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에서 우리가 더 많이 만나 보고 싶은 존재/장면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존재/장면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미디어 다양성 PT쇼 보고싶다/보고싶지않다]가 작년에 이어 시즌2로 찾아왔습니다!
😮엇, 시즌1도 있었어? 작년 시즌1 행사후기 보러가기(클릭)
올해는 ①미디어에 등장하는 스포츠 장면 속 여성재현, ②미디어 속 트랜스젠더 재현, ③미디어 속 장애 재현, ④미디어 속 아동 재현이라는 4가지 주제에 대해 네 분의 발표자를 모시고 이야기 나누어보았습니다.
*본 후기글에는 일부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결말 등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는 것)가 등장합니다.


(위)사진_미디어 다양성 PT쇼 보고싶다/보고싶지 않다 시즌2 행사 홍보물
이번 행사는 2025.10.24.(금) 저녁7시,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 '울림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원래 전태일기념관 건물은 저녁 6시 이후 운영을 종료하는데, 이번 행사의 취지와 내용을 들으시고는 예외적으로 저녁시간 대관을 승인해주셨어요. 전태일기념관, 고맙습니다!

(위)사진_미디어 다양성 PT쇼 보고싶다/보고싶지 않다 시즌2 행사 전경사진

(위)사진_미디어 다양성 PT쇼 보고싶다/보고싶지 않다 시즌2 행사장 입구에 비치된 회원가입 안내 테이블. 테이블 뒤로 참가자 선물로 준비된 포스터 6종이 늘어져있다.
각 발표자분들의 PT발표 내용 일부를 소개할게요. (발표시간은 각 15분씩이었습니다!)
발표1. 스포츠 장면 속 여성 재현
- 발표자: 쓸구(민우회 시민모니터링단)

(위) 첫 번째 발표자 쓸구님의 발표 장면.
"저는 어릴 때 달리기를 정말 좋아했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달리는 게 더 이상 저한테 즐거운 게 되지 않게 됐어요. 남자아이들이 여자애들 뛰는 걸 흉내내면서 놀리기 시작했거든요. 열심히 뛰는 대신에 놀림 받지 않을 만큼 그냥 적당하게 연기를 하거나 혹은 뛰는 걸 아예 포기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어요."
"그랬던 저를 스포츠의 세계로 다시 이끌었던 건 그렇게 한 번씩 자라나는 과정 속에서 스포츠를 빼앗겨본 적이 있던 다른 여자들이었습니다. 언니들 따라서 필라테스도 해 보고 크로스핏도 하고 클라이밍도 하고 마라톤도 하면서 내 몸이 나와 연결되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를 다시 회복할 수 있었는데요."
"민우회 시민모니터링단에 참여하면서, 어떤 스포츠 종목이든 상관없이 미디어에서 이미 생각하고 있는 그림들, 연출의 방향들이 (정해져) 있다는 걸 굉장히 많이 느꼈습니다. 스포츠를 하는 주체로서의 진정성이나 진지함을 여성 당사자들에게 주지 않는다. 멘트나 자막이나 하이라이트의 구도들을 너무 남성 감독이나 남성 지도자들에게 준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고요. 특히 팀 대항 구도로 가면 여자가 플레이어라도 너무나 쉽게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그려지는 게 보였습니다."

(위) 쓸구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무쇠소녀단> 캡쳐화면과 함께, 포효하고 악을 쓰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여자들 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모니터링단 활동을 계기로 정말 즐겁게 만났던 프로그램이 하나 있는데요. 그게 바로 <무쇠소녀단>입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이런 운동하는 여자들, 도전하는 여자들의 주체성과 몰입 그리고 우정이 굉장히 농밀하게 담겨져 있습니다. 막연하게 긍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신파적으로 만들지도 않으면서 계속 도전해 가는 과정들을 굉장히 잘 포착을 하고 있어요."

(위) 쓸구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무쇠소녀단> 캡쳐화면 예시와 함께, 스포츠 콘텐츠의 여성재현에서 우리가 더 보고 싶은 장면들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스포츠 콘텐츠의 여성 재현에서 우리가 더 보고 싶은 것들을 뽑아봤는데요. 먼저 아름다움을 재현하지 않기. 두 번째는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운동을 하는 여성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으로 몸의 다양성과 그 몸의 움직임에 대해서 조금 더 집중하는 그런 콘텐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발표2. 미디어 속 아동 재현
발표자: 한희정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위) 두 번째 발표자 한희정님의 발표 장면.
"저는 색깔을 민감하게 보는 것 같아요. 2000년도에 나온 광고를 보면, 이건 직업 관련 체험 카페 광고인데요. 남자애들 같은 경우는 그 직업에 해당하는 옷을 입히고 등장하는데, 여자아이들은 직업과 상관없이 정말 최대한 예쁘게 꾸미고 나와요. 2021년 이후의 광고에서는, 여자아이들은 분홍색 윗도리, 남자아이들은 자유로운 색깔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위)한희정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어린이가 등장한 TV 광고 화면이 캡쳐되어 있다.
"여러분 잘 아시는 배스킨라빈스 핑크스타 광고나, MLB의 아동복 광고나, 최근 <언더피프틴> 사태를 보면 아동, 여자아이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잘 볼 수 있죠. 그런데 이 사태는 굉장히 의미가 있어요. 선정적인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려는 시도, K-pop의 글로벌한 성공과 아이돌 육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 그리고 아동 인권과 페미니스트적 관점의 인식 수준이 같이 맞물려서 이런 광고나 아동 재현 문제가 이슈가 되고 논란이 불거지게 되었다고 봅니다."

(위)한희정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언더피프틴> 사건을 해석하는 3가지 문화적 힘의 충돌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유튜브에서 키즈 콘텐츠들도 많은데요, 아이들이 보는 아동용 콘텐츠도 많고 아이들이 직접 등장하는 콘텐츠도 많아졌습니다. 이게 돈이 된다는 것, 수익화와 직결된다는 게 위험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장난감을 언박싱하거나, 여러 가지 연출에 노출이 되는데 그것이 광고인지 놀이인지 일인지, 성인들은 구별할 수 있지만 아동들은 구별하기가 힘들다는 점, 그리고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이더라도 아이들의 얼굴이나 이름 같은 것이 영원히 인터넷 상에 떠돌게 됨으로써 아동의 사생활이라던가 잊힐(잊혀질)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발표3. 미디어 속 장애 재현
발표자: 홍윤희(사단법인 무의 대표)

(위) 세 번째 발표자 홍윤희님의 발표 장면.
"미디어의 장애를 차별적으로 묘사하는 유형에 대해서는 이미 1966년에 영국의 장애 운동가 폴 헌트가 이렇게 열 가지로 정의를 했어요. 보시면, 다른 것들은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초인/감동 서사'라는 거 있잖아요. 장애인은 초인/슈퍼우먼이거나 아니면 불쌍한 존재 양극단에 있는 거죠. 그러니까 자꾸 장애를 '극복'하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자꾸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장애인과 같이 다니는 것만으로도 '희생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거나, 장애인을 사람이 아닌 보장구 중심으로 표현하는 경우. 휠체어를 탄 사람이 지나가면 "거기 휠체어", "거기 지팡이 짚으신 분"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경우인데요, 사람을 우선에 두지 않는 거죠. 예를 들어 우리나라 중앙대학교 문영민 교수님이라고, 훌륭한 교수님이 계시는데, 휠체어를 타세요. 근데 그 분이 언론에 나올 때면 '장애1급이 중앙대 교수가 됐다', 이렇게 장애를 먼저 하이라이트 시키는 것, 이런 것들이 장애 차별적 표현입니다."

(위)홍윤희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폴 헌트의 미디어 속 장애차별 묘사유형 10가지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에서 진짜 장애 당사자를 제대로 캐스팅해서 제대로 재현한 작품 중 하나가 <우리들의 블루스>인 것 같아요. 노희경 작가가 정은혜씨의 인스타그램을 1년 전부터 팔로우하면서 저 캐릭터를 다듬어 나갔다고 해요. 정은혜씨는 발달장애인입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재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뒤에 나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장애인 당사자가 등장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저는 획기적인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영우 캐릭터를 둘러싼 인물들의 묘사가 굉장히 좋거든요."
"반대로 전도연씨가 나온 <일타스캔들>, 송혜교 씨가 나온 <더 글로리> 경우에는 제가 '미디어오늘'에 기고도 했었는데, 장애를 소비하기만 하는 재현이 등장합니다. 극중에서 전도연의 동생이 발달장애가 있는데, 카페에 갔다가 종업원에게 오해를 사서 얻어맞게 되고 전도연이 경찰서에 불려오는 장면인데요, '왜 정상도 아닌 사람을 싸돌아다니게 내버려둬'하고 질타를 하면 전도연이 '제가 더 잘 케어를 했어야 하는데.'하고 말해요. 전도연 캐릭터가 얼마나 억척스럽고 힘들게 살고 있는지를 강조하는 서사를 위해 장애가 완전 도구로 이용된 경우죠. 저는 진짜 마음에 안 들었어요."

(위)홍윤희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드라마 <일타스캔들>와 <더 글로리>의 장면이 캡쳐되어 있다.
"더 글로리 같은 경우는 송혜교가 학폭 당했다가 나중에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얘기잖아요. 근데 복수한 애들이 다 장애를 갖게 돼서 죽어요. 장애를 징벌로 소비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저는 정말 별로였어요."
"그리고 요새 누가 TV보나요. 다 유튜브 보죠. 유튜버 분들 중에서 장애 유튜버분들이 되게 많습니다. 굴러라구르님(https://www.youtube.com/@rollingguru0829), 하개월님(https://www.youtube.com/@hamonthly), 우령님(https://www.youtube.com/@youdio_official), 박위님(https://www.youtube.com/@WERACLE), 한솔님(https://www.youtube.com/@OneshotHansol) 등등 많이 계신데요, 이런 유튜버 분들 채널도 많이 많이 봐주세요!"
발표4. 미디어 속 트랜스젠더 재현
발표자: 박에디(트랜스젠더 인권 활동가)

(위) 마지막 발표자 박에디님의 발표 장면.
"사실 저는 트랜스젠더 관련된 콘텐츠를 잘 안 봐요.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나온다고 하면 뭔가 불편하고, 안 봐도 비디오이고... 이상하게 보기 전부터 자꾸 걱정이 되더라고요. 하리수씨가 나왔을 때, 저는 정말 하리수씨가 토크쇼에만 나오면 그 다음 날 너무너무 힘든 거예요. 하리수씨의 이야기들이 너무 장난감처럼 소비되는데, '그게 사실이냐, 진짜냐, 너 하리수지?' 그런 거 너무 여과 없이 저한테 다 물어보는 거예요. 지금이라면 그냥 '맞다'고 하겠지만, 그 때 당시에 저는 준비도 안 되어 있었고, 자존감도 낮고 일상을 견뎌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게 너무 두려웠던 것 같아요. '더러워', '남자래', '아빠가 없어서', '엄마가 없어서', '이태원에 가서', '킹키부츠 봐서' 등등 쓰레기같은 차별적인 이야기가 막 나오는데, 저는 그걸 소비하는 사람들의 혐오에 그대로 노출되는 기분이었어요. 사람들은 트랜스젠더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봐도 아무일도 없다는 듯 지내지만, 저는 제 삶의 공기가 너무 무거워지고 너무 큰 영향을 받더라구요."

(위) 박에디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보고싶지않은 트랜스젠더 재현이 등장한 콘텐츠 작품이 나열되어 있다. <이태원클래스>, <가면>, <오징어게임>
"그래도 제가 봤던 작품들을 한 번 찾아봤습니다. <이태원클라쓰>에 마현이라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주목을 꽤 받았어요. 호평도 많았고요. 마현이는 주방장인데, 마현이를 두고 주변 구성원들이 트랜스젠더가 있으면 장사가 안 될 거라느니, 손님들이 불쾌해할 거라면서 잘라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때 사장인 박서준씨가, '나는 범죄자고, 너는 누구고, 너는 누구고... 그러니까 우리는 다 비슷한...' 어쩌구 저쩌구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응? 뭐지? 트랜스젠더이면 뭐 호르몬 맞는 것밖에 더 없는데 왜 트랜스젠더와 범죄자가 같은 반열에...? (청중 웃음) 이것이 다양성인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는 요리만 잘 하면 돼.' 이런 건 멋있었지만, 결국 모든 게 어떤 힘 있는 자의 선의, 이해를 구해야만 하는 캐릭터로 소비가 된 것 같아서 불편했어요."

(위) 박에디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보고싶은 트랜스젠더 재현이 등장한 콘텐츠 작품이 나열되어 있다. <천하장사마돈나>, <포즈>, <고봉실아줌마구하기>
"보고싶은 콘텐츠 관련해서는, 먼저 <포즈>라는 드라마인데요, 저는 제 인생에서 트랜스젠더 콘텐츠가 나오는데 이거 진짜 내 이야기다! 내 삶을 정말 그대로 재현한 것 같다, 당사자도 공감할 수 있으면서 비당사자들도 조금 더 트랜스젠더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들을 작품을 통해서 설명해주는 게 있었어요. 현실적으로 트랜스젠더들이 고민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잘 나오고, 단면만이 아니라 그 단면들이 왜 그렇게 보이는 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줄 때,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오늘 아침에 어머니가 이사를 하셔서 도와드리러 갔는데, 부모님이 이사 비용 아끼신다고 아버지 친구를 부르신 거예요. 어릴 때부터 봐왔던 분인데, 저는 갑자기 몇 십년 만에 그 분을 만나는 자리가 된 거예요. 어떻게 보여야 할까 긴장을 많이 하면서 만났는데, 근데 그 분이 짐을 다 옮기고 나서 저한테 '너 열심히 산다, 요즘은 그거 흠도 아니야, TV에 많이 나오더라' 이러시는거예요. 아저씨가 TV에서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래서 저의 오늘 일상이 잘 지켜졌고, 저는 그 순간에 안전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게 아마도 대중 매체의 힘이지 않을까, 오늘의 이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
끄덕끄덕 공감하며, 발표자분의 유머에 깔깔 웃기도 하고, 발표 중에 추천되는 작품을 열심히 종이에 메모하기도 하면서
네 분의 발표가 끝났습니다. 시간이 어쩜 이리도 빠르게 지나가는지!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은데, 시간이 너무 빠듯하게 남아,
아쉬운 마음을 꾹꾹 누르며 아주아주 짧은 마무리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행사의 초입에 참여자 분들 모두에게 나눠드렸던 빙고 게임지와 함께 선물 증정 시간!
올해 시즌2 행사에서의 보고싶은 빙고(3x3) 질문을 소개합니다!
1. 주체적인 아동/청소년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 / 2. 여성/소수자들의 우정과 연대가 빛나는 작품 / 3. 다양한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작품 / 4.남초직군의 직업을 가진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 / 5. 여성의 리더십과 도전의식이 돋보인 작품 / 6. 노년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그려진 작품 / 7. 전형적인 모성/부성의 모습에 균열을 내는(positive) 작품 / 8. 작품포스터에 휠체어를 탄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 / 9. 이주민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잘 그려낸 작품


(위) 참여자들이 완성한 빙고 종이.
1줄 빙고에 성공한 사람, 9개 모든 칸을 다 채운 사람, 아쉽게도 한 두 칸을 채우지 못한 사람 모두에게 선물을 드렸습니다!
(선물은, 한요 작가님의 일러스트 그림으로 만든 '미디어에서 더 많이 보고싶은 장면'이 담긴 포스터였어요)


(위) 참여자들이 완성한 빙고 종이.
이어서 발표자분들을 모두 무대로 모시고,
"미디어에서 소수자 재현이 더 많이, 더 잘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네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위) 마무리 토크 시간, 무대 위에 사회자 노새 활동가와 네 분의 발표자들이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윤희: 장애를 가진 바비인형이 있다는 거 들어보셨나요? 팔에는 연속혈당측정기와 패치를 붙인 '제1형 당뇨' 바비인형을 보면서 아이들이 '이런 바비가 있어..!' 라고 하면서 위로를 얻었다고 하잖아요. 소수자 재현, 장애 재현이 더 잘 되어야 하는 이유는, 모든 곳에 장애인이 존재하지만 미디어에선 아니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장애 당사자들이 장애인 주인공으로서 부각되는 게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사람1, 지나가는 사람2 이런 식으로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 엘리베이터에서 애들이 휠체어를 탄 사람을 봤을 때, '장애인이다!' 이게 아니라 '이름'을 물어볼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희정: 재현이라고 하면 영어로는 re-presentation, 다시 현존하게 만든다는 거거든요? 그리고 대표한다는 뜻도 있어요. 이미지가 대표된다는 건 참 무서운 건데요. 제가 조선족 재현 연구를 5년 정도 했는데,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조선족을 만나본 학생들이 거의 없어요. 학교에 조선족 재학생들이 있지만, 중국인인 척을 해요. 조선족인 것보다 중국인이라고 하는 게 혐오가 덜하니까요. 소수자의 재현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이뤄지거나, 아예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실제 현실에서 당사자들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의 바탕이 되는, 아주 기본적인 인권을 빼앗기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제대로 된 소수자 재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에디: 소수자 존재들에 대한 정보와 존중이 부족한 사회 에서는, 미디어 재현이 그 존재를 대신하게 되는 것 같아요. 비당사자에게는, 미디어에 나오는 소수자 캐릭터 하나(조선족, 트랜스젠더, 장애인....)가 마치 실제 사람과 만난 것처럼 첫 만남이 되어버려서 그게 그대로 머리에 박혀버리는 것 같거든요. 그러면 정작 당사자들은 본의 아니게 나의 삶도 아닌데 미디어에 재현된 이미지만으로 평가를 받게 되고, 그런 대우를 받게 되고, 차별적인 질문들을 받게 되기도 해요. 그렇게 받게 되는 질문들은 사실 답을 해줘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사실 질문 자체가 이해하기 위한 질문이 아닌 경우가 참 많고요! 그래서, 그러니까, 대중매체의 영향이 참 크니까, 트랜스젠더 캐릭터 만들 때 잘 좀 고민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저를 출연시켜라라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쓸구: 에디님이 '오늘 하루가 안전하게,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런 시작 단계의 만남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한테는 그게 여성영화제였는데, 여성영화제에서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이런 세상이 있구나 라는 걸 많이 알게 됐고, 최근에 나왔던 독립영화 <3670>이라는 작품도, 저한테는 이런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구나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었어요. 첫만남이 있고 나서, 보다 보면 조금씩 익숙해지고, 조금 더 알고 싶어지고, '저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되고. 그래서, 그러니까 다양한 소수자들이,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질의응답
Q. 홍윤희님 발표 자료 중에, 언급하셨던 장애에 대한 미세차별 사례 중에 의학적 담론은 어떻게 문제가 되나요?
A. '장애를 앓다' 이런 표현을 말해요. 장애 논의 자체가 예전에는 의학적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사회적인 장애라고 이야기를 해요. 세상 전체에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경사로 설치가 다 되어 있다면 더 이상 장애가 아닐 수 있는 것처럼, 나의 몸이 장애가 되는 것은 내 몸의 의학적 상태가 아니라 사회의 조건이 장애로 만드는 것이라는 담론이 1960년대부터 WHO에서 시작되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휠체어 타고 다니면 계속 어디가 아프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근데 저희 아이도 휠체어는 타지만 안 아프거든요. 소아암 5년 치료 받고 나서 완치 판정 받았는데, 장애를 무조건 아프다고 표현하는 거, 앓는다고 표현하는 이런 의학적 표현들은 주의하시면 좋겠습니다.
Q. 예술가들이나 창작자들도 장애나 소수자성에 대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데, 당사자성이 없는데 네가 무슨 그런 작품을 만드냐는 비판에 많이 직면하기도 해요. 잘 해보고 싶다고 작업하기 전에 사전 연구를 많이 하고 당사자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런 시간들을 쌓아서 내 작품을 만들려고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공부할수록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지고, 내가 누구를 다치게 하진 않을까, 그런 고민에 빠지다가 작품을 못 내기도 하는데... 저는 이런 작품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거든요. 이런 지점에 대한 생각이 듣고 싶습니다.
A. 너무 동의해요. 드라마 우영우도 사실 장애인 당사자들 중에서는 비판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런데 저는 현재 우리의 '이 시점에서는' 그 드라마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장애 접근성이란 말 들어보셨죠? 미디어의 재현 뿐만 아니라, 콘서트장에 가서 장애접근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100% 완벽한 접근성이라는 건 어려워요. 이런 계속 발전하는 부분이지, 100%라는 건 없어요. 작년에 저희(사단법인 무의)가 한 소속사랑 접근성 관련해서 직원들에게 교육하는 자료를 만들었는데, 그 때도 소속자 직원분들한테 말씀 드렸었어요.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마시라'고. 한 발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리 예전에 개그콘서트에서 정말 인종차별적인 개그 코너 보면서 하하 웃었던 거 기억하세요? 흑형이란 말도 몇 년전만 해도 다들 별 생각없이 많이 썼었잖아요. 지금은 시커먼스, 흑형, 블랙페이스, 이런 거 다 차별적인 표현이라는 것에 대해 인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계속 변화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마시고, 현재의 최선 안에서, 최대한 소수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그 시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미디어에 다양성을!' 구호를 함께 외치며,
참여자들과 모두 함께 단체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모두모두 반가웠어요- 또 만나요!

참여자 분들이 남겨주신 후기
- 즐거웠습니다. 에디님의 마지막 말씀이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다치지 않는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할 미디어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 모든 발표가 정말 반짝이고 재미있었습니다.
- 두 번째 참여입니다. 농인 당사자가 수어 재현에 대해 (뉴스, 영화, 드라마 등) 수어로 이야기하는 자리를 원합니다. (다수는 농인이 이해하기 힘든 수어를 사용합니다.) 동물, 자연물 중심 담론도 기대합니다. 너무 너무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꼭 또 해주세요.
- 너무 재밌었습니다. 여러 소수자 관련 단체, 연구자, 당사자분이 해주시는 얘기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고 그 분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덜 빻은(ㅎㅎ)' 제가 되려 노력할 수 있다는 기쁨이 있어서 이런 얘길 더 할 기회가 앞으로도 많았으면 좋겠어요.
-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미디어 모니터링을 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양한 관점에 기반한 다채로운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여유있게 좀더 오래 만나고 싶어요. 더 많은 당사자의 이야기를 여러 소통 방식으로 직접 듣고 싶어요!
*이 행사를 위한 해피빈 모금함에 참여해주신 84명의 후원자 여러분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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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 우리가 더 많이 만나 보고 싶은 존재/장면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존재/장면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미디어 다양성 PT쇼 보고싶다/보고싶지않다]가 작년에 이어 시즌2로 찾아왔습니다!
😮엇, 시즌1도 있었어? 작년 시즌1 행사후기 보러가기(클릭)
올해는 ①미디어에 등장하는 스포츠 장면 속 여성재현, ②미디어 속 트랜스젠더 재현, ③미디어 속 장애 재현, ④미디어 속 아동 재현이라는 4가지 주제에 대해 네 분의 발표자를 모시고 이야기 나누어보았습니다.
*본 후기글에는 일부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결말 등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는 것)가 등장합니다.
(위)사진_미디어 다양성 PT쇼 보고싶다/보고싶지 않다 시즌2 행사 홍보물
이번 행사는 2025.10.24.(금) 저녁7시,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 '울림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원래 전태일기념관 건물은 저녁 6시 이후 운영을 종료하는데, 이번 행사의 취지와 내용을 들으시고는 예외적으로 저녁시간 대관을 승인해주셨어요. 전태일기념관, 고맙습니다!
(위)사진_미디어 다양성 PT쇼 보고싶다/보고싶지 않다 시즌2 행사 전경사진
(위)사진_미디어 다양성 PT쇼 보고싶다/보고싶지 않다 시즌2 행사장 입구에 비치된 회원가입 안내 테이블. 테이블 뒤로 참가자 선물로 준비된 포스터 6종이 늘어져있다.
각 발표자분들의 PT발표 내용 일부를 소개할게요. (발표시간은 각 15분씩이었습니다!)
발표1. 스포츠 장면 속 여성 재현
- 발표자: 쓸구(민우회 시민모니터링단)
(위) 첫 번째 발표자 쓸구님의 발표 장면.
"저는 어릴 때 달리기를 정말 좋아했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달리는 게 더 이상 저한테 즐거운 게 되지 않게 됐어요. 남자아이들이 여자애들 뛰는 걸 흉내내면서 놀리기 시작했거든요. 열심히 뛰는 대신에 놀림 받지 않을 만큼 그냥 적당하게 연기를 하거나 혹은 뛰는 걸 아예 포기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어요."
"그랬던 저를 스포츠의 세계로 다시 이끌었던 건 그렇게 한 번씩 자라나는 과정 속에서 스포츠를 빼앗겨본 적이 있던 다른 여자들이었습니다. 언니들 따라서 필라테스도 해 보고 크로스핏도 하고 클라이밍도 하고 마라톤도 하면서 내 몸이 나와 연결되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를 다시 회복할 수 있었는데요."
"민우회 시민모니터링단에 참여하면서, 어떤 스포츠 종목이든 상관없이 미디어에서 이미 생각하고 있는 그림들, 연출의 방향들이 (정해져) 있다는 걸 굉장히 많이 느꼈습니다. 스포츠를 하는 주체로서의 진정성이나 진지함을 여성 당사자들에게 주지 않는다. 멘트나 자막이나 하이라이트의 구도들을 너무 남성 감독이나 남성 지도자들에게 준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고요. 특히 팀 대항 구도로 가면 여자가 플레이어라도 너무나 쉽게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그려지는 게 보였습니다."
(위) 쓸구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무쇠소녀단> 캡쳐화면과 함께, 포효하고 악을 쓰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여자들 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모니터링단 활동을 계기로 정말 즐겁게 만났던 프로그램이 하나 있는데요. 그게 바로 <무쇠소녀단>입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이런 운동하는 여자들, 도전하는 여자들의 주체성과 몰입 그리고 우정이 굉장히 농밀하게 담겨져 있습니다. 막연하게 긍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신파적으로 만들지도 않으면서 계속 도전해 가는 과정들을 굉장히 잘 포착을 하고 있어요."
(위) 쓸구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무쇠소녀단> 캡쳐화면 예시와 함께, 스포츠 콘텐츠의 여성재현에서 우리가 더 보고 싶은 장면들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스포츠 콘텐츠의 여성 재현에서 우리가 더 보고 싶은 것들을 뽑아봤는데요. 먼저 아름다움을 재현하지 않기. 두 번째는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운동을 하는 여성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으로 몸의 다양성과 그 몸의 움직임에 대해서 조금 더 집중하는 그런 콘텐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발표2. 미디어 속 아동 재현
발표자: 한희정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위) 두 번째 발표자 한희정님의 발표 장면.
"저는 색깔을 민감하게 보는 것 같아요. 2000년도에 나온 광고를 보면, 이건 직업 관련 체험 카페 광고인데요. 남자애들 같은 경우는 그 직업에 해당하는 옷을 입히고 등장하는데, 여자아이들은 직업과 상관없이 정말 최대한 예쁘게 꾸미고 나와요. 2021년 이후의 광고에서는, 여자아이들은 분홍색 윗도리, 남자아이들은 자유로운 색깔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여러분 잘 아시는 배스킨라빈스 핑크스타 광고나, MLB의 아동복 광고나, 최근 <언더피프틴> 사태를 보면 아동, 여자아이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잘 볼 수 있죠. 그런데 이 사태는 굉장히 의미가 있어요. 선정적인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려는 시도, K-pop의 글로벌한 성공과 아이돌 육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 그리고 아동 인권과 페미니스트적 관점의 인식 수준이 같이 맞물려서 이런 광고나 아동 재현 문제가 이슈가 되고 논란이 불거지게 되었다고 봅니다."
(위)한희정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언더피프틴> 사건을 해석하는 3가지 문화적 힘의 충돌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유튜브에서 키즈 콘텐츠들도 많은데요, 아이들이 보는 아동용 콘텐츠도 많고 아이들이 직접 등장하는 콘텐츠도 많아졌습니다. 이게 돈이 된다는 것, 수익화와 직결된다는 게 위험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장난감을 언박싱하거나, 여러 가지 연출에 노출이 되는데 그것이 광고인지 놀이인지 일인지, 성인들은 구별할 수 있지만 아동들은 구별하기가 힘들다는 점, 그리고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이더라도 아이들의 얼굴이나 이름 같은 것이 영원히 인터넷 상에 떠돌게 됨으로써 아동의 사생활이라던가 잊힐(잊혀질)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발표3. 미디어 속 장애 재현
발표자: 홍윤희(사단법인 무의 대표)
(위) 세 번째 발표자 홍윤희님의 발표 장면.
"미디어의 장애를 차별적으로 묘사하는 유형에 대해서는 이미 1966년에 영국의 장애 운동가 폴 헌트가 이렇게 열 가지로 정의를 했어요. 보시면, 다른 것들은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초인/감동 서사'라는 거 있잖아요. 장애인은 초인/슈퍼우먼이거나 아니면 불쌍한 존재 양극단에 있는 거죠. 그러니까 자꾸 장애를 '극복'하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자꾸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장애인과 같이 다니는 것만으로도 '희생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거나, 장애인을 사람이 아닌 보장구 중심으로 표현하는 경우. 휠체어를 탄 사람이 지나가면 "거기 휠체어", "거기 지팡이 짚으신 분"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경우인데요, 사람을 우선에 두지 않는 거죠. 예를 들어 우리나라 중앙대학교 문영민 교수님이라고, 훌륭한 교수님이 계시는데, 휠체어를 타세요. 근데 그 분이 언론에 나올 때면 '장애1급이 중앙대 교수가 됐다', 이렇게 장애를 먼저 하이라이트 시키는 것, 이런 것들이 장애 차별적 표현입니다."

(위)홍윤희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폴 헌트의 미디어 속 장애차별 묘사유형 10가지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에서 진짜 장애 당사자를 제대로 캐스팅해서 제대로 재현한 작품 중 하나가 <우리들의 블루스>인 것 같아요. 노희경 작가가 정은혜씨의 인스타그램을 1년 전부터 팔로우하면서 저 캐릭터를 다듬어 나갔다고 해요. 정은혜씨는 발달장애인입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재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뒤에 나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장애인 당사자가 등장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저는 획기적인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영우 캐릭터를 둘러싼 인물들의 묘사가 굉장히 좋거든요."
"반대로 전도연씨가 나온 <일타스캔들>, 송혜교 씨가 나온 <더 글로리> 경우에는 제가 '미디어오늘'에 기고도 했었는데, 장애를 소비하기만 하는 재현이 등장합니다. 극중에서 전도연의 동생이 발달장애가 있는데, 카페에 갔다가 종업원에게 오해를 사서 얻어맞게 되고 전도연이 경찰서에 불려오는 장면인데요, '왜 정상도 아닌 사람을 싸돌아다니게 내버려둬'하고 질타를 하면 전도연이 '제가 더 잘 케어를 했어야 하는데.'하고 말해요. 전도연 캐릭터가 얼마나 억척스럽고 힘들게 살고 있는지를 강조하는 서사를 위해 장애가 완전 도구로 이용된 경우죠. 저는 진짜 마음에 안 들었어요."
(위)홍윤희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드라마 <일타스캔들>와 <더 글로리>의 장면이 캡쳐되어 있다.
"더 글로리 같은 경우는 송혜교가 학폭 당했다가 나중에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얘기잖아요. 근데 복수한 애들이 다 장애를 갖게 돼서 죽어요. 장애를 징벌로 소비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저는 정말 별로였어요."
"그리고 요새 누가 TV보나요. 다 유튜브 보죠. 유튜버 분들 중에서 장애 유튜버분들이 되게 많습니다. 굴러라구르님(https://www.youtube.com/@rollingguru0829), 하개월님(https://www.youtube.com/@hamonthly), 우령님(https://www.youtube.com/@youdio_official), 박위님(https://www.youtube.com/@WERACLE), 한솔님(https://www.youtube.com/@OneshotHansol) 등등 많이 계신데요, 이런 유튜버 분들 채널도 많이 많이 봐주세요!"
발표4. 미디어 속 트랜스젠더 재현
발표자: 박에디(트랜스젠더 인권 활동가)
(위) 마지막 발표자 박에디님의 발표 장면.
"사실 저는 트랜스젠더 관련된 콘텐츠를 잘 안 봐요.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나온다고 하면 뭔가 불편하고, 안 봐도 비디오이고... 이상하게 보기 전부터 자꾸 걱정이 되더라고요. 하리수씨가 나왔을 때, 저는 정말 하리수씨가 토크쇼에만 나오면 그 다음 날 너무너무 힘든 거예요. 하리수씨의 이야기들이 너무 장난감처럼 소비되는데, '그게 사실이냐, 진짜냐, 너 하리수지?' 그런 거 너무 여과 없이 저한테 다 물어보는 거예요. 지금이라면 그냥 '맞다'고 하겠지만, 그 때 당시에 저는 준비도 안 되어 있었고, 자존감도 낮고 일상을 견뎌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게 너무 두려웠던 것 같아요. '더러워', '남자래', '아빠가 없어서', '엄마가 없어서', '이태원에 가서', '킹키부츠 봐서' 등등 쓰레기같은 차별적인 이야기가 막 나오는데, 저는 그걸 소비하는 사람들의 혐오에 그대로 노출되는 기분이었어요. 사람들은 트랜스젠더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봐도 아무일도 없다는 듯 지내지만, 저는 제 삶의 공기가 너무 무거워지고 너무 큰 영향을 받더라구요."
(위) 박에디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보고싶지않은 트랜스젠더 재현이 등장한 콘텐츠 작품이 나열되어 있다. <이태원클래스>, <가면>, <오징어게임>
"그래도 제가 봤던 작품들을 한 번 찾아봤습니다. <이태원클라쓰>에 마현이라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주목을 꽤 받았어요. 호평도 많았고요. 마현이는 주방장인데, 마현이를 두고 주변 구성원들이 트랜스젠더가 있으면 장사가 안 될 거라느니, 손님들이 불쾌해할 거라면서 잘라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때 사장인 박서준씨가, '나는 범죄자고, 너는 누구고, 너는 누구고... 그러니까 우리는 다 비슷한...' 어쩌구 저쩌구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응? 뭐지? 트랜스젠더이면 뭐 호르몬 맞는 것밖에 더 없는데 왜 트랜스젠더와 범죄자가 같은 반열에...? (청중 웃음) 이것이 다양성인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는 요리만 잘 하면 돼.' 이런 건 멋있었지만, 결국 모든 게 어떤 힘 있는 자의 선의, 이해를 구해야만 하는 캐릭터로 소비가 된 것 같아서 불편했어요."
(위) 박에디님의 발표자료 화면 중 일부. 보고싶은 트랜스젠더 재현이 등장한 콘텐츠 작품이 나열되어 있다. <천하장사마돈나>, <포즈>, <고봉실아줌마구하기>
"보고싶은 콘텐츠 관련해서는, 먼저 <포즈>라는 드라마인데요, 저는 제 인생에서 트랜스젠더 콘텐츠가 나오는데 이거 진짜 내 이야기다! 내 삶을 정말 그대로 재현한 것 같다, 당사자도 공감할 수 있으면서 비당사자들도 조금 더 트랜스젠더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들을 작품을 통해서 설명해주는 게 있었어요. 현실적으로 트랜스젠더들이 고민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잘 나오고, 단면만이 아니라 그 단면들이 왜 그렇게 보이는 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줄 때,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오늘 아침에 어머니가 이사를 하셔서 도와드리러 갔는데, 부모님이 이사 비용 아끼신다고 아버지 친구를 부르신 거예요. 어릴 때부터 봐왔던 분인데, 저는 갑자기 몇 십년 만에 그 분을 만나는 자리가 된 거예요. 어떻게 보여야 할까 긴장을 많이 하면서 만났는데, 근데 그 분이 짐을 다 옮기고 나서 저한테 '너 열심히 산다, 요즘은 그거 흠도 아니야, TV에 많이 나오더라' 이러시는거예요. 아저씨가 TV에서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래서 저의 오늘 일상이 잘 지켜졌고, 저는 그 순간에 안전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게 아마도 대중 매체의 힘이지 않을까, 오늘의 이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
끄덕끄덕 공감하며, 발표자분의 유머에 깔깔 웃기도 하고, 발표 중에 추천되는 작품을 열심히 종이에 메모하기도 하면서
네 분의 발표가 끝났습니다. 시간이 어쩜 이리도 빠르게 지나가는지!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은데, 시간이 너무 빠듯하게 남아,
아쉬운 마음을 꾹꾹 누르며 아주아주 짧은 마무리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행사의 초입에 참여자 분들 모두에게 나눠드렸던 빙고 게임지와 함께 선물 증정 시간!
올해 시즌2 행사에서의 보고싶은 빙고(3x3) 질문을 소개합니다!
1. 주체적인 아동/청소년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 / 2. 여성/소수자들의 우정과 연대가 빛나는 작품 / 3. 다양한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작품 / 4.남초직군의 직업을 가진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 / 5. 여성의 리더십과 도전의식이 돋보인 작품 / 6. 노년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그려진 작품 / 7. 전형적인 모성/부성의 모습에 균열을 내는(positive) 작품 / 8. 작품포스터에 휠체어를 탄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 / 9. 이주민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잘 그려낸 작품
(위) 참여자들이 완성한 빙고 종이.
1줄 빙고에 성공한 사람, 9개 모든 칸을 다 채운 사람, 아쉽게도 한 두 칸을 채우지 못한 사람 모두에게 선물을 드렸습니다!
(선물은, 한요 작가님의 일러스트 그림으로 만든 '미디어에서 더 많이 보고싶은 장면'이 담긴 포스터였어요)
(위) 참여자들이 완성한 빙고 종이.
이어서 발표자분들을 모두 무대로 모시고,
"미디어에서 소수자 재현이 더 많이, 더 잘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네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위) 마무리 토크 시간, 무대 위에 사회자 노새 활동가와 네 분의 발표자들이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윤희: 장애를 가진 바비인형이 있다는 거 들어보셨나요? 팔에는 연속혈당측정기와 패치를 붙인 '제1형 당뇨' 바비인형을 보면서 아이들이 '이런 바비가 있어..!' 라고 하면서 위로를 얻었다고 하잖아요. 소수자 재현, 장애 재현이 더 잘 되어야 하는 이유는, 모든 곳에 장애인이 존재하지만 미디어에선 아니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장애 당사자들이 장애인 주인공으로서 부각되는 게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사람1, 지나가는 사람2 이런 식으로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 엘리베이터에서 애들이 휠체어를 탄 사람을 봤을 때, '장애인이다!' 이게 아니라 '이름'을 물어볼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희정: 재현이라고 하면 영어로는 re-presentation, 다시 현존하게 만든다는 거거든요? 그리고 대표한다는 뜻도 있어요. 이미지가 대표된다는 건 참 무서운 건데요. 제가 조선족 재현 연구를 5년 정도 했는데,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조선족을 만나본 학생들이 거의 없어요. 학교에 조선족 재학생들이 있지만, 중국인인 척을 해요. 조선족인 것보다 중국인이라고 하는 게 혐오가 덜하니까요. 소수자의 재현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이뤄지거나, 아예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실제 현실에서 당사자들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의 바탕이 되는, 아주 기본적인 인권을 빼앗기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제대로 된 소수자 재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에디: 소수자 존재들에 대한 정보와 존중이 부족한 사회 에서는, 미디어 재현이 그 존재를 대신하게 되는 것 같아요. 비당사자에게는, 미디어에 나오는 소수자 캐릭터 하나(조선족, 트랜스젠더, 장애인....)가 마치 실제 사람과 만난 것처럼 첫 만남이 되어버려서 그게 그대로 머리에 박혀버리는 것 같거든요. 그러면 정작 당사자들은 본의 아니게 나의 삶도 아닌데 미디어에 재현된 이미지만으로 평가를 받게 되고, 그런 대우를 받게 되고, 차별적인 질문들을 받게 되기도 해요. 그렇게 받게 되는 질문들은 사실 답을 해줘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사실 질문 자체가 이해하기 위한 질문이 아닌 경우가 참 많고요! 그래서, 그러니까, 대중매체의 영향이 참 크니까, 트랜스젠더 캐릭터 만들 때 잘 좀 고민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저를 출연시켜라라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쓸구: 에디님이 '오늘 하루가 안전하게,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런 시작 단계의 만남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한테는 그게 여성영화제였는데, 여성영화제에서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이런 세상이 있구나 라는 걸 많이 알게 됐고, 최근에 나왔던 독립영화 <3670>이라는 작품도, 저한테는 이런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구나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었어요. 첫만남이 있고 나서, 보다 보면 조금씩 익숙해지고, 조금 더 알고 싶어지고, '저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되고. 그래서, 그러니까 다양한 소수자들이,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질의응답
Q. 홍윤희님 발표 자료 중에, 언급하셨던 장애에 대한 미세차별 사례 중에 의학적 담론은 어떻게 문제가 되나요?
A. '장애를 앓다' 이런 표현을 말해요. 장애 논의 자체가 예전에는 의학적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사회적인 장애라고 이야기를 해요. 세상 전체에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경사로 설치가 다 되어 있다면 더 이상 장애가 아닐 수 있는 것처럼, 나의 몸이 장애가 되는 것은 내 몸의 의학적 상태가 아니라 사회의 조건이 장애로 만드는 것이라는 담론이 1960년대부터 WHO에서 시작되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휠체어 타고 다니면 계속 어디가 아프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근데 저희 아이도 휠체어는 타지만 안 아프거든요. 소아암 5년 치료 받고 나서 완치 판정 받았는데, 장애를 무조건 아프다고 표현하는 거, 앓는다고 표현하는 이런 의학적 표현들은 주의하시면 좋겠습니다.
Q. 예술가들이나 창작자들도 장애나 소수자성에 대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데, 당사자성이 없는데 네가 무슨 그런 작품을 만드냐는 비판에 많이 직면하기도 해요. 잘 해보고 싶다고 작업하기 전에 사전 연구를 많이 하고 당사자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런 시간들을 쌓아서 내 작품을 만들려고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공부할수록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지고, 내가 누구를 다치게 하진 않을까, 그런 고민에 빠지다가 작품을 못 내기도 하는데... 저는 이런 작품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거든요. 이런 지점에 대한 생각이 듣고 싶습니다.
A. 너무 동의해요. 드라마 우영우도 사실 장애인 당사자들 중에서는 비판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런데 저는 현재 우리의 '이 시점에서는' 그 드라마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장애 접근성이란 말 들어보셨죠? 미디어의 재현 뿐만 아니라, 콘서트장에 가서 장애접근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100% 완벽한 접근성이라는 건 어려워요. 이런 계속 발전하는 부분이지, 100%라는 건 없어요. 작년에 저희(사단법인 무의)가 한 소속사랑 접근성 관련해서 직원들에게 교육하는 자료를 만들었는데, 그 때도 소속자 직원분들한테 말씀 드렸었어요.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마시라'고. 한 발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리 예전에 개그콘서트에서 정말 인종차별적인 개그 코너 보면서 하하 웃었던 거 기억하세요? 흑형이란 말도 몇 년전만 해도 다들 별 생각없이 많이 썼었잖아요. 지금은 시커먼스, 흑형, 블랙페이스, 이런 거 다 차별적인 표현이라는 것에 대해 인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계속 변화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마시고, 현재의 최선 안에서, 최대한 소수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그 시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미디어에 다양성을!' 구호를 함께 외치며,
참여자들과 모두 함께 단체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모두모두 반가웠어요- 또 만나요!
참여자 분들이 남겨주신 후기
*이 행사를 위한 해피빈 모금함에 참여해주신 84명의 후원자 여러분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