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폭력][후기] 연극계 원로배우 오OO성폭력 사건 항소심 선고 기자회견

2025-11-13
조회수 461

지난 11월 11일(화) 오후 2시 40분, 수원고등법원에서 연극계 원로배우 오OO성폭력 사건 항소심 선고 재판이 열렸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2021년 10월부터, 피해자를 지원/조력해왔어요.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요, 고소부터 두번의 경찰수사를 거쳐 2024년 3월 15일, 1심 재판부는  유죄(징역8개월, 집행유예2년)를 선고했습니다. 해당 사건이 문화예술계 내 권력 불균형에서 비롯된 구조적 성폭력임을 법적으로 인정한 의미있는 판결이었습니다. 

1심 기자회견 후기 참조 https://buly.kr/6BxpmSN


하지만 가해자 오OO은 반성과 성찰대신 항소하며, 1심과 마찬가지로 2심 재판 내내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다'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심지어 선고를 앞두고 판사직권으로 재판이 재개되어, 피해자가 또다시 재판에 출석하여 가해자 측 변호인단의 심문을 받아야했습니다.  민우회는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탄원서를 조직하여, 총 127개 단체와 624명의 시민들의 이름으로 재판부에 제출하였습니다. 항소심 선고 재판에도 피해자를 지지하는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방청석을 꽉 채워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선고 직후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군포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수원여성의전화, 수원여성회, 성남여성의전화,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해 오OO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지지하는 시민 20여 명, 피해자 법률대리인(김예지 변호사 / 법무법인 지향)이 함께했습니다. 



연극계 원로배우 오OO 성폭력 사건 항소심 선고 기자회견

"위계와 관행이 키운 연극계 성폭력, 우리가 막을 내린다!"

 

일   시 : 2025년 11월 11일 (화) 오후 2시 40분 항소심 선고 후

장   소 : 수원고등법원 정문 앞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법조로 105)

주   최 :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회]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


[의견]

1. 경과보고 및 지원단체 입장  : 최원진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2. 사건 쟁점과 선고에 대한 법률 의견 : 김예지 (피해자 변호인 / 법무법인 지향)


[연대 발언]
1.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 1심 판결의 의미 : 김산하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2. 연극계 성폭력 실태와 미투 이후 변화 : 이산 (배우, 성평등교육 활동가)
3. 연뮤덕에게 판결의 의미와 연극계에 바라는 것 : 리나 (연극과뮤지컬을사랑하는시민/대독)
4. 피해자 발언 (대독)


[기자회견문 낭독] 

수원여성의전화, 수원여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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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지원단체 입장_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오늘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것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포합니다. 이번 판결은 구조적 성폭력 피해자의 용기를 법이 외면하고, 여전히 '피해자다움'을 판단의 근거로 사용하는 사법부의 현실을 적나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연극계 내 위계적 문화, 구조, 환경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정황과 진술이 충분함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가해자의 명망과 주장에 더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용기로 시작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막을 수 없는 것을요.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함께 다음 싸움을 이어갈 것입니다. 오늘의 판결이 변화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다시, 피해자들의 용기와 연대의 힘으로 사회를 바꿔나갈 것입니다.



피해자 변호인 입장_김예지(법무법인 지향)

항소심 과정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그 자체였습니다.  피해자가 처하여 있던 특별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는 곧바로 고소하지 않거나 감정을 억압하여 일상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피고인에 대한 존경을 표하거나 친근하게 대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음에도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는 계속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되었습니다. 더욱이 피고인은 피해자의 지인이 오래전 피해 사실에 대해 전해 듣고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추측하여 진술한 내용을 문제 삼고, 피해자의 지인이 피해자의 친구답지 않게 행동했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이로 인해 피고인의 유, 무죄를 가려야 할 재판이 오히려 피해자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리가 되었고 피해자는 2차례나 법정에 나와야만 했습니다.  

법원은 오늘의 판결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하더라도 더 힘들지 않으려면 무조건 참으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잘못된 주장들에 흔들린 나머지 피해자의 용기를 무시하고 억울한 피해에 눈감는 퇴행적 판결을 했습니다. 오늘의 판결은 성폭력 피해자를 입막음시키는 걸림돌 판결로 기록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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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연대발언 중인 법무법인지향/피해자변호사 김예지 님 ⓒ한국여성민우회




발언 1. 김산하(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대책위원회)

올해 2월 17일,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 1심에서 주요 가해자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가해자가 받은 형량이 싸운 시간에 비해 결코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는 그 판결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10년이 지난 오래된 사건임에도 제가 당시 작성했던 일기장과 메모, 녹음파일 등의 기록물이 중요한 증거로 인정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법원은 PTSD가 성폭력으로 인한 상해임을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피해자가 “극단 대표라는 우월적 지위를 가진 피고인에게 잘못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과, 연극계 내부의 묵인된 분위기 때문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연극계의 구조적 문제를 정확히 짚어낸 의미 있는 결과였습니다.

오늘의 무죄 판결은 단지 한 개인의 판결이 아닙니다. 이는 곧, 예술계 내 위계와 성폭력이 여전히 ‘사소한 일’로 취급될 수 있다는 사회적 신호이기도 합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은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저는 곧 다시 증인신문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오OO 배우 피해생존자 분이 건네주신 손수건을 손에 쥐고 법정에 설 것입니다.

비록 오늘의 결과는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1심에서 밝혀졌던 진실과 연극계의 구조적 폭력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사법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연대하겠습니다.



발언 2. 이산(배우, 성평등교육 활동가)

저는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으로 페미니스트 연극인 동료들을 만나면서 연극과 페미니즘이 저의 일상에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연습과 공연, 회식 장소에서 일어나는 추행이나 성희롱 발언은 연극을 하려면 그저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침묵과 자기 비난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선택에 따른 곤란이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동료들의 연대가 넓어지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커져가도, 문득문득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연극은 인맥과 평판에 따른 소개로 고용이 되는 비율이 높습니다. 성폭력과 괴롭힘은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고 때론 사고로 이어지기까지 합니다. 여러 해 동안 자신의 꿈을 위해 훈련을 받았음에도, 이제 막 좋은 기회를 얻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이나 괴롭힘으로 인해 연극계를 떠나기도 합니다. 

피고인은 프로덕션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고 이제 막 연극계에 진입한 신진 여성연극인인 고소인에게 연습실 밖에서 개별적인 만남을 요구하고, 추행하였습니다. 연극계에서 5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자신의 권위를 모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사자들도, 시민들도 알고 있는 이 현실을 오직 재판부만이 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분노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무죄 판결이 고소인의 용기를 꺾지 않도록, 연극계의 성차별과 성폭력에 맞서고자 하는 신진 여성 연극인들의 창작 환경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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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연대발언 중인 배우/성평등교육 활동가 이산 님 ⓒ한국여성민우회



발언 3. 리나(성남여성의전화 나비 대독/연극과 뮤지컬을 사랑하는 시민)

이번 사건이 처음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었을 때,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깊은 분노와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연극과 뮤지컬은 단순한 여가 문화가 아닌,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자, 누군가에게는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됩니다. 억압과 차별을 드러내고, 다양한 존재의 목소리를 무대 위에 올리는 연극은, 관객들에게 우리가 어떤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상상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무대 뒤에서 성폭력과 위계가 용인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깊은 분노와 슬픔을 불러일으킵니다. 연극계가 사회에 미치는 감동과 통찰이 진실된 것이길 바라는 시민으로서, 우리는 그 예술이 누군가의 침묵과 고통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결코 외면할 수 없습니다. 

예술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합니다. 그 무대가 정의롭고 안전할 때에만, 연극은 관객의 삶에 위로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오늘의 법원 결정을 규탄하며, 우리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연대합니다.




피해자 발언(군포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방은숙 소장 대독)

오늘 선고 결과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비현실적이며,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사법부가 내린 이 개탄스러운 판결은, 성폭력의 발생 구조와 위계 구조를 굳건히 하는 데 일조하는 부끄러운 선고입니다. 사법부는 이번 판결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에 대해 책임감 있게 성찰해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무죄 판결이 결코 진실을 무력화하거나, 제가 겪은 고통을 지워버릴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문화예술계와 사회의 성폭력이 반복되는 구조를 방관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제가 몸담고 있는 연극 업계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고소를 결심했습니다. 오늘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히려 더욱 단단해진 마음으로 끝까지 진실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번 판결로 상처받은 것은 저 혼자만이 아닙니다. 

두려움 속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함께 진술하고 증언해 주신 문화예술계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 내내 저를 지탱해주며 든든히 변호해주신 변호사님들, 한국여성민우회의 활동가님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담당자분들도 함께해주셨습니다. 

이 사건이 단지 저 혼자만의 고통을 넘어, 많은 이들이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지켜봐 온 일이라는 점을 저는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기억할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정직한 시선의 지속적인 관심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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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낭독 중인 수원여성회 활동가 하연 님 ⓒ한국여성민우회


판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오늘의 퇴행적 판결에 맞서,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자 인권침해를 공론화하고, 예술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전환을 요구하는 대응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기자회견문 전문보기  https://buly.kr/Chps4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