후에 문제가 많은 발언이 나왔기 때문에 이해하실 텐데요. 어떤 과제가 우리 앞에 남겨졌는지 확인하는 점에서 이번 모니터링이 긍정적이긴 하나 이런 발언이 나오기 전에 어떤 흐름 속에서 정치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일어났고 어떻게 국민의힘이 젠더 갈라치기 선동을 했으며 왜 페미니즘을 정치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워졌을까 그런 일련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무리 발언은“망할 국가도 정치도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각자 정치에 거리 두지 말고 연대하면서 싸워 나갔으면 좋겠습니다.”는 멋진 말씀도 남겨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수아 교수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뉴스 소비 구조가 스트레이트 기사 중심의 구조를 돌파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에, 기사 내용 비판과 함께 뉴스 시스템의 변화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젠더 이슈는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슈입니다. 신문사의 독자상은 돈을 내고 신문을 구독하는 4-50대 남성이 맞춰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내는 독자에 맞춘 기사가 생산되는 것이지요. 젠더 데스크, 젠더 담당 기자가 큰 영향을 주고 있긴 하지만 데스크를 세대 교체해서 성평등 관점이 없으면 안된다는 감각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니터 보고서에서 스트레이트 기사의 양이 많다는 점을 지적해주셨는데, 스트레이트 기사는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단순 전달로 그치는데 이것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논의할 장이 필요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이트 관행은 클릭수를 높여야 하는 디지털 환경 때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때 뉴스 환경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2010년 정도의 논문만 봐도 젠더 이슈에서는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고 이야기되었어요. 한겨레, 경향 등 진보 언론이라고 해서 별로 다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2010년대 중반 이후에 큰 변화가 있었고 이것은 여성 기자들의 진출이 영향을 미쳤던 것입니다. 특정 언론사는 확실히 큰 변화가 느껴지죠. 그래서 젠더 데스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되는 것도 좋지만, 계속해서 좋은 기사를 어떤 방식으로 표출할 것인가, 성평등 관점의 보도가 포털에 잘 노출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등 더 많은 고민이 이야기 되어야 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