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활동가 노새입니다.


올해 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은 스포츠 예능 보기를 좋아하는 시민들과 함께, 스포츠 장면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동준, 디디푸, 시원, 쓸구, 이현, 진원, 함박님이 함께 해주었어요. 7/10(목)부터 8월까지 성평등미디어팀 노새, 온다와 함께 총 6번의 모임을 가졌고요, 원래는 온/오프라인모임을 병행하려 했었는데, 멀리 전라도부터 경기도권까지 서울 아닌 지역에서 신청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올해 시민모니터링단 모임은 처음으로 모든 모임을 온라인 줌 모임으로 진행하게 되었답니다.
이번 '스포츠 장면 속 여성 재현 모니터링'을 함께 하는 모니터링단 멤버들은, 평소 스포츠 콘텐츠를 보는 것도 즐겨하지만 수영, 달리기, 탁구, 자전거, 하키, 테니스, 헬스, 줌바, 역도, 풋살, 야구, 복싱, 클라이밍, 농구, 축구 등 다양한 운동 종목을 배운 적이 있거나 지금도 한창 즐기고 있는 분들이기도 했어요. 개인종목, 팀스포츠, 구기종목, 기록종목 등 다양한 운동 경험을 밑거름 삼아, 스포츠 관련 콘텐츠들을 함께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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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모임(7/10 목요일 저녁 7시)
참여한 사람: 동준, 디디푸, 시원, 쓸구, 이현, 진원, 함박 + 노새, 온다
첫 번째 모임에서는 민우회 시민모니터링단 활동을 소개하고, 참여자들과 인사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함께 스포츠 콘텐츠를 보며 집중 모니터링할 주제를 미리 준비해 봤는데요. 첫 번 째 주제는 바로 '몸/외모의 재현'입니다.


모니터링은 주제에 대해 숙지한 뒤, 다음 모임까지 3-4화 분량의 콘텐츠를 각자 모니터링해서 패들렛게시판에 그 내용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첫번째 과제로 <피지컬100 시즌2>는 디디푸님이, <출발!드림팀2>의 261, 267, 330화를 동준님이, <내일은 시구왕>를 시원님이, <골 때리는 그녀들> 134, 138, 165화를 함박님이, <씨름의 여왕>을 진원님이, <강철부대 시즌2, 3, W>의 각 시즌별 1화를 이현님이, <발레교습소 백조클럽> 1,2화 및 <무쇠소녀단> 1-2화를 쓸구님이 모니터링하기로 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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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모임(7/17 목요일 저녁 7시)
참여한 사람: 동준, 시원, 디디푸, 함박, 쓸구 + 노새, 온다
두 번째 모임부터, 본격적으로 모니터링단 멤버들이 직접 모니터링한 내용들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니터링단이 직접 캡쳐한 이미지와, 남겨주신 코멘트를 소개합니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후기글 맨 아래에 첨부한 패들렛 게시판 또는 자료집 파일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컬링퀸즈> 컬링계의 '여배우'라는 표현으로 여성 선수를 외모로 평가하는 장면.

<뛰어야 산다> 여성 출연자에 대해 '가녀린 다리로 마라톤을?'이라는 자막 붙임

<씨름의 여왕> 출연진의 복장을 두고 '환상적인 레깅스 핏'이라는 자막과 함께 클로즈업을 하는 장면.

<피지컬100 시즌2> 핸드볼 선수 출신 박하얀 출연자의 등장에 한 남자 출연자가 얼굴 평가를 한다.

<피지컬100 시즌2> 보디빌더 강은희 출연자의 등장을 보며 발언하는 남자 출연자.

<출발드림팀 여름특집 3탄: 머드레슬링 챔피언전-걸그룹편> 걸그룹 특집에서 한 출연자의 키가 커서 유리할 것이라는 사실을 '머드레슬링의 골리앗'이라는 자막과 함께 오히려 조롱하는 장면. 스포츠에 유리한 키는 걸그룹, 정형화된 여성 이미지와는 맞지 않다는 편견을 드러내고 있다.

<내일은 위닝샷> 최초의 여성연예인테니스단 7명 멤버 중 마지막 합류한 한보름씨를 설명하는 수식들 '인형 미모', '코트 위를 밝혀줄 비주얼 새싹' +남성 매니저와 곧바로 로맨스로 엮으려는 시도(한보름씨가 여자친구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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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모니터링단과 함께 모니터링해볼 두 번째 키워드는 바로 '호전성/승부욕'입니다.
2014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출발드림팀>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기억하시나요?
10년도 더 된 이 방송에서는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성차별적인 연출이 많이 등장합니다.

2014년 10월 5일에 방송된, '통나무 버티기' 장면에서는 남성출연자 1명과 여성출연자 1명이 마지막으로 남아 최종 승부를 겨루는 장면이 방송되었는데요, 엄청난 인내심으로 버텨내는 여성 출연자에게 다른 여성 출연자가 "여자가 너무 독해보인다! 빨리 내려와"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마지막 승부에 등장한 남성출연자는 당시 <출발 드림팀> 프로그램의 공식 에이스 역할을 하던 인물이었기에, 끝까지 멋진 승부를 보여준 여성 출연자의 정신력과 집중력을 칭찬할 수도 있었지만 '남자를 이기는 여자는 여성적이지 못하다', '여자가 너무 승부욕이 강하면 좋지 않다'는 식의 성차별적 인식을 강화하는 매우 문제적인 장면입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각종 스포츠 예능에서는 여성의 승부욕과 호전성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두 가지 키워드가 미디어에서 재현될 때 발견되는 성차별적 장면, 성평등한 장면을 시민모니터링단과 함께 찾아보았습니다.


동준님이 <골 때리는 그녀들: 세계관의 확장> 8,9,10회를, 쓸구님이 <강철부대W> 2,3,4화를, 함박님이 <내일은 위닝샷> 5,6,7화를, 시원님이 <마녀체력 농구부> 8,9,10화를, 진원님이 <강철볼> 5,6,7화를, 이현님이 <씨름의 여왕> 4,5화와 <씨름의 제왕> 7,8화를, 디디푸님이 <우리동네 예체능-유도편> 모니터링을 맡아주셨고, 노새와 온다가 <출발 드림팀>의 머드레슬링, 걸그룹 씨름편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카운트 다운: 케이티 vs 세라노>를 함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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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모임(7/24 목요일 저녁 7시)
참여한 사람: 시원, 디디푸, 이현, 진원 + 노새, 온다
각자 찾아 온 모니터링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 내용 일부를 공유합니다!
성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컨셉과 연출을 서슴지 않고 드러내는 10여 년 전 방송 프로그램들에 비해, 최근 방송들의 '조금은 달라졌다' 싶은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여성 출연자들끼리 누가누가 약한지 '약한 모습'을 경쟁하거나, 승부욕을 표출하지 않는 것을 여성성으로 여겨지게끔 하는 구시대적이고 차별적 연출에서, 여전히 부족하고 다소 납작하긴 하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 여성의 호전성이나 승부욕을 부정적으로만 그리지 않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출발드림팀 여름특집 3탄: 머드레슬링 챔피언전-걸그룹편> 가장 강할 것 같은 상대를 꼽는 사전 설문에서 모두 뽑히고 싶지 않아하는 분위기. 1위로 꼽힌 하주연 출연자가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약하다고 주장!'이라는 자막과 함께 항변하는 장면. '걸그룹'이기 때문에 약한 이미지가 오히려 장려되고, 투지를 드러내지 않음.

<출발드림팀 여름특집 3탄: 머드레슬링 챔피언전-걸그룹편> 서로를 진흙탕으로 밀어내는 경기에서 별다른 노력 없이 얼른 빠져서 져버리는 한 출연자.

<출발드림팀 여름특집 3탄: 머드레슬링 챔피언전-걸그룹편> '나 무서워~'라는 자막과 함께 걸그룹 출연자의 '약한' 모습을 강조하는 장면

<출발드림팀 여름특집 3탄: 머드레슬링 챔피언전-걸그룹편> 두 출연자가 격렬한 승부욕과 투지를 보인 경기에 대해 '남자 경기 못지않게 격렬한 경기'라는 자막을 붙임.
한편 최근에 공개된 몸 쓰는/스포츠 콘텐츠들에서는 달라진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지하게 승부에 임하는 모습, 끓어오르는 승부욕을 성장의 밑거름 삼아 노력하는 여성 출연자를 긍정적으로 그려내는 장면, 격렬한 몸싸움이나 경쟁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여성(선수)의 모습을 조명하는 장면들은, 그동안 '여자는 이래야 해'라고 좁게만 규정되어 있었던 성 역할 규범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단 걸 느낄 수 있는 지점이었어요.

<피지컬100 시즌2> 여성 출연자(심유리)가 1:1 대결 종목에서 자신보다 강해보이는 남성 출연자를 선택하는 장면.

<마녀체력 농구부 (2022): 8화> 캐릭터 만들기: "옥자깡" 여성의 경쟁심과 이기고 싶은 마음은 어떤 단어로 표현될까.

<마녀체력 농구부 (2022): 8화> "웃음기 제로"라는 단어로 너무 얕고 납작하게 묘사되는 여성의 승부욕. 물론, 경기 내용은 훨씬 역동적이었고, 상대팀 이기고 싶은 마음들은 위치스 팀 내부의 결속력을 통해서도 잘 전달되었다.

<무쇠소녀단> 서툴지만 포기하지 않는 박주현 배우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 무쇠소녀단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악과 깡을 긍정적으로 그려냄.

<샅바전쟁 17:1> 여성 출연자가 프로선수와의 대결에서 10초 이상 '버티겠다'라고 포부를 밝히는 장면. 하지만 앞선 다른 남성 출연자들은 '날려버리겠다'라거나 '이기겠다'라며 투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여성 출연자의 한계를 상정한 목표를 보여준 것 같아서 아쉬움.

<강철볼> 피구 경기를 진행한 상대팀이 여고선수팀이었다는 말을 듣고 출연자가 '당연히 이겼겠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는 강철볼팀이 여고 피구팀에게 대패했다.)

<카운트 다운: 케이티 vs 세라노> 두 여성 복싱선수의 역사적 대결을 다룬 다큐멘터리. 두 선수 모두 엄청난 연습량, 재능, 승부욕을 보여준다. 두 사람이 펼친 세 번의 대결은 '양보 없는 경기, 승리를 위해 최선의 경기를 펼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준다. 세 번의 대결을 준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편견을 깨고 새로운 역사를 쓰는 여성들'이라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내일은 위닝샷> 스포츠의 장점 중 하나가 이런 승부욕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생각보다 일상에서 이런 욕망을 드러낼 기회가 많지 않고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런 인터뷰나 저런 고함을 치는 장면들이 제 맘에 들었는데요. 한편으로는 이 프로그램에서 중계를 맡은 캐스터나 해설자들이 이런 요소들을 구경거리처럼 코멘트하는 것은 불편했습니다. 일상에서도 가끔 여성들의 진지하고 격렬한 스포츠 경쟁을 신기한 구경거리로 혹은 눈요깃거리로 여기는 관객들을 만나곤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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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진행한 세 번째 모니터링 주제는 팀워크와 성장서사! 입니다. 축구, 농구, 야구, 피구, 배구 등 단체종목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모니터링하되, 개인종목이더라도 복식전을 준비하거나, 팀 체제로 함께 성장하는 내용이거나, 팀전으로 진행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주요 모니터링 콘텐츠로 세팅해보았습니다.


동준님이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7을, 쓸구님이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6을, 이현님이 <무쇠소녀단> 시즌1을, 시원님이 <마녀체력 농구부>를, 함박님이 <내일은 위닝샷>을, 진원님이 <마녀들>을, 디디푸님이 <강철부대W>를, 노새와 온다가 <우리동네 예체능> 배구편과 <강철볼>을 함께 모니터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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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모임(8/7 목요일 저녁 7시)
참여한 사람: 이현, 쓸구, 진원, 디디푸, 시원 + 노새, 온다
텀워크와 성장서사에 관한 모니터링 결과 일부를 공유합니다.
<강철부대W>에 등장한 각 여성 리더들의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개인종목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하나의 팀 스포츠처럼 팀원들간의 끈끈한 단합력과 팀워크가 돋보이는 연출의 <무쇠소녀단>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성별로 다르게 그려지는 팀웍 다지기의 방식(왜 여성들은 음식을 해주고 서로 돌봐주면서, 남성들은 목욕탕에 가 옷을 벗어던지고 팀워크를 다지는 것으로 그리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감동적인 성장 서사를 기대하면서도, 실제로는 하나의 스포츠 종목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짧은 방송 촬영 기간 동안 그 어려운 일(=성장)을 콘텐츠에 담아내기 위해 애쓰는 출연자들이나 연출을 하는 제작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여성들에게 팀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면 좋겠어요. 방송 콘텐츠만 하더라도, <뭉쳐야찬다> 같은 프로그램은 11 대 11의 축구를 소재로 하고 있다보니, 남성 참여자가 최소 20명에서 30명이 넘게 등장할 수 있고, 실제로 오디션 회차에서는 100명 이상의 참여자들이 등장하는데, 여성들이 메인인 스포츠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 숫자가 상대적으로 너무 적어요. 늘 보던 사람들이 등장하는 '출연자 돌려막기'도 조금은 식상하고요. <골 때리는 그녀들>이 인기를 끈 이후에 생활체육 풋살팀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처럼, 미디어에서 여성 팀스포츠에 대한 조명이 긍정적으로 잘 이뤄질수록, 미디어 바깥의 일상에서도 성평등한 기회가 모두에게 더더욱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무쇠소녀단> 극기의 순간 서로에게 정신적 의지가 되어주는 여성 인물들.

<마녀들> 야구를 통해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출연진. '자신의 부족함을 함께 채워주는 팀', '같이 부담을 나눠주는 것 같아 고맙다'. 팀스포츠를 통해 느낄 수 있는 팀워크의 의의인 것 같다.

<내일은 위닝샷> 테니스는 대표적 개인 스포츠이다. 복식 경기를 한다 해도 개인의 잘잘못이 즉각적으로 득/실로 드러나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이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면서도 파트너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기도 하다. 프로그램 구성, 그리고 개인 스포츠지만 단체전이라는 대회 방식, 오랜 시간 함께 연습한 경험들이 모여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모습들이 프로그램 후반 들어갈수록 많이 보였다. 마라톤과 같은 종목들도 클럽을 형성해서 함께 격려하며 운동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역시 스포츠는 연대를 위한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동네 예체능(배구편)> "서로 살을 부대끼며 목욕함으로써 끈끈한 팀워크를 다지는 게 목적"이라며 배구팀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는 장면.

<강철볼> 위계 강한 남성들의 팀워크 만들기. 남성 일색 콘텐츠에서 종종 보이는 목욕탕씬. 위는 <강철볼>, 아래는 드라마 <트리거(7화)> 속 폭력배들의 모습. 3개월만에 피구 국가대표로 출전, 세계대회에 도전하게 된 강철부대 피구팀. 팀 빌딩을 위한 친선경기&2연패 이후 전지훈련을 떠난다. 나이, 기수 등 군대문화의 위계적 문화가 강한 남성 출연자들이 온천에서 목욕을 하며 야자타임하는 시간을 연출, 20대의 동생들이 30대 형들에게 장기자랑을 시키거나, 막내 취급하며 '친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철부대W> 707 강은미 팀장은 지능적인 작전과 빠른 판단력의 리더쉽을 보여준다.
<강철부대W> 특임대의 조성원 팀장은 끝까지 카리스마 있고 힘 있는 모습이 부각된다.

<강철부대W> 육군이 가장 약체처럼 묘사되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장 강력한 단합력으로 여러 미션에서 승리를 거둔다.

<마녀체력 농구부> 의외로 개별 연습 장면이 얼마 없어서 아쉬웠다. 고수희와 옥자연의 연습 장면 정도가 이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농구에 임했는지 보여주는 정도.

<강철볼> 코너 속의 코너(?) 오상영 출연자의 성장서사. 피구라는 종목에 대해 '소녀들이나 하는 종목 아니냐'고 놀리던 남성 출연자가, 여고선수들에게 피구를 배우며 오히려 본인의 '소녀스러운' 자세로 질타를 당한 뒤 사죄한다. (다리를 오므리며 주저앉는 자세를 남성스럽지 못한 자세, '소녀스럽다'라고 놀리는 것도 문제적.) 이후 벤치멤버이긴 하나 진지하게 피구에 임하며, 결국 국제대회가 끝난 직후 아쉬움으로 눈물을 보이는 엔딩.

<내일은 위닝샷> 솔직히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내일의 위닝샷>은 프로그램 서사가 빈약하다고 생각된다.
이미 테니스 좀 치는 사람들을 오디션을 통해 출연진으로 섭외 했고 프로그램 용 이벤트 대회를 개최해서 출전 시키는 내용이라 다른 스포츠 예능에 비하여 드라마틱한 서사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의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한(?) 결과로는 '자신의 삶에서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좋아하는데 그것이 스포츠이고 그 스포츠를 잘 하기 위해서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경험과 태도는 우리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량이자 기술이라는 점'에서 위닝샷이 그런 모습들을 조금은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가 그런 삶의 기술을 습득하는데 매우 긍정적 기능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에게 그런 기회가 적은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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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링단 멤버들과 마지막으로 함께 나눌 모니터링 키워드는, 바로 '깍두기와 치어리딩(성역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성을 깍두기나 짐처럼 그려내거나, 남성을 응원하는 존재로만 그리는 장면들, 여성의 역할을 성별고정관념에 따라 수동적으로(만) 그려내는 장면들을 찾아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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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모임(8/14 목요일 저녁 7시)
참여한 사람: 이현, 함박 + 노새, 온다
모니터링을 통해 찾아낸 장면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 학교 운동장에서 남학생들이 농구를 한다. 여학생들은 계단 위에 앉아 있거나 농구경기하는 남학생을 응원하는 모습으로 재현된다. (캡쳐화면 맨 왼쪽)

<이번 생은 같은 편> 안 보고도 예상한 맨스플레인! 프로그램 설명만 보고도 예상할 수 있었다. (부부가 같은 운동 종목에 도전하게 하는 컨셉의 프로그램인데, 다수의 남편들이 아내를 줄기차게 가르치거나, 가르치려드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번 생은 같은 편> 이런 배려는 좀... 저도 운동하면서 많이 경험하고 느끼는 거지만 배려인지 무시인지 모를 그런 파트너나 동료의 행동과 태도들이 있다. 매우 불쾌하고 좋지도 않다. 그런데 이런 경우 개인 차가 많이 존재한다. 경기 중인데 공을 약하게 치거나 일부러 져 주는 것이 배려는 아니지 않을까?

<이번 생은 같은 편> 독점 혹은 몰입. 프로그램 지분도, 스포츠 향유도 몰입을 핑계로 독점해 버린 남편들. 이 프로그램 자체가 남성들의 스포츠력(?)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기획된 것 같다. 여성은 보조 출연자처럼 느껴져요. 프로그램 중반이 지나면 결이 좀 달라질까?


<강철부대2,3,W> 여성 패널의 역할. (남성 일색의 진행자, 출연진 사이에서 '사랑스러운 리액션'을 전담하고 있는 여성 연예인 1명을 배치해두었다.)

<무쇠소녀단> 앞선 장면에서는 유이가 모두에게 약을 챙겨주는 모습이 나왔다. 출연자 간에 돌봄을 서로 주고받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출연자들보다 나이가 좀 더 있는 진서연 배우가 손수한 요리로 누군가를 먹였다는 이유만으로 ‘엄마’라는 비유를 듦. 자막에서 여러차례 “진엄마”라고 호명했다. 챙겨주는 여성 = 엄마?

<여왕벌게임> 여왕벌이라는 다분히 여성혐오적인 메타포. 이준석적(?) 세계관. 가짜 복종.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컨셉이나 규칙이 '없던 여성혐오도 생기게끔' 굉장히 차별적이고 기이하게 설정되어 있다.)

<여왕벌게임> 여성리더와 세계관은 (실은) 남성 참가자에게 있어 비웃음의 대상이 됐다.

<내일은 위닝샷> 매니저 역할을 하는 이이경(남자)이 여성 참여자들에게 '웃으면서 하라'고 주문하거나, '표정에 여유로움과 아름다움이 좀 묻어있다'고 운운하는 장면. 핑크색의 '수줍은 미소'라는 자막을 띄우는 모습 역시 여성을 '웃어야 하는 존재'로 여기게 한다. 한 가지 긍정적인 장면은, '좀 웃으면서 하라'는 이이경의 말에 여성 출연자(황보)가 단칼에 '웃을 필요 없어 지금' 이라고 답하며 힘차게 라켓을 휘두르는 장면이 시원했다.

<몸쓸것들> 여성 출연자들이 적극적으로 미션에 참여하고 남성 출연자를 힘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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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모임(8/28 목요일 저녁 7시)
참여한 사람: 시원, 디디푸, 이현, 진원 + 노새, 온다
마지막 모임에서는, '기타'로 분류해두었던 모니터링 내용을 공유하고 각자 활동소감을 나누며 활동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두 달여 동안 총 여섯 번의 모임을 통해 스포츠 콘텐츠 또는 스포츠 장면 속 여성 재현에서 성차별적 장면과 성평등한 장면을 실증적인 데이터로 모아본 2025년의 시민모니터링단 활동! 비록 지리적 한계가 있어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날 수 없다는 점은 많이 아쉬웠지만! 모니터링 활동으로 함께 보낸 시간동안 비슷한 고민과 관심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각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어 흥미롭고 반가웠답니다. 모니터링단 참여 멤버들이 활동 소감을 한 편의 글로 정리해주었는데요, 멤버들의 글은 아래 링크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꼭 읽어주세요!).
모니터링단 멤버들과 함께 찍은 매주의 기념사진을 끝으로 후기를 닫습니다!
"미디어에 성평등을! 스포츠에도 성평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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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x여성 모니터링 이야기는 2025년 10월 24일 금요일 저녁 7시, 민우회 '미디어 다양성 PT쇼' 행사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어요. 미디어에 등장하는 소수자 재현이 더욱 성평등하고 다양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올해는 미디어 속 #장애, #아동, #여성, #트랜스젠더 재현 관련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행사에 함께 해주세요!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2층에서 열립니다.)

미디어 다양성 PT쇼 신청하기
해피빈 모금함도 진행하고 있어요. 미디어 모니터링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10/31)

미디어 다양성 PT쇼 모금함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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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집]
2025 민우회 시민모니터링단 패들렛 게시판 바로가기: https://padlet.com/minwoo_media/2025-x-z6tggho52m3jot83
*시민모니터링단과 함께 본 콘텐츠 예시장면, 캡쳐한 이미지, 코멘트, 같이 읽고 싶은 자료나 추천콘텐츠 등을 담았습니다.
**시민모니터링단이 남겨주신 코멘트 의견은 본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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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니터링단 멤버들의 글 읽기]
① 쓸구 - "스포츠는 특정 성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이 세상은 많이 말해야 한다,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많이!"
② 디디푸 - 제발 <사이렌> 다음 시즌을 만들어주세요!
③ 진원 - 여성들아, 더 설치자! 미디어 안에서도!
④ 시원 - 여성운동서사, 진화의 흔적을 찾아서
⑤ 함박 -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디어에서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과 변해야 할 것
⑥ 이현 - 불편한 거 보이면 같이 분노할 동료들을 만날 수 있겠다!
안녕하세요! 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활동가 노새입니다.
올해 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은 스포츠 예능 보기를 좋아하는 시민들과 함께, 스포츠 장면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동준, 디디푸, 시원, 쓸구, 이현, 진원, 함박님이 함께 해주었어요. 7/10(목)부터 8월까지 성평등미디어팀 노새, 온다와 함께 총 6번의 모임을 가졌고요, 원래는 온/오프라인모임을 병행하려 했었는데, 멀리 전라도부터 경기도권까지 서울 아닌 지역에서 신청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올해 시민모니터링단 모임은 처음으로 모든 모임을 온라인 줌 모임으로 진행하게 되었답니다.
이번 '스포츠 장면 속 여성 재현 모니터링'을 함께 하는 모니터링단 멤버들은, 평소 스포츠 콘텐츠를 보는 것도 즐겨하지만 수영, 달리기, 탁구, 자전거, 하키, 테니스, 헬스, 줌바, 역도, 풋살, 야구, 복싱, 클라이밍, 농구, 축구 등 다양한 운동 종목을 배운 적이 있거나 지금도 한창 즐기고 있는 분들이기도 했어요. 개인종목, 팀스포츠, 구기종목, 기록종목 등 다양한 운동 경험을 밑거름 삼아, 스포츠 관련 콘텐츠들을 함께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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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모임(7/10 목요일 저녁 7시)
참여한 사람: 동준, 디디푸, 시원, 쓸구, 이현, 진원, 함박 + 노새, 온다
첫 번째 모임에서는 민우회 시민모니터링단 활동을 소개하고, 참여자들과 인사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함께 스포츠 콘텐츠를 보며 집중 모니터링할 주제를 미리 준비해 봤는데요. 첫 번 째 주제는 바로 '몸/외모의 재현'입니다.
모니터링은 주제에 대해 숙지한 뒤, 다음 모임까지 3-4화 분량의 콘텐츠를 각자 모니터링해서 패들렛게시판에 그 내용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첫번째 과제로 <피지컬100 시즌2>는 디디푸님이, <출발!드림팀2>의 261, 267, 330화를 동준님이, <내일은 시구왕>를 시원님이, <골 때리는 그녀들> 134, 138, 165화를 함박님이, <씨름의 여왕>을 진원님이, <강철부대 시즌2, 3, W>의 각 시즌별 1화를 이현님이, <발레교습소 백조클럽> 1,2화 및 <무쇠소녀단> 1-2화를 쓸구님이 모니터링하기로 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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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모임(7/17 목요일 저녁 7시)
참여한 사람: 동준, 시원, 디디푸, 함박, 쓸구 + 노새, 온다
두 번째 모임부터, 본격적으로 모니터링단 멤버들이 직접 모니터링한 내용들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니터링단이 직접 캡쳐한 이미지와, 남겨주신 코멘트를 소개합니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후기글 맨 아래에 첨부한 패들렛 게시판 또는 자료집 파일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컬링퀸즈> 컬링계의 '여배우'라는 표현으로 여성 선수를 외모로 평가하는 장면.
<뛰어야 산다> 여성 출연자에 대해 '가녀린 다리로 마라톤을?'이라는 자막 붙임
<씨름의 여왕> 출연진의 복장을 두고 '환상적인 레깅스 핏'이라는 자막과 함께 클로즈업을 하는 장면.
<피지컬100 시즌2> 핸드볼 선수 출신 박하얀 출연자의 등장에 한 남자 출연자가 얼굴 평가를 한다.
<피지컬100 시즌2> 보디빌더 강은희 출연자의 등장을 보며 발언하는 남자 출연자.
<출발드림팀 여름특집 3탄: 머드레슬링 챔피언전-걸그룹편> 걸그룹 특집에서 한 출연자의 키가 커서 유리할 것이라는 사실을 '머드레슬링의 골리앗'이라는 자막과 함께 오히려 조롱하는 장면. 스포츠에 유리한 키는 걸그룹, 정형화된 여성 이미지와는 맞지 않다는 편견을 드러내고 있다.
<내일은 위닝샷> 최초의 여성연예인테니스단 7명 멤버 중 마지막 합류한 한보름씨를 설명하는 수식들 '인형 미모', '코트 위를 밝혀줄 비주얼 새싹' +남성 매니저와 곧바로 로맨스로 엮으려는 시도(한보름씨가 여자친구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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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모니터링단과 함께 모니터링해볼 두 번째 키워드는 바로 '호전성/승부욕'입니다.
2014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출발드림팀>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기억하시나요?
10년도 더 된 이 방송에서는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성차별적인 연출이 많이 등장합니다.
2014년 10월 5일에 방송된, '통나무 버티기' 장면에서는 남성출연자 1명과 여성출연자 1명이 마지막으로 남아 최종 승부를 겨루는 장면이 방송되었는데요, 엄청난 인내심으로 버텨내는 여성 출연자에게 다른 여성 출연자가 "여자가 너무 독해보인다! 빨리 내려와"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마지막 승부에 등장한 남성출연자는 당시 <출발 드림팀> 프로그램의 공식 에이스 역할을 하던 인물이었기에, 끝까지 멋진 승부를 보여준 여성 출연자의 정신력과 집중력을 칭찬할 수도 있었지만 '남자를 이기는 여자는 여성적이지 못하다', '여자가 너무 승부욕이 강하면 좋지 않다'는 식의 성차별적 인식을 강화하는 매우 문제적인 장면입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각종 스포츠 예능에서는 여성의 승부욕과 호전성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두 가지 키워드가 미디어에서 재현될 때 발견되는 성차별적 장면, 성평등한 장면을 시민모니터링단과 함께 찾아보았습니다.
동준님이 <골 때리는 그녀들: 세계관의 확장> 8,9,10회를, 쓸구님이 <강철부대W> 2,3,4화를, 함박님이 <내일은 위닝샷> 5,6,7화를, 시원님이 <마녀체력 농구부> 8,9,10화를, 진원님이 <강철볼> 5,6,7화를, 이현님이 <씨름의 여왕> 4,5화와 <씨름의 제왕> 7,8화를, 디디푸님이 <우리동네 예체능-유도편> 모니터링을 맡아주셨고, 노새와 온다가 <출발 드림팀>의 머드레슬링, 걸그룹 씨름편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카운트 다운: 케이티 vs 세라노>를 함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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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모임(7/24 목요일 저녁 7시)
참여한 사람: 시원, 디디푸, 이현, 진원 + 노새, 온다
각자 찾아 온 모니터링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 내용 일부를 공유합니다!
성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컨셉과 연출을 서슴지 않고 드러내는 10여 년 전 방송 프로그램들에 비해, 최근 방송들의 '조금은 달라졌다' 싶은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여성 출연자들끼리 누가누가 약한지 '약한 모습'을 경쟁하거나, 승부욕을 표출하지 않는 것을 여성성으로 여겨지게끔 하는 구시대적이고 차별적 연출에서, 여전히 부족하고 다소 납작하긴 하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 여성의 호전성이나 승부욕을 부정적으로만 그리지 않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출발드림팀 여름특집 3탄: 머드레슬링 챔피언전-걸그룹편> 가장 강할 것 같은 상대를 꼽는 사전 설문에서 모두 뽑히고 싶지 않아하는 분위기. 1위로 꼽힌 하주연 출연자가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약하다고 주장!'이라는 자막과 함께 항변하는 장면. '걸그룹'이기 때문에 약한 이미지가 오히려 장려되고, 투지를 드러내지 않음.
<출발드림팀 여름특집 3탄: 머드레슬링 챔피언전-걸그룹편> 서로를 진흙탕으로 밀어내는 경기에서 별다른 노력 없이 얼른 빠져서 져버리는 한 출연자.
<출발드림팀 여름특집 3탄: 머드레슬링 챔피언전-걸그룹편> '나 무서워~'라는 자막과 함께 걸그룹 출연자의 '약한' 모습을 강조하는 장면
<출발드림팀 여름특집 3탄: 머드레슬링 챔피언전-걸그룹편> 두 출연자가 격렬한 승부욕과 투지를 보인 경기에 대해 '남자 경기 못지않게 격렬한 경기'라는 자막을 붙임.
한편 최근에 공개된 몸 쓰는/스포츠 콘텐츠들에서는 달라진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지하게 승부에 임하는 모습, 끓어오르는 승부욕을 성장의 밑거름 삼아 노력하는 여성 출연자를 긍정적으로 그려내는 장면, 격렬한 몸싸움이나 경쟁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여성(선수)의 모습을 조명하는 장면들은, 그동안 '여자는 이래야 해'라고 좁게만 규정되어 있었던 성 역할 규범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단 걸 느낄 수 있는 지점이었어요.
<피지컬100 시즌2> 여성 출연자(심유리)가 1:1 대결 종목에서 자신보다 강해보이는 남성 출연자를 선택하는 장면.
<마녀체력 농구부 (2022): 8화> 캐릭터 만들기: "옥자깡" 여성의 경쟁심과 이기고 싶은 마음은 어떤 단어로 표현될까.
<마녀체력 농구부 (2022): 8화> "웃음기 제로"라는 단어로 너무 얕고 납작하게 묘사되는 여성의 승부욕. 물론, 경기 내용은 훨씬 역동적이었고, 상대팀 이기고 싶은 마음들은 위치스 팀 내부의 결속력을 통해서도 잘 전달되었다.
<무쇠소녀단> 서툴지만 포기하지 않는 박주현 배우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 무쇠소녀단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악과 깡을 긍정적으로 그려냄.
<샅바전쟁 17:1> 여성 출연자가 프로선수와의 대결에서 10초 이상 '버티겠다'라고 포부를 밝히는 장면. 하지만 앞선 다른 남성 출연자들은 '날려버리겠다'라거나 '이기겠다'라며 투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여성 출연자의 한계를 상정한 목표를 보여준 것 같아서 아쉬움.
<강철볼> 피구 경기를 진행한 상대팀이 여고선수팀이었다는 말을 듣고 출연자가 '당연히 이겼겠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는 강철볼팀이 여고 피구팀에게 대패했다.)
<카운트 다운: 케이티 vs 세라노> 두 여성 복싱선수의 역사적 대결을 다룬 다큐멘터리. 두 선수 모두 엄청난 연습량, 재능, 승부욕을 보여준다. 두 사람이 펼친 세 번의 대결은 '양보 없는 경기, 승리를 위해 최선의 경기를 펼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준다. 세 번의 대결을 준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편견을 깨고 새로운 역사를 쓰는 여성들'이라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내일은 위닝샷> 스포츠의 장점 중 하나가 이런 승부욕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생각보다 일상에서 이런 욕망을 드러낼 기회가 많지 않고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런 인터뷰나 저런 고함을 치는 장면들이 제 맘에 들었는데요. 한편으로는 이 프로그램에서 중계를 맡은 캐스터나 해설자들이 이런 요소들을 구경거리처럼 코멘트하는 것은 불편했습니다. 일상에서도 가끔 여성들의 진지하고 격렬한 스포츠 경쟁을 신기한 구경거리로 혹은 눈요깃거리로 여기는 관객들을 만나곤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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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진행한 세 번째 모니터링 주제는 팀워크와 성장서사! 입니다. 축구, 농구, 야구, 피구, 배구 등 단체종목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모니터링하되, 개인종목이더라도 복식전을 준비하거나, 팀 체제로 함께 성장하는 내용이거나, 팀전으로 진행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주요 모니터링 콘텐츠로 세팅해보았습니다.
동준님이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7을, 쓸구님이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6을, 이현님이 <무쇠소녀단> 시즌1을, 시원님이 <마녀체력 농구부>를, 함박님이 <내일은 위닝샷>을, 진원님이 <마녀들>을, 디디푸님이 <강철부대W>를, 노새와 온다가 <우리동네 예체능> 배구편과 <강철볼>을 함께 모니터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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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모임(8/7 목요일 저녁 7시)
참여한 사람: 이현, 쓸구, 진원, 디디푸, 시원 + 노새, 온다
텀워크와 성장서사에 관한 모니터링 결과 일부를 공유합니다.
<강철부대W>에 등장한 각 여성 리더들의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개인종목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하나의 팀 스포츠처럼 팀원들간의 끈끈한 단합력과 팀워크가 돋보이는 연출의 <무쇠소녀단>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성별로 다르게 그려지는 팀웍 다지기의 방식(왜 여성들은 음식을 해주고 서로 돌봐주면서, 남성들은 목욕탕에 가 옷을 벗어던지고 팀워크를 다지는 것으로 그리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감동적인 성장 서사를 기대하면서도, 실제로는 하나의 스포츠 종목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짧은 방송 촬영 기간 동안 그 어려운 일(=성장)을 콘텐츠에 담아내기 위해 애쓰는 출연자들이나 연출을 하는 제작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여성들에게 팀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면 좋겠어요. 방송 콘텐츠만 하더라도, <뭉쳐야찬다> 같은 프로그램은 11 대 11의 축구를 소재로 하고 있다보니, 남성 참여자가 최소 20명에서 30명이 넘게 등장할 수 있고, 실제로 오디션 회차에서는 100명 이상의 참여자들이 등장하는데, 여성들이 메인인 스포츠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 숫자가 상대적으로 너무 적어요. 늘 보던 사람들이 등장하는 '출연자 돌려막기'도 조금은 식상하고요. <골 때리는 그녀들>이 인기를 끈 이후에 생활체육 풋살팀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처럼, 미디어에서 여성 팀스포츠에 대한 조명이 긍정적으로 잘 이뤄질수록, 미디어 바깥의 일상에서도 성평등한 기회가 모두에게 더더욱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무쇠소녀단> 극기의 순간 서로에게 정신적 의지가 되어주는 여성 인물들.
<마녀들> 야구를 통해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출연진. '자신의 부족함을 함께 채워주는 팀', '같이 부담을 나눠주는 것 같아 고맙다'. 팀스포츠를 통해 느낄 수 있는 팀워크의 의의인 것 같다.
<내일은 위닝샷> 테니스는 대표적 개인 스포츠이다. 복식 경기를 한다 해도 개인의 잘잘못이 즉각적으로 득/실로 드러나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이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면서도 파트너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기도 하다. 프로그램 구성, 그리고 개인 스포츠지만 단체전이라는 대회 방식, 오랜 시간 함께 연습한 경험들이 모여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모습들이 프로그램 후반 들어갈수록 많이 보였다. 마라톤과 같은 종목들도 클럽을 형성해서 함께 격려하며 운동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역시 스포츠는 연대를 위한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동네 예체능(배구편)> "서로 살을 부대끼며 목욕함으로써 끈끈한 팀워크를 다지는 게 목적"이라며 배구팀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는 장면.
<강철볼> 위계 강한 남성들의 팀워크 만들기. 남성 일색 콘텐츠에서 종종 보이는 목욕탕씬. 위는 <강철볼>, 아래는 드라마 <트리거(7화)> 속 폭력배들의 모습. 3개월만에 피구 국가대표로 출전, 세계대회에 도전하게 된 강철부대 피구팀. 팀 빌딩을 위한 친선경기&2연패 이후 전지훈련을 떠난다. 나이, 기수 등 군대문화의 위계적 문화가 강한 남성 출연자들이 온천에서 목욕을 하며 야자타임하는 시간을 연출, 20대의 동생들이 30대 형들에게 장기자랑을 시키거나, 막내 취급하며 '친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철부대W> 707 강은미 팀장은 지능적인 작전과 빠른 판단력의 리더쉽을 보여준다.
<강철부대W> 육군이 가장 약체처럼 묘사되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장 강력한 단합력으로 여러 미션에서 승리를 거둔다.
<마녀체력 농구부> 의외로 개별 연습 장면이 얼마 없어서 아쉬웠다. 고수희와 옥자연의 연습 장면 정도가 이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농구에 임했는지 보여주는 정도.
<강철볼> 코너 속의 코너(?) 오상영 출연자의 성장서사. 피구라는 종목에 대해 '소녀들이나 하는 종목 아니냐'고 놀리던 남성 출연자가, 여고선수들에게 피구를 배우며 오히려 본인의 '소녀스러운' 자세로 질타를 당한 뒤 사죄한다. (다리를 오므리며 주저앉는 자세를 남성스럽지 못한 자세, '소녀스럽다'라고 놀리는 것도 문제적.) 이후 벤치멤버이긴 하나 진지하게 피구에 임하며, 결국 국제대회가 끝난 직후 아쉬움으로 눈물을 보이는 엔딩.
<내일은 위닝샷> 솔직히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내일의 위닝샷>은 프로그램 서사가 빈약하다고 생각된다.
이미 테니스 좀 치는 사람들을 오디션을 통해 출연진으로 섭외 했고 프로그램 용 이벤트 대회를 개최해서 출전 시키는 내용이라 다른 스포츠 예능에 비하여 드라마틱한 서사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의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한(?) 결과로는 '자신의 삶에서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좋아하는데 그것이 스포츠이고 그 스포츠를 잘 하기 위해서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경험과 태도는 우리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량이자 기술이라는 점'에서 위닝샷이 그런 모습들을 조금은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가 그런 삶의 기술을 습득하는데 매우 긍정적 기능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에게 그런 기회가 적은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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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링단 멤버들과 마지막으로 함께 나눌 모니터링 키워드는, 바로 '깍두기와 치어리딩(성역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성을 깍두기나 짐처럼 그려내거나, 남성을 응원하는 존재로만 그리는 장면들, 여성의 역할을 성별고정관념에 따라 수동적으로(만) 그려내는 장면들을 찾아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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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모임(8/14 목요일 저녁 7시)
참여한 사람: 이현, 함박 + 노새, 온다
모니터링을 통해 찾아낸 장면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 학교 운동장에서 남학생들이 농구를 한다. 여학생들은 계단 위에 앉아 있거나 농구경기하는 남학생을 응원하는 모습으로 재현된다. (캡쳐화면 맨 왼쪽)
<이번 생은 같은 편> 안 보고도 예상한 맨스플레인! 프로그램 설명만 보고도 예상할 수 있었다. (부부가 같은 운동 종목에 도전하게 하는 컨셉의 프로그램인데, 다수의 남편들이 아내를 줄기차게 가르치거나, 가르치려드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번 생은 같은 편> 이런 배려는 좀... 저도 운동하면서 많이 경험하고 느끼는 거지만 배려인지 무시인지 모를 그런 파트너나 동료의 행동과 태도들이 있다. 매우 불쾌하고 좋지도 않다. 그런데 이런 경우 개인 차가 많이 존재한다. 경기 중인데 공을 약하게 치거나 일부러 져 주는 것이 배려는 아니지 않을까?
<이번 생은 같은 편> 독점 혹은 몰입. 프로그램 지분도, 스포츠 향유도 몰입을 핑계로 독점해 버린 남편들. 이 프로그램 자체가 남성들의 스포츠력(?)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기획된 것 같다. 여성은 보조 출연자처럼 느껴져요. 프로그램 중반이 지나면 결이 좀 달라질까?
<강철부대2,3,W> 여성 패널의 역할. (남성 일색의 진행자, 출연진 사이에서 '사랑스러운 리액션'을 전담하고 있는 여성 연예인 1명을 배치해두었다.)
<무쇠소녀단> 앞선 장면에서는 유이가 모두에게 약을 챙겨주는 모습이 나왔다. 출연자 간에 돌봄을 서로 주고받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출연자들보다 나이가 좀 더 있는 진서연 배우가 손수한 요리로 누군가를 먹였다는 이유만으로 ‘엄마’라는 비유를 듦. 자막에서 여러차례 “진엄마”라고 호명했다. 챙겨주는 여성 = 엄마?
<여왕벌게임> 여왕벌이라는 다분히 여성혐오적인 메타포. 이준석적(?) 세계관. 가짜 복종.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컨셉이나 규칙이 '없던 여성혐오도 생기게끔' 굉장히 차별적이고 기이하게 설정되어 있다.)
<여왕벌게임> 여성리더와 세계관은 (실은) 남성 참가자에게 있어 비웃음의 대상이 됐다.
<내일은 위닝샷> 매니저 역할을 하는 이이경(남자)이 여성 참여자들에게 '웃으면서 하라'고 주문하거나, '표정에 여유로움과 아름다움이 좀 묻어있다'고 운운하는 장면. 핑크색의 '수줍은 미소'라는 자막을 띄우는 모습 역시 여성을 '웃어야 하는 존재'로 여기게 한다. 한 가지 긍정적인 장면은, '좀 웃으면서 하라'는 이이경의 말에 여성 출연자(황보)가 단칼에 '웃을 필요 없어 지금' 이라고 답하며 힘차게 라켓을 휘두르는 장면이 시원했다.
<몸쓸것들> 여성 출연자들이 적극적으로 미션에 참여하고 남성 출연자를 힘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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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모임(8/28 목요일 저녁 7시)
참여한 사람: 시원, 디디푸, 이현, 진원 + 노새, 온다
마지막 모임에서는, '기타'로 분류해두었던 모니터링 내용을 공유하고 각자 활동소감을 나누며 활동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두 달여 동안 총 여섯 번의 모임을 통해 스포츠 콘텐츠 또는 스포츠 장면 속 여성 재현에서 성차별적 장면과 성평등한 장면을 실증적인 데이터로 모아본 2025년의 시민모니터링단 활동! 비록 지리적 한계가 있어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날 수 없다는 점은 많이 아쉬웠지만! 모니터링 활동으로 함께 보낸 시간동안 비슷한 고민과 관심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각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어 흥미롭고 반가웠답니다. 모니터링단 참여 멤버들이 활동 소감을 한 편의 글로 정리해주었는데요, 멤버들의 글은 아래 링크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꼭 읽어주세요!).
모니터링단 멤버들과 함께 찍은 매주의 기념사진을 끝으로 후기를 닫습니다!
"미디어에 성평등을! 스포츠에도 성평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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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x여성 모니터링 이야기는 2025년 10월 24일 금요일 저녁 7시, 민우회 '미디어 다양성 PT쇼' 행사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어요. 미디어에 등장하는 소수자 재현이 더욱 성평등하고 다양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올해는 미디어 속 #장애, #아동, #여성, #트랜스젠더 재현 관련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행사에 함께 해주세요!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2층에서 열립니다.)
미디어 다양성 PT쇼 신청하기
해피빈 모금함도 진행하고 있어요. 미디어 모니터링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10/31)
미디어 다양성 PT쇼 모금함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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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집]
2025 민우회 시민모니터링단 패들렛 게시판 바로가기: https://padlet.com/minwoo_media/2025-x-z6tggho52m3jot83
*시민모니터링단과 함께 본 콘텐츠 예시장면, 캡쳐한 이미지, 코멘트, 같이 읽고 싶은 자료나 추천콘텐츠 등을 담았습니다.
**시민모니터링단이 남겨주신 코멘트 의견은 본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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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니터링단 멤버들의 글 읽기]
① 쓸구 - "스포츠는 특정 성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이 세상은 많이 말해야 한다,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많이!"
② 디디푸 - 제발 <사이렌> 다음 시즌을 만들어주세요!
③ 진원 - 여성들아, 더 설치자! 미디어 안에서도!
④ 시원 - 여성운동서사, 진화의 흔적을 찾아서
⑤ 함박 -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디어에서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과 변해야 할 것
⑥ 이현 - 불편한 거 보이면 같이 분노할 동료들을 만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