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광장은 민주주의를 되찾고 지키는 투쟁의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차별 없고 성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는 동료 시민들간의 강력한 연대를 확인하는 뜨거운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이 광장의 정신을 이어 9월 27일, 927기후정의행진이 광화문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기후정의행진에서는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다양한 시민 주체들의 요구안을 담아 서로 연결되고 함께 외쳤습니다.
기후정의운동은 '탄소중립'이라는 핑계로 파괴적 이윤추구와 불평등한 성장체제를 존속하려는 자본주의의 명령에 충실히 복무하는 정부와 기업에 맞서는 시민들과 당사자들의 운동입니다. 기후정의행진은 기후재난에 맞서 모든 존재의 삶과 권리를 지키는 정의로운 전환, 기후정의 원칙에 입각한 정책 수립, 차별의 철폐와 사회 공공성 강화 등을 외치는 세계적인 기후정의운동의 흐름 속에 함께 존재하며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 927기후정의행진 6대 요구안 보러가기 (클릭)
민우회도 '성평등이 기후정의다', '우리는 기후정의 외치는 페미니스트들', '서로를 돌보고 세상을 돌보자' 등의 피켓을 들고 많은 활동가와 회원이 광장으로 나섰습니다.
민우회가 기후정의행진에 만들어 간 피켓들 🙌
광장으로 나가려면 우리의 구호가 담긴 피켓을 만드는 것은 필수겠죠? 매년 기후정의행진에서는 개성 넘치는 피켓 디자인과 제작자의 삶과 맞닿아 있는 재치 있는 구호를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요. 민우회도 927기후정의행진에서 들 피켓을 정성스레 제작해 보았어요. 올해 만든 기후정의행진 피켓들,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
▲사진설명: (좌) 활동가 세 명이 테이블 위에 커다란 박스 종이를 두고 피켓을 제작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피켓에는 '사회공공성 강화'라는 문구가 보인다. / (우) 큰 박스 종이 피켓에 '차별금지법 제정없이 기후정의 없다' 구호가 보이고, '차별금지법'은 무지개색으로, '제정없이'는 트랜스젠더 프라이드 깃발을 구성하는 색깔인 하늘색, 분홍색, 하얀색이 사용되어 있고, '기후정의'는 초록과 파랑이 섞여 있고, '없다'는 기린과 얼룩말 무늬가 표현되어 있다.
▲사진설명: (좌) 박스 종이 피켓이 '팔레스타인 파괴는 지구의 파괴다' 라고 적혀 있고,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 국기 색을 이루는 붉은색, 검정색, 하얀색, 짙은 초록색으로 꾸며져 있고, '지구의'는 초록과 파랑이 섞여 있고 나머지 글자는 검은색이다. 하단에 자주색 글씨로 FREE PALESTINE과 한국여성민우회가 적혀 있다. / (우) 테이블 위에 여섯 개의 박스 종이 피켓이 놓여 있고, '서로를 돌보고 지구를 돌보자', '가진 자만 배불리는 개발은 이제 그만 기후정의 세상으로', '성평등이 기후정의!', '성평등이 기후정의다! 광장을 잇자~', '페미니스트가 보고 있다. 그린워싱 농락 그만, '하자! 기후정의, 가자! 성평등' 이라는 구호가 적혀 있다.
기후정의행진 현장 만나 보기 _ 본집회 🎤
그럼 지금부터 927기후정의행진 현장을 만나 볼까요? 927기후정의행진은 40여개의 부스, 오픈마이크, 본집회, 행진과 경로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여섯 개의 거점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민우회는 그 중 본집회와 행진, 네 번째 거점인 사회공공성 거점에 피켓팅과 발언으로 함께했습니다.
▲사진설명: (좌) 활동가 두 명이 얼굴 앞으로 피켓을 들고 바닥에 앉아 있다. 박스 종이로 만든 피켓에 손글씨로 다음과 같은 구호가 적혀 있다. '성평등이 기후정의', '가진 자만 배불리는 개발은 이제 그만! 기후정의 세상으로! 한국여성민우회' / (우) 활동가 한 명이 박스 종이로 만든 피켓을 얼굴을 가린 채 손으로 들고 있다. 피켓에는 '우리는 기후정의 위해 행동하는 페미니스트! 한국여성민우회' 라고 적혀 있다.
본집회는 먼저 다같이 평등약속문을 소리 내어 읽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차별 없는 광장,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평등한 광장을 만드는 다섯 가지 평등약속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
우리는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동료로서 서로를 존중하며 평등한 관계를 지향합니다.
하나.
다양한 생각과 정체성, 몸을 존중하며, 나이•성별• 성적지향• 가족형태• 장애• 출신지역• 학력 등으로 차별하지 않습니다.
하나.
발언과 대화에서 반말과 비속어를 쓰지 않고,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와 비인간동물을 차별하거나 대상화하지 않습니다.
하나.
타인의 동의 없는 신체 접촉• 성폭력• 외모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하나.
열린 광장을 위해 수어• 문자통역과 휠체어공간을 운영합니다. 불편한 상황, 잘못된 행동을 마주하면 모두 함께 해결합시다. 도움이 필요한 땐 노란 조끼를 입은 자원활동가에게 요청해주세요.
▲사진설명: (좌) 927기후정의행진에서 '기후정의걸림돌'을 선정했는데 후보 중 한 명인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투표할 수 있는 설명판의 모습. '서울시 산하 사회서비스원을 해산하여 공공돌봄을 포기하고 민간 시장에 떠맡기고 있어서, 기후위기 시대 가장 필요한 영역인 공공성 강화 및 돌봄 확대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라고 설명이 쓰여 있다. / (우) 또다른 후보인 '이스라엘 정부(네타냐후 총리)'의 설명판의 모습.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침공하여 현재까지 6만5천 명이 넘는 집단학살을 자행했습니다. 또한 생태계가 무참하게 파괴되고, 100개 국가의 연간 배출량보다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수출을 지속하고 있고 한국석유공사가 팔레스타인 해상에서 화석연료 채굴을 추진 중입니다.' 라는 설명이 쓰여 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기후정의 걸림돌, 기후 악당은 이스라엘 정부였습니다! 집단학살과 자원수탈, 군사점령과 식민지배가 곧 생태 파괴와 기후위기 그 자체라는 것을 시민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 선정결과였습니다.
기후정의행진 현장 만나 보기 _ 행진 🚶♀️🏃♀️🏳️🌈
본집회를 마무리하고 헤다 활동가가 트럭 사회를 맡은 7호차 트럭을 따라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 사진설명: 당일 행진 경로가 나타나 있다. 동십자각에서 출발해 종각역, 을지로입구역, 시청동편을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들어서는 루트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제공: 927기후정의행진)
▲사진설명: (좌) 행진을 시작하는 활동가들의 모습. 가장 앞에 있는 활동가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STOP 기후불평등 START 사회공공성' 이라고 쓰여 있다. / (우) 행진 중인 활동가들의 모습. 가장 가까이 보이는 피켓에는 '하늘다람쥐와 연대하는 페미니스트' 라고 쓰여 있다.
▲사진설명: (좌) 걸어가고 있는 행진 참가자들 사이로 무지개색 바탕에 '한국여성민우회' 깃발을 들고 가는 기수의 모습. / (우) 행진 트럭 위에 두 명의 활동가가 서 있다. 한 명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두르고 마이크를 들고 있고, 다른 한 명은 피켓을 들고 행진 대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설명: (좌) 수많은 행진 참가자들이 길 위에 누워 '다이 인'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우) 두 명의 행진 참가자가 피켓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누워 '다이 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다이 인(Die in) 퍼포먼스: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국가와 자본에 저항하는 퍼포먼스, 다이인. 이 퍼포먼스는 사라져간 생명들을 애도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망하는 우리의 의지를 담은 상징적인 행동입니다. 온몸으로 이윤을 위한 체제를 멈춰 세우는 시간입니다. 사이렌이 울리는 3분간 죽은 듯이 누워 침묵하고, 힘차게 손과 발을 구르며 일어나 우리의 에너지와 힘을 보여 줍시다!

▲ 사진설명: 5m 가까이 되어 보이는 거대한 행진인형의 모습이다. 이름은 '삼두매'로, 머리가 셋 달린 매의 형상이며 조선시대 민중들이 액을 물리치기 위한 부적으로 그려서 벽에 붙였다고 하는데, 기후위기라는 재난을 막아내기 위한 열망을 담아 하늘을 날듯 행진하는 삼두매 인형이다. 몸의 움직임, 마음, 소리, 사회의 움직임을 연구하고 탈 꼭두, 그림자, 신화 등에 깃들어있는 놀이와 제의에 기반한 연극을 창작하는 '나무닭 움직임 연구소'의 작품이다.
기후정의행진 현장 만나 보기 _ 거점 📢📢
이번 기후정의행진은 여섯 개의 거점이 운영되었는데요, 민우회는 그 중 네 번째 만날 수 있었던 '공공성 거점'에 참여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와 평등으로가는공공성행진단, 공공교통네트워크가 함께 "안전하고 존엄한 삶과 사회공공성을 위해 행진합시다"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피켓행동과 발언을 이어갔어요. 공공성거점에서 외친 구호를 만나 볼까요?
<사회공공성 강화하여 모든 생명의 존엄과 평등을 쟁취하자>
<돌봄과 평등으로 기후위기를 함께넘자>
<이윤보다 생명을, 사회공공성 강화하라>

▲ 사진설명: 여러 명의 활동가들이 몸 크기만한 종이피켓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피켓에는 왼쪽부터
'돌봄과 평등으로 기후위기를 넘자',
'돌봄중심사회가 기후정의',
'불평등이 재난이다. 빈곤철폐로 기후정의를!',
'차별금지법 제정없이 기후정의 없다',
'사회공공성강화, 모두의 존엄과 평등',
'혐오차별 깨부수고 기후정의 함께가자',
'공공교통 강화! 기후정의로 함께가자',
'장애인권 보장으로 기후정의 실현하자',
'평등과 기후정의로 광장을 열자!',
'모두를 살리는 공공의료가 모두를 살리는 기후정의다!',
'주거공공성 강화로 기후정의 실현하자!' 등의 구호가 쓰여 있다.

▲ 사진설명: 민우회 활동가 몽실이 거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돌봄사회로의 전환이 기후정의 앞당긴다!] 올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 두려웠습니다. 40도에 육박한 기록적 폭염에 밭일하던 고령자가, 혹서기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가, 갑작스런 폭우에 지역 토착민들과 가축들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산불에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터전과 생명을 잃었습니다. 고온다습한 실내공간에 변변한 냉방기기도 없이 일한 청소노동자들이, 물류창고, 비닐하우스 노동자들이 그리고 쪽방촌 주민들이 취약한 환경과 구조속에서 기후재난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올여름이 인생에서 제일 시원한 여름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고, 두려움과 걱정이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멈춰있을 수 없기에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길어지는 폭염과 한파, 빈번해지는 산불, 반복되는 폭우와 수해는 사회적으로 배제된 존재들에게 가장 먼저 가닿고,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습니다. 기후위기의 속도와 시간을 멈추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 속도와 시간을 늦추고 함께 살아내기 위해 우리는 서로를 돌봐야 합니다. 코로나 19를 포함한 기후재난으로 돌봄의 중요성은 가시화되었지만 돌봄에 대한 가치 제고와 그 체계는 미약한 수준입니다. 돌봄의 수요는 증가했지만, 그 부담은 여전히 가족에게, 그중에서도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간병인과 같은 저임금·비정규 돌봄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은 기후 대응 정책 어디에도 없습니다. 돌봄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곳에서 사회적 재생산도 불가능하고, 기후 위기는 심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기후정의의 이름 아래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꾸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정의로운 돌봄사회로 가는 길을 서둘러야 합니다.
기후정의, 돌봄정의가 구현되려면 돌봄 중심으로 사회 구조가 재편되어야 합니다. 돌봄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 우선, 민간 중심 돌봄체계를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 중심 돌봄체계로 전환하고 모두의 생애 기반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가구나 가족 단위가 아닌 개인을 기반으로 복지정책을 마련하고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을 깨고 ‘보편적 돌봄제공자 모델’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둘째는 돌봄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돌봄의 공공성은 공공기관이 돌봄을 제공한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 돌봄 자체가 사회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노동이자 공동 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지향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돌봄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고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돌봄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셋째, 돌봄은 전 생애에 걸쳐 모든 시민이 경험하는 기본권으로 좋은 돌봄을 받을 권리와 돌볼 권리가 모두에게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헌법에 돌봄권을 명시하고 ‘돌봄기본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며, 혈연 중심 가족이나 시설에 떠넘겨진 돌봄을 넘어 사회가 함께 돌보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돌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임신 유지와 중단, 출산, 양육의 전 과정에서 성평등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외친 수개월의 광장에서 우리는 사회대개혁과제로 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하였습니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는 경제 논리와 이윤 중심의 성장률을 높이는 것보다 지구 생명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기후와 돌봄에 대한 구체적 이행을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우리 돌보는 시민들이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그 길에 함께 연대하고 기세높여 경쟁과 양극화 그리고 불평등을 가속화시키는 성장을 멈추고 지금 여기에서부터 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겨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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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거점에서 활동가들이 피켓을 들고 나란히 서 있다. 옆에서 찍은 모습. 화면 가장자리에 서울시청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설명: 여러 명의 민우회 활동가와 회원들이 광화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운데에 무지개색의 한국여성민우회 깃발을 펼쳐 들고 있다.
🦍🐳🌳🌏
이렇게 927기후정의행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정의로운 온실가스 감축목표처럼 단박에 '기후위기'와 연결시킬 수 있는 요구부터, '사회공공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요구들, 전쟁과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전범국가에 대한 규탄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우러나오는 여러 가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기후정의의 광장이었습니다. 기후재난은 결코 내 삶과 분리되지 않고, 내가 부당함을 감지하고 있는 사회적 의제들과 반드시 연결되어 있는 것이 기후정의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미니스트로서 기후정의를 외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돌봄중심사회와 사회공공성, 기후위기를 어떻게 연결지어 감각해볼 수 있을까? 비인간동물을 배제하지 않는 평등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집회와 행진, 곳곳에서의 요구안과 발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차별없는, 성평등한 세상으로 간다는 것은 곧 기후정의가 실현된 세상으로 간다는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며,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후정의란 어떤 언어들을 담고 있는지 함께 고민하며 나아갑시다! 투쟁! ✊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광장은 민주주의를 되찾고 지키는 투쟁의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차별 없고 성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는 동료 시민들간의 강력한 연대를 확인하는 뜨거운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이 광장의 정신을 이어 9월 27일, 927기후정의행진이 광화문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기후정의행진에서는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다양한 시민 주체들의 요구안을 담아 서로 연결되고 함께 외쳤습니다.
기후정의운동은 '탄소중립'이라는 핑계로 파괴적 이윤추구와 불평등한 성장체제를 존속하려는 자본주의의 명령에 충실히 복무하는 정부와 기업에 맞서는 시민들과 당사자들의 운동입니다. 기후정의행진은 기후재난에 맞서 모든 존재의 삶과 권리를 지키는 정의로운 전환, 기후정의 원칙에 입각한 정책 수립, 차별의 철폐와 사회 공공성 강화 등을 외치는 세계적인 기후정의운동의 흐름 속에 함께 존재하며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 927기후정의행진 6대 요구안 보러가기 (클릭)
민우회도 '성평등이 기후정의다', '우리는 기후정의 외치는 페미니스트들', '서로를 돌보고 세상을 돌보자' 등의 피켓을 들고 많은 활동가와 회원이 광장으로 나섰습니다.
민우회가 기후정의행진에 만들어 간 피켓들 🙌
광장으로 나가려면 우리의 구호가 담긴 피켓을 만드는 것은 필수겠죠? 매년 기후정의행진에서는 개성 넘치는 피켓 디자인과 제작자의 삶과 맞닿아 있는 재치 있는 구호를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요. 민우회도 927기후정의행진에서 들 피켓을 정성스레 제작해 보았어요. 올해 만든 기후정의행진 피켓들,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
▲사진설명: (좌) 활동가 세 명이 테이블 위에 커다란 박스 종이를 두고 피켓을 제작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피켓에는 '사회공공성 강화'라는 문구가 보인다. / (우) 큰 박스 종이 피켓에 '차별금지법 제정없이 기후정의 없다' 구호가 보이고, '차별금지법'은 무지개색으로, '제정없이'는 트랜스젠더 프라이드 깃발을 구성하는 색깔인 하늘색, 분홍색, 하얀색이 사용되어 있고, '기후정의'는 초록과 파랑이 섞여 있고, '없다'는 기린과 얼룩말 무늬가 표현되어 있다.
▲사진설명: (좌) 박스 종이 피켓이 '팔레스타인 파괴는 지구의 파괴다' 라고 적혀 있고,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 국기 색을 이루는 붉은색, 검정색, 하얀색, 짙은 초록색으로 꾸며져 있고, '지구의'는 초록과 파랑이 섞여 있고 나머지 글자는 검은색이다. 하단에 자주색 글씨로 FREE PALESTINE과 한국여성민우회가 적혀 있다. / (우) 테이블 위에 여섯 개의 박스 종이 피켓이 놓여 있고, '서로를 돌보고 지구를 돌보자', '가진 자만 배불리는 개발은 이제 그만 기후정의 세상으로', '성평등이 기후정의!', '성평등이 기후정의다! 광장을 잇자~', '페미니스트가 보고 있다. 그린워싱 농락 그만, '하자! 기후정의, 가자! 성평등' 이라는 구호가 적혀 있다.
기후정의행진 현장 만나 보기 _ 본집회 🎤
그럼 지금부터 927기후정의행진 현장을 만나 볼까요? 927기후정의행진은 40여개의 부스, 오픈마이크, 본집회, 행진과 경로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여섯 개의 거점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민우회는 그 중 본집회와 행진, 네 번째 거점인 사회공공성 거점에 피켓팅과 발언으로 함께했습니다.
▲사진설명: (좌) 활동가 두 명이 얼굴 앞으로 피켓을 들고 바닥에 앉아 있다. 박스 종이로 만든 피켓에 손글씨로 다음과 같은 구호가 적혀 있다. '성평등이 기후정의', '가진 자만 배불리는 개발은 이제 그만! 기후정의 세상으로! 한국여성민우회' / (우) 활동가 한 명이 박스 종이로 만든 피켓을 얼굴을 가린 채 손으로 들고 있다. 피켓에는 '우리는 기후정의 위해 행동하는 페미니스트! 한국여성민우회' 라고 적혀 있다.
본집회는 먼저 다같이 평등약속문을 소리 내어 읽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차별 없는 광장,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평등한 광장을 만드는 다섯 가지 평등약속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
우리는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동료로서 서로를 존중하며 평등한 관계를 지향합니다.
하나.
다양한 생각과 정체성, 몸을 존중하며, 나이•성별• 성적지향• 가족형태• 장애• 출신지역• 학력 등으로 차별하지 않습니다.
하나.
발언과 대화에서 반말과 비속어를 쓰지 않고,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와 비인간동물을 차별하거나 대상화하지 않습니다.
하나.
타인의 동의 없는 신체 접촉• 성폭력• 외모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하나.
열린 광장을 위해 수어• 문자통역과 휠체어공간을 운영합니다. 불편한 상황, 잘못된 행동을 마주하면 모두 함께 해결합시다. 도움이 필요한 땐 노란 조끼를 입은 자원활동가에게 요청해주세요.
▲사진설명: (좌) 927기후정의행진에서 '기후정의걸림돌'을 선정했는데 후보 중 한 명인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투표할 수 있는 설명판의 모습. '서울시 산하 사회서비스원을 해산하여 공공돌봄을 포기하고 민간 시장에 떠맡기고 있어서, 기후위기 시대 가장 필요한 영역인 공공성 강화 및 돌봄 확대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라고 설명이 쓰여 있다. / (우) 또다른 후보인 '이스라엘 정부(네타냐후 총리)'의 설명판의 모습.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침공하여 현재까지 6만5천 명이 넘는 집단학살을 자행했습니다. 또한 생태계가 무참하게 파괴되고, 100개 국가의 연간 배출량보다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수출을 지속하고 있고 한국석유공사가 팔레스타인 해상에서 화석연료 채굴을 추진 중입니다.' 라는 설명이 쓰여 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기후정의 걸림돌, 기후 악당은 이스라엘 정부였습니다! 집단학살과 자원수탈, 군사점령과 식민지배가 곧 생태 파괴와 기후위기 그 자체라는 것을 시민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 선정결과였습니다.
기후정의행진 현장 만나 보기 _ 행진 🚶♀️🏃♀️🏳️🌈
본집회를 마무리하고 헤다 활동가가 트럭 사회를 맡은 7호차 트럭을 따라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 사진설명: 당일 행진 경로가 나타나 있다. 동십자각에서 출발해 종각역, 을지로입구역, 시청동편을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들어서는 루트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제공: 927기후정의행진)
▲사진설명: (좌) 행진을 시작하는 활동가들의 모습. 가장 앞에 있는 활동가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STOP 기후불평등 START 사회공공성' 이라고 쓰여 있다. / (우) 행진 중인 활동가들의 모습. 가장 가까이 보이는 피켓에는 '하늘다람쥐와 연대하는 페미니스트' 라고 쓰여 있다.
▲사진설명: (좌) 걸어가고 있는 행진 참가자들 사이로 무지개색 바탕에 '한국여성민우회' 깃발을 들고 가는 기수의 모습. / (우) 행진 트럭 위에 두 명의 활동가가 서 있다. 한 명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두르고 마이크를 들고 있고, 다른 한 명은 피켓을 들고 행진 대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설명: (좌) 수많은 행진 참가자들이 길 위에 누워 '다이 인'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우) 두 명의 행진 참가자가 피켓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누워 '다이 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다이 인(Die in) 퍼포먼스: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국가와 자본에 저항하는 퍼포먼스, 다이인. 이 퍼포먼스는 사라져간 생명들을 애도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망하는 우리의 의지를 담은 상징적인 행동입니다. 온몸으로 이윤을 위한 체제를 멈춰 세우는 시간입니다. 사이렌이 울리는 3분간 죽은 듯이 누워 침묵하고, 힘차게 손과 발을 구르며 일어나 우리의 에너지와 힘을 보여 줍시다!
▲ 사진설명: 5m 가까이 되어 보이는 거대한 행진인형의 모습이다. 이름은 '삼두매'로, 머리가 셋 달린 매의 형상이며 조선시대 민중들이 액을 물리치기 위한 부적으로 그려서 벽에 붙였다고 하는데, 기후위기라는 재난을 막아내기 위한 열망을 담아 하늘을 날듯 행진하는 삼두매 인형이다. 몸의 움직임, 마음, 소리, 사회의 움직임을 연구하고 탈 꼭두, 그림자, 신화 등에 깃들어있는 놀이와 제의에 기반한 연극을 창작하는 '나무닭 움직임 연구소'의 작품이다.
기후정의행진 현장 만나 보기 _ 거점 📢📢
이번 기후정의행진은 여섯 개의 거점이 운영되었는데요, 민우회는 그 중 네 번째 만날 수 있었던 '공공성 거점'에 참여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와 평등으로가는공공성행진단, 공공교통네트워크가 함께 "안전하고 존엄한 삶과 사회공공성을 위해 행진합시다"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피켓행동과 발언을 이어갔어요. 공공성거점에서 외친 구호를 만나 볼까요?
<사회공공성 강화하여 모든 생명의 존엄과 평등을 쟁취하자>
<돌봄과 평등으로 기후위기를 함께넘자>
<이윤보다 생명을, 사회공공성 강화하라>
▲ 사진설명: 여러 명의 활동가들이 몸 크기만한 종이피켓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피켓에는 왼쪽부터
'돌봄과 평등으로 기후위기를 넘자',
'돌봄중심사회가 기후정의',
'불평등이 재난이다. 빈곤철폐로 기후정의를!',
'차별금지법 제정없이 기후정의 없다',
'사회공공성강화, 모두의 존엄과 평등',
'혐오차별 깨부수고 기후정의 함께가자',
'공공교통 강화! 기후정의로 함께가자',
'장애인권 보장으로 기후정의 실현하자',
'평등과 기후정의로 광장을 열자!',
'모두를 살리는 공공의료가 모두를 살리는 기후정의다!',
'주거공공성 강화로 기후정의 실현하자!' 등의 구호가 쓰여 있다.
▲ 사진설명: 민우회 활동가 몽실이 거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돌봄사회로의 전환이 기후정의 앞당긴다!]
올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 두려웠습니다. 40도에 육박한 기록적 폭염에 밭일하던 고령자가, 혹서기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가, 갑작스런 폭우에 지역 토착민들과 가축들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산불에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터전과 생명을 잃었습니다. 고온다습한 실내공간에 변변한 냉방기기도 없이 일한 청소노동자들이, 물류창고, 비닐하우스 노동자들이 그리고 쪽방촌 주민들이 취약한 환경과 구조속에서 기후재난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올여름이 인생에서 제일 시원한 여름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고, 두려움과 걱정이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멈춰있을 수 없기에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길어지는 폭염과 한파, 빈번해지는 산불, 반복되는 폭우와 수해는 사회적으로 배제된 존재들에게 가장 먼저 가닿고,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습니다. 기후위기의 속도와 시간을 멈추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 속도와 시간을 늦추고 함께 살아내기 위해 우리는 서로를 돌봐야 합니다. 코로나 19를 포함한 기후재난으로 돌봄의 중요성은 가시화되었지만 돌봄에 대한 가치 제고와 그 체계는 미약한 수준입니다. 돌봄의 수요는 증가했지만, 그 부담은 여전히 가족에게, 그중에서도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간병인과 같은 저임금·비정규 돌봄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은 기후 대응 정책 어디에도 없습니다. 돌봄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곳에서 사회적 재생산도 불가능하고, 기후 위기는 심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기후정의의 이름 아래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꾸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정의로운 돌봄사회로 가는 길을 서둘러야 합니다.
기후정의, 돌봄정의가 구현되려면 돌봄 중심으로 사회 구조가 재편되어야 합니다. 돌봄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 우선, 민간 중심 돌봄체계를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 중심 돌봄체계로 전환하고 모두의 생애 기반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가구나 가족 단위가 아닌 개인을 기반으로 복지정책을 마련하고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을 깨고 ‘보편적 돌봄제공자 모델’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둘째는 돌봄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돌봄의 공공성은 공공기관이 돌봄을 제공한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 돌봄 자체가 사회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노동이자 공동 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지향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돌봄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고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돌봄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셋째, 돌봄은 전 생애에 걸쳐 모든 시민이 경험하는 기본권으로 좋은 돌봄을 받을 권리와 돌볼 권리가 모두에게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헌법에 돌봄권을 명시하고 ‘돌봄기본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며, 혈연 중심 가족이나 시설에 떠넘겨진 돌봄을 넘어 사회가 함께 돌보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돌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임신 유지와 중단, 출산, 양육의 전 과정에서 성평등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외친 수개월의 광장에서 우리는 사회대개혁과제로 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하였습니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는 경제 논리와 이윤 중심의 성장률을 높이는 것보다 지구 생명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기후와 돌봄에 대한 구체적 이행을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우리 돌보는 시민들이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그 길에 함께 연대하고 기세높여 경쟁과 양극화 그리고 불평등을 가속화시키는 성장을 멈추고 지금 여기에서부터 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겨 봅시다!
▲ 사진설명: 거점에서 활동가들이 피켓을 들고 나란히 서 있다. 옆에서 찍은 모습. 화면 가장자리에 서울시청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설명: 여러 명의 민우회 활동가와 회원들이 광화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운데에 무지개색의 한국여성민우회 깃발을 펼쳐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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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927기후정의행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정의로운 온실가스 감축목표처럼 단박에 '기후위기'와 연결시킬 수 있는 요구부터, '사회공공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요구들, 전쟁과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전범국가에 대한 규탄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우러나오는 여러 가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기후정의의 광장이었습니다. 기후재난은 결코 내 삶과 분리되지 않고, 내가 부당함을 감지하고 있는 사회적 의제들과 반드시 연결되어 있는 것이 기후정의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미니스트로서 기후정의를 외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돌봄중심사회와 사회공공성, 기후위기를 어떻게 연결지어 감각해볼 수 있을까? 비인간동물을 배제하지 않는 평등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집회와 행진, 곳곳에서의 요구안과 발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차별없는, 성평등한 세상으로 간다는 것은 곧 기후정의가 실현된 세상으로 간다는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며,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후정의란 어떤 언어들을 담고 있는지 함께 고민하며 나아갑시다! 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