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기타[후기] 자, 이제 댄스타임 상영회

2013-11-18
조회수 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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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일(월),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자, 이제 댄스타임> 상영회가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자, 이제 댄스타임  Let's Dance, 2013>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경쟁부분 대상 수상작 /감독 : 조세영

줄거리 : 2009년, 대한민국 한 산부인과 의사단체가 낙태를 시술한 병원과 동료의사들을 고발한다. 이를 계기로 종교, 시민단체, 각종 협회들은 성명을 내고 언론 또한 물 만난 마냥 연일 보도를 이었다. 몇 년 뒤, ‘당신의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란 한 장의 웹자보를 본 여성들이 카메라 앞에 선다. 찬반 논란에 가려져 있던 그녀들의 경험이 드러나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과거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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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기 전에 무언가를 쓰고 계신 관객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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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에게 남기는 연대의 메세지

 

이번 상영회는 영화 제작팀인 여성주의 영화제작소 <야>와 민우회가 공동 주최했는데요. 민우회가 이 다큐멘터리가 다루고 있는 '낙태'라는 주제가 낯설지 않은 것은 여성건강팀의 임신중절 비범죄화를 위한 활동과도 닿아있기 때문입니다. 3년 넘게 영화를 만든 감독 세영님은 회원으로도 인연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2011년, 회원 소시오드라마 모임 '얼음땡'이 만든 연극을 기억하시는 분 있으실까요? 피임부터 임신중절까지 여성의 재생산권을 가로 막고 있는 온갖 사회의 편견과 시선을 "끓는다 미역국"이란 제목으로 다룬 문제작(우리만의 생각일까요.)이었죠. 출산 하고 먹는 미역국이라는 여성의 재생산권을 상징하는 음식을 답답한 여성인권의 현실로 풍자해봤는데요. 임신중절이 범죄화 되면서 여성이 처벌받거나 남성에게 협박을 받는 지금의 현실을 보며 미역국도 끓고 우리 속도 끓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영화 제작팀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보통 임신중절 문제가 문제화 되는 방식이 선정적인 드라마 소재 정도이거나 일부 종교계나 정부의 낙태 처벌 강화를 대응하는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제기하고 이슈화하자는 취지를 나누며 공동 상영회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매개로 임신중절의 문제를 여성의 경험으로 시작해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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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작 15분전. 한분씩, 한분씩 오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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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장면 중 : 임신중절을 다짐한 여자, 그리고 남자

 

영화는 임신중절의 문제를 다양한 방식과 각도로 다뤘습니다. 임신중절 경험 있는 여성들의 인터뷰를 골격으로 남녀의 성관계, 피임, 원치 않는 임신이라는 줄기를 극영화를 중간에 삽입하기도 하고, 임신중절 경험 있는 여성들의 천도제 장면을 멀찍하게 서서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고요. 낙태 찬성, 반대라는 추상적이고 이분화된 논쟁의 구도 넘어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것은 매우 일상적이며 가까이 있고, 체감도가 높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거나 생각해보거나 상상해본 바로 그것이요. 여성의 몸에 대한 저열한 사회 인식을 개탄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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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팀 활동가 여경의 사회로 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이토록 다양한 낙태 이야기 - 포럼"이 이어서 진행되었습니다.

조세영 감독, 영화 출연자인 한새, 한국여성연구원 김영옥,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나영이 이야기 손님으로 함께해주셨어요. 나왔던 이야기를 자료집에 서술된 내용으로 대신합니다.

 

1. 조세영 감독 : <자, 이제 댄스 타임> 연출기

낙태를 말한다는 건 낙태를 찬성하거나 반대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법적으로 이렇게 하자는 단순한 해결책을 바라는 게 아니다. 어쩌면 성폭력의 경험을 듣는 것과 그것의 공론화는 이미 많이 익숙해졌기에 여러가지 다양한 활동과 의미를 생산해낼 수 있다면, 낙태 경험의 공적 발화와 공론화는 2013년, 이제 막 시작인가 싶기도 하다.

 

2. 김영옥 : 낙태와 임신중절의 차이

왜 여자들이 이 경험을 서로 나누지 못할까요? 왜 서로 도움을 청하거나 위로를 주고받지 못할까요? 그녀들이, 영화가 묻는다. 프랑스와 독일에서 모든 여성을 위해 자신의 낙태 경험을 고백했던 여성들처럼 그녀들도 '모든 여성'의 이름으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사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는 명제는, 이렇게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투쟁이다.

 

3. 한새 : 출연자, 민우회 회원

(한새님은 자료가 없어서, 그 날 얘기해주신 내용을 거칠게 정리해봅니다.)

예전에 중절수술 이후에 성당에 갔다. 회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울면서 기도하고, 성당에 온 여자들에게 얘기했더니 너도 나도 경험있다고 말하드라. 나 같은 사람이 이토록 많구나 싶더라. 그 때부터 이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중고등학교에 나가서 성교육이나 강의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임신중절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다. 강사하면서 임신중절 문제는 어떻게 이야기해줄지가 참 어렵더라. 그래서 오늘도 고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왔다. 나의 경험을 공감해주면 좋겠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4. 나영 : 우리의 진정한 댄스타임을 위하여

진정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고자 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할 일은 낙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으로서의 생명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 과정에서의 모든 선택들이 사회적 관계와 조건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이해하는 것, 그리하여 개인에게 책임을 전적으로 전가하기 보다는 사회가 그 책임과 역할을 찾고 이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의 진짜 댄스타임은 그 때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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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1일, 빼빼로 데이, 제작팀과 평가 회의 중

 

기획상영회를 잘 마쳤습니다. 제작팀과 만나 며칠 뒤 합정역에 만나 맛나는 것도 먹고 차마시며 그간의 상영회 준비와 관련된 평가를 나눴어요. 여성주의라는 공동의 목표로 척박하고(!) 다소 외로운 세상에서 우리의 인맥도 보다 넓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니까 되게 거창하지요.

더 친해지고 함께 이것저것 많이 해보자는 이야기 나눴습니다. <자, 이제 댄스 타임>은 이성애자 커플들이 많이 봐야 할 영화라는 이야기도 나눴죠. 특히 남성들이 영화를 더 많이 접하고 여성들의 경험을 몸으로 이해하길 바란다는 제작팀의 염원도 들었습니다. 많이많이 영화 봐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민우회도 임신중절 비범죄화를 위한 다양한 액션, 캠페인, 토론회 등등 더 열심히 이어나가겠습니다. 관심과 연대 계속해서 부탁드릴게요!

 

여성건강팀(02-737-5763)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