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사회현안[후기] 약자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약자생존'의 사회를 외쳐~! -2부-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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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생존 후기 -1부-에 이어서)(클릭)

 

(무대 위에서 안내 멘트를 하고 있는 제이 활동가 사진)

 

 

“반갑습니다. 약하고 아프고 미친 여러분, 페미니스트, 퀴어, 장애인 여러분, 불안하고 흔들리고 조금씩 부서져 있는 여러분. 이렇게 날씨 좋은 주말에 공원에서 만나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 세상에서 비정상이라는 말을 듣거나 낙오되어 있거나 언제나 조금 화병이 나 있는 우리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환영하고 지지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약자생존의 무대가 되어줄 행진트럭의 스크린을 통해 문자통역과 수어통역을 송출하였어요

문자통역은 줌속기사무소 주다영 속기사님, 수어통역은 장진석, 변정현 통역사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수어통역 중인 장진석 통역사님과 변정현 통역사님 사진)

 

 

이어서 다른몸들의 반다의 여는 말로 약자생존을 활짝 열었어요!

 

 

(무대 위에서 여는 발언 하는 반다 활동가의 사진)

 

 

“약자생존은 한국여성민우회, 신경다양성지지모임, 세바다가 같이 준비했습니다. 저희가 모인 것은 우울이나 자폐스펙트럼이 있다고 수군덕거리는 사람들,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고 눈을 부라리는 사람들, 질병이나 장애가 있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저희의 저항을 보여주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오랫동안 몸이 아팠고, 현재도 투병과 완치 사이의 몸으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부터 몸이 아팠는데 제가 아픈 것을 두고 건강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젊은 사람이 아프냐는 비난의 소리를 수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사회는 아픈 사람들을 쉽게 비난하더군요. 음식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아서, 적절한 운동을 하지 않아서, 자기 건강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몸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비단 아픈 사람들 뿐만 아닙니다. 주변을 돌아보세요. 성폭력 피해자에게 왜 늦게까지 그 시간에 거기 있었냐고, 스토킹 피해자에게는 어떻게 행실을 했냐고 비난합니다. 심지어 장애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임신했을 때 무엇을 잘못 먹어서 아이가 저렇게 됐냐는 말을 합니다. 우울증이 있는 이들에게는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고 하고, 성 노동자들에게는 게을러서 저렇게 산다고 합니다.

 

 

(무대 위에서 발언하는 반다 활동가, 수어통역 중인 장진석, 변정현 통역사님 사진)

 

 

사회는 소수자들을, 약자들을 끊임없이 비난하고 낙인 찍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개인에게 돌리는 방식은 우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던 구조, 스토킹을 당하게 됐던 구조,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 성 노동자로 살게 되었던 구조를 지우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사회는 이 구조적 성차별, 구조적 건강 중심주의를, 이 수많은 구조적 문제를 지우기 위해서 개인을 비난하고 낙인 찍습니다

(…)우리는 약하고 아프고 이상하고 미친 비정상적인 사람들입니다. 사회는 우리에게 쓸모 없는 존재라고 말하면서 주변으로 계속 밀어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약한 사람이 강해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모두 다 강해질 수 있는 경쟁에 공정하게 참여하고 있는가를 묻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강해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여기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서 차별 받는 소수자들의 가장 큰 쓸모는 저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오늘 이 자리에서 같이 웃으면서 박수 치면서 노래 부르면서 춤추면서 즐거운 저항의 자리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대 위에서 기타를 들고 발언 중인 이랑님 사진)

 

 

이어서 이랑님의 공연이 이어졌어요. 이랑님이 한빛광장에 도착하자마자 약자생존이 이렇게 chill(쿨하다, 멋있다, 릴렉스하다)할 줄 몰랐다면서 즉석에서 곡 목록을 바꾸셨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망원동에서 온 이랑이라고 합니다. 오늘 저는 집회인 줄 알고 되게 강력한 노래로 센 리스트를 짰다가 도착해서 깜짝 놀라서 급하게 셋 리스트를 수정하느라 조금 정신이 없었는데요. 여러분이 쇼파에도 앉아서 누워 계시고 해서 조금 이 행사 주제와 어울리면서도 너무 시끄럽지 않은 노래들로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너의 리듬♬

 

너는 사람들이 좀 더 예의가 발랐으면 좋겠지

뭔갈 물어볼 때 저기요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지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밀치지 않았으면 좋겠지

아마 그게 너의 리듬

엄마도 이해 못 하고 친구들도 가까운 애완동물도

이해 못 하는 아마 그게 너의 리듬 리듬

아마 그게 너의 리듬

 

이랑님 등장에 잔잔하고 평화로웠던 한빛광장이 들썩들썩

 

 

(무대 위에서 기타를 들고 있는 이랑님 사진)

 

 

“다음 곡은 <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본다>라는 곡이고요. 얼마 전에 영화 <모어>라는 다큐멘터리 작품을 국회에 가져가서 상영회를 했었어요. 모어는 드랙 아티스트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세상에 나오게 돼서 차별금지법 등등을 이야기하고자 국회에 있는 국회의원 300명 중에 1명이 어떻게 돼서 299명이 있는데 299명의 국회의원을 초대해서 상영회를 열었는데 정의당 장혜영 의원 외에 아무도 오지 않았던 비극적인 상영회의 추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 상영회 때 이 노래를 가져가서 불렀던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디테일하게 상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저는 그런 자리에 있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사람이 진짜 눈에 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대통령 포함해서 여러 정치계에 있는 분들이 해야 되는 일은 우리 한 명, 한 명을 대변하고 우리 한 명 한 명의 삶을 디테일하게 상상했으면 좋겠다, 그런 능력을 연습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서 서글펐던 기억이 납니다. 이 노래는 다양한 이유로 밖에 나가는 일이 어렵고를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게 어려운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상상해서 만든 노래인데요. 저의 이야기가 들어있기도 하지만, 꼭 저 뿐만 아니라 누군가 어떤 이름을 가졌을 어떤 누군가의 삶을 상상해보고자 만들었습니다.”

 

 

♬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 본다♬

 

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 본다

버려진 빈 병을 유난히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어떤 사람을

갑자기 터져 나오는 재채기를 참을 수 없어 찡그린 미간을

긴 코트에 무거운 모자를 쓰고 문을 나서는 신발의 무게를

사람들 사이사이에서 죽을 퍼 담는 떨리는 손을

손과 함께 떨리며 변하는 그릇의 무게를 상상해본다

빈 그릇을 들고 한 방향으로 걷다

맞은편에서 날아 들어오는 커다란 소리에 놀라

몸을 틀어 뛰기 시작하는

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어떤 하루를 상상해본다

 

 

(포토존에서 '우리의 광기가 세상을 구원할거야!' 피켓을 들고 있는 이랑님 사진)

 

 

이어서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에서 말하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없는 자신과 친구들의 방을 떠올리며 어떻게 돈과 자기만의 방을 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곡을 만드셨다는 <우리의 방>을 마지막 곡으로 이랑님의 공연을 마무리하였어요,

 

 

♬우리의 방♬

 

우리의 방은 너무 작고 시끄럽고

우리에게 돈은 항상 멀리있지

우리의 방은 너무 작고 시끄럽고

우리에게 돈은 항상 멀리 있지

넓은 곳으로 날아가려 해

넓은 곳으로 나아가

 

공연이 끝난 후 약자생존이 사회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당사자의 발언을 통해 외치는 발언시간이 이어졌어요. 정신질환이 있는 페미니스트 이도님의 발언 일부를 공유해요

 

 

(이도님이 무대 위에서 발언하는 사진)

 

 

이도(한국여성민우회 회원)

 

“나는 페미니스트라서 논리적이어야 하는데 정신질환자라서 그러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한가지 생각이 뒤이어 떠오르더라고요. 논리적이지 못하면 안 되는 걸까? 정신질환자의 논리는 논리적이지 않은 것일까? 누구의 논리가 논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걸까?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만의 논리가 논리적이라는 것만큼 논리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까? 그제야 저는 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논리는 편향되어 만들어졌음을 드러내는 것이 페미니즘의 질문으로 가능한 것이라면 저는 정신질환자로서 나의 질문도 한 가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페미니스트가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짚어보자면, 페미니스트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누군가와 논쟁하거나 설득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쉽게 편향적인 것으로 이야기되죠. 사실 이 세상 모든 논리가 편향되어 있음을 지워버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라님이 무대 위에서 발언하고 있는 사진)

 

 

이어서 여성환경연대 사라님의 발언이 이어졌어요.

 

 

사라(여성환경연대)

 

“이런 기후 위기는 굉장히 평등하지 않고, 성별, 장애, 직업, 소득 등등으로 취약한 사람들을 더 취약하게 만듭니다. 여성환경연대가 올해 진행한 기후변화 피해경험 실태조사에서는 기후변화의 피해와 그로 인해 개인이 떠맡게 된 여러 가지 부담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경제적 부담 가중, 건강 영향 피해, 주거 공간의 불안정까지 개인은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것들을 부담해야 했습니다.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감내하고 있는데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이동권이 훨씬 더 취약해지고 기후위기로 인한 여성들의 돌봄 부담은 더 가중되고 있습니다. 점점 더 우울해집니다. “

 

 

n개의 다른몸들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활동하는 다른몸들에서 활동하는 박은영님의 발언이 이어졌어요

 

 

(박은영님이 무대 위에서 발언하고 있는 사진)

 

 

박은영(다른몸들)

 

“가끔은 우리를 약자로 부르는 것이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할 정도이니까요. 왜냐하면 많은 세월동안 길을 만드는 사람은 강한 남성의 이미지로만 그려지고 있는데 우리가 그 일을 해내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강함과 약함의 이분법을 무너뜨립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우리가 강인하다고 또는 약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말장난으로 장애인과 질병인이 갖고 있는 삶의 무게를 오롯이 당사자에게만 지어온 것이 바로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한 구절을 제멋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약함을 자랑해야 한다고요. 우리의 강함이 아닌 약함을 자랑하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보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니까요.”

 

 

교육제도에 반기를 드는 단체 투명가방끈에서 활동하는 연혜원님의 발언이 이어졌어요

 

 

(연혜원님이 무대 위에서 발언하고 있는 사진)

 

 

연혜원(투명가방끈)

 

“저는 3년 전쯤에 성인 ADHD 환자라는 판단을 받았는데요. 사실 생각해보면 오랫동안 학교에서 저는 집중을 하지 못하는 아이, 학교와 잘 맞지 않는 아이라고 평가받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교육이 계층의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노력해서 열심히 공부하면 더 나은 계층이 될 수 잇다고 말하고 이 사회에서 강자가 될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묻고 싶습니다, 학교가 강자가 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면 약자들을 위한 학교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강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누군가를 반드시 약자로 만들어야 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학교는 어떤 존재를 필연적으로 약자로 만들기 위한 곳인지 묻고 싶습니다. “

 

남자 아니면 여자라는 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다 비정상으로 낙인 찍는 이상한 문화와 제도에 반기를 드는 활동가 쟁뉴님의 발언이 이어졌어요

 

 

(쟁뉴님이 무대 위에서 발언하고 있는 사진)

 

 

쟁뉴(논바이너리 활동가)

 

“세상은 목소리를 둘로 나눕니다. 남자 목소리와 여자 목소리로요. 수많은 배리어프리 자막에서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크래딧에서 크게 역할을 맡지 않는 엑스트라의 대사는 괄호를 치고 남자1, 여자3 이런 식으로 표시됩니다. 저 역시 성별AF로 간주될 외모를 하고 있을 때도 입을 여는 순간 “아 성별B시군요?” 라는 말을 들을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목소리를 골라본 적이 많습니다. 상대와 상황을 보고 제 목소리의 성별을 고릅니다. 친구가 아는 제 목소리와 부모가 아는 제 목소리가 다릅니다. 일터에서의 목소리와 마트에서의 목소리가 다릅니다. 어떤 때는 충분하지 않았을까 두려워하기도 하며, 항상 긴장한 채 입을 뗍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도 어떤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나을지에 대해 저울을 한참 재다 왔습니다.”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 회원 왈왈님의 발언이 이어집니다

 

 

(왈왈님이 의자에 앉아 발언하고 있는 사진)

 

 

왈왈(신경다양성지지모임 세바다)

 

"안녕하세요 조현정동장애와 공황장애를 가진 신경다양인이자 정신장애인인 왈왈입니다. 현장의 발언을 맡게 되었습니다. 신경다양성의 개념은 뇌신경 차이로 인해 발생되는 다름을 인정 하는 것입니다. 아직 정착화 하기보단 그 개념도 넓혀 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폐스펙트럼이나 ADHD만 인정 했다면 조현스펙트럼, 조울스펙트럼, 성격장애스펙트럼 등등도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신경다양성을 처음 접하는 분들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신경다양인과 정신장애인은 사실 스펙트럼입니다. 개념은 넓고요. 그래서 신경다양인 중 정신장애인은 등록된 장애인도 있지만 법외/미등록/경계선 장애인도 있습니다. 그리고 신경다양성 정신장애인 중 재판정을 받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장애등록 되어 있지 않다고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정신장애인이라도 다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 하면 안 되지만 그냥 사람이라고 알려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만 살 수 있게 만들고 선택권도 없이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같이 살아야 하는 걸 체험하고 선택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신장애인 중에서 가족과 사이가 안 좋은데 집과 병원 밖에 갈 곳이 없어서 결국 병원에 간 사람도 있고 집 밖을 못 나가서 서비스 못 받는 사람도 많습니다. 물론 시민단체도 같이 함께 노력 해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왈왈님의 발언을 끝으로 슬릭님의 공연이 이어졌어요!

 

 

(슬릭님이 무대 위에서 공연하고 있는 사진)

 

 

그냥 어떤 하루를 상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드신 곡 〈있잖아〉 를 첫 곡으로 이어서 〈AIQ〉 를 들려주셨어요

 

“다음에 들려 드릴 노래는 〈AIQ〉라는 노래입니다. 사실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장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한 번 이렇게 부를 때마다 ‘마지막이다, 마지막일 수도 있어.’ 이런 생각으로 노래를 부르곤 하는데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AIQ〉 들려드리겠습니다.”

 

 

AIQ

 

가끔 거울 앞에서 묻곤 해

Am I a question? Am I a question?

가끔 넌 나와 같기도 해

가끔 넌 나와 같기도 해

가끔 넌 나와 같아

가끔 엇나가긴 해도 난 나야

난 내가 아닐 수 없지

가끔 도망가긴 해도

난 나야 그건 변하지가 않지

 

 

(무대 위에서 공연하고 있는 슬릭님 사진)

 

 

이어지는 곡 〈걸어가〉 들려주셨어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으로 본 뉴스가 정부에서 비혼 가족, 동거가족은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사였어요. 세상이 참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음…… 사실 저는 다 잘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싶고요.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쉽지 않네요, 요새는. 그래도 나는 슬릭이니까 말하겠습니다. 우리 다 같이 앞으로 갑시다. 감사합니다. 슬릭이었습니다. 〈걸어가〉 들려드리겠습니다.”

 

걸어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의 절반은

그 누구도 영원히 얻을 수 없어

그 나머지, 남아있는 것의 반은

아마도 안 가진 사람이 없어

그니까 내 안의 나란 존재의 답은

이미 누군가의 고민을 거쳐

그 반의 답을 찾아놨을진 몰라도

나머지 반의 몫은 내게 비워둬

내게 비워둬 나의 자리

 

 

슬릭님의 〈걸어가〉를 듣고 행진하러 걸을까요!

 

(무대 위에서 사회 중인 제이 활동가와 무대 아래에서 수어통역 중인 변정현 통역사님 사진)

 

 

“저희 1.38km 정도의 코스를 같이 걸을 건데 지도 앱으로는 도보 20분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훨씬 더 천천히 느리게 이동할 것입니다.

(...) 행진할 때 피켓과 꽃을 행진 참여자분들께 나눠드릴 거예요. 그래서 우리 꽃 한 송이와 피켓 들고 즐겁게 아프고 약하고 미친 우리가 함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쉬고 계실 분들은 프로그램 참여하시고 이따 행진 다녀오신 분들과 함께 다시 만나서 여기서 사진 찍고 헤어지시면 좋겠고요.”

 

 

 

(다양한 피켓, 꽃을 들고 행진하는 행진대열 사진 2장)

 

 

느릿느릿하고 돌아버린 행진

 

행진은 신경다양성지지모임 세바다의리얼리즘님의 사회로 시작했어요!

 

(트럭 위에서 행진 사회를 맡고 있는 리얼리즘 활동가 사진)

 

 

“약자생존 행진은 느릿느릿하고 돌아버린 행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느릿느릿해야 할까요? 이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돌아갑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가는 세상은 표준적인, 전형적인 몸을 가진 사람들에게 맞춰서 돌아갑니다. 빠른 흐름에 몸을 자유롭게 맡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에게 맞춰집니다.

시스젠더 남성, 비장애인, 다수자 남성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 사회에 자신을 끼워 맞추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다른 몸을 가진 사람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어떤 사람은 매일 약 먹을 시간을 마련해야만 합니다. 어떤 사람은 통증과 피로를 지속적으로 겪습니다. 어떤 사람은 세상에 맞춰서 살아가야 한다는 불문율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n개의 다른몸들은 세상의 흐름과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무리 부지런해도 시간이 모자랍니다. 어떤 사람은 시간이 너무 느리게 지나갑니다. 어떤 사람은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노력을 시작하기에도 벅찹니다. 표준 시간대는 정상성과 다른 몸들을 배제하며 흘러갑니다.

다른 몸들의 시간대는 소수자의 시간대와 겹쳐 흐릅니다. 시스젠더 이성애자 남성에게만 맞춰진 주류 사회에서 여성과 비남성, 성소수자들은 항상 표준과 기준에서 벗어납니다. 가난한 사람들, 배움의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 사람들, 지방에 사는 사람들, 아동과 청소년들 역시 표준에 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로 위를 걷는 행진 대열 사진)

 

 

그렇다면 약자들을 끊임없이 밀어내는 표준 시간대와 정상성은 과연 옳을까요? 다른 몸들과 약자, 소수자의 의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만나고 교차하고 섞입니다. 정상성을 강요당하는 우리는 돌아버립니다. 정상병원에서 돌아버립니다. 그리고 이 길을 돌아버립니다. 우리는 약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사회를 돌아갑니다. 그리고 이 사회도 함께 돌아갑니다.

우리는 정상성을 거부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우리는 정상성을 가진 표준적인 몸에 맞춰 흘러가는 표준 시간대를 거부하고 교란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행진 루트는 표준적인 몸으로 20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길을 1시간에 걸쳐 걸어갈 것입니다. 약자와 소수자를 배제하는 세상의 질서를 지연시키고 균열을 낼 것입니다. 돌아버린 우리가 이 세상을 평등한 세상으로 돌릴 것입니다. 지금 우리 함께 느릿느릿 돌아버립시다. 감사합니다.”

 

 

(해수님이 트럭 위에서 발언하는 사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해수님의 발언이 이어졌어요

 

해수 (주홍빛연대 차차)

 

“여자의 몸을 가졌기 때문에, 빈곤하기 때문에, 여러 구조적 문제로 인해 성 노동자가 계속해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사회라면 성 노동자를 제거하려 들 것이 아니라 성 노동자를 만드는 가부장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사회를 뒤집어 엎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진정으로 성 노동자를 살리는 길입니다.

차차는 성 노동자가 잠정적으로 나아질 비정상과 결핍의 존재로 여겨지지 않고 어느 위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기를, 언제나 존중받을 수 있기를 원합니다. 성 노동자를 규범에 포섭하려고 하기보다는, 성 노동자가 선 현재의 박탈된 자리에서 이 사회의 다른 비정상적인 존재들과 연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개개인의 삶에 무례하게 굴지 말고, 구조를 부수기 위해 함께 싸우자고 외치고 싶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일구어낼 수 있는 모든 새로운 언어들에, 그 미래에 가슴이 뜁니다. 오늘 다 같이 즐겁고 충전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어서 난민인권센터 연주님이 발언해주셨어요

 

(트럭 위에서 발언 중인 김연주님 사진)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국가는 난민에 대해 혐오의 낙인찍기를 지금 당장 중단하여야 합니다. 동료 시민으로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 자원, 그리고 사회적 연대를 갖춰야 합니다. 난민을 비정상 시민으로 만드는 것은 난민의 상태 혹은 상황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태도 때문이고, 이것이 바뀌어야 합니다. 한국 사회가 비정상으로 밀쳐진 모든 존재가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는 약자생존의 광장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연대해갑시다.”

 

 

〈느릿느릿하고 돌아버린 행진〉이라는 이름처럼 함께 도는 퍼포먼스를 했어요!

손담비의 〈미쳤어〉에 맞춰 함께 빙글빙글 돌았어요~!

 

 

(도로 위를 느릿느릿 걸어가는 행진 대열 사진)

 

 

“지금 잠시 멈추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보겠습니다. 돌기 어려우신 분은 바람개비나 꽃, 휴대전화, 우산 등을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해진 형식은 없습니다. 자유롭게 돌아주십시오.”

 

깔깔깔 웃으면서 돌아버린 우리들,,!

 

 

('비정상의 저항과 혁명을 기대하라', '정상의 세계를 부수자!' 피켓을 들고 손을 맞잡고 걷는 두 사람의 사진)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거나 나의 저항을 기대하라!' 피켓을 들고 행진 중인 사진)

 

 

(다양한 피켓을 들고 행진 중인 사람들 사진)

 

 

신경다양성지지모임 세바다의 한상헌님의 발언이 이어졌어요

 

(한상헌님이 트럭 위에서 발언하는 사진)

 

 

한상헌 (신경다양성지지모임 세바다)

"신경 다양인 당사자인 저는 시각과 청각 등 감각기관이 민감해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번화가와 카페에 가기가 힘들고 공공장소에서 활동하는 것이 힘들지만, 어떤 사람과 단 둘이 있을 땐 상대방의 목소리, 표정 변화에 아주 민감히 반응을 할 수 있기에 넌 내 마음의 변화를 참 잘 알아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 왔습니다.

예민한 것이 단점이기만 할까요? 장점일 때도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특성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각종 특성을 지닌 신경 다양인 친구들과 친해지시거나 함께 일하시려면 이 친구가 어떤 특성이 있나 장애와 비 장애라는 선입견 없이 바라보기도 해 주십시오.

(…)저는 이제까지 여러 노동 현장에서 일을 해 왔습니다. 인간의 다양성과 질병과 장애에 별 관심이 없으신 분들께서 약간의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동료를 회사 또라이라 낙인을 찍고 다니셨고, 저 또한 “너는 우리 회사 미친놈이다.”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습니다. 저는 저 회사 미친놈, 회사 또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엔 정말 슬프고 힘들었었지만, 곧 저만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편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동료들과 말투가 약간 다르고, 어떤 개념을 설명하는 방식이 약간 다르고, 사회성이 동료들보다 조금은 떨어지는 저에게 붙여진 우리 회사 이상한 놈의 정체성은 상투적인 말투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행동만 허용하겠다는 갑갑하고 보수적인 조직문화에서 비정상이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 타고난 잠재력을 묻어버린 채 남들 다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재미도 없는 워크샵과 회식에 강제로 참석해서 영혼도 없는 아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회사에서, 모임에서 어떤 정체성을 부여받으셨나요? 당신을 정의하는 자의 논리가 당신의 전부입니까?"

 

 

〈약자생존〉 발언문 전문 보기(클릭)

 

('비정상의 저항과 혁명을 기대하라'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행진대열 사진)

 

 

'정상성'의 세계에 균열을 내는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을 마무리하였어요!

 

 

"정상의 세계를 부수자!

약한 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예민하고 약한 자들이 세상을 바꾼다!

아픈 몸이 세상의 기본값이다!

 

 

('잘아플 권리를 보장하라!',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한 온다, 행크, 단호박 활동가 사진)

 

 

('두려워하라 비정상의 저항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피켓을 들고 있는 보리 활동가 사진)

 

 

우리의 광기가 세상을 구원할 거야!

잘 아프자, 잘 미치자, 잘 사랑하자!

저항이 나의 쓸모다!

비정상의 저항과 혁명을 기대하라!

두려워하라, 비정상의 저항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광기가 세상을 구원할거야!' 피켓을 들고, 꽃을 귀에 꽂고 행진하는 두 사람 사진)

 

 

('정상의 세계는 이미 부서지기 시작했다!'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사진)

 

 

약자생존 후기의 마무리는 본행사 사회를 맡은 제이의 닫는 발언으로 마무리 해볼까해요!

약자생존에서 와 주신 분들보다 훨씬 많은 약한, 아픈, 미친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계실텐데요. 약자들이 편안하게 누릴 수 있는 이런 자리가 사회에 더 많이 생겨나면 좋겠습니다!!

 

 

('약자생존' 참가자, 스탭, 시민들이 모인 단체 사진)

 

 

감사합니다!

 

 

 

 

 

 

만든 사람들

 

주최: 다른몸들, 신경다양성지지모임 세바다, 한국여성민우회

지원: 아름다운재단

기획단: 리얼리즘, 반다, 이칼, 제이, 해파리

민우회 성평등네트워크팀: 나우, 노새, 수달, 제이, 해파리

발언: 김연주, 박은영, 사라, 이도, 왈왈, 연혜원, 쟁뉴, 해수, 한상헌

현장설치물 제작: 주지나

웹홍보물 디자인: 사뭇

현장설치물 디자인: 오늘의풍경, 수달, 디자인 기린(조짱)

문자통역: 줌속기사무소(주다영, 정순웅)

수어통역: 장진석, 변정현

영상촬영: 오유진

사진촬영: 정운

공연: 이랑, 슬릭

일다 연재: 반다, 리얼리즘, 꼬깜, 제이, 루

트럭 및 음향: 애드토탈

빈백 대여: 폴리몰리 빈백

용달: 박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