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여성노동[후기]새로운 이름, 새로운 존중, 세상에 퍼지다

2011-11-30
조회수 4530

1116,식당노동자 호칭 공모 결과 발표회가 나루에서 있었습니다.

물결과 수풀의 멋진 사회와 함께 모두 함께 외치는 구호로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이름,새로운 존중,세상에 퍼지다!”

먼저 김인숙,박봉정숙 대표님의 인사말을 들었습니다.

 

식당노동자 호칭공모는 단순히 호칭만을 찾자는 것이 아니라,보이지 않고 노동으로서 대접받지 못한 식당노동을 가시화하고 식당일을 하는 분들을 노동자로 자리매김하는 첫 발걸음으로써 의미가 있습니다. '엄마,이모,여기요,' 같이 가족호칭 이름은 식당일을 여자가 집에서 당연히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밖에서 하는 일도 여성의 일로 성별분업화하고 노동으로서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그래서 한국여성민우회는 식당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이름을 붙여,노동의 의미를 새기고,사회적으로 존중을 확산하자는 취지에서 식당노동자 호칭공모를 전국적으로 했습니다.결과 그 취지에 동감한 시민들이250여 개의 호칭을 응모하였고 오늘 그 가운데 선정된 호칭을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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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으로 당선된 호칭, ‘조양사,두레손,맛지기,맛운사,지미사그 가운데 조양사를 제안해주신 광주의 박도야 님을 대신해 광주여성민우회 백희정 사무국장님이 상을 받으셨습니다.시상은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이정아 사무국장님이 해주셨고,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만들기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발언을 해주셨습니다.

금상을 공동수상하신 장진영,박지애,김미나 님.공부를 하면서 또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식당노동자에게 존중을 담은 호칭을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해서차림사를 제안해주셨다는 뒷이야기를 소감으로 들려주셨습니다.멋진 호칭,세상에 제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사업내용을 담은 영상과 심사위원분들의 축하영상과 함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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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문화제가 바로 이어졌구요,

광주여성민우회의 소모임, ‘시나페에서 한 해 가까운 시간 동안 준비한 연극식당블루스를 보게 되었습니다.회원들이 직접 문제를 고민하고 창작극을 함께 쓰고 활동과 직장일을 병행하면서 혼신의 힘으로 완성한 극입니다.진짜 리얼한 연기와,폭소와 눈물을 함께 안겨준 식당블루스,식당노동자에 대한 응원과 새로운 호칭에 대한 희망을 한껏 담아 부르던 노래가 귓가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정말 감동적인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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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온의 노래<가을이 오면>과 직접 쓰고 곡을 붙인 멋진 신곡<심심타파>도 들었습니다.심하게 긴 노동시간과 심하게 낮은 임금을 타파하자고 만든 새 노래,함께 연주해주신 선생님의 멋진 음악도 좋았습니다.

식당노동자를 위한 시, <온몸으로 우는 북><차림사를 위하여>도 낭송되었습니다. <온몸으로 우는 북>은 김사이 시인이 직접 쓰고 낭송했고, <차림사를 위하여>는 박상경 시인이 쓰고 동북여성민우회의 이혜숙 회원님이 낭송해주셨습니다.이혜정님이 기타로 음악을 연주해주셨구요.잔잔한 감동과 공감이 흐르는 자리였습니다.

온몸으로 우는 북

                                                        작:김사이

 

찬밥 남은 밥 가리지 않아야 하고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하고

배설되는 온갖 욕설과 성희롱을 견디면서

화장실 가는 것조차 눈치를 본다

10시간씩 일하고도 허덕이는 생활

식당에서 일을 하는 나는 동네북이다

고용주가 손님이 사회가 가정이 때린다

사람이 아니니 맞아도 말을 못하지

 

내게 꽃피는 시간이 있었던가

엄마로서 아내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다 보니

이름을 버리라고 한다

이름을 버린 나는 대기번호가 되었다

허공에 소리가 뜨면 쫓아가야 하는

대기번호

이모 띵동 엄마 띵동 아줌마 띵동 여기요 저기요 띵동

 

삶이 근육통 관절통으로

삐거덕거리고 절룩거린다

구석구석 축축하게 젖어 마르지 않는다

언제부터 아팠는지 어디서부터 아팠는지

노동을 해야만 하는 것부터가 아픈 일인지도 몰라

온몸을 핥아대는 천대와 멸시의 눈빛들

그래 열심히 내 몸뚱이를 때려라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축복이라는 말 안 믿겠다

살기 위해 산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향기 없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참으로 치욕스러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식구들에게 배고프지 않을 사랑을 한 솥씩 퍼주고

외로운 이웃들에게 환한 달빛으로 머물고

얼굴색이 달라도 가진 것 없어도 차별 받지 않는

네가 있고 나도 있는 오색빛깔 꿈을 꾼다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고 덜 버리는

그것이 너를 외면하지 않는 내 삶이다

울어라 북아

온몸으로 저항하자



차림사를 위하여 

                                                         작:박상경



심호흡을 하고,별이 지기 전에

밥을 해놓고

우리는 또 밥을 팔러갑니다

어젯밤 물을 꼭 짜 널어둔 행주가 채 마르기도 전에,다시

눈곱 같은 쌀알의 눈꺼풀도 차가운 물속에서 흔들어 깨우면

희뿌연 새벽의 안개 같은 물로 증기를 뿜어냅니다

늦잠 든 딸 같은 도마의 얼굴을 씻고

잠들기 전에 되뇌었던 마음이 분주하게 칼질을 시작합니다

푸른 멍울 같은 시금치,당근처럼 붉은 응어리도

오랫동안 칼질을 하면 무뎌져

그 마음이 단단한 도마가 됩니다

도마 위에서는 붉고 푸른 이야기들이 일일드라마처럼 펼쳐집니다

하고많은 일 중에 밥을 파는 일이란

세상의 엄마가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시든 배춧잎 같은 얼굴로

여기요 저기요 큰소리로 부르며

따뜻한 밥을 달라고 아우성입니다,엄마가 해주듯

우리는 모두 엄마가 되어 어느새,집에 가도 밥,여기서도 밥

제 손으로 밥 해먹는 이는 누군가 싶게,꿈에서도 아귀처럼

밥을 달라고 보채는 얼굴들

그 얼굴들 하나하나 물방울로

마르지 않는 행주 같은 꿈이 됩니다

꿈속에서 우리는 손님이 되어

식당의 네모난 테이블 앞에 앉아,큰소리로 여기요 외치면

언제나 커다란 냉면그릇에 찰랑대는 눈물만 그득한 우리의 메뉴는

목울대를 넘쳐 큰 눈을 타고 입으로 내려와 다시 밥이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느새 한바탕 잔치를 벌이는 주인이 됩니다

행주가 다 마를 때까지 밥을 팔지 않고

무릎을 꿇지 않아도,제 손으로 밥을 퍼담은 사람들이

갓 지은 밥알을 씹으며

웃음소리를 반찬 삼아,깔깔거리며

너도나도 크게 입을 벌려 한술 떠넣으면

알알이 부풀어오르는 마음

식당의 입구엔 큰 글씨로엄마라고 부르지 마세요

우리는 밥 해주는 엄마가 아니랍니다

춘희,순자,옥자,미경이구수한 된장 같은 이름들도 풀어놓으면

누구에게는 꿈 같은 이름이 됩니다

먹고사는 일이 우리를여기요라고 불러도

사람이 사는 일은 결국 먹고사는 일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 위로 올려다보면

가끔 보이는 별빛 하나가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내 이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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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마지막으로 신나는 어쿠스틱 힙합의 세계로! <술담>의 안태훈 님과 이승환 님이 먼저루돌프의 여름이라는 신나는 노래를 들려주었고,그리고 차림사에 대한 특별한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차림사라고 불러주세요~”멋진 이름 차림사가 노래에 실려 널리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또한 이 자리는 실은 가족과 친척,이웃 가운데 함께 있는 식당노동자에 대한 함께하는 마음들이 빚어낸 열정과 진심의 무대들이었습니다.새로운 이름이 연극과 노래와 시,그리고 우리들의 응원 속에서 널리널리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문화제에서 다함께 외치는 말,

새로운 이름,새로운 존중,세상에 퍼지다!”

이제 존중을 담고 차림사라는 이름이 세상에 나갑니다! ‘여기요,저기요,아줌마가 아닌,이제 식당에서 외쳐보세요. “차림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