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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폭력[후기] 안희정 성폭력사건 1심 '무죄'판결 규탄 기자회견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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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4일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사건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정상적 판단력을 갖춘 성인남녀 사이의 일이고, 저항을 곤란하게 하는 물리적 강제력이 행사된 구체적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며

공소제기된 10개 범죄를 모두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성적자기결정권, 젠더감수성, 그루밍 등을 여러 여성주의 언어를 운운했지만,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며 성폭력 범죄를 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해 현실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사법부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희정의 위력행사가 성폭력이 아니라면 무엇이 성폭력입니까?

이 나라의 사법정의는 어디로 간 것입니까?

 

 

 

 

기자회견에서 발언해주신 분들의 발언 내용의 일부와 공대위의 성명서를 전합니다.

 

○ 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피해자는 직장을 잃었고, 무수한 비방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위해 증언한 증인을 역고소 했습니다. 가해자의 위력은 지금도 행사되고 있습니다. 더 큰 피해를 입진 않을까 고심하고 고심해서 의지하게 된 사법부입니다. 이런 응답을 받고자 고민 끝에 문제제기한 것 아닙니다.

사법부는 현행 법의 한계로 인해 안희정 전지사의 성폭력은 해당 법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법의 변화는 입법부의 몫이라고 하였습니다.언제까지 여성인권의 문제에 대해 법원은 그 책임과 몫을 미룰 것입니까?“

 

 

○ 정혜선(안희정 공대위 피해자 지원 변호사)

"피해자는 피고인의 혐의를 증명하기 위해 3월 5일 이후 끊임없이 기록하고 증언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 본인의 개인 핸드폰을 제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검찰 역시 피해자를 처음부터 무턱대고 믿지 않았습니다. 의심하고 질문하며 범죄사실을 구성하였습니다. 그러나재판부는 무죄추정주의만을 이야기하면서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진술을 무력화하였습니다.형법 제정 당시부터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 피감독자의 권한에 대해 명시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위력적인 위치가 있어도 위력을 실제로 행사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최근에는 판결에 있어 폭행협박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최협의적 판결을 내리지 않는 경향도 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퇴보적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보호법익, 성인지적 감수성 원했지만 그것이 반영된 판단 아니었습니다.본 사건, 피해자뿐 아니라 미투 운동을 한 다른 피해자들, 자신 일처럼 관심 가졌고 판결로나마 인정받길 원했지만 1심 재판부는 사회의 절실한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고 실망만 남겼습니다."

 

 

○ 권김현영(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이 판결 과정 전부가 위력이라고 생각합니다.안희정 측은 가족, 지지자 동원하며 현재도 위력 행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가족의 안전이 지켜지지 못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함께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식의 각자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안희정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 통해 자신의 의견 언제나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권력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권력과 폭력을 왜 나눕니까? 권력를 가진 사람은 폭력을 행하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헛기침으로, 눈빛만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민주사회는 이 권력이 남용되는 게 문제라고 이야기 해왔습니다. 민주사회의 시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여성의 목소리가 이어져왔습니다. 현실을 바꾸기 위해 많은 여성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재판에 나왔습니다.

24년전 서울대 성희롱 신교수 성희롱 사건은 최악의 판결이었지만 현실을 읽는 해석이라는 희망의 한 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문에선 23년 전, 가장 나쁜 판결문을 통해서도 찾을 수 있었던 조금의 좋은 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재판부는 권력이 뭔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현실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 정하경주(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올해 2월-4월 상담 통계를 살펴보면 2017년 같은 시기 대비 상담횟수가 40% 증가했습니다. 상담 내용을 보면 검찰 내 성폭력 피해 증언을 듣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 했던 몇 년전, 수 십년 전 피해경험에 대해 "나도 말하고 싶다", "가해자에게 사과 받고 싶다" 하지만 "내 말을 믿어 줄까?",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역고소 당할 수 있다고 하던데"라며성폭력 경험 말하기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여전합니다. 피해 경험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압력은 가해자를 비호하고 결국 성폭력의 예방과 근절을 더욱 어렵게 합니다.여성들이 부당한 권력구조 속에서 겪은 일들을 말하고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을 할때 더 많은 피해가 말해지고 성폭력 가해자가 드러나고 그 성폭력을 용인해 왔던 일상의 성차별, 성폭력은 근절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말하기를 멈추지않습니다. 그리고 미투는 재판부를, 경찰을, 검찰을, 학교를, 회사를, 언론을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 피해자 글 대독

"무섭고 두려웠고, 피고인의 반성없는 태도에 너무나도 아팠습니다. 저와 함께한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왔습니다. 재판부가 정조와 피해자다움을 이야기하는 순간 이 결과를 예시했습니다.하지만 저는 또 다시 지독히 괴로운 시간을 밟겠지만 끝까지 안희정 전도지사의 범죄 행위를 밝혀낼 것입니다."

 

 

 

[1심 판결에 대한 안희정성폭력사건공대위 성명서]

 

무수한 '위력 성폭력'에 대한 허용 면허인가?
1심 무죄판결을 규탄한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권세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지위를 가지고 업무현장에서 비서인 직원을 추행, 간음한 사건이며, 피해자의 사회적 증언을 통해 알려졌다.

피해자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8개월 동안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및 정무비서를 하면서 수차례 성적인 침해를 경험했다. 피해자는 정치리더의 수행비서라는 별정직 공무원 신분이었다. 수행비서는 업무의 특성상 수행하는 상사의 맞춤형 수발, 상사의 심기를 살펴야 하는 감정노동, 정치영역에서 벌어지는 특수성이 감안된 비정형화 된 업무방식 등을 수행하고 보좌한다. 그래서 안희정 전 지사는 유력한 차기대권주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이라는 점을 주목할 때, 수행비서의 위치에서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발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피해자가 언론을 통해 자신의 피해를 알려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하고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음으로서, 피해회복과 사회정의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8개월간의 강요된 침묵을 깨고 세상을 향해 용기있는 선언을 하게 되었다.

위력은 3월 5일 피해자의 사회적 고발 이후에 더욱 행사되었다. 안희정 지지자들을 비롯하여 측근 관계에 의해 만들어지는 소위 ‘찌라시’가 인터넷을 점령하고, 언론은 재판에서 흘러나오는 가해자측 피고인의 피해자 비방성 증언을 고스란히 퍼뜨렸다. 미투 선언 이후 피해자에게 더 큰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그대로 방치되는 이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권세를 가진 가해자가 자신이 보유한 모든 자원을 가지고 피해자의 일상을 침해하고자 할 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사회적 대책은 무엇인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피해자 변호인단은 이 사건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피해자의 형사사법절차과정에 대한 밀접한 조력을 하고, 피해자의 파괴된 일상의 시공간의 안전을 위한 지원을 하였다. 5개월동안 공대위와 피해자는 소통과 지지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힘을 공유했다. 이 과정을 통해 본 판결의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오늘, 법원은 피고인 안희정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판결은 성폭력사건의 강력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신빙성을 부정하고 여전히 업무상 위력에 대한 판단을 엄격하고 좁게 해석했다. 피해자와 피고인의 위치에서 피고인의 권세와 지위 영향력이 행사되어 피해자가 저항을 해야 할지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했던 상황에 이르게 된 기본적인 상황을 법원은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성폭력이 일어난 그 때, 그 공간에서의 유형력 행사에만 초점을 맞춘 좁은 해석과 판단은 강간에 대해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상황을 두루살피는 최근 대법원 판례의 흐름 조차 따라가지 못했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제재하겠다는 입법취지는 무색해지고, 위력 간음 추행 조항은 다시 사문화된 상태가 되려고 한다.

성폭력을 인지하고, 사회에 알리기까지 수백번 고민하기를 반복할 피해자들에게 이 판결은 침묵에 대한 강요가 될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적 권력자를 보좌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성적침해, 성희롱, 성폭력을 겪더라도 침묵하라는 언질이 될 것이다. 가해자의 피해자비방, 허위소문유포, 개인신상 허위사실 유포가 다 이루어질 거라는, 위력 행사는 계속 되어도 어쩔 수 없다는 선언이 될 것이다. ‘진짜 가짜 강간’ 찾아내기, ‘꽃뱀’으로 몰아가기 등이 심화될까 우려한다. 온갖 유형력 무형력을 행사하며 괴롭히는 상사들은 이제 ‘허용면허’를 갖게 된 것인가? 어떻게 하면 성폭력으로 고발되지 않고, 고발된다 하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지 ‘매뉴얼’을 갖게 된 것인가?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는 더욱 강화되는 것인가? 사법부는 이 책임이 어느 정도의 범위인지 인지할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 사회를 향한 질문을 멈출 수 없다. ‘왜 권력을 가진 가해자의 횡포를 묵인하는가?’ ‘피해자의 인권회복을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가?’ ‘법은 미세한 힘, 권력, 지시, 조종을 읽어낼 수 없는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만연해 있는 문제이며, 이것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안희정은 정치, 사회, 경제적 권세를 가진 자의 대표적 사례이며, 이 사건에 대한 제재는 우리 사회 변화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

검찰은 즉각 항소해야 한다. 우리의 대응은 항소심, 대법원까지 계속될 것이다. 더불어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 인권침해는 없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욕설, 비방의 댓글과 허위 찌라시의 무분별한 유포는 우리 사회 인권감수성의 현주소다. 이를 멈추기 위해서 고발을 비롯한 여러 대응을 할 것이다. 5개월동안 여기까지 왔다.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서 더이상 침묵하지 않고 꺼내 이야기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지지하고 연대하며,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이 제대로 제재되기를 바라고 있다. 더 이상 피해자가 스스로 자책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 않아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 1심 판결의 한계를 뛰어 넘는 의미있고 정의로운 사법부의 다음 응답을 기다린다. 우리 사회에 정의와 변화, 희망이 없다면 우리가 만들어갈 것이다.

2018.8.14.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싸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1심의 퇴행적인 판단에서 그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는 피해자와 함께

'Metoo가 바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함께 외치며 싸울 것입니다!

 

#안희정이_무죄라면_사법부가_유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