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 또한 차별금지법연내제정 농성단으로 지난 12월 9일 오전10시부터 12월 10일 오전10시까지 24시간 농성장을 지켰는데요. 농성의 일환으로 해당일 저녁 7시~9시까지 성소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X한국여성민우회 주관으로 1, 2부로 나뉜 문화제를 진행하였습니다.
1부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한희님이 사회를 맡아 패널인 오소리(행동하는 성소자연대), 온다(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화정(가족구성권연구소) 세 분을 페널로 모셔서 '가족'구성권 토크를 진행해 주셨는데요. 해당 시간을 통해 패널인 오소리님을 통해 현재 동성부부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계신 상황을 들을 수 있었고, 동성부부 뿐만아니라, 법률혼, 혈연 중심의 복지제도에서 차별받는 원가족과 단절한 청소년의 사례, 비혼 1인가구, 친구/동료/연인과 함께 살고있거나 살고자하는 사람들의사례를 화정님과 온다활동가가 소개해주셨습니다. 토크쇼에서 얘기되었던 것처럼 혼인 여부, 가족 형태, 성적 지향, 성별 등을 차별 사유로 명문화하고 시정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된다면, 가족차별을 없애는 시작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민우회가 바톤을 이어받아 바사활동가의 사회로 '페미는 참지 않아' 라는 제목으로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일상에 스며든 차별과 혐오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를 발언하는 지리였습니다. 개인 일정상 참여가 어려우셨던 분들도 기꺼이 대독 글을 남겨주시고, 또한 쌀쌀한 날씨에도 '페미는 참지 않아'에 발언하고 참여하기 위해 자리를 찾아주신 분들 덕분에 행사는 잘 마무리 될 수 있었습니다.
한 분 한 분이 발표해주셨던 발언문들은 우리에게 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한지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발언들이 었는데요 해당일 부득이 참여가 어려우셨던 분들을 위해 발언해 주셨던 글들을 끝으로 후기를 마무리 할까 합니다.
※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는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요구하며 11월 8일부터 현재까지 국회 1문 앞 농성장에서 24시간 농성을 진행하고있습니다. 일정이 되시는 분들은 농성장에 방문하셔서 차별금지법 제정 활동에 함께 해주세요!
※ 참여자 발언문 ※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사무처장
최유경
안녕하세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에서 활동하는 유경입니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고 계시는 페미니스트 동료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보냅니다. 각자의 어려움 속에서도 외치는 목소리들이 끝내 차별금지법의 단초가 될 것을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왜 이렇게 추운 날씨에 국회 앞까지 와야 했는지는 질문해볼 일입니다. 당장 현재에 발 딛고 살아가는 우리가 요구하는 차별금지법은 누구나 존중받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보장입니다. 차별금지법이 누군가에게는 보장해달라고 외쳐도 다 했냐며 웃으며 돌아설 수 있는 사소하고, ‘표가 되지 않는’ 일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내 삶이 다른 존재들과 똑같이 존엄하다는 확인입니다.
저는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을 하며 수많은 여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없는 한국의 사회에서 여성 청소년들, 또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일상은 그 자체로 폭력이고 차별입니다. 고작 몇 주 전에 밝혀진 대구 한 고등학교의 두발 규제만 해도 충격적인 실태입니다. 앞머리를 손으로 누른 상태에서 눈썹 위 이마 일부가 드러나야 하고, 옆머리는 귀가 드러나야 하며 뒷머리는 옷깃에 닿지 않는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대체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이렇게 구체적 학칙뿐 아니라 ‘많이 나아졌다고 평가받는’ 요즘 학교에서는 여학생의 속옷 색깔부터 마스크 색깔까지 규제합니다. 스쿨미투로 고발된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헤드라인의 성폭력들만이 청소년들의 일상을 위협하지는 않습니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결정들을 내가 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머리와 옷차림뿐만이 아닌 머리와 옷차림조차 내 스스로 결정할 내 삶의 자기결정권이 내게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인권의 박탈입니다.
청소년들은 쉽게 자신의 현재를 유예 당합니다. 어른이 되면, 좋은 대학에 가면, 네가 성인만큼의 판단력을 가지면 할 수 있다는 말들은 너무나 쉽게 청소년에 대한 폭력을 용인시킵니다. 하지만 어리다고 해서 청소년들이 겪는 폭력과 차별이 없던 일이 됩니까? 나중에는 정말 해결할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나중이라는 말을 연호했던 이들처럼, 청소년뿐만이 아닌 소수자들이 겪는 문제는 끝없이 유예되고 미뤄질 뿐입니다. 이러한 체계 속에서 차별과 폭력을 벗어나는 나중의 방법은, 결국 다른 이들을 짓밟으며 또다시 차별과 폭력을 재생산하는 것뿐입니다.
대선이 이제 고작 세달 가량 남았습니다. 표가 되지 않거나, 표가 될 수 없는 이들의 안전과 존엄을 너무나 쉽게 외면하는 후보들의 면면을 매일매일 목격합니다. 차별을 금지하자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가, 이렇게나 어렵고 고될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차별과 폭력의 유구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여기서 그 끝없는 고리를 끊어내기로 선언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나중이 아닌 지금, 우리가 어리고 미성숙한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출입하지 못하는 공간이 없으면, 어리다는 이유로 다른 이로부터 쉽게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이 아닌 지금 여기에 우리의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제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여성들이 노동 과정에서 겪는 각종의 차별
민우회여성노동팀: 열쭝
안녕하세요? 저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 열쭝입니다. 여성들이 노동 과정에서 겪는 각종의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기억나시죠? 지난 3월은 채용성차별에 대한 공분이 뜨거웠습니다. 여성들은 여전히 면접 과정에서 “결혼계획은 있냐?”, “남자친구는 있냐?”,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하지 않냐?”는 시대착오적인 질문을 받았습니다. “결혼과 출산 계획이 있다”고 하면 직장생활을 못 할 거라는 의심을 받고 “계획이 없다”고 하면 이기적이라고 훈계를 듣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질문은 대다수 여성들에게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면접 예상 질문에 단골로 들어가 있으니까요. 여성들은 사회에 첫발을 딛기 전부터 이런 성차별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아니, 이렇게 대놓고 사람을 차별해도 되나’ 생각했는데요. 알고 보니 그래도 되는 거였습니다. 만일 제가 면접장에서 이런 성차별 질문을 듣고 노동부에 진정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아마도 길고 복잡한 조사 끝에 “차별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런 질문을 받은 것과 채용 당락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노동부가 이렇게 나오는데 어떤 기업이 알아서 평등한 채용절차를 운영하겠습니까?
어찌어찌 운 좋게 채용을 통과해도, 성차별은 계속됩니다. 올해 연구결과를 보면, 여성노동자의 42%가 성차별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합니다. 잡무나 허드렛일을 강요하고, 부적절한 호칭을 사용하고, 외모를 지적하고, 애교나 친절을 강요하고, 성별에 따라 능력이 다르다고 생각해 여성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이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다”이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요?
더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히는 것은, 이런 차별에 질문을 던지는 ‘페미니스트’를 다시 차별하는 '백래시'입니다. 올해 내내 뜨거웠던 그 문제의 손가락 다들 아시죠? 급기야 제품 홍보 포스터에 ‘집게 손가락’ 그림이 들어갔다고 해당 디자이너가 징계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민우회는 ‘백래시에 불호령을 내리는 성명서’를 페미니스트 노동자들과 함께 만들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갖가지 차별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알바 면접 때 저의 짧은 머리를 유심히 보던 사장님이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 “직장내 차별을 말했을 때 성별 문제로 치부하면서 문제를 일축한다”, “상사를 대할 때 페미니즘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한다” 성명서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목소리입니다. 백래시는 여성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실재의 위협인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의 노동시장은 여성을 차별하고, 그 차별을 바로잡으려는 페미니스트를 다시 차별하고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를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여성도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이 당연한 요구를 외면하는 국회의원, 정부는 필요 없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2022년, 그래서 감히 여성 구직자와 노동자에게 차별 발언을 하지 못하고 페미니스트에 대한 혐오 발언을 못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모인 우리 페미니스트 시민들이 함께 그 새 세상을 열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성폭력상담과정에 확인되는 점점 더 교묘해지는 차별과 피해 사례를 중심으로
민우회성폭력상담소: 베리
안녕하세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베리입니다.
최근 지인과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 세대보다 지금 차별의 정도가 낮아진 것 같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나아진 것 같으면서도 나아지지 않은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차에, 다른 지인이 “교묘해졌다.”고 말하더군요.
네, 차별은 갈수록 교묘해집니다. 성폭력상담을 하다보면 성폭력 피해를 말하고 난 후 공동체 내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직장 내 코로나 확진자가 있다는 걸 피해자에게만 안 알려준다거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당연한 불편함들을 ‘피해자가 말한 탓’으로 돌립니다. 티비에서는 성폭력 가해자 서사가 판을 치고, 펜스룰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사람, ‘가짜’미투가 ‘진짜’ 미투를 망치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듣습니다.
이 모든 차별에 문제제기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문제제기는 커녕 ‘이게 왜 문제냐’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이 괴롭기도 합니다.
1995년 당시 여성발전기본법에서 성희롱이 정의되면서 ‘기분 나쁘고 이게 잘못된 것은 알겠’지만 처벌받지 못했던 여러 행위들에 문제제기가 가능해졌습니다. 여전히 ‘사소한 행동’으로 조직을 균열낸다고 욕하는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이제 성희롱이 범죄라는 건 압니다. 상담전화로 오는 내담자들도 정의할 단어를 못찾기 보다는 ‘이게 성희롱이, 범죄가 맞는지’를 묻습니다.
성폭력은 욕정과 성욕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으로 만들어집니다. 직장 내 위계관계, 성별 등등 다양한 위계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이 성폭력입니다. 규정되지 않았던 행위들을 ‘성희롱’이라 명명하면서 이를 벌하는 것은,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규정하는 차별금지법과 닮아있습니다. 점점 교묘해져가는 차별에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모든 차별이 법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의 안전과 최소한의 안정감을 해치는 상황이 계속되고, 이를 문제제기 했을 때 “예민해서”, “메갈이라”, “페미라”서 문제제기하는 사람을 잘못됐다고 이야기되는 상황은 막아야 합니다. 우리의 힘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구조적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습니다. 성폭력이라는 사회적 불평등이 만든 상황을 가해자 개인의 ‘일탈’로 보지 않습니다. 차별은 사회적 문제입니다. 개개인이 이를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회가 이를 문제라고 규정해야 할 때입니다.
이제 우리는 문제를 문제라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인 위력을 조금이라도 제거하고 말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목숨을 걸고, 본업을 걸고, 나의 커리어를 걸고, 나의 인간관계를 걸고 차별을 말해야 합니까. 언제까지 ‘나중에’라는 말로, 차별의 상황을 ‘다 됐죠?’라는 말로 제쳐둘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2021년 핫플레이스는 인천인가? 페미니즘이 뭐길래
인천여성민우회
사무처장 나르샤
인천에 사는 나르샤입니다.
인천에 살면서 인천에 대한 편견, 성차별을 목격하는 것은 좋은 경험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차별이 어떻게 사회의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지, 성평등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분산시키는지를 분명히 알기 위함입니다.
2021년 인천을 뜨겁게 달군 민원이 있습니다. 지난 5월 인천시가 운영하는 '마을과 사람을 잇는 페미니즘 소모임 지원 공모사업' 관련 민원이 1천 건 이상 접수되었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국민신문고 1천69건, 시민청원 276건, 전화 민원 100건, 반대 집회 1건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업이길래 전국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대했을까요?
인천시 페미니즘 소모임 지원사업은 인천시민 또는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5인 이상 소모임에 모임당 최대 200만 원을 지원합니다. 소모임 주제는 '성평등 문화 확산', '성평등한 일·생활 균형 확산', '성평등 교육활동', '성평등 정책·교육·문화 콘텐츠 개발' 등입니다. 이 사업은 인천시가 주민참여예산으로 시민들로부터 제안받아 추진했고 주민 총회 등의 절차를 거쳐서 사업 공모에 이른 것인데요. 다른 지자체도 이와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유난히 인천만 화제를 일으킨 이유는 '페미니즘'이란 용어를 사업명에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사업 공모 기간에 인천시 시민청원 게시판은 찬반 의견들이 독차지했습니다. 반대 청원은 "페미니즘 소모임을 지원하지 말라"는 내용이고, 찬성 청원은 "페미니즘 지원을 응원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게시판을 도배하고, 젠더 갈등으로 헤드라인을 만들어 공론화에 이릅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하여 마치 그럴듯한 이야기처럼 믿게 만들거나 지적하는 것으로 세간에 오르내리게 만들죠. 성불평등 문제가 포괄적이고 뿌리 깊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없애기 위한 사업의 본질은 외면하고, 논란을 만들어내어 문제 인식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약화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그러한 논의 자체를 다시 한번 주변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페미니즘이 뭐길래? 이런 극단적인 관심을 받았을까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페미니즘을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ㆍ경제ㆍ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성차별적 억압은 근본적 모순, 즉 다른 모든 억압의 근본이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성차별·착취·억압을 끝내려는 페미니즘은 관계를 바꿔서 인간 상호작용에서 억압과 위계가 없는 존중과 평등을 말합니다.
모든 사람은 차별했거나 차별당했고 억압했거나 억압당했습니다. 성차별적 억압은 사람들 대부분이 다른 형태의 집단 억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도 전에 받아들이도록 사회화되는 과정을 먼저 겪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형태의 억압들은 유사한 제도적·사회적 구조의 지원을 받고 있고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성차별적 억압을 뿌리 뽑는 것으로 모든 차별과 억압을 제거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형태의 차별을 제거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의 일부는 페미니즘의 긍정적 의미보다는 부정적 견해에 익숙합니다. 우리는 지금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가진 긍정적 의미를 회복시키고 유지해야 합니다.
민원의 핫플레이스 인천을 기억하며 문제의 본질이 사회구조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이고, 페미니즘은 우리의 일상으로 이어질 것을 선언합니다. <끝>
“차별”이 허용되는 ‘가족’은 없다
고양여성민우회
사무처장 리아
-‘가족’과 ‘가족이 되지 못하는’ 사람
대한민국이 규정한 가족은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 (민법 제779조)이다. 이 범위에 들어오지 못하는 가족이 무수하다. 모두가 ‘가족’이라는 틀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에 용어는 상관없을 수도 있다. 단, 차별이 없거나 차별을 보완할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면. 만일 가족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개인시민으로서 사회제도적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라면 가족구성권 자체가 의미 없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가족으로 권리를 인정받아야 최소한의 제도적 안녕이 가능한 한국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가족구성권 김순남 대표는 민법 조항이 삭제되어야하는 이유로 ‘가족의 범위’ 조항에 근거해서 “조세, 준조세, 재산, 의료, 입양, 주거뿐만 아니라 고용영역이나 가족정책 전반에 맞물려 시민으로서의 자격과 역할이 규정되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자들에 대한 차별을 공고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가족다양성’을 넘어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가족정책을 제안하며> 토론회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의미(부여)초과 상태다. 사회에서 규정하고 확대재생산한 가족의 의미 안에 들어와 있는 ‘따뜻하고 서로의 위안이 되고 사랑이 넘치는’ 가족은 매우 드물다. 사랑으로 포장된 가족이데올로기가 강한 사회일수록 범위 밖의 가족형태에 대해서는 가차 없다. 혈연가족주의가 강조될수록 가족관계를 단절하기도 하고, 가족 내 폭력은 유지되기 쉽다. 김순남 대표의 말대로 “가족을 넘어서도 인간다운 생존과 삶이 가능할 때, 가족관계 내에서도 친밀한 결속이 가능하다.”
법과 제도가 허용한 범위 안에 들지 않을 때 어떤 불이익이 돌아가는지 “정상”의 범위에 들어있을 때는 감지하기 어렵다. 일단 수술 동의 등 의료 행위에 권리행사가 필요할 때. 현행 의료법상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수술을 할 때 의사는 환자 본인 또는 법정 대리인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때 법정 대리인은 법률상 부부, 부모, 자녀, 친지 등으로 한정된다. 이뿐이 아니다. 현행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형태의 부부는 세금 혜택도 받을 수 없으며, 건강보험은 각자 가입해야 하고, 연말정산에서 배우자 소득공제도 받지 못한다.
12월 14일 고양여성민우회가 주최한 공동체토크쇼 “다양한 가족, 공동체를 상상하다”에 패널로 출연한 비혼지향 공동체 공덕동하우스 당사자는 “고용, 주거, 의료, 보험, 금융, 복지의 영역에서 가족 구성원이 함께 혜택을 받으려면 지금으로서는 꼭 결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하죠. 회사 생활을 하면 가족의 경조사 때 휴가를 사용할 수 있지만, 혼인관계에 있지 않은 ‘가족’의 경조사는 예외죠. 결혼으로 ‘한 큐’에 해결된다고 여겨지는 많은 영역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개인을 중심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비혼여성공동체 에미프(emif)도 주거제도 마련을 우선으로 들며, 신혼부부에게는 턱없이 낮은 대출제도가 비혼들에게는 너무나 넘기 힘든 벽이 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의료제도에 관련해서도 사전수술동의 의사확인서를 만들어서 공증을 통해 몇 년간 효력이 유지되게 해두는 등 개인이 각자의 삶을 책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금은 차별금지법이 최선이다.
가족구성을 재정의하고 차별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한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민인식조사와 국회 청원 등 여러 경로로 그토록 정치인들이 떠들어대는 ‘사회적 합의’수준이 드러났으나(사회적 합의를 이뤄야하는 사안인지는 차치하고) 국회는 정지상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는 국민 10명 중 8명이 우리 사회의 차별이 심각하며(82%), 이 문제를 지금처럼 대응한다면 사회적 갈등이 더 심해질 것(72.4%)이라는 응답이, 자연스럽게 완화·해소될 것(32.1%)이라는 응답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차별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82.2%로, 반대한다는 12.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런 상황에도, 지난 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2024년 5월까지로 또 밀쳐놓았다.
2007년 차별금지법이 발의되고 무산되었을 때 ‘성적지향’ 항목을 삭제하는 것에 대해서 성소수자인권단체의 반발이 가장 컸지만, 당시 여성단체도 성명을 내어 “성적지향, 학력, 가족 형태 등 7개 항목 삭제가 여성들에게 미칠 영향을 지적했으며, “’동성애 확대로 인한 결혼율의 감소와 저출산 문제’를 문제 삼은 보수기독교단체의 지향은 여성 몸의 재생산권을 여성의 몸으로부터 국가에 양도하는 가부장적 국가주의 담론과 맞닿아 있다”고 비판했다... 출처: 차별금지법 제정,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국회에게 - 일다
민법 개정과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제정 등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있는 일련의 제개정이 멈춰있는 것은 가족으로서의 지위를 보호받지 못하는 시민들이 적체되어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풀지 않고는 실제 함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안전한 가족구성권은 확보되지 않으며,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출산율 감소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혈연•이성애부부중심에 묶여있는 가족제도 등 사회안전망의 부재가 결혼과 출산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그것이 증가해야한다는 의미와는 다르게) 존재하되 인정되지 않은 자들의 권리가 폭넓게 확보될 때 시민들은 이 사회가 조금은 더 자녀를 낳고 키울만하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동성애자 퀴어 페미니스트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설이
저는 5년째 동성 파트너와 연애 중이고 파트너와 함께 강아지를 키우며 동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종종 주변의 친구들에게 파트너를 소개할 때면 파트너를 제 아내나 부인이라고 소개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파트너”라는 외국말로 소개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동성 커플이라 한국에서 법적으로 부부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암 투병 중인 어머니가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폐암 환자이신데 올해 암이 뇌로 전이되었습니다. 사실상 완치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만약 저희 어머니께서 투병 끝에 돌아가신다고 하더라도 제 파트너는 저희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오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아직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를 직접 키워주신 저희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상주 노릇을 하면서 많이 슬펐지만 그때 한달음에 달려와주신 고모부들 덕분에 큰 힘이 났습니다. 그리고 고모부들뿐 아니라 고모부들의 직장 동료들까지도 조문을 와주셨을 때 정말 힘이 났습니다. 만약 저희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제 동성 파트너도 배우자 모친상 휴가를 쓰고 저희 어머니의 장례식장 한켠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현재 5년째 연애 중이지만 저희 어머니께서는 아직도 제가 모태솔로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저희 어머니의 소원은 그저 제가 좋은 사람을 만나서 외롭지 않게 잘 사는 것입니다. 만약 차별금지법만 제정된다면 저도 저희 부모님께 제 파트너를 저의 여자 사윗감으로 소개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부디 저희 어머니의 병세가 더욱 악화되기 이전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서 저희 어머니께 파트너를 소개해드리고, 일가친척 앞에서 동성혼을 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차차
집 앞 커다란 교회에 걸려 있는 '동성결혼 결사반대' 현수막이 너무 싫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교회 사람들이 결혼이 본인들이 전유한 특권인줄 아나.. 뭐 알고서 혐오로 가득찬 말을 그리 쉽게 하는지, 등교길에 볼 때마다 삶의 에너지가 빠져나간다. 법으로 교회가 하는 짓이 폭력 범죄라는 걸 알려줄 수 밖에... 아, 이런 한국... 화가 난다.
페미는 참지 않는다 이놈들아~~~
김회장
매년 매월 매일같이 쏟아지는 여성혐오 여성차별 여성을 향한 폭력을 마주하며 사는 우리를 어쩌면 법을 만들고 통과시킬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 국회의 많은 국회의원들은 모르고 모를 수 있고 외면하고 외면하고 싶을 것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목이 쉬어라 허리가 구부러져라 시민들에게 뽑아달라 잘하겠다 호소하면서도 어떤 목소리는 시민의 목소리로 취급하지 않으며 무시하고 없는 셈 쳐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별받는 이들과 차별하는 이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갈등이라는 단어로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 폭력과 배제를 너도 나쁘고 쟤도 나쁘다며 퉁치고 싶어 합니다. 차별하지 말자는 그 간단한 구호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싫어 기를 쓰고 모르는척하며 페미니즘을 페미니스트를 악마화 하며 극단적인 과격한 무시무시한 사람들로 묘사하고 그들에 대한 혐오를 조장합니다.
성별에 관계없이 차별없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그렇게 무시무시하고 과격하다고 생각하는 당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늘 해오던 대로 차별하고 싶다고 남들이 하던대로 혐오하고 사회가 그래왔던 대로 취급하고 싶다는 고백입니까? 여성의 저임금노동으로 여성의 돌봄 노동으로 여성의 공짜노동으로 여성을 물건처럼 착취하며 살아온 시절이 좋았는데 더 못하게 되어 화가 납니까? 사회적 합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은 하기 싫다는 말입니다.
나중에?? 나중에는 핸드폰 운영체제 업데이트나 나중에 하는 거지 불평등, 차별에 대해 생각하기 싫고 일 하기 싫으면 국회의원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국회의원 왜 합니까? 다음 선거 그 다음 선거만 준비하느라 표계산 하느라 차별하자는 사람들, 혐오자들의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들을 가치가 있는 것처럼 의미 있는 이야기인 것처럼 부둥부둥 하느라 차별받는 사람들 고통 받는 사람들 죽어가는 사람들 그렇게 만드는 제도, 구조들은 내 팽개치려고 국회의원 하나요? 사람을 때리는 데 합의가 필요합니까? 사람을 살리는 일에 합의가 필요합니까?
당연한 겁니다. 당연히 사람 때리면 안 되고 당연히 여성이라서 때리고 여성이라서 죽이면 안 됩니다. 당연히 여성이라서 적은 임금을 받으면 안 되고 여성이라서 채용차별 받으면 안 됩니다. 여성이라서 독박육아 가사노동 아휴 언제까지 이렇게 당연한 얘기를 이렇게 일 끝나고 집에서 쉬지도 못하고 추운데 길거리 나와서 해야 합니까. 사회적합의 라는 건 말장난이고 기만입니다.
나중에요? 님 월급이나 나중에 받으세요… 다했죠? 다 안했다~~~~~~~~ 페미니즘의 가치에는 동의하는데… 극단적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가치에 동의하면 행동하세요. 차별금지법 만드세요. 동료의원들 설득하고 빨리 통과시키세요. 뒤에 말은 다 변명이고 쓸데없는 말입니다.
그 자리 그 권력을 가지고도 그 정도 생각밖에 그 정도 행동밖에 못한다면 저 같으면 쪽팔려서라도 그 일 그만 두겠습니다. 그 자리에 가서 더 많은 시민을 위한 더 평등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고, 할 수 있는 사람들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 많습니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제정을 아무리 미루고 버텨도 반드시 페미니즘이 상식이 되는 사회는 옵니다. 배제되고 차별받고 억압당한 사람들이 평등해지는 세상이 옵니다. 그게 맞으니까요. 그게 당연하니까요.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많은 시민들이 싸우고 외치고 다치고 죽었습니다. 말장난 하면서 기만하고 내팽개치라고 10만 국회입법청원 한 게 아닙니다. 역사에 당신들은 그 당연하고 소중한 가치를 반대하고 막은 사람들로 기억될 것입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건 부탁 아니고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서의 명령이고 권리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지금 당장! 응급 시급!
새벽바람
제가 다니는 회사는 극남초회사입니다. 하나하나 세어본 적은 없지만, 짐작하건대 회사 인원의 90%는 남자일 거예요. 십여 년 전, 수십 년 전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래도 여성 직원들이 지금보다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근속연수가 20년 이상인 직원 분의 말로는,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라는 영화 속 회사 풍경이 과거 우리 회사와 많이 비슷했다 하더라고요. 지금과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그때도 남자가 여자보다 많은 인원으로 메인 업무를 맡아 했고. 여자는 비서들만 뽑았고, IMF를 거쳐오며 그나마도 거의 짤렸고… 그렇다보니 지금까지 근무하는 여직원들은 어떻게든 버텼거나 또는 회사에서 아주 극소수로 새로 뽑은 이들 뿐이에요.
여성에겐 대개 사무나 민원 대응 위주로만 업무를 쥐어주는데 회사가 현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곳이다보니 여자를 무시하는 말은 아주 기본입니다. 저한테도 종종 거리낌없이 얘기해요. “여자들이 현장에서 일하긴 아무래도 힘들지.” 시켜본 적도 없으면서요. 더군다나 같이 일하는 여성 직원들 중 오래 근속한 분은 현장도 나가봤다 했고, 또 어떤 여성 동료는 현장에서만 일을 하다가 이곳에 취직해 사무를 보는 건데도요. 자기들이 업무 배제를 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어차피 여자들은 못 버텨~ 하는 걸 보면 남직원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우월감에 취해 말하는구나 싶죠.
비정규직들 또한 대개 여성들로만 뽑는데, 그래서 또 비정규직/여성/이 하는 업무를 경시하더라고요. 당연히 누구나 할 수 있고, 아무나 대체해도 되는 일들이라고. 코로나 때문에 재택 근무를 할 때는 현장에서 일하는 남직원이 한 말도 건너들은 적이 있었어요. 집에서 서류만 보니까 꿀 빤다, 고. 정작 사무 업무를 보는 비정규직 사원들은 모두 일이 밀릴까봐 초과 근무까지 하는데, 알아주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과연 그걸 ‘꿀 빤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렇듯 코앞에서 듣고 겪는 불합리함을 신고하게 된다면, 무엇으로 해야 할까요? 고용 형태의 차별? 직장내 괴롭힘? 여성 차별? 어떤 일에서는 여성이라서 겪는 차별이 크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고용 형태로 인해 겪는 차별이 크다고 느껴요. 동일한 직장에서 겪는 건데도 말이에요.
이런 것들을 단순히 한쪽으로 몰아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나눠서 따로따로 신고해야 하는 걸까요? 제가 만약 직장 내에서 커밍아웃을 하거나 아웃팅을 당한다면, 그 이후에 겪는 차별들은 과연 ‘무엇을 이유로’ 당했다며 분명하게 나눠 말할 수 있을까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부당한 대우를 하고, 차별적인 발언을 한 사람들이 한순간에 바뀔지, 바로 처벌받을 수 있을지 묻는다면. 솔직히 말했을 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시행을 언제하든 그게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예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 당장을 말하고 싶습니다. 정착되기까진 시간이 걸리니까, 지금은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니까, 당연히 하루라도 빨리 제정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여태까지 제정하지 않은 바람에 꾸준하게 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거 아닐까 싶거든요. 저에게 여자는~ 하면서 이야기한 사람들이, 스스로 차별이라 인식하고 말한 건 아닐 테니까요. 네, 아마도...
“한국 사회에서는 ‘차별을 알아차리기’ 위한 법으로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홈페이지에서 봤던 문장인데 저는 이 말에 깊이, 진심으로 동감합니다.
우리의 일상에 녹아있는 차별과 혐오. 그것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그리고 좀 더 나은 세상과 평등하게 함께하는 사회를 위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하루 빨리, 지금 당장. 제정되길 바랍니다.
나의 차별 이야기
바람
8살때 경상도에서 서울로 이주하였습니다. 거주 할 집을 당장 구하지 못해 친척 어른의 집에 온가족이 잠시 머물렀습니다. 사촌 언니와 이야기를 하다가 "언니 궁디에 뭐 묻었대이"라고 말했습니다. 언니가 나에게 궁디가 뭐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궁디가 궁디인데 뭐냐고 물으니 뭐라고 답해야할지 몰랐습니다. 아마 언니와 나는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했을 듯 합니다. 언니가 궁디를 엉덩이라고 말했습니다.
엉덩이라는 단어가 너무 낯설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어색한 그 단어를 말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알았습니다. 당연한 나의 단어와 억양이 이곳에서는 다르게 들리는구나. 낯설었지만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서울 학교에 갔습니다. 수십명의 친구들을 보며 나의 단어와 억양으로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그 시절 기억이 거의 없지만 선명한 장면이 있습니다. 친구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나를 빙 둘러싸 나에게 계속 말해보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입을 열면 웃으면서 나를 놀렸습니다.
친구들이 나에게 말해보라고 요구할 때마다 나는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단어와 억양이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점점 말을 잃어갈 때 누군가가 울타리가 되어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당시 나의 가족들도 낯선 곳에서의 적응과 출산 후의 우울증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불안하고 외로웠습니다. 학교는 즐겁지 않았습니다. 집에서는 숨을 곳이라도 있었지만 학교에서는 숨을 곳이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나를 보호해주기를 바랐지만 선생님도 친구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학년이 끝나고 겨울방학기간동안 '서울말'을 쓰겠다며 방에서 혼자 펜을 입에 물고 말을 고쳤습니다. 2학년때는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게 언어세탁을 했습니다.
다른 것이 '다름'으로 온전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 '이상함'으로 분류되고 차별받고 혐오를 겪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존재가 지워지는 것을 반대합니다.
만약 그때 내가 8살이던 시절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침 출근길에 생각해보았습니다. 당시의 친구들을 지금은 원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선생님에게는 질문을 계속 하게 됩니다. '그때 선생님은 왜 그랬을까?' 만약 그때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선생님은 소위 주류와 '다른' 누군가를 놀리는 것은 차별이라고 말하며 주류와 '다른' 아이의 울타리가 되어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요.
우리는 어느 하나 똑같을 수 없습니다. 너무나 다른 존재가 모여 세계를 이룹니다. 그렇기때문에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출생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생지역, 출신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학력, 병력 등의 이유로 우리는 차별과 혐오를 경험해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존재는 다르고 복합적입니다. 다양한 정체성이 내 안에서 교차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차별금지의 사유에서 어느 것은 허용되고, 어느 것은 나중으로 미뤄질 수 없습니다.
대통령선거때만 되면 차별금지법의 찬반이 대통령 자질을 묻는 바로미터로 작동되는 현실에 분노합니다. 어떤이는 "나중에"를 말했고, 어떤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다면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고, 최근의 또 어떤이는 차별로 인한 누군가의 절절한 절규에 "다 됐죠?"라고 말하며 존재를 비아냥 거리며 사라졌습니다.
다 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 역할을 하고 그래서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지 "다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만적인 "다 되었죠"를 그들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다 되었다"고 우리가 우리에게 말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반드시 오는 그날까지 하루 하루 잘 먹고, 잘 자고, 자주 걸으며, 아름다운 것과 귀여운 것을 틈틈이 수집하며 타격으로 부터 우리를 지키는 힘을 기릅시다. 서로의 곁에 다정하게 오래동안 머물며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우리가 만듭시다.
조승미(승짱)
우리 어머니는 75살입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해서 현재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시행되고서 가입대상을 늘려왔지만 사업장 근무자가 적은 소규모 회사에 근무했다든가 임시직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틈틈히 일할 수밖에 없던 많은 사람들-특히 많은 여성과 일부 남성-이 있습니다. 또 남편의 국민연금 가입으로 인해 주부가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없던 시기도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매일매일 주부로 집안에서 동시에 또 집밖에서 국민연금 가입이 안 되는 노동인 비공식노동으로 진짜 열심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72살까지 일만 하고 살았고 세금 한 번 미납한 적이 없지만 국민연금 못 받습니다. 우리 어머니 같은 처지의 노년세대여성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수치는 모르지만 통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자 특성과 관련하여 남성 55.97%, 여성 21.96%로 수급률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게 차별이 아니면 뭔가요? 21세기에 더 이상 차별금지법을 미루지 말고 하루 속히 차별금지법을 시행하라. 비인간적인 이런 차별을 언제까지 할 겁니까? 차별을 금지 하면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나 더불어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이 차별금지법을 미루는 5만가지 이유
로리
인권, 누구나 누려야 하는 천부적인 권리, 차별, 개인이나 집단 특성을 이유로 부당하게 대우하는 일, 이런 단어들이 멀게 느껴질 때, 그저 추상이나 이상으로만 다가와서 나를 증명하려면 더 새롭고 구체적인 차별 사례를 찾아내야만 한다는 피로가 느껴질 때마다 제가 떠올리는 구절이 있습니다.
"보편 인권은 결국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집 근처의 아주 가까운 작은 장소에서 시작된다. 어떤 세계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을 만큼 아주 작고 가까운 장소에서 시작된다. (...) 내가 사는 동네, 내가 다니는 학교, 내가 일하는 공장, 농장, 사무실이 곧 모든 여자와 남자와 어린이가 평등한 정의, 평등한 기회, 평등한 존엄을 추구하는 장소이고. 이런 가치가 작디 작은 주변의 흔한 장소에 있지 않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평등을 지지하는 시민 행동이 없다면, 더 큰 세계에서도 진보를 찾을 수 없다" 라는 엘리너 루즈벨트의 세계인권선언 기념 연설입니다.
버스, 지하철, 사무실, 취업 기회, 휴직, 같은 돈을 내고 같은 서비스를 구입할 때, 나의 직업과 재산과 사회적 지위와 성별, 나이, 학력과 상관 없이 우리는 똑같은 기회를 누리고 편견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요. 초점을 나와 가까운 곳, 크고 으리으리하지 않고 그냥 작고 흔한 장소로 옮겨보면 평소 내가 맞닥뜨리는 차별과 불평등, 편견을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우리가 원하는 차별금지법의 존재 의의가 더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내 주변에 있는 매일 지나치고 살고 있는 장소는 편견과 차별이 가득하거든요. 서울역. 여자만 골라서 욕설을 퍼붓거나 때리려고 하는 술 취한 척 하는 남자들이 돌아다니는 곳. 몇몇 커피숍. 뜨거운 음료가 있다고 컵을 깨뜨릴 수 있다고 아이들이 앉아서 음료를 마실 수 없는 곳. 내 옆 책상. 출산휴가를 쓰기는 했지만 불안해서 원래 일정보다 1주일 빨리 복귀하기로 한 동료의 자리. 내 친구들. 꼭 한다는 건 아니지만 일단 결혼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사람들. 우리 회사? 노조가 없죠. 5인 미만 사업장인 내 친구 회사? 연차가 없죠. 이렇게 내 주변의 너무 작아서 지도에 나타나지 않는 자리에 차별과 편견이 가득합니다.
다만 이 국회라는 곳만은 그런 편견과 차별을 한번도 경험하지 않았거나 혹은 그런 건 아직도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장소인가봐요. "일률적으로 가다보면 개인 자유를 침해한다." 지금 야당의 대권 후보인 윤석열 씨가 차별금지법을 우려하면서 던진 말입니다. 윤석열 씨는 검찰총장을 해서 그런지 형량 결정 얘기부터 먼저 했는데, 아무래도 일선 애기검사가 아니고 총장씩이나 해서 그런지 상세 내용도 그렇고 기본 내용도 그렇고 직접 읽지 않고 누가 요약해서 책상 위에 예쁘게 ppt 만들어준 것만 봤었나봐요. 그렇지 않고서야 현재 정의당 차별금지법, 민주당 평등법 모두 형사처벌 조항이 없다는 걸 모를 수가 없겠죠. 그냥 윤석열 씨는 법 이름만 듣고 내용을 마음대로 상상했다. 하지만 대선후보가 2007년부터 14년 동안 계속 얘기되고 있는 주요 법안을 모르고 있다는 비판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2007년 찾아보니까 윤석열 씨는 대검찰청에 있었더라고요. 그때도 누가 요약해준 것만 읽었는지, 아니면 뭐 수사 과정에서 마음대로 상상력을 발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그랬다면 다시 읽어봐라. 이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걱정하는 형량 법안에 없고요. 오히려 그렇게 강제력이 너무 없어서 정말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남을! 차별!하지!말아라! 차별이 다른 사람의 생활을 인생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 이런 내용부터 사회의 합의를 만들어나가자는 건데 이것조차도 이해를 못하고 읽어보지도 않았다면 직무유기입니다. 사퇴하세요. -_-
여당 후보인 이재명 씨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정말 긴급한 현안 문제, 당장 닥친 위험 제거나 현실적 문제 해결을 하는 긴급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일방통행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틀 전에는 이 발언을 사과하라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분들이 요구하니까 "다했죠?" 하고 지나갔다고 하더라고요. 문재인 지지자들은 '나중에' 할 거라고 하더니 이재명은 '얘기 다 했냐'고 묻네요.우리가 되게 작게 보이고 적어 보이나봐요. 그래서 우리의 표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가보죠. 그럼 얼마나 더 기다리고 얼마나 더 고통받아야 '긴급한 현안'이 될까요? 이재명 씨, 얘기 다 안 했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당신은 아직도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우선 일방통행식으로 처리하라고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2007년부터 국회가 새로 바뀔 때마다 처리하라고 상정된 아주 오래 유예된 법안입니다. 2007년에 이재명은 뭘하고 있었느냐, 2008년에 민주당 공천을 탈락했더라구요. 2008년에 만일 민주당 소속으로 공천되고 당선돼서 국회에 들어갔더라면 차별금지법 첫번째 상정됐던 것을 알 수 있었겠지만 그때 공천이 안 돼서 몰랐던 것 같아요. 공천 탈락되고 쓰라렸던 와신상담했던 2008년을 떠올려보신다면 차별금지법을 절대로 일방통행식으로 떠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 닥친 위험 제거, 시급한 현안 문제, 이런 긴급 사안이 아니라고 했는데, 국민의 신체적 정신적 위험 제거, 만일 긴급하게 하라고 허락해주면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말을 하네요.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이익에 영합하는 우선순위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인권과 국민의 존재에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누가 더 중요하고 누가 덜 중요한지를 당신이 결정할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는데요. 이것도 역시 일단 당신이 결정하는 게 아니고요. 국민이 결정합니다. 하지만 이재명 씨는 국민적 합의를 운운해서 많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살아가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혈압을 높였는데, 일단 역시 인권은 합의 대상이 아닙니다. 한때 인권변호사였다고 얘기하고 다녔던 것 같은데 기본적인 것부터 잘 모르고 있는 것 같고. 합의라는 것이 반대편과 찬성편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전제해서 나온 말인 것 같은데, 차별을 금지하고 편견을 없애며, 다양성을 포용하고, 예외 없이 그저 글자가 아니라 살아서 적용되는 권리 보장 법안을 만들고, 아동이나 노인의 인권을 향상해야 한다고, 경제적 약자의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화로운 다문화 사회로 가야 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위협을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데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면. 당신이 보편 인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이 아니라면. 반대편의 존재를 굳이 상정하고 둘이 잘 얘기해서 합의 보세요~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사퇴하세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 심사 기한을 아예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 29일로 잡았는데, 지금 코로나로 모든 게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제가 최근 들어본 가장 먼 날입니다. 2024년. 국회 임기 마지막 날. 과연 하겠다는 걸까요? 12월 31일에 풀 근무하면 사람들이 욕하거든요. 국회가 과연 마지막 날 제대로 일을 성실하게 할까 일단 신뢰가 가지 않고요.
심지어 평등법을 발의한 민주당도 그냥 정말 우리는 이만큼 했다, 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 던져놓고 관심 끄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만큼 무능력하고 무책임합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자기들끼리 말을 해요. 그러면 사회 전체의 합의를 얘기하기 전에, 자기들만이라도 법안을 좀 자세히 읽어보고 질문을 하고, 근거를 요청하고, 들어보고, 설명회도 가지고 입장을 만들고, 이런 노력이 전혀 없어요. 대선후보라는 사람이 다짜고짜 아 형량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아서 뭐 멋대로 형량을 부과하면 이런 안 해도 될 걱정을 하고 있어요. 국민들은 자동 폐기 그만 시키고 이제 심사를 좀 하라고 10만 명이 모일 만큼, 합의를 하고 있고 차별금지법이 있어야 되는 이유에 대해서 머리를 쓰면서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당신들이 다니는 장소, 기사가 운전하는 자동차 타고 입구에서 인사 받으면서 국회 드나드는 당신들의 가까운 장소, 작은 장소에는 아마도 차별이 없을 겁니다. 보지 못하니까요. 사실은 국회 안에 정말 많은 차별과 편견이 있을 텐데 윤석열부터 이재명까지 그 상황을 보지 못하고 아 이건 급한 일도 아니야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
하고 넘겨버리는데, 당신들이 조장하는 차별과 편견이 국민의 먹고 사는 일에 영향을 준다는 얘깁니다. 누구는 직업을 잃고 더 적은 돈을 받고 누구는 통행의 자유, 노조결성의 자유를, 남들보다 더 적게 쉬고 더 많이 일하면서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구요. 노동법이 있으면 뭐하나요. 노조도 없이 허구헌날 초과근무하다가 사람이 죽고, 고등학생 실습생이 죽는다구요. 우리나라가 노동기본권이 없는 나라가 아닌데도요.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하고, 긴급한 일 현실적인 일이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마세요. 우리에게는 그리고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국민에게는 차별금지법이 가장 긴급하고,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효용이 크며, 장장 15년을 기다린 법안입니다. 지금까지 몰랐으면 이제 핑계는 그만대고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주어진 당연한 일을 하세요. 아니면 사퇴를 하시고 무지개빛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지시기 바랍니다.
한국여성민우회 또한 차별금지법연내제정 농성단으로 지난 12월 9일 오전10시부터 12월 10일 오전10시까지 24시간 농성장을 지켰는데요. 농성의 일환으로 해당일 저녁 7시~9시까지 성소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X한국여성민우회 주관으로 1, 2부로 나뉜 문화제를 진행하였습니다.
1부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한희님이 사회를 맡아 패널인 오소리(행동하는 성소자연대), 온다(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화정(가족구성권연구소) 세 분을 페널로 모셔서 '가족'구성권 토크를 진행해 주셨는데요. 해당 시간을 통해 패널인 오소리님을 통해 현재 동성부부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계신 상황을 들을 수 있었고, 동성부부 뿐만아니라, 법률혼, 혈연 중심의 복지제도에서 차별받는 원가족과 단절한 청소년의 사례, 비혼 1인가구, 친구/동료/연인과 함께 살고있거나 살고자하는 사람들의사례를 화정님과 온다활동가가 소개해주셨습니다. 토크쇼에서 얘기되었던 것처럼 혼인 여부, 가족 형태, 성적 지향, 성별 등을 차별 사유로 명문화하고 시정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된다면, 가족차별을 없애는 시작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민우회가 바톤을 이어받아 바사활동가의 사회로 '페미는 참지 않아' 라는 제목으로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일상에 스며든 차별과 혐오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를 발언하는 지리였습니다. 개인 일정상 참여가 어려우셨던 분들도 기꺼이 대독 글을 남겨주시고, 또한 쌀쌀한 날씨에도 '페미는 참지 않아'에 발언하고 참여하기 위해 자리를 찾아주신 분들 덕분에 행사는 잘 마무리 될 수 있었습니다.
한 분 한 분이 발표해주셨던 발언문들은 우리에게 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한지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발언들이 었는데요 해당일 부득이 참여가 어려우셨던 분들을 위해 발언해 주셨던 글들을 끝으로 후기를 마무리 할까 합니다.
※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는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요구하며 11월 8일부터 현재까지 국회 1문 앞 농성장에서 24시간 농성을 진행하고있습니다. 일정이 되시는 분들은 농성장에 방문하셔서 차별금지법 제정 활동에 함께 해주세요!
※ 참여자 발언문 ※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사무처장
최유경
안녕하세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에서 활동하는 유경입니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고 계시는 페미니스트 동료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보냅니다. 각자의 어려움 속에서도 외치는 목소리들이 끝내 차별금지법의 단초가 될 것을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왜 이렇게 추운 날씨에 국회 앞까지 와야 했는지는 질문해볼 일입니다. 당장 현재에 발 딛고 살아가는 우리가 요구하는 차별금지법은 누구나 존중받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보장입니다. 차별금지법이 누군가에게는 보장해달라고 외쳐도 다 했냐며 웃으며 돌아설 수 있는 사소하고, ‘표가 되지 않는’ 일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내 삶이 다른 존재들과 똑같이 존엄하다는 확인입니다.
저는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을 하며 수많은 여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없는 한국의 사회에서 여성 청소년들, 또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일상은 그 자체로 폭력이고 차별입니다. 고작 몇 주 전에 밝혀진 대구 한 고등학교의 두발 규제만 해도 충격적인 실태입니다. 앞머리를 손으로 누른 상태에서 눈썹 위 이마 일부가 드러나야 하고, 옆머리는 귀가 드러나야 하며 뒷머리는 옷깃에 닿지 않는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대체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이렇게 구체적 학칙뿐 아니라 ‘많이 나아졌다고 평가받는’ 요즘 학교에서는 여학생의 속옷 색깔부터 마스크 색깔까지 규제합니다. 스쿨미투로 고발된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헤드라인의 성폭력들만이 청소년들의 일상을 위협하지는 않습니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결정들을 내가 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머리와 옷차림뿐만이 아닌 머리와 옷차림조차 내 스스로 결정할 내 삶의 자기결정권이 내게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인권의 박탈입니다.
청소년들은 쉽게 자신의 현재를 유예 당합니다. 어른이 되면, 좋은 대학에 가면, 네가 성인만큼의 판단력을 가지면 할 수 있다는 말들은 너무나 쉽게 청소년에 대한 폭력을 용인시킵니다. 하지만 어리다고 해서 청소년들이 겪는 폭력과 차별이 없던 일이 됩니까? 나중에는 정말 해결할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나중이라는 말을 연호했던 이들처럼, 청소년뿐만이 아닌 소수자들이 겪는 문제는 끝없이 유예되고 미뤄질 뿐입니다. 이러한 체계 속에서 차별과 폭력을 벗어나는 나중의 방법은, 결국 다른 이들을 짓밟으며 또다시 차별과 폭력을 재생산하는 것뿐입니다.
대선이 이제 고작 세달 가량 남았습니다. 표가 되지 않거나, 표가 될 수 없는 이들의 안전과 존엄을 너무나 쉽게 외면하는 후보들의 면면을 매일매일 목격합니다. 차별을 금지하자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가, 이렇게나 어렵고 고될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차별과 폭력의 유구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여기서 그 끝없는 고리를 끊어내기로 선언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나중이 아닌 지금, 우리가 어리고 미성숙한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출입하지 못하는 공간이 없으면, 어리다는 이유로 다른 이로부터 쉽게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이 아닌 지금 여기에 우리의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제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여성들이 노동 과정에서 겪는 각종의 차별
민우회여성노동팀: 열쭝
안녕하세요? 저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 열쭝입니다. 여성들이 노동 과정에서 겪는 각종의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기억나시죠? 지난 3월은 채용성차별에 대한 공분이 뜨거웠습니다. 여성들은 여전히 면접 과정에서 “결혼계획은 있냐?”, “남자친구는 있냐?”,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하지 않냐?”는 시대착오적인 질문을 받았습니다. “결혼과 출산 계획이 있다”고 하면 직장생활을 못 할 거라는 의심을 받고 “계획이 없다”고 하면 이기적이라고 훈계를 듣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질문은 대다수 여성들에게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면접 예상 질문에 단골로 들어가 있으니까요. 여성들은 사회에 첫발을 딛기 전부터 이런 성차별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아니, 이렇게 대놓고 사람을 차별해도 되나’ 생각했는데요. 알고 보니 그래도 되는 거였습니다. 만일 제가 면접장에서 이런 성차별 질문을 듣고 노동부에 진정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아마도 길고 복잡한 조사 끝에 “차별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런 질문을 받은 것과 채용 당락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노동부가 이렇게 나오는데 어떤 기업이 알아서 평등한 채용절차를 운영하겠습니까?
어찌어찌 운 좋게 채용을 통과해도, 성차별은 계속됩니다. 올해 연구결과를 보면, 여성노동자의 42%가 성차별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합니다. 잡무나 허드렛일을 강요하고, 부적절한 호칭을 사용하고, 외모를 지적하고, 애교나 친절을 강요하고, 성별에 따라 능력이 다르다고 생각해 여성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이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다”이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요?
더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히는 것은, 이런 차별에 질문을 던지는 ‘페미니스트’를 다시 차별하는 '백래시'입니다. 올해 내내 뜨거웠던 그 문제의 손가락 다들 아시죠? 급기야 제품 홍보 포스터에 ‘집게 손가락’ 그림이 들어갔다고 해당 디자이너가 징계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민우회는 ‘백래시에 불호령을 내리는 성명서’를 페미니스트 노동자들과 함께 만들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갖가지 차별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알바 면접 때 저의 짧은 머리를 유심히 보던 사장님이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 “직장내 차별을 말했을 때 성별 문제로 치부하면서 문제를 일축한다”, “상사를 대할 때 페미니즘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한다” 성명서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목소리입니다. 백래시는 여성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실재의 위협인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의 노동시장은 여성을 차별하고, 그 차별을 바로잡으려는 페미니스트를 다시 차별하고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를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여성도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이 당연한 요구를 외면하는 국회의원, 정부는 필요 없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2022년, 그래서 감히 여성 구직자와 노동자에게 차별 발언을 하지 못하고 페미니스트에 대한 혐오 발언을 못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모인 우리 페미니스트 시민들이 함께 그 새 세상을 열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성폭력상담과정에 확인되는 점점 더 교묘해지는 차별과 피해 사례를 중심으로
민우회성폭력상담소: 베리
안녕하세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베리입니다.
최근 지인과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 세대보다 지금 차별의 정도가 낮아진 것 같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나아진 것 같으면서도 나아지지 않은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차에, 다른 지인이 “교묘해졌다.”고 말하더군요.
네, 차별은 갈수록 교묘해집니다. 성폭력상담을 하다보면 성폭력 피해를 말하고 난 후 공동체 내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직장 내 코로나 확진자가 있다는 걸 피해자에게만 안 알려준다거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당연한 불편함들을 ‘피해자가 말한 탓’으로 돌립니다. 티비에서는 성폭력 가해자 서사가 판을 치고, 펜스룰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사람, ‘가짜’미투가 ‘진짜’ 미투를 망치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듣습니다.
이 모든 차별에 문제제기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문제제기는 커녕 ‘이게 왜 문제냐’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이 괴롭기도 합니다.
1995년 당시 여성발전기본법에서 성희롱이 정의되면서 ‘기분 나쁘고 이게 잘못된 것은 알겠’지만 처벌받지 못했던 여러 행위들에 문제제기가 가능해졌습니다. 여전히 ‘사소한 행동’으로 조직을 균열낸다고 욕하는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이제 성희롱이 범죄라는 건 압니다. 상담전화로 오는 내담자들도 정의할 단어를 못찾기 보다는 ‘이게 성희롱이, 범죄가 맞는지’를 묻습니다.
성폭력은 욕정과 성욕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으로 만들어집니다. 직장 내 위계관계, 성별 등등 다양한 위계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이 성폭력입니다. 규정되지 않았던 행위들을 ‘성희롱’이라 명명하면서 이를 벌하는 것은,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규정하는 차별금지법과 닮아있습니다. 점점 교묘해져가는 차별에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모든 차별이 법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의 안전과 최소한의 안정감을 해치는 상황이 계속되고, 이를 문제제기 했을 때 “예민해서”, “메갈이라”, “페미라”서 문제제기하는 사람을 잘못됐다고 이야기되는 상황은 막아야 합니다. 우리의 힘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구조적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습니다. 성폭력이라는 사회적 불평등이 만든 상황을 가해자 개인의 ‘일탈’로 보지 않습니다. 차별은 사회적 문제입니다. 개개인이 이를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회가 이를 문제라고 규정해야 할 때입니다.
이제 우리는 문제를 문제라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인 위력을 조금이라도 제거하고 말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목숨을 걸고, 본업을 걸고, 나의 커리어를 걸고, 나의 인간관계를 걸고 차별을 말해야 합니까. 언제까지 ‘나중에’라는 말로, 차별의 상황을 ‘다 됐죠?’라는 말로 제쳐둘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2021년 핫플레이스는 인천인가? 페미니즘이 뭐길래
인천여성민우회
사무처장 나르샤
인천에 사는 나르샤입니다.
인천에 살면서 인천에 대한 편견, 성차별을 목격하는 것은 좋은 경험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차별이 어떻게 사회의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지, 성평등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분산시키는지를 분명히 알기 위함입니다.
2021년 인천을 뜨겁게 달군 민원이 있습니다. 지난 5월 인천시가 운영하는 '마을과 사람을 잇는 페미니즘 소모임 지원 공모사업' 관련 민원이 1천 건 이상 접수되었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국민신문고 1천69건, 시민청원 276건, 전화 민원 100건, 반대 집회 1건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업이길래 전국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대했을까요?
인천시 페미니즘 소모임 지원사업은 인천시민 또는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5인 이상 소모임에 모임당 최대 200만 원을 지원합니다. 소모임 주제는 '성평등 문화 확산', '성평등한 일·생활 균형 확산', '성평등 교육활동', '성평등 정책·교육·문화 콘텐츠 개발' 등입니다. 이 사업은 인천시가 주민참여예산으로 시민들로부터 제안받아 추진했고 주민 총회 등의 절차를 거쳐서 사업 공모에 이른 것인데요. 다른 지자체도 이와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유난히 인천만 화제를 일으킨 이유는 '페미니즘'이란 용어를 사업명에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사업 공모 기간에 인천시 시민청원 게시판은 찬반 의견들이 독차지했습니다. 반대 청원은 "페미니즘 소모임을 지원하지 말라"는 내용이고, 찬성 청원은 "페미니즘 지원을 응원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게시판을 도배하고, 젠더 갈등으로 헤드라인을 만들어 공론화에 이릅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하여 마치 그럴듯한 이야기처럼 믿게 만들거나 지적하는 것으로 세간에 오르내리게 만들죠. 성불평등 문제가 포괄적이고 뿌리 깊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없애기 위한 사업의 본질은 외면하고, 논란을 만들어내어 문제 인식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약화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그러한 논의 자체를 다시 한번 주변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페미니즘이 뭐길래? 이런 극단적인 관심을 받았을까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페미니즘을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ㆍ경제ㆍ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성차별적 억압은 근본적 모순, 즉 다른 모든 억압의 근본이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성차별·착취·억압을 끝내려는 페미니즘은 관계를 바꿔서 인간 상호작용에서 억압과 위계가 없는 존중과 평등을 말합니다.
모든 사람은 차별했거나 차별당했고 억압했거나 억압당했습니다. 성차별적 억압은 사람들 대부분이 다른 형태의 집단 억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도 전에 받아들이도록 사회화되는 과정을 먼저 겪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형태의 억압들은 유사한 제도적·사회적 구조의 지원을 받고 있고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성차별적 억압을 뿌리 뽑는 것으로 모든 차별과 억압을 제거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형태의 차별을 제거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의 일부는 페미니즘의 긍정적 의미보다는 부정적 견해에 익숙합니다. 우리는 지금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가진 긍정적 의미를 회복시키고 유지해야 합니다.
민원의 핫플레이스 인천을 기억하며 문제의 본질이 사회구조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이고, 페미니즘은 우리의 일상으로 이어질 것을 선언합니다. <끝>
“차별”이 허용되는 ‘가족’은 없다
고양여성민우회
사무처장 리아
-‘가족’과 ‘가족이 되지 못하는’ 사람
대한민국이 규정한 가족은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 (민법 제779조)이다. 이 범위에 들어오지 못하는 가족이 무수하다. 모두가 ‘가족’이라는 틀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에 용어는 상관없을 수도 있다. 단, 차별이 없거나 차별을 보완할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면. 만일 가족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개인시민으로서 사회제도적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라면 가족구성권 자체가 의미 없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가족으로 권리를 인정받아야 최소한의 제도적 안녕이 가능한 한국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가족구성권 김순남 대표는 민법 조항이 삭제되어야하는 이유로 ‘가족의 범위’ 조항에 근거해서 “조세, 준조세, 재산, 의료, 입양, 주거뿐만 아니라 고용영역이나 가족정책 전반에 맞물려 시민으로서의 자격과 역할이 규정되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자들에 대한 차별을 공고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가족다양성’을 넘어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가족정책을 제안하며> 토론회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의미(부여)초과 상태다. 사회에서 규정하고 확대재생산한 가족의 의미 안에 들어와 있는 ‘따뜻하고 서로의 위안이 되고 사랑이 넘치는’ 가족은 매우 드물다. 사랑으로 포장된 가족이데올로기가 강한 사회일수록 범위 밖의 가족형태에 대해서는 가차 없다. 혈연가족주의가 강조될수록 가족관계를 단절하기도 하고, 가족 내 폭력은 유지되기 쉽다. 김순남 대표의 말대로 “가족을 넘어서도 인간다운 생존과 삶이 가능할 때, 가족관계 내에서도 친밀한 결속이 가능하다.”
법과 제도가 허용한 범위 안에 들지 않을 때 어떤 불이익이 돌아가는지 “정상”의 범위에 들어있을 때는 감지하기 어렵다. 일단 수술 동의 등 의료 행위에 권리행사가 필요할 때. 현행 의료법상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수술을 할 때 의사는 환자 본인 또는 법정 대리인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때 법정 대리인은 법률상 부부, 부모, 자녀, 친지 등으로 한정된다. 이뿐이 아니다. 현행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형태의 부부는 세금 혜택도 받을 수 없으며, 건강보험은 각자 가입해야 하고, 연말정산에서 배우자 소득공제도 받지 못한다.
12월 14일 고양여성민우회가 주최한 공동체토크쇼 “다양한 가족, 공동체를 상상하다”에 패널로 출연한 비혼지향 공동체 공덕동하우스 당사자는 “고용, 주거, 의료, 보험, 금융, 복지의 영역에서 가족 구성원이 함께 혜택을 받으려면 지금으로서는 꼭 결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하죠. 회사 생활을 하면 가족의 경조사 때 휴가를 사용할 수 있지만, 혼인관계에 있지 않은 ‘가족’의 경조사는 예외죠. 결혼으로 ‘한 큐’에 해결된다고 여겨지는 많은 영역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개인을 중심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비혼여성공동체 에미프(emif)도 주거제도 마련을 우선으로 들며, 신혼부부에게는 턱없이 낮은 대출제도가 비혼들에게는 너무나 넘기 힘든 벽이 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의료제도에 관련해서도 사전수술동의 의사확인서를 만들어서 공증을 통해 몇 년간 효력이 유지되게 해두는 등 개인이 각자의 삶을 책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금은 차별금지법이 최선이다.
가족구성을 재정의하고 차별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한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민인식조사와 국회 청원 등 여러 경로로 그토록 정치인들이 떠들어대는 ‘사회적 합의’수준이 드러났으나(사회적 합의를 이뤄야하는 사안인지는 차치하고) 국회는 정지상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는 국민 10명 중 8명이 우리 사회의 차별이 심각하며(82%), 이 문제를 지금처럼 대응한다면 사회적 갈등이 더 심해질 것(72.4%)이라는 응답이, 자연스럽게 완화·해소될 것(32.1%)이라는 응답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차별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82.2%로, 반대한다는 12.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런 상황에도, 지난 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2024년 5월까지로 또 밀쳐놓았다.
2007년 차별금지법이 발의되고 무산되었을 때 ‘성적지향’ 항목을 삭제하는 것에 대해서 성소수자인권단체의 반발이 가장 컸지만, 당시 여성단체도 성명을 내어 “성적지향, 학력, 가족 형태 등 7개 항목 삭제가 여성들에게 미칠 영향을 지적했으며, “’동성애 확대로 인한 결혼율의 감소와 저출산 문제’를 문제 삼은 보수기독교단체의 지향은 여성 몸의 재생산권을 여성의 몸으로부터 국가에 양도하는 가부장적 국가주의 담론과 맞닿아 있다”고 비판했다... 출처: 차별금지법 제정,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국회에게 - 일다
민법 개정과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제정 등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있는 일련의 제개정이 멈춰있는 것은 가족으로서의 지위를 보호받지 못하는 시민들이 적체되어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풀지 않고는 실제 함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안전한 가족구성권은 확보되지 않으며,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출산율 감소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혈연•이성애부부중심에 묶여있는 가족제도 등 사회안전망의 부재가 결혼과 출산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그것이 증가해야한다는 의미와는 다르게) 존재하되 인정되지 않은 자들의 권리가 폭넓게 확보될 때 시민들은 이 사회가 조금은 더 자녀를 낳고 키울만하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동성애자 퀴어 페미니스트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설이
저는 5년째 동성 파트너와 연애 중이고 파트너와 함께 강아지를 키우며 동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종종 주변의 친구들에게 파트너를 소개할 때면 파트너를 제 아내나 부인이라고 소개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파트너”라는 외국말로 소개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동성 커플이라 한국에서 법적으로 부부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암 투병 중인 어머니가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폐암 환자이신데 올해 암이 뇌로 전이되었습니다. 사실상 완치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만약 저희 어머니께서 투병 끝에 돌아가신다고 하더라도 제 파트너는 저희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오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아직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를 직접 키워주신 저희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상주 노릇을 하면서 많이 슬펐지만 그때 한달음에 달려와주신 고모부들 덕분에 큰 힘이 났습니다. 그리고 고모부들뿐 아니라 고모부들의 직장 동료들까지도 조문을 와주셨을 때 정말 힘이 났습니다. 만약 저희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제 동성 파트너도 배우자 모친상 휴가를 쓰고 저희 어머니의 장례식장 한켠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현재 5년째 연애 중이지만 저희 어머니께서는 아직도 제가 모태솔로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저희 어머니의 소원은 그저 제가 좋은 사람을 만나서 외롭지 않게 잘 사는 것입니다. 만약 차별금지법만 제정된다면 저도 저희 부모님께 제 파트너를 저의 여자 사윗감으로 소개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부디 저희 어머니의 병세가 더욱 악화되기 이전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서 저희 어머니께 파트너를 소개해드리고, 일가친척 앞에서 동성혼을 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차차
집 앞 커다란 교회에 걸려 있는 '동성결혼 결사반대' 현수막이 너무 싫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교회 사람들이 결혼이 본인들이 전유한 특권인줄 아나.. 뭐 알고서 혐오로 가득찬 말을 그리 쉽게 하는지, 등교길에 볼 때마다 삶의 에너지가 빠져나간다. 법으로 교회가 하는 짓이 폭력 범죄라는 걸 알려줄 수 밖에... 아, 이런 한국... 화가 난다.
페미는 참지 않는다 이놈들아~~~
김회장
매년 매월 매일같이 쏟아지는 여성혐오 여성차별 여성을 향한 폭력을 마주하며 사는 우리를 어쩌면 법을 만들고 통과시킬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 국회의 많은 국회의원들은 모르고 모를 수 있고 외면하고 외면하고 싶을 것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목이 쉬어라 허리가 구부러져라 시민들에게 뽑아달라 잘하겠다 호소하면서도 어떤 목소리는 시민의 목소리로 취급하지 않으며 무시하고 없는 셈 쳐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별받는 이들과 차별하는 이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갈등이라는 단어로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 폭력과 배제를 너도 나쁘고 쟤도 나쁘다며 퉁치고 싶어 합니다. 차별하지 말자는 그 간단한 구호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싫어 기를 쓰고 모르는척하며 페미니즘을 페미니스트를 악마화 하며 극단적인 과격한 무시무시한 사람들로 묘사하고 그들에 대한 혐오를 조장합니다.
성별에 관계없이 차별없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그렇게 무시무시하고 과격하다고 생각하는 당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늘 해오던 대로 차별하고 싶다고 남들이 하던대로 혐오하고 사회가 그래왔던 대로 취급하고 싶다는 고백입니까? 여성의 저임금노동으로 여성의 돌봄 노동으로 여성의 공짜노동으로 여성을 물건처럼 착취하며 살아온 시절이 좋았는데 더 못하게 되어 화가 납니까? 사회적 합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은 하기 싫다는 말입니다.
나중에?? 나중에는 핸드폰 운영체제 업데이트나 나중에 하는 거지 불평등, 차별에 대해 생각하기 싫고 일 하기 싫으면 국회의원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국회의원 왜 합니까? 다음 선거 그 다음 선거만 준비하느라 표계산 하느라 차별하자는 사람들, 혐오자들의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들을 가치가 있는 것처럼 의미 있는 이야기인 것처럼 부둥부둥 하느라 차별받는 사람들 고통 받는 사람들 죽어가는 사람들 그렇게 만드는 제도, 구조들은 내 팽개치려고 국회의원 하나요? 사람을 때리는 데 합의가 필요합니까? 사람을 살리는 일에 합의가 필요합니까?
당연한 겁니다. 당연히 사람 때리면 안 되고 당연히 여성이라서 때리고 여성이라서 죽이면 안 됩니다. 당연히 여성이라서 적은 임금을 받으면 안 되고 여성이라서 채용차별 받으면 안 됩니다. 여성이라서 독박육아 가사노동 아휴 언제까지 이렇게 당연한 얘기를 이렇게 일 끝나고 집에서 쉬지도 못하고 추운데 길거리 나와서 해야 합니까. 사회적합의 라는 건 말장난이고 기만입니다.
나중에요? 님 월급이나 나중에 받으세요… 다했죠? 다 안했다~~~~~~~~ 페미니즘의 가치에는 동의하는데… 극단적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가치에 동의하면 행동하세요. 차별금지법 만드세요. 동료의원들 설득하고 빨리 통과시키세요. 뒤에 말은 다 변명이고 쓸데없는 말입니다.
그 자리 그 권력을 가지고도 그 정도 생각밖에 그 정도 행동밖에 못한다면 저 같으면 쪽팔려서라도 그 일 그만 두겠습니다. 그 자리에 가서 더 많은 시민을 위한 더 평등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고, 할 수 있는 사람들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 많습니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제정을 아무리 미루고 버텨도 반드시 페미니즘이 상식이 되는 사회는 옵니다. 배제되고 차별받고 억압당한 사람들이 평등해지는 세상이 옵니다. 그게 맞으니까요. 그게 당연하니까요.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많은 시민들이 싸우고 외치고 다치고 죽었습니다. 말장난 하면서 기만하고 내팽개치라고 10만 국회입법청원 한 게 아닙니다. 역사에 당신들은 그 당연하고 소중한 가치를 반대하고 막은 사람들로 기억될 것입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건 부탁 아니고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서의 명령이고 권리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지금 당장! 응급 시급!
새벽바람
제가 다니는 회사는 극남초회사입니다. 하나하나 세어본 적은 없지만, 짐작하건대 회사 인원의 90%는 남자일 거예요. 십여 년 전, 수십 년 전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래도 여성 직원들이 지금보다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근속연수가 20년 이상인 직원 분의 말로는,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라는 영화 속 회사 풍경이 과거 우리 회사와 많이 비슷했다 하더라고요. 지금과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그때도 남자가 여자보다 많은 인원으로 메인 업무를 맡아 했고. 여자는 비서들만 뽑았고, IMF를 거쳐오며 그나마도 거의 짤렸고… 그렇다보니 지금까지 근무하는 여직원들은 어떻게든 버텼거나 또는 회사에서 아주 극소수로 새로 뽑은 이들 뿐이에요.
여성에겐 대개 사무나 민원 대응 위주로만 업무를 쥐어주는데 회사가 현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곳이다보니 여자를 무시하는 말은 아주 기본입니다. 저한테도 종종 거리낌없이 얘기해요. “여자들이 현장에서 일하긴 아무래도 힘들지.” 시켜본 적도 없으면서요. 더군다나 같이 일하는 여성 직원들 중 오래 근속한 분은 현장도 나가봤다 했고, 또 어떤 여성 동료는 현장에서만 일을 하다가 이곳에 취직해 사무를 보는 건데도요. 자기들이 업무 배제를 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어차피 여자들은 못 버텨~ 하는 걸 보면 남직원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우월감에 취해 말하는구나 싶죠.
비정규직들 또한 대개 여성들로만 뽑는데, 그래서 또 비정규직/여성/이 하는 업무를 경시하더라고요. 당연히 누구나 할 수 있고, 아무나 대체해도 되는 일들이라고. 코로나 때문에 재택 근무를 할 때는 현장에서 일하는 남직원이 한 말도 건너들은 적이 있었어요. 집에서 서류만 보니까 꿀 빤다, 고. 정작 사무 업무를 보는 비정규직 사원들은 모두 일이 밀릴까봐 초과 근무까지 하는데, 알아주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과연 그걸 ‘꿀 빤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렇듯 코앞에서 듣고 겪는 불합리함을 신고하게 된다면, 무엇으로 해야 할까요? 고용 형태의 차별? 직장내 괴롭힘? 여성 차별? 어떤 일에서는 여성이라서 겪는 차별이 크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고용 형태로 인해 겪는 차별이 크다고 느껴요. 동일한 직장에서 겪는 건데도 말이에요.
이런 것들을 단순히 한쪽으로 몰아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나눠서 따로따로 신고해야 하는 걸까요? 제가 만약 직장 내에서 커밍아웃을 하거나 아웃팅을 당한다면, 그 이후에 겪는 차별들은 과연 ‘무엇을 이유로’ 당했다며 분명하게 나눠 말할 수 있을까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부당한 대우를 하고, 차별적인 발언을 한 사람들이 한순간에 바뀔지, 바로 처벌받을 수 있을지 묻는다면. 솔직히 말했을 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시행을 언제하든 그게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예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 당장을 말하고 싶습니다. 정착되기까진 시간이 걸리니까, 지금은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니까, 당연히 하루라도 빨리 제정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여태까지 제정하지 않은 바람에 꾸준하게 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거 아닐까 싶거든요. 저에게 여자는~ 하면서 이야기한 사람들이, 스스로 차별이라 인식하고 말한 건 아닐 테니까요. 네, 아마도...
“한국 사회에서는 ‘차별을 알아차리기’ 위한 법으로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홈페이지에서 봤던 문장인데 저는 이 말에 깊이, 진심으로 동감합니다.
우리의 일상에 녹아있는 차별과 혐오. 그것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그리고 좀 더 나은 세상과 평등하게 함께하는 사회를 위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하루 빨리, 지금 당장. 제정되길 바랍니다.
나의 차별 이야기
바람
8살때 경상도에서 서울로 이주하였습니다. 거주 할 집을 당장 구하지 못해 친척 어른의 집에 온가족이 잠시 머물렀습니다. 사촌 언니와 이야기를 하다가 "언니 궁디에 뭐 묻었대이"라고 말했습니다. 언니가 나에게 궁디가 뭐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궁디가 궁디인데 뭐냐고 물으니 뭐라고 답해야할지 몰랐습니다. 아마 언니와 나는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했을 듯 합니다. 언니가 궁디를 엉덩이라고 말했습니다.
엉덩이라는 단어가 너무 낯설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어색한 그 단어를 말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알았습니다. 당연한 나의 단어와 억양이 이곳에서는 다르게 들리는구나. 낯설었지만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서울 학교에 갔습니다. 수십명의 친구들을 보며 나의 단어와 억양으로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그 시절 기억이 거의 없지만 선명한 장면이 있습니다. 친구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나를 빙 둘러싸 나에게 계속 말해보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입을 열면 웃으면서 나를 놀렸습니다.
친구들이 나에게 말해보라고 요구할 때마다 나는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단어와 억양이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점점 말을 잃어갈 때 누군가가 울타리가 되어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당시 나의 가족들도 낯선 곳에서의 적응과 출산 후의 우울증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불안하고 외로웠습니다. 학교는 즐겁지 않았습니다. 집에서는 숨을 곳이라도 있었지만 학교에서는 숨을 곳이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나를 보호해주기를 바랐지만 선생님도 친구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학년이 끝나고 겨울방학기간동안 '서울말'을 쓰겠다며 방에서 혼자 펜을 입에 물고 말을 고쳤습니다. 2학년때는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게 언어세탁을 했습니다.
다른 것이 '다름'으로 온전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 '이상함'으로 분류되고 차별받고 혐오를 겪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존재가 지워지는 것을 반대합니다.
만약 그때 내가 8살이던 시절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침 출근길에 생각해보았습니다. 당시의 친구들을 지금은 원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선생님에게는 질문을 계속 하게 됩니다. '그때 선생님은 왜 그랬을까?' 만약 그때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선생님은 소위 주류와 '다른' 누군가를 놀리는 것은 차별이라고 말하며 주류와 '다른' 아이의 울타리가 되어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요.
우리는 어느 하나 똑같을 수 없습니다. 너무나 다른 존재가 모여 세계를 이룹니다. 그렇기때문에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출생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생지역, 출신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학력, 병력 등의 이유로 우리는 차별과 혐오를 경험해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존재는 다르고 복합적입니다. 다양한 정체성이 내 안에서 교차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차별금지의 사유에서 어느 것은 허용되고, 어느 것은 나중으로 미뤄질 수 없습니다.
대통령선거때만 되면 차별금지법의 찬반이 대통령 자질을 묻는 바로미터로 작동되는 현실에 분노합니다. 어떤이는 "나중에"를 말했고, 어떤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다면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고, 최근의 또 어떤이는 차별로 인한 누군가의 절절한 절규에 "다 됐죠?"라고 말하며 존재를 비아냥 거리며 사라졌습니다.
다 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 역할을 하고 그래서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지 "다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만적인 "다 되었죠"를 그들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다 되었다"고 우리가 우리에게 말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반드시 오는 그날까지 하루 하루 잘 먹고, 잘 자고, 자주 걸으며, 아름다운 것과 귀여운 것을 틈틈이 수집하며 타격으로 부터 우리를 지키는 힘을 기릅시다. 서로의 곁에 다정하게 오래동안 머물며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우리가 만듭시다.
조승미(승짱)
우리 어머니는 75살입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해서 현재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시행되고서 가입대상을 늘려왔지만 사업장 근무자가 적은 소규모 회사에 근무했다든가 임시직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틈틈히 일할 수밖에 없던 많은 사람들-특히 많은 여성과 일부 남성-이 있습니다. 또 남편의 국민연금 가입으로 인해 주부가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없던 시기도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매일매일 주부로 집안에서 동시에 또 집밖에서 국민연금 가입이 안 되는 노동인 비공식노동으로 진짜 열심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72살까지 일만 하고 살았고 세금 한 번 미납한 적이 없지만 국민연금 못 받습니다. 우리 어머니 같은 처지의 노년세대여성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수치는 모르지만 통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자 특성과 관련하여 남성 55.97%, 여성 21.96%로 수급률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게 차별이 아니면 뭔가요? 21세기에 더 이상 차별금지법을 미루지 말고 하루 속히 차별금지법을 시행하라. 비인간적인 이런 차별을 언제까지 할 겁니까? 차별을 금지 하면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나 더불어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이 차별금지법을 미루는 5만가지 이유
로리
인권, 누구나 누려야 하는 천부적인 권리, 차별, 개인이나 집단 특성을 이유로 부당하게 대우하는 일, 이런 단어들이 멀게 느껴질 때, 그저 추상이나 이상으로만 다가와서 나를 증명하려면 더 새롭고 구체적인 차별 사례를 찾아내야만 한다는 피로가 느껴질 때마다 제가 떠올리는 구절이 있습니다.
"보편 인권은 결국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집 근처의 아주 가까운 작은 장소에서 시작된다. 어떤 세계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을 만큼 아주 작고 가까운 장소에서 시작된다. (...) 내가 사는 동네, 내가 다니는 학교, 내가 일하는 공장, 농장, 사무실이 곧 모든 여자와 남자와 어린이가 평등한 정의, 평등한 기회, 평등한 존엄을 추구하는 장소이고. 이런 가치가 작디 작은 주변의 흔한 장소에 있지 않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평등을 지지하는 시민 행동이 없다면, 더 큰 세계에서도 진보를 찾을 수 없다" 라는 엘리너 루즈벨트의 세계인권선언 기념 연설입니다.
버스, 지하철, 사무실, 취업 기회, 휴직, 같은 돈을 내고 같은 서비스를 구입할 때, 나의 직업과 재산과 사회적 지위와 성별, 나이, 학력과 상관 없이 우리는 똑같은 기회를 누리고 편견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요. 초점을 나와 가까운 곳, 크고 으리으리하지 않고 그냥 작고 흔한 장소로 옮겨보면 평소 내가 맞닥뜨리는 차별과 불평등, 편견을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우리가 원하는 차별금지법의 존재 의의가 더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내 주변에 있는 매일 지나치고 살고 있는 장소는 편견과 차별이 가득하거든요. 서울역. 여자만 골라서 욕설을 퍼붓거나 때리려고 하는 술 취한 척 하는 남자들이 돌아다니는 곳. 몇몇 커피숍. 뜨거운 음료가 있다고 컵을 깨뜨릴 수 있다고 아이들이 앉아서 음료를 마실 수 없는 곳. 내 옆 책상. 출산휴가를 쓰기는 했지만 불안해서 원래 일정보다 1주일 빨리 복귀하기로 한 동료의 자리. 내 친구들. 꼭 한다는 건 아니지만 일단 결혼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사람들. 우리 회사? 노조가 없죠. 5인 미만 사업장인 내 친구 회사? 연차가 없죠. 이렇게 내 주변의 너무 작아서 지도에 나타나지 않는 자리에 차별과 편견이 가득합니다.
다만 이 국회라는 곳만은 그런 편견과 차별을 한번도 경험하지 않았거나 혹은 그런 건 아직도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장소인가봐요. "일률적으로 가다보면 개인 자유를 침해한다." 지금 야당의 대권 후보인 윤석열 씨가 차별금지법을 우려하면서 던진 말입니다. 윤석열 씨는 검찰총장을 해서 그런지 형량 결정 얘기부터 먼저 했는데, 아무래도 일선 애기검사가 아니고 총장씩이나 해서 그런지 상세 내용도 그렇고 기본 내용도 그렇고 직접 읽지 않고 누가 요약해서 책상 위에 예쁘게 ppt 만들어준 것만 봤었나봐요. 그렇지 않고서야 현재 정의당 차별금지법, 민주당 평등법 모두 형사처벌 조항이 없다는 걸 모를 수가 없겠죠. 그냥 윤석열 씨는 법 이름만 듣고 내용을 마음대로 상상했다. 하지만 대선후보가 2007년부터 14년 동안 계속 얘기되고 있는 주요 법안을 모르고 있다는 비판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2007년 찾아보니까 윤석열 씨는 대검찰청에 있었더라고요. 그때도 누가 요약해준 것만 읽었는지, 아니면 뭐 수사 과정에서 마음대로 상상력을 발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그랬다면 다시 읽어봐라. 이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걱정하는 형량 법안에 없고요. 오히려 그렇게 강제력이 너무 없어서 정말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남을! 차별!하지!말아라! 차별이 다른 사람의 생활을 인생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 이런 내용부터 사회의 합의를 만들어나가자는 건데 이것조차도 이해를 못하고 읽어보지도 않았다면 직무유기입니다. 사퇴하세요. -_-
여당 후보인 이재명 씨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정말 긴급한 현안 문제, 당장 닥친 위험 제거나 현실적 문제 해결을 하는 긴급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일방통행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틀 전에는 이 발언을 사과하라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분들이 요구하니까 "다했죠?" 하고 지나갔다고 하더라고요. 문재인 지지자들은 '나중에' 할 거라고 하더니 이재명은 '얘기 다 했냐'고 묻네요.우리가 되게 작게 보이고 적어 보이나봐요. 그래서 우리의 표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가보죠. 그럼 얼마나 더 기다리고 얼마나 더 고통받아야 '긴급한 현안'이 될까요? 이재명 씨, 얘기 다 안 했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당신은 아직도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우선 일방통행식으로 처리하라고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2007년부터 국회가 새로 바뀔 때마다 처리하라고 상정된 아주 오래 유예된 법안입니다. 2007년에 이재명은 뭘하고 있었느냐, 2008년에 민주당 공천을 탈락했더라구요. 2008년에 만일 민주당 소속으로 공천되고 당선돼서 국회에 들어갔더라면 차별금지법 첫번째 상정됐던 것을 알 수 있었겠지만 그때 공천이 안 돼서 몰랐던 것 같아요. 공천 탈락되고 쓰라렸던 와신상담했던 2008년을 떠올려보신다면 차별금지법을 절대로 일방통행식으로 떠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 닥친 위험 제거, 시급한 현안 문제, 이런 긴급 사안이 아니라고 했는데, 국민의 신체적 정신적 위험 제거, 만일 긴급하게 하라고 허락해주면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말을 하네요.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이익에 영합하는 우선순위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인권과 국민의 존재에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누가 더 중요하고 누가 덜 중요한지를 당신이 결정할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는데요. 이것도 역시 일단 당신이 결정하는 게 아니고요. 국민이 결정합니다. 하지만 이재명 씨는 국민적 합의를 운운해서 많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살아가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혈압을 높였는데, 일단 역시 인권은 합의 대상이 아닙니다. 한때 인권변호사였다고 얘기하고 다녔던 것 같은데 기본적인 것부터 잘 모르고 있는 것 같고. 합의라는 것이 반대편과 찬성편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전제해서 나온 말인 것 같은데, 차별을 금지하고 편견을 없애며, 다양성을 포용하고, 예외 없이 그저 글자가 아니라 살아서 적용되는 권리 보장 법안을 만들고, 아동이나 노인의 인권을 향상해야 한다고, 경제적 약자의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화로운 다문화 사회로 가야 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위협을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데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면. 당신이 보편 인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이 아니라면. 반대편의 존재를 굳이 상정하고 둘이 잘 얘기해서 합의 보세요~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사퇴하세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 심사 기한을 아예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 29일로 잡았는데, 지금 코로나로 모든 게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제가 최근 들어본 가장 먼 날입니다. 2024년. 국회 임기 마지막 날. 과연 하겠다는 걸까요? 12월 31일에 풀 근무하면 사람들이 욕하거든요. 국회가 과연 마지막 날 제대로 일을 성실하게 할까 일단 신뢰가 가지 않고요.
심지어 평등법을 발의한 민주당도 그냥 정말 우리는 이만큼 했다, 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 던져놓고 관심 끄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만큼 무능력하고 무책임합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자기들끼리 말을 해요. 그러면 사회 전체의 합의를 얘기하기 전에, 자기들만이라도 법안을 좀 자세히 읽어보고 질문을 하고, 근거를 요청하고, 들어보고, 설명회도 가지고 입장을 만들고, 이런 노력이 전혀 없어요. 대선후보라는 사람이 다짜고짜 아 형량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아서 뭐 멋대로 형량을 부과하면 이런 안 해도 될 걱정을 하고 있어요. 국민들은 자동 폐기 그만 시키고 이제 심사를 좀 하라고 10만 명이 모일 만큼, 합의를 하고 있고 차별금지법이 있어야 되는 이유에 대해서 머리를 쓰면서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당신들이 다니는 장소, 기사가 운전하는 자동차 타고 입구에서 인사 받으면서 국회 드나드는 당신들의 가까운 장소, 작은 장소에는 아마도 차별이 없을 겁니다. 보지 못하니까요. 사실은 국회 안에 정말 많은 차별과 편견이 있을 텐데 윤석열부터 이재명까지 그 상황을 보지 못하고 아 이건 급한 일도 아니야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
하고 넘겨버리는데, 당신들이 조장하는 차별과 편견이 국민의 먹고 사는 일에 영향을 준다는 얘깁니다. 누구는 직업을 잃고 더 적은 돈을 받고 누구는 통행의 자유, 노조결성의 자유를, 남들보다 더 적게 쉬고 더 많이 일하면서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구요. 노동법이 있으면 뭐하나요. 노조도 없이 허구헌날 초과근무하다가 사람이 죽고, 고등학생 실습생이 죽는다구요. 우리나라가 노동기본권이 없는 나라가 아닌데도요.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하고, 긴급한 일 현실적인 일이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마세요. 우리에게는 그리고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국민에게는 차별금지법이 가장 긴급하고,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효용이 크며, 장장 15년을 기다린 법안입니다. 지금까지 몰랐으면 이제 핑계는 그만대고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주어진 당연한 일을 하세요. 아니면 사퇴를 하시고 무지개빛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지시기 바랍니다.