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기타[후기] 환절기가 지나고 우리에게 남은 것

2013-11-06
조회수 3377

101일부터1029일까지 한 달 동안,일 주일에 한 번씩 총 다섯 번-

신입회원 세미나환절기가 진행되었습니다.

함께한 사람들은하티,슬슬,해월,파인,진선,제이,눈사람,먼지

(래이는 첫세미나 이후 개인적인 일이 생겨서 못왔다는ㅠ 다음에 꼭 함께해요 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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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를 이어가면서, <페미니즘의 도전>이란 좋은 책을 한 문장 한 문장 곰곰이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동무들이 생겼다는 사실에 흐뭇해졌습니다.책을 읽으면서 적었던 무수한 물음표와 느낌표들을 가감없이 마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우리의 환절기는 어땠을까요?

세 번째 세미나 후 하티가,세미나를 마무리하며 진선과 해월이 적어준 후기를 공유합니다:-)

 

 

by하티

세 번째 환절기 세미나.슬슬과 레이,진선이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매우 소규모의 밀착 토크를 진행하였습니다(호호^.^).이날 함께 읽고 나눈 부분은피해자다움이라는 성역할’,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는 인권’, ‘나이 듦,늙음 그리고 성별이 세 챕터입니다.먼저,눈사람의 발제로 살펴보았던피해자다움에 관해서는여성에게 섹스와 모성은 자원이자 억압이다여성들은 불행을 경쟁한다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얘기를 나누었고,다음 두 챕터는 발제자 분들이 오지 못하셨기 때문에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책 속의 한 문장,아주 작은 부분들에 대해서도 우리들의 대화는 끝없이 확장되어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요,저는 모두가 각자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경험과 생각을 들으며!맞아 맞아!’하고 공감하기도 하고?저런 생각이?’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고, ‘아하!그런 거였어!’하고 그동안 의문을 가진 것에 대해 답을 얻기도 했습니다.그러면서 저는 정현종 시인의<방문객>을 떠올렸습니다.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던,한 사람의 일생을 다 맞이하는 것이라던 그 시를요.각자가 몇 십 년 동안 살아왔던 축적된 세월들이 이렇게 우리의 세미나를 풍부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세미나가 단순한 책모임이 아니라 소중한 소통의 장이라는 큰 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이제 마지막 세미나를 남겨두고 있는 지금,한 달간의 세미나가 너무 금방 끝나버린 것 같다는 아쉬움도 들지만 앞으로 또 민우회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함께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됩니다.저희 책모임의 공식 명칭이 환절기 세미나인 만큼,계절이 바뀌듯 우리 사회가 여성주의의 이름으로 더 따뜻한 곳으로 변화될 수 있기를 바라며 저는 이만 물러갑니닷!

 

 

by진선

 

정희진의<페미니즘의 도전>을 스무 살 때 읽었던 기억이 난다.당시에는 인문교양서적의 개념으로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는데,영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와 닿지 않아 절반 정도만 읽고 반납했었다.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페미니즘을 과시용 쯤으로 여겼던 것 같다.지금처럼 삶의 이해하는 방식,세상을 바라보는 틀거리라기보다는페미니즘이라는 그 말 자체만을 소비하며 뻐기고,남다른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는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그런 도구로써 말이다.하지만그래서 페미니즘이 뭔데?’라고 물어온다면 말을 잃어 버렸을 게 뻔하다.

몇 년이 지나<환절기>에서 다시 읽은<페미니즘은 도전>은 전혀 다르게 읽혔다.그 안에는 엄마도 있었고,언니도 있었고,할머니는 물론 아빠의 모습도 있었다.무엇보다 내게 엄마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개인적으로 받고 있는 상담과 시너지를 발휘해엄마졸업을 하게 되는,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여성 대 여성으로 만날 수 있는 물꼬를 틀어주었다.지금도 책을 펼치면 책 모서리마다 엄마의 사연,나의 사연,언니의 사연들이 적혀있다.그전에는 아주 미워죽겠는 관계였다면 지금은 사회적 맥락 안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에 놓여 있으며 그동안 어떤 사회구조 속에서 길러졌는지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듯하다.

또 이번<환절기>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나의 과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것은 바로나만의 언어가 없다는 것.흉내내듯 말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의 언어가 부재함을 절실히 느꼈다.말이라 함은 자고로 감성적이지 않고 개인적이지 않아야 한다.즉 이성적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내 모습을 매 모임마다 확인하는 시간이었다.이런 강박에 시달리다 보니 매번 말을 꺼낼 때마다 손발이 저릿저릿하기까지 했다.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나만의 언어를 찾을 필요성을 느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그것도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만남이었지만 오랫동안 만나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한 시간이었다.또 개인적으로는 내 발로 새로운 사람을 찾아가고,새로운 장소를 찾아갔다는 점에서 조금 뿌듯하기도 하고 그런 과정 중에 새로운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있음을,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발견한 시간이었다.안전하고 편안한 공간 또 그러한 관계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연말이 되면올해의 잘한 일을 꼽곤 하는데 벌써부터<환절기>가 상위에 자리를 잡았다.앞으로도 함께 이야기 나누고,서로의 경험과 그 의미를 공유하는 자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by해월

1달동안 열씸히 참석했던 세미나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저는 페미니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이러하겠구나'하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세미나를 시작했는데,끝나고 나니'이런게 페미니즘이구나~'라고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마음이 좀 싱숭생숭했었는데...

앞전에 세미나를 했던 부분을 간략하게 돌아보고 다른 분들의 생각과 삶을 볼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런 좋은 책이 앞으로 널리 알려지고 읽혀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남성들에게...

마지막날 시원섭섭하게 보내고 왔습니다.

좋은 시간,보람된 시간이 되었습니다.이러한 기회를 만들어 준 여성민우회 회원팀 여러분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자주 뵙고 좋은 말과 생각들을 많이 나눴으면 좋겠어요~^^

 

 

:D 


마지막 날에는 책의 챕터마다 누군가를 지목하여 그 사람이 그 챕터에서 고른가장 진한 밑줄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일명 사랑의 밑줄 짝대기..).그 사람의 안내에 따라 다시 한 번 한줄 한줄 폭풍 공감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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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 사진에 나와 있는 카드는 타로카드에요.마지막 날2(?)에 했던러브미라는 타로 프로그램입니다.그날따라 영빨 충만했던 타로리더먼지느님의 도움을 받으며,올해의 나와 내년의 나를 들여다보고 서로의 카드를 교환함으로써 조언을 주고받았어요.너무 잘 맞아서 약간 무서웠..뭔가 의미심장한 일을 함께 모의한 느낌ㅎㅎ

(슬슬보고있나?(ㅋㅋ마지막날 같이 못해서 엄청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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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란 시간은 친숙해질 만 하면 어느새 지나가는 시간이더라고요.

올가을이 지난 후 우리에게 남은 것!아름답고 감동적이지만 책 덮으면 멀어지는 문장들이 아니라,삶 속에서 관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여성주의를 함께 나눌 동료들!이 아닐까요!!(진심을 전하기 위해서 오글거림을 무릅쓸 용기가 필요한 요즘입죠..)


다들 고마웠어요.앞으로도 자주 만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